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
-‘혈연적인 것을 넘어 사회적인 정체성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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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완결편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을 보았다. 영화는 완결편답게 선악의 대결이 명료하게 드러났고 선의 승리가 통쾌하게 이루어진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선언한 이번 작품은 그동안 숨겨졌고 궁금해왔던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냈고 미지의 힘에 의해 고통받던 주인공들의 장엄한 희생과 고통의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워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열광적 반응이 적었다. 그러한 이유가 영화에서 제시하는 메시지나 정서가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영화의 시리즈가 시작된 것도 벌써 40년이 지났다. 나 또한 그동안은 미국의 대표적인 SF 영화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시리즈에 쏟은 관심과는 달리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을 완결한다는 광고에 이끌려 본 <스타워즈>는 작품 그 자체로도 오락적으로 흥미로웠고 그동안 보았던 <스타워즈>보다 집중도가 높았다. 영화 속에 숨겨진 비밀의 코드가 밝혀졌고 끝부분이 희망의 메시지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다양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가장 흥미롭게 주목된 것은 ‘가족’과 ‘혈연’의 문제였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미래와 우주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가족’의 갈등이었고, 핏줄 속에서 흐르는 능력과 욕망의 충돌 그리고 극복의 서사시였던 것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은 각각 악과 선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둘 다 악의 제국 ‘시스’의 수장 ‘팰퍼틴’과 다크 베이더의 후손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악의 힘을 거부한 부모 세대의 영향력에서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선과 악의 힘에 의해 갈등하고 고통받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결국 새로운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인물은 최후의 대결을 벌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선의 힘을 통해 모두가 ‘선’의 세력으로 돌아온다. 악의 제왕 ‘팰퍼틴’과의 대결에서 둘은 협력을 통해서 악을 제거한다. 그 과정에서 한 명은 목숨을 잃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한 숭고한 희생이었다. 영화 마지막, 살아남은 ‘레이’는 그동안 자신의 핏줄을 보여주는 ‘성’을 거부했으나 누군가의 질문에 성과 이름을 동시에 밝힌다. 하지만 그 성은 핏줄의 성이 아닌 그녀의 사회적 존재를 완성시켜 준 기사단 제다이의 상징인 ‘스카이 워커’였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핏줄이 아닌 사회적 의미의 정체성으로 규정한 것이다.
레이의 마지막 장면의 응답은 미래의 인간들이 지녀야 할 존재적 성격이자 오래된 인간의 지혜이기도 하였다. 가족의 영역 속에서, 유전적으로 연결되는 능력과 욕망의 한계 속에서는 인간의 정체성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음을, 중요한 것은 개인적 선택과 개인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악’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그녀의 의지와 노력을 통해서 또한 사회적으로 만난 다른 조력자들의 힘을 통해서 새롭게 탄생하고 변화되었다. 그것이 인간의 이상적 삶의 모습이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오래 전 석가나 예수와 같은 수많은 선지자들이 강조해 온, ‘진리를 위해서는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선언과도 연결되는 인간의 지향점인 것이다.
첫댓글 선과 악의 공존이 신이라는 말이 생각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