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내용은? 지난 9월 11일,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 2천500원인 담뱃값을 4천500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인상 이유는 국민의 건강 증진이다. 4월에 국민의료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537억 원의 흡연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세계적으로 국민의 건강 수준이 복지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는 시점에서 개인이나 금연 관련 NGO 단체의 금연 운동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고 국가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금연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담뱃값 인상의 구체적인 방법은 담뱃세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현재 2천500원에 판매되는 금액 중에서 세금은 60% 정도인 1천550원인데 2천원이 오르면 75% 정도 세금이 붙어 총 3천318원의 세수가 걷히게 된다. 이전에는 없던 개별 소비세가 신설되었기 때문. 담뱃세는 간접세의 일종으로 빈부 차이에 상관없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누구나 자동적으로 내야만 하는 세금이라는 것이 논란의 불쏘시개가 되었다. |
편집부가 독자에게 ...
증세 논란 어떻게 보시나요? 답뱃값 인상으로 시작된 증세 논란이 뜨겁습니다. 담배 피우는 아빠와 가계부 걱정하는 엄마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지는 않았나요? 토론 논술 수업 전문가인 서울 동북고 강방식 선생님의 가이드로 자녀와 함께 교과서 연계 토론거리로 활용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미리 교과서를 살짝 들춰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_최원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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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글 강방식 교사(서울 동북고등학교) 윤리를 담당하며 2005년부터 EBS 강사로 활동 중이다. EBS가 뽑은 최고의 교사로 선정됐으며 동북고의 청문회식 토론법 개발을 비롯해 융합 수업, 통합 논술, NIE 수업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것을 연구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 | |
9월 11일 발표된 담뱃값 인상은 흡연가에게는 선전포고였고, 비흡연가에게는 더이상 마시고 싶지 않은 담배 연기를 덜 마셔도 된다는 희소식이었다. 논쟁의 시작은 담뱃값 인상이 과연 흡연율을 낮춰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켜줄 수 있느냐였다. 이어서 담뱃값 인상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국민들의 곳간을 비우는 증세 정책이 아니냐는 논쟁으로 바뀌었다. 담뱃값 인상 정책은 재미있게도 보수와 진보 정권 모두에게 뜨거운 감자가 됐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현재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담뱃값 인상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빈부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 고 했고, 새누리당이 당권을 잡은 지금은 참여정부의 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힘없는 서민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의도' 라며 비판하고 있다. 서로 본질은 잘 알고 있지만 일관된 주장을 펼치지 않고 정치학적 이해관계에서 접근할 뿐이다. '내가 하면 혁명이고, 네가 하면 쿠데타' 라는 식이다. |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쟁점 |
흡연율 낮춰 국민 건강 시대 개척! vs 서민 호주머니 터는 증세 정책! |
우리나라는 흡연 천국이다. 공장의 굴뚝 연기는 점점 사라지지만 거리마다 피어나는 담배 연기는 끊길 줄 모른다. 거리나 식당에서는 내돈 내지 않고도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담배 연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이제 담뱃값이 크게 오르면 이러한 담배 공화국, 담배 천국도 이별을 고해야 할 때가 왔으니 혐연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
담뱃값 인상은 건강을 볼모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술책이다. 담뱃세는 최고 부자부터 가장 가난한 사람까지 빈부 격차 없이 똑같이 내는 세금으로 인상분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경제적 타격이 심하게 나타난다.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지킬 수 없다면 우선 사회 양극화도 해소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영향이 적은 직접세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
국립암센터 신문 광고에 따르면 '미국은 7천 원, 캐나다는 9천700원, 한국은 2천500원' 이라며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싸다' 는 것을 알린다. 4천500원이 되면 담배 소비량은 34% 떨어지지만 세금이 증가하기에 총 수입은 2조8천억 원이 된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발표가 있었다. 공중보건학자들은 이 돈을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 증진을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면 국민의 건강 상태는 매우 양호해질 것이라고 두손 들어 가격 인상을 환영한다. |
담뱃세에 이어 주세도 올리겠다는 정부 당국자의 계획은 결국 담뱃 값 인상을 기점으로 교통비, 통신비 등 사회 전반적으로 서민들이 필수적으로 활동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담뱃값 인상은 0.62% 포인트 물가 상승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가뜩이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물가마저 오르면 청년 실업자, 기초생활수급자의 생활은 더욱더 힘들어져 희망 없는 복지 구호만 난무하게 될 것이다. |
담배는 즐겨 먹어야 할 식품이 아니라 4천700여 가지 유해 성분이 응축된 독극물이자 마약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미래의 건강 지표가 되고, 이는 결국 국가 생산성이나 분배 형평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이 담배를 더 많이 피워 병원 치료비도 더크게 지출되는 형편이다. 편의점에 예쁘게 진열된 담배들은 이제 가게 구석으로 옮겨져야 하고, 폐암 환자의 고통스런 모습 등 무시무시한 경고 사진을 담뱃갑에 크게 싣는 법률이 이번 기회에 함께 제정돼야 한다. |
담뱃값 인상 시 새로 추가될 세금 항목인 개별 소비세는 1970년대 후 반에 과소비를 막겠다며 만든 사치세의 사촌 격이다. 당시 부자들의 사치와 빈부 격차를 완화하는 역할은 했으나, 세금 내고 욕까지 먹는다는 비판을 받아 점점 사라진 세금의 유형이다. 술이나 담배에 물리는 세금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품에 물리는 세금으로 '죄악세' 라고 불리기도한다. 담뱃세 내고 담배 핀다며 욕까지 먹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의 흡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조치임에 틀림없다. |
Tip
기본편_ 교과서 여기!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정부 경제 활동' 중 '재정 수입과 지출' 편_ 이번 논란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연계해 생각해볼 수 있는 단원이다. 상대적으로 부자들이 많이 내는 직접세와 가난한 서민들을 포함한 전 국민이 내는 간접세로 구분해 각각의 비중이 변화할 때 소득 재분배 기능이 어떤지 알 필요가 있다. 삼성이나 현대, SK 같은 기업이 돈을 벌어서 내는 법인세, 재벌1세가 2세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내는 상속세 등의 직접세 비중을 높이면 빈부 격차가 줄어 든다. 자장면을 먹을 때나 우유를 살 때 붙는 부가가치세, 술을 살 때 붙는 주세 등의 간접세 비중을 높이면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사회구조가 된다.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질병과 진단' 편_ 우리 주위의 대표적인 발암 물질로 매연에 포함된 벤조피렌, 석면, 탄 음식과 함께 담배 연기의 타르가 사례로 열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담배는 분명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이는 국민의료보험의 재정을 악화하는 근본 요소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금연 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해준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 '세도정치와 농민 봉기' 편_ 정조가 갑작스럽게 죽은 후 60여 년 동안 유력 가문들에 의해 통치되던 세도정치 기간에 홍경래의 난이나 임술 농민 봉기가 일어난 것은 당시 국가 재정 수입의 기반을 이루던 삼정(전세, 군역, 환곡)의 문란이라고 밝히고 있다. 항상 국민의 저항은 세금 정책에서 만들어지는 법이다. 세금 정책을 바꿀 때는 국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끄는 조치가 필요하다.
심화편_ 좀더 생각해보기 기본권 제한, 어디까지? 헌법 제37조 제2항에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는 문구가 선명하다. 자세한 내용은 고등학교 <법과 정치> 교과서 '기본권의 제한과 한계'라는 단원에서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담뱃세 인상 논란을 약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보자. 담배는 건강상의 이유로 판매 금지를 당해본 적 없다. KT&G의 전신인 전매청은 국가가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개입해 담배 판매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건강의 이유로 개인이 담배를 자유롭고 편안하게 피울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세금 정책을 펼치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담배를 피우는 것을 규제하거나 마약 투여를 처벌하는 것은 고도비만이나 고혈압 등을 유발하는 햄버거를 먹는다고 처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아이들의 치아 건강을 해치는 과자와 사탕을 파는 슈퍼 아주머니도 처벌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흡연자들의 권리 위축은 공중 의료 수준을 높이는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인지, 논리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자유론> 자유와 관련된 논의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통하면 개인과 사회의 긴장 관계에서 개인의 권리가 어느 정도까지 존중받을 수 있는지, 자유와 권리의 토대 속에서 민주주의 가치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