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기능론
구조기능론(structural functionalism) 또는 기능주의 이론은 사회학의 기원에 그 뿌리를 두고 오늘날까지 사회학의 주류이론으로 간주되고 있다(Henslin, 1996:36). 콩트는 사회학의 창시자로 프랑스 혁명 이후 사회적 혼란상을 설명하면서 사회를 생물학적 유기체에 비유하고 사회를 구성하는 각 요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펜서(Herbert Spencer:1820-1903)는 이런 논리를 더욱 발전시켜 사회의 각 요소들은 하나의 구조를 형성하면서 제각기 사회의 발전을 위한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았다.
첫째,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과 전제에 있어 구조기능론에 의하면, 사회는 상호의존적인 부분들이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기능하는 하나의 체계로 간주된다(고영복, 1993:21). 그리고 사회체계는 마치 생물학적 유기체와 같아 체계 내외적으로 각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균형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의 각 제도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각 요소 또는 하위체계들이 제기능을 수행할 때 사회는 안정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구조기능론에 따르면 사회는 상호의존적인 부분들이 기능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체계로 본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제시된다.
둘째, 사회문제의 발생과 원인에 있어 구조기능론이 사회문제의 설명에 적극적으로 도입된 것은 머튼(Merton)의 연구결과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다. 머튼에 의하면, 사회문제는 어떤 사회적 조건이 사회라는 체계의 순탄한 작동을 파괴하고 사회의 각 부분들이 역기능(dysfunction)적 현상을 보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기능론에 의하면 사회문제의 원인을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체계의 기술적인 실패에서 찾는다. 여기서 사회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이 주관적으로 문제시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체계에 위협을 주는 특정한 사회적 조건의 객관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구조기능주의자들은 분명히 사회문제의 주요 원인을 사회적 차원에서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실제로 사회문제를 분석하는 방법을 보면 사회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문제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해체(social disorganization)이론과 일탈행위(deviant behavior)이론은 구조기능론적 시각에 근거하여 사회문제를 규명하는 구체적인 이론들로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의 차원에서는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시키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즉 이러한 이론들에 의하면 개인의 잘못된 사회화와 개인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사회문제는 야기되고 급기야 사회는 해체현상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어 구조기능론에 의하면, 원만하게 기능하는 사회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사회화시킬 수 있는 비교적 명확한 일련의 규범과 역할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개인은 사회적 규범에 따라 적절히 사회화되고 주어진 역할기대를 훌륭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부적절한 사회화 과정을 거치거나 주어진 사회적 규범에 벗어나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급기야는 사회의 순기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구조기능주의자들은 이와 같이 사회문제를 잘못된 사회화와 일탈행위를 하는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재사회화를 추구하거나 일탈자를 통제하는 것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회문제는 결국 치유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구조기능주의자들은 문제행위의 원천을 사회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개인과 가족의 병리현상과 일탈적 하위문화에 있다고 보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구조기능론은 사회변동을 설명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너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사회변동은 부분적인 사회구조의 변화에서부터 전체 사회체제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와 폭이 다르다. 구조기능론은 서구 민주적 자본주의 국가를 염두해 두고 이러한 사회체제, 그 자체는 모순이 없는 것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부각시킨다. 그러나 구조기능론은 제3세계에서의 혁명과 같은 급격한 사회변동을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사회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성에서 국가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면죄부를 주고 있으며 어떤 경우는 체제의 희생자인 빈곤계층과 소외계층에 대해서 희생자를 비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