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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른하고 숨쉬는 것이 시원스럽지 않다는 아내의 하소연을 듣고는 '축구'를 권했다. 1년5개월 전, 아들 호연이를 출산한 이후로 아내는 몸이 많이 약해졌다. 새 생명을 잉태한 순간부터 아내의 모든 생활은 아이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태교를 위해서 음식도 조심해야 했고 외출도 삼가야 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모유를 수유했기에 음식도 항상 가려서 먹어야 했고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놓고 맘 편히 외출할 수도 없었다. 몸이 항상 나른하고 숨쉬는 것이 시원스럽지 않은 원인이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살다 보면 어쩔 수없이 쌓이는 스트레스,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든 풀어야 하는데 아내에게는 그럴만한 기회가 없었다. 운동을 한다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운동을 취미로 가지고 있지 않았을 뿐더러 아이에게 매여서 운동시간을 따로 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헬스클럽 회원권을 선물할까 하다가 축구를 권했다. 좁은 실내에서 기구를 이용해 땀을 내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툭 터진 운동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마침 가까운 곳에 여성들로 이루어진 축구팀이 있었다. 성당 축구팀이다. 우리 가족이 다니는 성당에는 여성 축구팀이 있다. 매주 일요일에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서 연습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다른 성당 축구팀과 시합도 한다. "감독님이 소질 있다고 말했어. 진즉 오지 않고 왜 이제야 왔느냐고 하던데! 골도 하나 넣었어. 나 정말 축구에 소질 있나봐." 축구 연습을 하고 온 첫날 아내는 모처럼 뛰어서 몸 이곳저곳이 쑤신다고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표정은 들떠 있었다.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9살 된 딸내미 하영이와 흡사했다. 하영이는 학교에서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집에 와서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오래간만에 아내의 수다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이다. 신나게 축구를 하고 난 후, 집에 와서 이곳저곳 쑤신다고 엄살을 떠는 것은 사실 몇 주일 전만 해도 내 모습이었다. 축구를 취미로 삼은 후, 일요일에 다른 취미생활을 즐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축구는 재미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아내가 축구를 시작했을 즈음에는 축구를 즐기기는커녕 집에서 거의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야 했다. 다리 부상 때문이었다. 마을에서 열렸던 체육대회에 달리기 선수로 출전해서 시합을 하던 중 다리부상을 당했다.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어서 퉁퉁 붓고 아팠다. 이 때문에 축구를 한다는 것은 엄두를 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리가 불편한 동안 가장 궁금했던 것이 아내가 축구하는 모습이다. '축구에 소질이 있다'는 아내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내가 뛰는 모습을 예전에 본 일이 있다. 뛴다기보다는 요조숙녀가 여성스러움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살며시 걸어다니는 모습 같았다. 축구는 걸어 다니며 하는 운동이 아니다. 뛰면서 하는 운동이다. 사뿐사뿐 걷는 모습으로 뛰는 아내가 축구하는 모습이 몹시 궁금했다. 궁금증은 2주가 지난 후에야 해결할 수 있었다. 다리 상태가 좋아져서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거리는 이동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는 종아리 근육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허벅지 근육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다친 부위는 종아리 근육이었다. 마침 두 살 된 아들 호연이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아내가 축구하는 동안 호연이를 돌봐주던 장모님이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축구 하는 곳에서 호연이와 놀아주기로 결정하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을 싫어하는 9살 된 딸 하영이도 가족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향하자 마지못해서 책 두어 권을 가방에 넣고 따라나섰다. 여자축구는 활기가 있다 "어머! 형제님(성당에서는 남성들에게 형제라는 호칭을 쓴다)이 응원해 주시러 나오셨네, 떡 좀 드세요."
2.운동장에서 |
▲ 강한 슈팅을 시도하는 캐나다의 윌킨슨. (피스퀸컵) |
아내에게 다음주부터 운동장에 나와 축구하라고 한다면?
1.그래, 나도 하고 싶었어 하고 반가워 한다.
2.당신 어디 아픈데 있어,자기나 잘해!
3.선수 모자라면 가끔 나갈 수는 있지 ㅎ ㅎ
4.축구하면 대신 집안 살림좀 할래?(절대 못하지 ㅋㅋ)
저의 성당에도 여자축구팀하나 만들어 봄이 어떠한지?
초대감독은 서로 하겠다고 하여 경쟁이 만만치 않을까하는 ...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보지 않겠느냐? 맞설 수 없겠으면, 그 임금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평화 협정을 청할 것이다.” |
(루카 복음 14장 25-33절)
진정한 그분의 군사로 거듭날 때 우리의 삶은 하늘을 비추는 별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