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백두대간은 태백산에서 휘어져 지리산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로 갈라지고, 금강 줄기를 사이로 금북정맥과 호남정맥이 나뉘는데, 삼국시대에는 대체로 태백과 소백을 경계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영역이 정해졌다.
예부터 백제 땅이던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사이에 있는 덕유산(1614m) 뜸봉샘에서 발원한 금강 물줄기는 전북·충북 ·충남·대전 등 4개 시·도를 넘나들며 점점 큰 강으로 변해서 401㎞를 흐르다가 서해로 빠지는 국내 제6위의 큰 강이 되어 오랫동안 백제인들의 젖줄이 되었다. 금강은 오랫동안 백제인들의 농토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개로왕이 고구려 장수왕에게 죽임을 당하고 웅진으로 천도한 이후에는 훌륭한 방어선이 되었고, 또 미호천과 함께 신라와의 국경선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금강은 삼국시대 이래 개발되지 못한 육로교통 대신 활발한 수상교통로가 되어서 중·하류로 내려온 지점인 부강, 금강, 강경, 함열, 용안 등 강 양쪽에는 수많은 조창시설이 발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차령과 금강을 빼놓고 백제의 역사를 말할 수 없고 또 충청의 역사를 말할 수 없는데, 금산과 충북 옥천, 영동의 골짜기를 흐르던 금강은 대전 동구와 대덕구의 접경에서 가로막힌다. 1975년 3월에 착공하여 1980년 12월에 준공된 대청댐 때문이다(2011.06.11. 공주 계룡산 참조).
댐 상·하류 모습. |
대청댐 완공 후 금강 하류지역은 홍수 피해가 사라지고, 물 걱정이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지만, 1일 9만㎾의 전기까지 생산하는 다목적 댐의 기능을 하면서 대덕구 등 대전 동북부공업단지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대전, 청주 등 충청권 도시는 물론 멀리 전주, 군산 등 호남지역까지 상수도와 공업용수를 공급해주는 젖줄이 되었는데, 가장 두드러진 효과는 인근 지역의 도시화가 촉진되어서 1983년 2월15일 대덕군 유성읍과 회덕면 전 지역이 대전시로 편입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대청댐 준공은 자연과 역사의 매몰이라고 할 수 있어서 동구 추동(楸洞)에서부터 대덕구에 이르는 수많은 지역이 수몰되면서 고려 말 ~선초에 삼남에서 한양으로 가던 길목에서 나그네에게 무료로 잠잘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해주던 회덕 황씨 후손들의 선행지로 알려진 미륵원도 물속에 잠겼다(2013.02.06. 미륵원지 참조).
신탄진에서 대청댐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최근 왕복 4차선 도로로 확장하면서 굽은 길도 바로 잡아서 교통이 한결 편리해졌는데, 매년 봄이면 도로 양쪽에 눈꽃처럼 피어나는 벚꽃으로 환상적이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코스모스로 젊은 청춘남녀들을 유혹한다.
보조댐 못 미친 용호동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대청댐으로 가고, 우회전하면 삼정동~ 갈전동~ 이현동~ 추동을 거쳐 판암동으로 빠져나가는 대청호변 드라이브 길인데, 직진하여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대청댐 광장에 이르면 넓은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서 계단에 올라서 대청댐 광장에 이르면 댐과 인공호수 대청호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아담한 2층 건물인 대청 물 문화관에서는 대청댐 건설 전의 마을풍경과 댐 건설 전후의 모습 그리고 대청호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도록 무료 관람할 수 있다.
광장 끄트머리에는 대청호를 유람할 수 있는 유람선선착장이 있으며, 또 금강을 막은 대청댐 위 절반까지 거닐면서 댐 상류와 하류를 조망할 수도 있다.
대청댐(왼쪽)과 대청댐 물홍보관 |
대청댐과 대청공원 사이로 금강을 가로질러 충북 청원군 현도면으로 들어서면 온갖 민물고기 집과 숙박업소가 즐비한데, 급경사진 비탈길을 돌아서 청원군 문의면에 들어서면 대통령 별장이던 청남대로 갈 수 있다. 그 옆에는 대청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에서 이주한 주민들의 생활상과 자료를 복원한 문의 문화재단지도 인기 있는 관광코스가 되었다.
한편, 대청댐으로 들어가는 용호동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들어가는 댐 상류의 갈전동~ 삼정동~ 추동 일대는 상수원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제한되고 있지만, 그런 제한이 오히려 옛 모습을 보존하게 되어 최근 새로운 드라이브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추동 지역은 예부터 가래나무가 많다고 하여 ‘가래울’이라고 부르던 마을로서 본래 상추·중추·하추로 나뉘었지만, 댐 건설 이후에는 하추인 용계마을이 수몰되어 지금은 상추, 중추, 하추의 수몰민이 이주하여 새로 건설한 교촌 마을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또, 대청호 주변을 등산과 산책코스로 개발하려는 움직임 활발해서 대청댐관리소에서부터 외길을 따라 대전시 관할인 추동을 거쳐 판암동으로 빠져나가는 둘레 길과 댐 건너 충북 청원군 문의면의 문의이주단지~청남대를 거쳐 상류로 통하는 대청호 오백리길이 개발되었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산악인 김웅식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대청호 주변을 탐사하면서 대청호 둘레길 16개구간 192.9km를 개척했는데, 대전시에서 보다 상세하게 21개 구간 249.5km로 나누면서 대청호 오백리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대청 다목적댐 준공 기념탑(왼쪽)과 현암정. |
대청댐은 준공후 상수원공급, 가뭄해소 그리고 전력생산이라는 눈에 보이는 이익 이외에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하러 찾는 관광객들로 새로운 관광자원이 된 것은 의외의 성과이지만, 갖가지 부작용도 숨길 수 없다.
우선,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토사를 제대로 준설하지 못함으로서 저수용량은 매년 크게 줄어들고, 또 흘러오는 각종 부유물과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댐에 이르기 전 추동, 옥천 등 상류에서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을 미리 제거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고, 날로 악화되는 상수원으로서의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류 지역의 오염원 단속을 강화하고 논의 중인 대청호 유람선 운항은 절대 금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