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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 당시 인상적이었던 건 중세를 그대로 보존한 듯한 거리뿐만이 아니었다. 도심인데도 굉장히 맑은 공기, 그리고 그 거리를 지나다니는 많은 자전거들과 라이더들의 미소.
누군가는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 자전거라고 했다. 자동차를 위해서는 잘 닦인 도로가 필요하지만 자전거를 위해서는 소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무엇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이며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것 역시 자전거의 장점이다.
자전거를 하나의 패션 소품처럼 즐기며 ‘스트라이더’를 타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인 자신의 자전거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스트라이더는 매력적인 삼각형 디자인이 도심의 공간들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접이식이어서 자전거에서 내려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출퇴근의 용도로도 편리하다.
소설가 김영하 역시 2002년 발간한 에세이집 '포스트잇'에서 이미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을 예찬한 바 있다. 교차로도 너무 많고, 사방이 교통 신호뿐이라 서울이 자전거를 타기에 어려운 도시일 것이라는 생각은 자전거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의 편견일 뿐이다.
“자동차의 눈으로 보면 서울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내부순환도로로 이루어진 도시이겠지만 자전거의 눈으로 보면 서울은 한강을 모태로 양재천, 탄천, 불광천, 중랑천으로 이어진 하천 도시다…… (중략) 자전거의 눈으로 보면 도시는 무표정한 콘크리트 괴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도시의 경사, 도시의 고도, 도시의 굴곡은 그대로 근육이 되어 육체 속에 새겨진다.” (김영하 산문집, '포스트잇' 중)
더운 여름, 집안의 습습한 공기에서 벗어나고 싶을 땐 자전거를 타고 한강 둔치를 잇는 도로들을 달리는 것을 추천한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과 자전거를 타고 가장 가까운 한강 둔치로 나가보자.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교들 밑을 자전거로 지날 때에야 항상 바쁘게 이동할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건너편 서울의 수많은 불빛과 웅웅 소리를 내는 것만 같은 한강의 출렁임, 그리고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한강 둔치를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 지난 한 주 간의 답답했던 마음들이 시원한 강바람에 모두 씻겨나가는 것 같은 상쾌함 속에 자전거 타기의 미학이 숨어 있다.
평균 20~30km/h의 자전거 속력을 견디지 못하는 성질 급한 라이더들을 위한 또 다른 이륜차도 있다. 그건 바로 스쿠터. 자장면 배달원, 퀵배달 아저씨 혹은 날라리 고등학생(?)의 전용 차량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스쿠터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편견이다.
스쿠터의 최대 장점은 연비. 1리터에 2000원에 달하는 데도 연비가 겨우 8-10km 밖에 나오지 않는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최고의 연비를 자랑하는 스쿠터의 경우 리터당 최대 40~50km의 연비를 자랑하기도 한다. 10,000원 가량 기름을 넣으면 서울 시내 출퇴근 2주 정도는 문제 없을 정도. 버스나 지하철을 애용하는 뚜벅이족들보다 교통비를 절감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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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헵번이 '로마의 휴일'에서 타고 나왔던 베스파를 필두로 혼다의 스쿠피, 야마하의 비노 등 클래식한 디자인의 스쿠터들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요즘은 거리에서 종종 미니스커트를 입고 스쿠터를 타는 여성 라이더들을 만나기도 한다. 50cc 스쿠터의 경우 최고 속도가 60km/h 정도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 빠르지 않아 서울 시내에서 주행하는 데 나쁘지 않다. 또한 125cc 이하의 오토바이는 일반 자동차 면허로도 운전이 가능해 약간의 훈련 후에 주행이 가능하다. 소형 차를 사는 것이 여러 모로 부담되고 출퇴근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경우 스쿠터 구입이 유리하다. 브랜드, 기종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100~200만원대에서 신형 스쿠터를 구입할 수 있다.
스쿠터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우리가 타고 다니던 차량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매연들을 내뿜는 비효율적인 운송 수단인지를 체감하게 된다. 그래서 종종 서울 시민 모두가 이륜차를 몬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하기도 한다. 만약 실현된다면 더 이상의 교통 체증도, 약속 시간에 늦고서 교통 체증을 핑계 대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스쿠터 역시 여름이 제철이다. 가벼운 티셔츠,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서 스쿠터를 타고 시원한 빙수를 먹으러 가는 휴일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가장 추천하는 주행 코스는 남산 순환 도로. 스쿠터를 타기에 적당한 이차선인 데다 함께 달리는 차량들의 속도도 적당해 안전한 편이다. 또한 스쿠터를 타고 남산에 올라 만날 수 있는 서울의 여름 밤 풍경은 언제나처럼 황홀할 것이다.
사륜차에서 내려 당신만의 이륜차에 오르자. 고유가 시대에 지혜롭게 살아남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