|
[FUJIFILM] FinePix S3000 10/2800ms F820/100 ISO100 |
다행스럽게도 그 팀의 리더가 운행을 중단 시키고 아이젠 착용을 안한 사람들에게 아이젠
착용을 시키는 바람에 그 팀을 완전히 추월할 수가 있었다. 추측컨대 이 산속에도 눈은
내리지 않은듯 했고 비가 내린후에 다시 기온이 떨어져서 다 얼어 붙어버린것 같았다.
하지만 그 비 덕분에 계곡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노랫가락 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계곡을 걸어 올라가다가 곰골계곡과 갈라지는 지점에서 잠시 망설였다. 산위에도
여기처럼 얼어 붙었다면 길이 만만치 않을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래도 아는 길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 저 아래 쪽에서 대 부대가 행군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아까 그 부대다. 아이젠을 다 착용하고 진군을 해 오는
모양 이다. 그 소리가 마치 누에떼가 뽕잎을 갉아 먹는소리 같기도 했고, 또 무슨 적의
대 부대가 물밀듯이 밀고오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는 무엇엔가 쫓기듯이 그 곰골
쪽으로 얼른 뛰어 올라가 능선을 넘어선 지점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물도 한잔 마시고 또 더운 느낌이 들어 자켓도 벗어 배낭에 매달고 두터운 장갑도 얇은
것으로 바꿔서 꼈다. 그러다가 넌지시 능선 너머를 바라보니 그 뒤따라 올라오던 그 팀은
저 쪽의 동장대로 오르는 코스로 밀려 올라가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쪽으로 올 리가
없지....’ 그럼 이제부터 또 이 곰골은 내가 전세 낸다.
눈이 쌓인길로 생각하여 생각없이 마구 디뎠다가 몇 번이나 미끄러질뻔 했다. 보기보다는
만만치가 않다. 낙엽도 얼어서 미끄러웠고, 또 그 낙엽위에 눈이 쌓인곳도 역시 미끄러
웠다. 귀찮아도 가지고 온 피켈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게 그 계곡을 더듬어 올라
가는데 어느새 예전에 그 P 형을 만났던 자리를 지나고 있었다.
잡초들이 우거진 평지엔 눈이 제법 쌓여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색깔이 제법
고운 단풍이 한 그루 눈에 띈다.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그래도 아쉬운 생각이 들어 배낭을
벗어 디카를 꺼냈다. 간신히 한컷 찍기는 했지만 집에와서 보니 조금 흔들린듯 제대로
촛점이 맞지 않은것 같다. 다시 디카를 배낭에 갈무리 하고 출발을 하려는데 저 위의
산 쪽에 옅은 안개가 끼는게 제법 풍경이 괜찮아뵌다. 망설이다가 다시 배낭을 내린다.
고요한 계곡 안에는 내가 내 뿜는 숨소리만이 들려 오는것 같다. 땀도 제법 흐른다.
흐르는 땀을 훔치며 미끄러운 계곡길을 부지런히 걸어 올라가는데 길이 좌측 능선으로
이어진다. 뭔가 이상하다는 동물적인 감각이 살아난다. 다시 천천히 주변 지형을 살펴
본다, 그리고는 다시 비스듬히 아래쪽 설사면을 가로질러 내려온다. 눈에 발목까지
푹푹 빠져든다. 눈이 조금 등산화 안으로 들어갔는지 발이 시리다. 그래도 그 판단이
옳았다.
이처럼 숱하게 다녔던 길이라도 눈이 덮이거나하면 길이 잘 안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각이나 경험이 중요한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시 길을 잡아 올라가다가
단단히 한번 미끄러질뻔 했다. 보기엔 그냥 반반한 바위여서 생각없이 디디고 올라
서려다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질뻔 했다. 반사적으로 피켈로 앞을 짚어서 위기를
모면했지만 아찔하다.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다친다면 내 혼자 힘으로 내려가야
할테니까....
‘조금 아래에서 커다란 까마귀 대여섯 마리가 머리 위를 날아 다니다 나무에 앉는
모습을 보고 디카에 담으려다 실패 했는데 아침부터 까마귀를 봐서 그랬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괜히 조심을 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데
죄없는 까마귀에게 그 책임을 덮어 씌우려 하다니....
그렇게 조심조심 올라가는 와중에도 주변을 살피기는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운해를
찾아서 다시 이 코스를 오기는 하지만 그 운해라는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것도
아니니만큼 다른 좋은 풍경 이라도 보이면 부지런히 디카에 담아 두어야 할것
같아서....
[FUJIFILM] FinePix S3000 10/5500ms F820/100 ISO100 |
그러다가 저 위의 만경대 좌측 능선이 멋있어 보여 길이 아닌 산 능선 에도 올라 봤지만
나무 가지들이 시야를 가려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다시 후퇴.... 그러다가 다시 디카에
담은건 또 단풍 이었다. 시들긴 했지만 아직도 색이 고운듯해서.. 두컷을 찍었는데
하나는 그런대로 볼만 하지만 하나는 별로다. 줌인 한게 제대로 잘 나오지 않는듯 하다.
그 곰골계곡을 7부 정도 올라갔을때 밝은 햇살이 위쪽을 비추기 시작한다. 태양이 떠
오르는 쪽을보면 짙은 안개인지 구름인지 잔뜩 끼어 있는데 그 위를 뚫고 태양이 솟아
나온 것이다. 어쨌든 반갑다. 운해야 있든지 없든지....
능선을 거진 다 올라와서 좌측 건너편에 코끼리 크랙(코끼리코 바위)이 보여서 한컷
담으려 하는데 아래쪽에서 안개가 밀려 오는게 보인다. 늦으면 또 놓칠세라 얼른 방아쇠
아니 셔터를 누른다. 간신히 성공....
능선에는 눈이 제법 보인다. 사방을 한번 둘러 본 후 바로 만경대를 향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길이 미끄럽다. 얼음위에 다시 눈이 제법 쌓였다. 인수봉 쪽은 하늘이 파랗다.
미끄러운 빙판길을 그냥 오르다가 기어이 한번 당했다. 미끄러져서 오른쪽 무릎을
꿇은것 이다. 삼각산 산신령 께서 꼭 신년 인사를 받으시겠다고 고집을 피시는
모양이다. ㅉ...
그곳을 지나서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이게 웬일인가! 저어쪽 도봉산 쪽이
구름이 덮이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늘 바라던 그 운해(雲海)였다. 오봉도 포위당해
있었고 또 그 오른쪽에 보이는 신선대나 만장봉 선인봉 모두가 다 그 안개인지 구름
인지에 잔뜩 포위를 당해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그걸 보니 마음이 급해진다.
하지만 길은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는데다 또 미끄럽기 그지없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냥 피켈 한 자루에 의지하여 오르느냐 아니면 고물 아이젠 이라도 한번 착용을 해
보느냐.... 그러다가 결국은 그 아이젠을 착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7 발 짜리지만 이빨이 거의 닳아사 얼음에 잘 먹히지도 않는다. 80 년대 제품이고...
그래도 안한것 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긴끈을 풀어(원터치 식이 아니고 길다란 끈
하나를 가지고 지그재그로 고리에 꿰어서 잡아 당기는 방식으로 착용함) 아이젠을
착용했다. 얼마나 고물이냐 하면 요즘의 등산화에 맞지도 않을 정도다. ㅠㅠ...
[FUJIFILM] FinePix S3000 10/2500ms F820/100 ISO100 |
그래도 명색이 아이젠 이라고 그 이름값은 하는것 같다. 착용 하기전 보다는 한결
운행이 나았으니까...그래도 길이 경사지고 험해서 기어오르는건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암빙 혼합 등반 같다. 몇발 오르다 다시 뒤돌아보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 하다가
(사진 찍을 위치를 잡기 위하여)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리지 않는 지점에서 얼른
배낭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마치 빨리 사진을 찍지 않으면 그 운해들이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새라 급히
셔커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후에 보시게 된다면 아시겠지만 그래서 거의 비슷하거나
같다고 느껴질 사진들이 수두룩 하다. 운해 욕심에 마구마구 찍어댄 결과이다. ㅉ... ^^
그렇게 사진을 찍다가 또 산을 오르기를 몇 번씩이나 반복했다. 그 모습이 그 모습
인데도 그래도 자꾸자꾸 욕심이 나서 찍고 또 찍고....... 오르는 길이 무척 험하다.
아이젠을 착용 해도 이러니 그냥 올라왔더라면 고생꽤나 할뻔했다. 그리하여 그 넓고
커다란 바위가 있는 지점에 도착했다. 아까 저 아래 산밑에서도 보였던 그 사진작가
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나도 그 자리에 같이 합류했다. 그 분들은 커다란 카메라 지지대까지 다
갖추고 카메라를 그 운해 방향에 고정시킨후 좋은 풍경이 나온다 싶으면 바로 셔터를
눌렀다. 필름 어쩌고 하는 얘기를 들으니 디카는 아닌듯 했다. 한 사람은 내려갔고
거기엔 3 사람이 남아 있었다. 어제 밤에 올라왔다고 한다.
그분들 중 한분에게 사진을 부탁하여 한컷을 찍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운해를 향하여
마음껏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인수봉, 백운대, 오봉, 신선대와 선인봉 쪽, 그리고
뒤쪽의 만경대 릿지를 보고서.... 안개가 휘몰아쳐 오다가 또 밀려오고.... 정말이지
유감없이 마음껏 운해를 구경할수 있었다. 디카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을것 이다.
진짜 멋있는 풍경들은.... 직접보는것과 사진으로 보는것은 차이가 크다.
몇장 찍지도 않았던것 같은데 금방 68 판짜리 32 메가 칩이 바닥난다. 한판에 470 K
정도가 소요되나 보다. 그래서 또 얼른 16 메가 짜리 칩을 교체했다. 이건 고작 34 판
짜리다, 그 교체한 칩으로 또 찍고 눌러 대는데 이번엔 건전지가 되 되었는지 도중에
먹통이 된다. 또 건전지를 교체한다. 그리고는 또 찰칵, 찰칵.... 그게 그거지만 그래도
열심이다. 마치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운해 구경은 못할 사람처럼......
그렇게 눌러대는데 그 34 판 짜리가 얼마나 가겠는가! 이내 그것마져 동이 나고야
말았다. 당초 생각은 저 건너 백운대에도 올랐다가 백운산장 그리고 인수산장을
거쳐서 하산할 생각 이었는데 필름이 다 떨어지고 보니 생각이 바뀐다. 실탄없는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기 싫은 그런 병사의 심정하고 비슷하달까...
그래서 바로 하산을 결정했다. 웬만해서는 올라갔던 코스로 하산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오늘 그 전례를 깬다. 남아있는 분들게 먼저 가겠다는 인사를 하고 올라왔던 저 아래
능선쪽으로 하산을 시도한다. 내려가는것도 만만찮다. 어떤 데서는 눈에 발목까지
푹푹 빠져 눈이 등산화를 적시기도 하고 또 등산화 속에까지 들어가서 인내를 시험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 아이젠과 피켈의 도움으로 무사히 그 능선에 내려설수가 있었다. 또 코스를
두고 고민을 했지만 쉬이 판단이 서질않는다. 오르쪽의 코끼리크랙 위의 능선길,
그리고 바로 하룻재로 갈수있는 곧게뻗은 능선길, 건너편 백운산장 으로 건너가서
아래 인수산장 으로 가는 길.... 대충 이 3 가지 길이다. 아니 하나가 더 있다. 다시
곰골로 하산하는 길...
사실 아까 이 곰골을 올라올때 집에서 전화가 왔었다. 감이 안좋아 자세히는 못알아
들었지만 가능한한 빨리 오라는 말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하산을 서둘게 된 것이다.
처음엔 하룻재 쪽으로 가는 능선길을 좀 가다가 생각해보니 어째 마음이 좀 찜찜하다.
그때 본 하룻재의 경고문이 마음에 걸린다. 입산금지 코스이니 들어가지 말라는..그리고
위반시에는 과태료를 5만원도 아니고 50 만원이나 물린다는....
아침에 머리위를 날라다니던 그 시커먼 까마귀떼들의 모습도 자꾸 눈에 알른 거리고....
그 까마귀는 보기보다는 상당히 몸집이 큰데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디카를 빼 들라
치면 귀신같이 알고 날라가 버리는것이었으니....또 죄없는 까마귀 핑계를.....^^
하여간 마음이 찜찜해서 결국 도중에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는 백운산장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이 갈라진다. 바로 산장으로 건너가는 길(윗길), 그리고 아래쪽
으로 계속 내려 가는 길.... 나는 아랫길을 택했다. 바로 인수산장에나 들렀다가 가려는
마음에서... 단 한컷도 남기지 않은 디카를 메고 하산하는 심정은 마치 실탄없는 총을
메고 전쟁터에서 철수하는 심정과 비슷할것 같았다. 어쩐지 좀 허전한 느낌.....
그래도 오늘 그 늘 쫓아다니던 운해(雲海)를 마음껏 구경하며 디카로 찍을수 있어
마음에 포만감이 인다. 운해사진을 찍은 디카를 배낭에 지고 내려가자니 마치 무슨
큰 부자가 된듯한 느낌이다. 하여간 오늘은 원없이 구경하고 원없이 찍어댔다.
사진이야 잘 나오든 잘 나오지 않든 그건 나중의 문제다. 이제 한동안은 그 운해에
대한 생각이 없을것 같다. 맘껏 사냥하여 한짐 짊어지고 가니까....
내려오는 길에 다시 저어쪽 오봉과 선인봉 쪽을 바라보니 어느새 그 구름들은 다
걷혀서 물러가버린것 같았다. 하기사 사진을 찍는 도중에도 계속 변하고 바뀌었는데
그토록 시간이 많이 지나버린 지금이야 일러 무엇하겠는가!
그 백운산장 아래 계곡길을 완전히 빙하였다. 온통 얼음으로 덮여 있었으니까...시간이
이제 산행을 할 시간이었는지 아래쪽에서는 계속해서 산꾼들이 밀려 올라오고 있었다.
구조대 못 미친 그 야영장 터에서 인수봉을 쳐다보니 다시 안개가 인수봉 상부를
가리고 있었다.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산꾼들은 갈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고...
인수산장 에는 그 산장을 지키시는 D 선배님 한분 밖에 없었다. 반가이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요즘 무슨 감기인지 독감인지가 들어 좀 고생하고 있는 듯 했다. 매실차를
같이 한잔 하고자 했으나 지금 약을 먹고있어 알콜끼가 있는건 어렵단다. 할수없이
무슨 페트병 (사이다병)을 찾아와 거기에 가득 채워 드리고 나머지 1/3 정도는 내가
그냥 나발을 불었다. 이번에는 물을 많이 탔는지 매실차에 가까운듯 하다.
아까 하산중에 좀 허기가 져서 산 능선에서 귤을 하나 까 먹고 두 개가 남아 있었는데
그건 그 인수산장에서 해 치웠다. 하나씩.,....산장안은 난로가 있어 그런지 훈훈했다.
벽면에는 ‘月刊山’ 誌나 ‘사람과 山’ 誌 같은 山관련 서적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다가 커피도 팔고 하니까 지나다니는 길에 휴식하기 좋은 산장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곳 산속에도 비바람이 몰아쳤다고 한다. 눈은 내리지 않았고....
그리고 안개가 많이 끼고해서 어제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그 사진작가들은 저 산 위에서 여럿을 보기도 했었으니...
다음에 다시 오기를 기약하고 다시 인수산장을 나왔다. 인수산장에서 아이젠을 풀지
못하고 하룻재에 와서 풀었다. 그 하룻재를 넘어서니 완전히 봄날이다. 그 재 하나를
두고 어찌 이토록 다를수가 있는지 신기하다. 재 너머 저쪽은 얼어붙은 빙판 길이지만
재를 넘어오면 다 녹아 아이젠 같은게 조금도 필요하지 않으니.....
산꾼들이 무리를 지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 뒷모습 이라도 디카에 한번 담아
보고 싶지만 남은 필름이 없다. 이 계곡에도 빛이 고운 단풍이 가끔씩 눈에 띈다. 그냥
눈요기만 하고 내려갈 수밖에....
11 시 14 분에 매표소를 지났다. 도선사 버스를 이용할까 했으나 이내 또 생각을
바꾼다. 아침에도 그냥 걸어 올라왔으니 끝까지 그 정신으로 걸어보자고...그래서 또
걸어 내려간다. 내려오는 길에는 주변이 환히 보이니 계곡의 얼음이나 산위의 바위
같은것도 구경하며 내려왔다.
예전 80 년대에 산에 다닐때는 늘 걸어서 다녔었다. 산악회 3 팀이 모이면 한 40 여명
정도가 되곤 했는데 4열 종대로 행군을 해서 내려오곤 했었다. 山노래를 불러가면서....
내려 오다가 흥이 나면 볼더링 하던 바위도 보였다. 그리고 가끔씩 바로 산으로
올라가던 그 지점도...그 곳으로 들어가면 매표소를 지나지 않고 바로 산으로 갈수도
있어서 우리들은 가끔 장난끼가 동하면 그 길아닌 길을 애용하기도 했었다.
내려오다보니 이 길가에도 빛깔 고운 단풍이 더러 보인다. 이 삼각산 단풍들은 철도
모른단 말인가! 한 겨울에도 그 붉은 빛을 유지하고 있다니....
고향산천(예전의) 들어가는 입구 조금 위에 새로 매표소가 하나 생겼다. 예전 80 년대
에는 매표소 없이 그냥 이용하기도 하던 길인데 언제부터인가 거기를 막아서 못가게
하였었는데 이제는 매표소를 만들어 등산루트로 공식화한것 같다.
이 매표소를 보니 예전의 그 추억 한토막이 떠 오른다. 조금은 떨떠름하고 씁쓸한
추억..... 그때 우리 일행은 총 8 명 이었었는데 그때도 그 계단길을 올라서 능선을 타게
되었다. 능선을 계속 타면 그 도선사 주차장 바로위의 매표소를 지난 지점에서 본
코스와 합류를 할수 있었다. 우이산장을 지나서 계곡을 건넌 바로 그 지점에서.....
그리하여 우리들 악동들은 돈 4천원을 벌었다고(그때는 입장료가 500 원 이었음)
희희낙락 하여 신이나서 그 아래의 본길로 내려서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외침....“아저씨들, 이리 좀 내려와요” ...보니 젊은 친구
였다. 아마도 관리공단 직원인듯....
현장을 들켰으니 뭐라 변명할 여지도 없었다. 모두 다 내려갔다. 그리고는 듣기싫은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그때 그 기분이란....ㅉ....나도 말은 잘하는 편이지만
그때는 그저 미안하게 되었다는 말 외엔 달리 할말도 없었다. 빨리 아래에 내려가서
표를 타 오라는 말에 내가 내려갔다.
그리고는 착실하게 8 장을 끊어서 올라와 보니 그젊은 친구는 이미 다른데로 가고
없었다. 진하게 깻국을 먹었으니 차리리 그냥 가도 되었는데 나도 참 융통성이 없다
싶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다 끝난 상태였으니.....
우이동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보통 물은 얼음 밑으로 흐르는데 오늘은
얼음 위로 흐른다. 그런 광경은 보기 드문데 오늘 우이동 계곡에서 보게 되었다.
올라갈때는 힘들더니 내려 올때는 금방이다.
우이동 에는 등산장비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것 같다. 오늘도 예전에 못보던 장비점
들이 서너개가 더 보였다. 더러 보고 들었던 브랜드 들이다. 그리고 그 이층에 있는
산악인의 집 에서는 무슨 ‘등산화 대축제‘ 가 열리고 있었다. 바깥쪽 벽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 으니까.... 등산화를 싼 가격에 판매하는 모양이었다. 국산
브랜드도 있었고 외산 브랜드도 있었다.
버스 정류장(종점)으로 가면서 다시 인수봉을 한번 쳐다본다. 그 인수봉을 휘감던
구름은 어느새 간곳 없다. 어제내린 비로 세수를 해서 그런지 미끈한 모습으로 웃으며
살짜기 하는 말....“이봐, P, 그게 무슨 산행이냐... 와서 디카사진 몇판찍으며 놀다
가는거지....“ 인수봉의 그런 놀림에도 사실 달리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냥 빙그레
웃어줄 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