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비가 뿌릴 것 같이 우중충한 날씨입니다.
어제, 그저께는 맑은 하늘과 적당한 날씨로 상춘객이 많았었는데...
남쪽에서는 더 일찍 화신이 왔지만
어제 가본 금오산은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화사한 벚꽃과
활짝핀 노란 개나리가 조화를 이루어 참 좋았습니다.
짧은 봄을 만끽하는 것도 삶에 큰 활력소가 되지요.
지난 주말엔 아내와 동네 앞산에 올라 팔각정에서 구미시를 조망하고 내려오는 길에
쑥과 냉이를 캐와서 된장 풀고 국을 끓여먹었습니다.
봄냄새가 코 가득, 입 가득 번져 좋았습니다.
제철 나믈, 제철 음식이 좋은 것은 계절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입사동기였던 친구의 부친상을 조문하기 위하여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그 친구는 부친께서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본가에 가서 부모님을 뵙고 왔고
평소에 지병도 없으셨는데 갑작스레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하였습니다.
돌아가신 당신이 고통없이 가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자식들이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레 가신 일이 참 마음아픈가봅디다.
평소에 좀더 자주 찾아뵐 것을, 좀더 신경써 드릴 것을,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 큰 것 같았습니다.
제 선친은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1년여를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는데
주변에서는 적당히 돌아가셨다고들 하시더군요.(이런 표현이 불경스럽습니다만)
친척분들께서는 '긴 병에 효자 없다' 등의 말씀을 하시며
1년간 효도와 극진한 보살핌 받았으니 망자도 아쉬움 없을 것이고
자식들도 갑자기 부모를 여의는 불상사 없이 도리를 다하였으니
선친은 선친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좋은 모습으로
서로를 놓을 수 있었다는 말씀이었지요.
저는 당시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보니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싶었습니다.
항상 우리는 지나고 나면 아쉬워합니다. 안타까워 합니다.
가족이나 지인의 죽음 외에도
수없이 지나간 많은 일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습관적으로 그런 느낌을 가집니다.
어제 보고픈 친구에게 전화 한 통 하지 못한 일,
도움을 준 동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일,
하고싶은 일을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미뤄둔 일,
하고픈 말을 소심함 때문에,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망설였던 일을
지나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이제부터 제때 하려고 합니다.
소급해서 하려 합니다.
시간의 신은 기회의 신이기도 하다지요.
그래서
지나고 후회하지 않게 오늘 감사하고 연락하고 생각하고 느끼렵니다.
돌아서 후회하지 않게.....
세진이아빠.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고
부모께 효도하는 마음 알고 있으니,
자식들 훌륭하게 키워놓았으니
마음 편하게 선친 놓아드리게나.
그리고 홀로 되신 어머님께 두분께 드리던 마음 모아서 드리게나.
애쓰셨네.
시간의 신 크로노스(모셔온 글)==============================
고대 희랍의 올림포스 신전에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신상이 있었다.
이 신상은 벌거숭이 젊은이가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발에는 날개가 있고,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들려 있으 며,
이마에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늘어뜨려져 있지만, 뒷머리와 목덜미는 민숭민숭한 모습이었다.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 동상을 보면 모두 처음에는 웃지만,
그 아래에 시인 포세이디프가 노래한 것을 읽고는 엄숙해진다.
시간은 쉼 없이 달려야 하니 발에 날개가 있고,
시간은 창끝보다 날카롭기에 오른손에 칼을 잡았고,
시간은 만나는 사람이 잡을 수 있도록 앞이마에 머리칼이 있으나,
그러나 시간은 지난 후에는 누구도 잡을 수 없도록 뒷머리칼이 없다.
---인터넷에서 모셔온 글, 원게시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