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시산회모임 시간 10시인데 30분 먼저 도착하라는 이 총장의 메시지가 있어 서둘러 서울대공원역 2번 출구로 올라가니 많은 동문들이 모여 있다.
둥그렇게 모여 동문 산악인들의 얼굴 읽히기를 하며, 간단히 식을 마치고 물과 백설기떡을 배급받고 출발한다. 1회 안원태 선배님은 90세 가까운데 산행을 즐겨 하셔서 그런지 정정하다. 보성군 겸백면 출신으로 향우회에서 뵙기도 하여 인사차 오늘 산악대장 겸 회장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위윤환 산우와 인사를 드렸다.
매봉을 향해 천천히 출발한다. 한참 올라가니 과천 소망교회에서 쉼터카페를 열어 트럼펫연주와 음료수를 제공하였다. 각자 탁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교인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교인 확보를 위해 자기 교회의 소개를 늘어놓았다. 9천 평의 전원교회에서 3천명의 교인들이 예배에 참여한단다. 막걸리, 과자와 빵을 나눠 먹고 매봉을 향해 전진한다. 산우들의 발걸음 속도가 옛날 같지 않은 것은 나이가 70줄에 익어가는 인생길의 현상이리라.
어디를 가나 여자얘기가 빠질 수 없다. 윤환이와 황표의 고향인 장흥군 출신들의 무르익은 대화로 장흥읍과 장동면 석교리가 고향인 두 여인이 동행하여 매봉까지 갔는데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나눠 먹지 못하고 하산하잔다. 12명중에 4명이 230미터 아래서 딴지를 걸고 올라오지 않아 충분한 휴식도 못하고 두 여인들과 대화도 충분히 나누지 못하고 아쉽지만 헤어지게 되었다.
한 회장님과 이 총장님이 집안 사정이 있어 불참으로 우왕좌왕 내려가다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지를 못하고 다시 위의 쉼터로 올라 와 자리를 폈으며, 오늘의 336회 산행 동반시 오세영 시인의 "나무처럼"을 읊었다.
"나무처럼" / 오세영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듯
막걸리 건배! 황표가 첫경험! 아야야!를 외치란다, 막걸리에 김밥과 떡, 과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1시에 하산한다. 30분쯤 내려오니 약수터가 있어 정담을 나누고 이재명 심판론이 있었다.
6월13일 지방선거로 흑색선전이냐 아니고 폐륜적인 언행이냐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정치인의 언행은 모범스러워야 하고 프랑스 대통령처럼 공과 사는 구별되었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끝으로 하산한다. 과천역 근처 양주가 예약한 정라진 음식점에서 시원한 맥주, 쏘주, 가자미막회, 골뱅이, 문어, 곰치국으로 뒤풀이를 즐겁게 마무리하고 각자 취향에 따라 당구장과 집으로 향했다.
2018년 6월 9일 박형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