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대회는
그 신문사들의 치졸한 신문 기사 내용 때문에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주위에서 그래도 서울 시내를 한 번 뛰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꼬드기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 신청했습니다.
신청을 하면 뭐 합니까?
때마침 시작된 겨울 방학은 나에게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과 같은 호기였습니다.
학교 갈 부담이 없으니
아침 식사하며 반주로 소주 한 병, 점심에는 소주 한 병 반, 저녁에는 두 병....
두 달 이상 계속된 방학은 거의 무질서의 극치로
단 하루도 세상이 흔들리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이런 생활의 연속이니 동아마라톤 대비 연습이며 기록 목표는 뒷전.
신청은 했지만 부담되면 포기하면 된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3월 개학 이후에도 참 즐겁게 맛있게 풍요롭게 마셔댔습니다.
“인생 뭐 별거냐? 그냥 뭐 마시는거지”...라는 배짱으로.
그러다 마라톤 대회가 다가오니 은근히 걱정이 됩디다.
일주일 남기고 자제하면 완주는 하겠지하며 계속 마셧습니다.
드디어 대회가 있는 그 주 월요일...새벽 눈뜨고 다짐했죠. 이 주만 참자...
그러나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됩니까?
목요일까지는 매일 10여키로 뛰어주어야 한다기에
월요일 퇴근 후 10여킬로 달리려 나갔는데 5킬로 정도 뛰니
허기 때문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져
힘없이 돌아오는 길에 너무 허기져
슈퍼에서 막걸리 3병과 두부 한 모 사서
집에서 마시는 술은 이건 술이 아니라 꿀이였습니다.
화요일은 모임이라 어쩔 수 없이 또 마시고
수요일은 10킬로 달린 기분으로 또 마시고
취하면 대회 걱정은 스르르 사라지고
목요일은 마지막 7킬로 달린 기념으로 마시고
금요일은 참을까 했는데 소찬섭 회원 장모상으로 장례식장에서 부득이 마시고
그러다 보니 부족해서 2차로 마시고
그런데 다음날마저 마시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서울서 대학 다니는 아들 자취방으로 피신을 했습니다.
자취방에서 tv보며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서울 사는 내 친구놈이 전주에 전화하니
작은 아들이 마라톤 대회 때문에 서울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근처에 와서 전화를 하는데 어찌 거절합니까?
그래서 저녁 두시까지 마셨죠.
오늘 뛰는 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서울 사는 다른 친구놈이 전화가 옵니다.
" 너 마라톤 뛴다는데 경기장에 응원 나갈 터이니 만나서 점심이나 하자"고
또 마누라 아들놈들 다 내일 달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거 이제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 겨우 일어나니 6시 30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서울대입구역에서 2호선 전철을 타고
영등포 구청 역에서 내려 5호선으로 갈아타려 하는데
시간은 7시 40분...
여기서 광화문 역까지는 7 정거장
8시까지 도착은 거의 불가능...
아들들 마누라 한테 잘 뛰고 오라는 격려까지 받았고
경기장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지각으로 아예 뛰지도 못한다면 등등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광화문 역에서 내려 초스피드로 대회장에 뛰어가니
이미 엘리트 그룹은 출발.....
겨우 짐을 맡기고 맨 뒤에 서서 몸 풀 겨늘도 없이 뛰는데
속은 쓰리고 도착하기까지 허둥댄 산만함 때문에 몸 상태는 최악....
.
그러나 마라톤 뭐 별겁니까? 그냥 달리는거죠..
그러나 달리려해도 맨 마지막 E조라 워낙 사람이 많아
앞으로 나가려면 계속 걸리고 걸리니
마지막 조에서 뛰는 불편함은 참 컸습니다.
그러나 달렸습니다.
그러면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도대체 마라톤 하는 사람으로서 내 정체성이 무엇인가?'
'달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겨우 결승점에 들어서니 겨우 정신이 듭니다.
올해로 마라톤에 입문한지 10년 채인데
그동안 나의 마라톤 경력은 대회 전날까지
술을 마시지 않고 뛴 대회는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무질서, 무절제의 극치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은 영감을 준
마라톤이기에 마라톤 입문 10주년을 맞이해서
뭔가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속합니다.
오늘부터(3월 19일) 중앙마라톤 대회 날까지 술마시는거 절대 않하고
현재 72kg인 체중을 65kg로 감량하고
체계적인 연습을 해서 꼭 몇분 기록을 내겠다는 욕심보다는
최선을 다하려는 몸부림이라도 해야만
지난날 무절제하고 나태했던 잘못을 속죄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최종 기록은 3시간 38분 40초............
첫댓글 그런 상황에서도 완주 하셨다니 부럽고 존경스럽네요...
저도 가을엔 65kg 목표로 해봐야겠네요..
그래도 술은 조금씩???
형님은 정말 무쇠 심장에, 무쇠 위장, 무쇠 팔다리인가 봅니다. 세상으나 만상으나 상상할 수가 음네욤. 저는 꾀병이 나서 설사를 하고 아예 참가도 못혔는디... 앞으론 어렵고 힘든일이 생길 땐 항상 형님을 떠올리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와우~ 이진구 성님, 홧팅!!!
형님 의지라면 중마때까지 절주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런상황에서도 3시간대에 완주하셨군요 부럽습니다 진구형님 화이팅
힘내세요~~~!! 화이팅!
글을 읽다보니 저도 넋이빠졌습니다 대단하십니다 72--> 65
깜짝 놀랐습니다 글제목이 아랫글 저자 (김00 원장)들으라고 한줄알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김ㅇㅇ은 읽지마삼
아니 그렇게 드시고도 실력이 이정도니 지금부터 운동에 전념하시면 섭스리도 하시겠네요.
10년동안 마라톤으로 다져진 몸이라서 저런 기록이 나오는건지 ㅠㅠ
대단하십니다.
성님 몸이 무쇠입니다. 마음고생, 몸 고생 대단히 수고 하셨습니다. 빠른 회복 바랍니다.
술도 잘드시고 달리기도 잘하시고,....
대단한 말토너이그먼, 그런 와중에도 완주라니--- 계속 주님과 함께 해도 괜찮으이ㅎㅎㅎㅎㅎㅎ
대단한 기록입니다.저는 우리클럽의 OB선배님 보면서 항상 느끼고 삽니다. 저도 저 연세에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항상 즐달하세요^*^선배님 화이팅!!!
대단하십시다.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
술 드시고 그 정도라면...가을엔 섭쓰리 하시겠네요...선생님 의지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동마후 기록 이상하여 도핑테스트결과 발표합니다
<약물중독>판정, 약물내용- 알코오르 ..
대단하신 기록입니다~~
감사님다운 감사결과입니다..
전마클에 연구대상인물들이 어디 한두분인가요?
암튼 이진구샘~~
정말 대단하세요....
진구 형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술을 그렇게 드시고 풀코스를 빨리도 완주를 하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