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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15
씬 1 엄마의 거실, 전경(베란다에서 본), 밤.
영민(민이 안고), 미옥 서로 입 벌리고 비슷한 모양으로 코를 골며 서로에게 기대자고 있는,
그러다, 천천히 영민 쓰러지고, 미옥도 같이 쓰러져 자는.
씬 2 목포횟집전경.
장 씨 : (E) 야, 이 밤에 어딜 간다 그래, 임마?
씬 3 목포 회집 안.
엄 마 : (눈가 붉어진 채, 목도리를 하고, 가방에 벗어놓은 양말이며, 웃옷이며를 대충 챙겨 넣고 있는)
장 씨 : (속상하게, 엄마 보며) 오늘은 자고 낼 일찍이 올라가.
엄 마 : (짐만 챙기고, 일어나며) 갈래.
장 씨 : (일어나, 가방 뺏으며, 화난) 낼 가!
엄 마 : (속상해, 눈가 그렁해, 조금 큰소리로, 가방 다시 뺏으며) 갈 거야.
장 씨 : (답답하게 보며) 영자야.
엄 마 : (손등으로, 눈가 훔치며, 장씨 안보고) 나 오빠한테 이런 모습 보이는 거 싫어. 챙피해.
그러니까, 그냥 가게 냅둬.
장 씨 : 이 밤에 자식아, 어떻게 가냐?
엄 마 : (고집 피우는) 돈 들어도 우등고속 타고 갈 거야.
장 씨 : 정말 꼭 이러고 가야겠냐?
엄 마 : (여전히 눈가 훔치며) 어.
장 씨 : 예나 지금이나 참 고집 세다, 너두.
엄 마 : ...
장 씨 : (가방 들며) 그래, 가자, 가자, 가. 내가 언제 너한테 이긴 적 있냐, 가, 가. (하고, 신발 신는)
엄 마 : 오빠, 화났어?
장 씨 : (속상한) 그래, 화났다, 자식아. (하고, 나가는)
엄 마 : (눈치보며, 신발 신는)
씬 4 달리는 트럭 안.
장씨, 답답하게 앞만 보며, 가고.
엄마, 장씨 눈치 보다가 창가로 고개 돌리고 가는.
씬 5 콘도 주방.
미수, 지니, 제인 서로서로 도와가며 떡볶이를 만들고 과일들을 깎으며 간식 준비를 하고 있는,
그때, 재수 윗통 벗고 아래를 타월로 가리고 욕실에서 고개 내밀며 말하는,
재 수 : 다들 눈 감어, 나 나가게.
미 수 : (간식 준비하며) 너는 옷을 들고 들어가지, 왜 그냥 들어가.
제 인 : 야, 그러지 말고 누나들 심심하지 않게 스트립쇼 한번 해.
재 수 : 너 죽어.
지 니 : (두 손으로 제인의 눈 가리고, 자신도 감으며) 야, 우리 둘 다 눈감았으니까 빨리 들어가.
제 인 : (지니의 손 떼내려 하며) 야 좀 보자, 남자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구만.
재 수 : 니들 절대 눈뜨지마.
미 수 : 어서, 방에 들어가.
재 수 : (지니와 제인 눈치보며, 서둘러 인철의 방으로 들어가고)
미 수 : (지니에게) 들어갔다.
지 니 : (손놓고)
제 인 : 야, 기집애 간만에 눈 좀 호강시킬려고 그랬드니, 암튼 이건 내가 기분 좋아하는 꼴을 못봐, 아주.
지 니 : 보라 그러면, 보지도 못할 거면서 맨날 말로만. (하며, 일하는)
제 인 : (지니 툭툭 치며) 야, 솔직히 까놓고 말해봐, 너두 보고싶지, 그지, 그지, 그지?
미 수 : (그런 두 사람 보며, 웃고, 일하고)
씬 6 인철의 방안.
재수, 바지를 입다가 런닝을 갈아입으려 옷을 벗는 인철(목욕한)을 보며,
재 수 : (놀라운) 아씨, 형 몸 죽인다.
인 철 : (작게 웃고)
재 수 : (가슴을 쿡쿡 찔러보며) 와, 가슴이 돌이네, 돌.
인 철 : (웃음 띤 채, 옷 입으며) 너두 몸 좀 만들어야겠다. 너무 말랐어.
재 수 : 나두 몸 만들라고 막 먹는데, 도저히 안쪄.
인 철 : 마른 사람은 운동을 해야 찐다.
재 수 : 운동하면 살이 찐다고? 살이 빠지는 게 아니고?
인 철 : 뚱뚱한 사람은 빠지고, 마른 사람은 살찌는 게 운동이야.
재 수 : 형 알통 한번 잡아봐.
인 철 : 꼭 해야돼?
재 수 : 한번 보여줘봐봐.
인 철 : (마지못해, 알통을 보여주면)
재 수 : (혀로 입술을 핥으며) 야, 먹음직스럽다. 한 입만 물어보면 안될까?
인 철 : (웃으며) 나가자.
재 수 : (나가는 인철 보고, 제 몸 보며) 나두 한번 이두박근 삼두박근 만들어 볼까?
씬 7 콘도 거실.
간식 먹는,
제인, 인철에게 화투를 가르치고 있고,
미수, 인철이 귀엽고, 재수, 지니 인철이 답답한,
제 인 : (화투장을 들어 보이며) 이건 매조, 숫자로는 2예요.
이 매조랑 (화투장 보이며) 이 사 십 끝자리랑, 팔 십 끝자리가 있으면
그걸 바로 이름하여 고도리가 부르는거예요.
인 철 : (진지한) 그럼 이게 젤 높은 거야?
제 인 : 그게 아이고, 그냥 이걸 고도리라 부른다구요.
인 철 : 그럼 이거 보단 뭐가 높아?
제 인 : (짜증스런) 아씨, 이거 보다 높은 건 없고, 이걸 가지면 오점이 되는건데, 오점은 육점보다 낮죠.
인 철 : 고도린데 고도리가 육점보다 낮다구? 그럼 육점은 뭐니?
제 인 : (황당한) 아, 참 사람 말귀 못 알아먹네! (버럭) 육점이 뭐긴 뭐예요,육점이지!
인 철 : (미안한)
미 수 : 그만해.
재 수 : (짜증내는) 그래, 그래, 그만해, 그만해, 그거 갈치다 아주 날새겠다, 날새겠어.
형은 여지껏 고도리도 안배우고 뭐했어요? 아주 인생을 헛살았네, 그냥.
지 니 : 야, 고도리 좀 못 친다고 인생 헛산 거냐?
재 수 : (애교피듯) 그건 아닌가?
제 인 : (미수에게) 언니 나는 항복할래, 이 아저씨 언니가 맡어라.
미 수 : (인철에게) 그만 배우지.
인 철 : 야, 니네 집 식구들 만나면 맨날 이거하고 논다며, 내가 배워놔야지.
(제인에게) 제인아, 한번만 더 가르쳐 주라, 이번엔 잘 배울게.
재 수 : 그래, 한번만 더 갈쳐줘라, 제인. 불쌍한데. 그리고, 형이 그거 배우는 동안 난 지니랑
잠깐 데이트 좀 해두 되지? (하고, 옷 들고, 일어서며) 나가자, 지니.
지 니 : 야, 지금 어딜 나가, 추운데.
제 인 : (시큰둥하게) 재수가 뜨겁게 해주겠지, 나가라.
지 니 : (제인에게) 같이 나가자.
제 인 : 아, 난 싫어. 씻을 거야. (하고, 욕실 쪽으로 가는)
지 니 : 같이 가자, 제인아.
미 수 : 그냥 나가. 제인인 우리랑 있으면 되니까.
인 철 : 그래, 나가.
재 수 : (지니 팔 잡고) 나가자, 나가자.
지 니 : 알았어. (하고, 옷 들고 나가는)
재 수 : (가는 지니에게 목도리 해주며) 추우니까, 이거 잘 하고, 나가자, 지니야. (하며, 나가는)
인 철 : (나가는 두 사람 보고, 미수에게) 재수가 지닐 많이 좋아하는 거 같다.
미 수 : 그런 거 같애.
그때, 제인 나오며, 옷 입는,
미 수 : 씻는다며?
제 인 : 두 분이서 데이트하고 계세요. 바람 좀 쐬고 올게요. (하고, 나가는)
미 수 : (걱정스레 제인 보고)
씬 8 콘도 일각.
재수, 지니 가며 얘기하는.
재 수 : 야, 난 스키장 딱 두 번 와봤다. 넌 몇 번째야?
지 니 : 서너번 돼. 식구들끼리. 그땐 별로 였는데, 이번엔 재밌네.
재 수 : 그렇구나, 야, 근데, 우리가 자는 콘도 되게 비싼 거 같지?
지 니 : 그렇겠지.
재 수 : 호텔보다 비쌀까? 야, 참 근데 호텔은 얼마 줘야 자냐?
니네 집은 부자니까 그런데서 자봤을 거 아냐?
지 니 : 넌 뭘 그런 걸 자꾸 물어, 애기처럼.
재 수 : 그래, 나 애기다. 애기.. (눈을 집어 지니 뿌리고)
지 니 : 어, 너 나한테 그랬지. (하며, 눈 뿌리고)
그렇게 가는 두 사람 장난치고 즐거운데,
카메라, 한쪽으로 가면, 제인,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서운한.
제 인 : 아닌 척 할라고, 애를 쓰고 애를 써도 진짜 기분 눅눅하네. (하고, 돌아서서 가는)
씬 9 터미널 앞.
장씨의 트럭 와서 서고,
장씨, 가방 들고, 차에서 내리는,
엄마, 차에서 내리고,
장 씨 : (답답한) 한번만 더 묻자, 정말 갈래?
엄 마 : (미안한, 제 발끝만 보며) 어, 갈래.
장 씨 : (엄마 가만 보다가, 터미널로 들어가는)
엄 마 : (장씨 미안하게, 보고)
씬 10 터미널 승강장 + 차안, 차 밖.
엄마, 한쪽에 서있으면,
장씨, 가방 들고 표 사들고 와서 표를 엄마에게 주며,
장 씨 : 바로 차 있댄다.
엄 마 : (표 받으며, 눈치보며) 화 많이 났어?
장 씨 : (엄마 물끄러미 보다가, 크게 한숨쉬며) 나 화난 건 걱정이 되냐?
엄 마 : (눈치보며) 그럼.
장 씨 : (속상한) 영자야, 가지마. 니가.. 울고 이러고 가면... 내가 편하냐?
엄 마 : (미안한, 고개 떨군) 미안한데, 나는..챙피해. 그냥 가고 싶어.
장 씨 : 챙피할 것도 많다. 사람 사는 꼴이 다 그렇지, 뭐가 챙피해!
엄 마 : 그래두..나는 챙피해.
장 씨 : (크게 숨 몰아쉬고, 엄마 보며) 콩팥..주지 마라.
엄 마 : (고개 떨군) ...
장 씨 : 너 나한테 이날 이때껏 잘한 거 없다. 그러니까 이번만은 내말 들어.
안 그러면 내가 두칠이 찾아가 멱살잡일 할테니까...
엄 마 : (보며) 이제 가요.
그때, 차 오는,
사람들, 차로 가서 타고,
장 씨 : (차보고, 엄마 보며, 조금 조급한) 주지 마라.
엄 마 : (눈가 그렁해, 애써 웃으며) 마루에 구들이 깨졌는지, 방이 군데군데 차갑드라.
돈 들어도 공사해. 오빠 안 젊어, 이제. 병들어.
장 씨 : (눈가 붉어져) 그럴게. 니말 들을게. 그러니까 너두 내 말 들어라.
엄 마 : 오빠가 끓여준 매운탕 되게 맛있드라. 근데 양파 너무 넣드라.
그만 좀 빼, 들척지근해, 개운하지 않어.
장 씨 : (눈가 붉어져, 짐짓 담담하게) 그럴게.
엄 마 : 아참. (하며, 가방에서 영양제 하나 꺼내주며, 눈가 그렁한) 이걸 못 줬네.
장 씨 : (영양제 받으며, 맘이 짠해지는, 엄마 보면)
엄 마 : 이거..하루에 한 알씩 먹으래.
장 씨 : 또 ..와라, 기다릴게.
엄 마 : (눈가 그렁해, 맘 아픈) 기다리지마. 언제 올지도 모르는 사람 기다리다 속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알잖어. 기다리지마.
장 씨 : (눈가 그렁해, 애써 참으며) 장기 주지마. 너 그럼 나한테 혼나.
엄 마 : 가요. (하고, 차 타는)
장씨, 엄마 차에 올라 자리에 앉는 모습 보다가,
차창가로 가서 문 두드리는,
엄마, 보면,
장 씨 : (눈가 그렁해, 크게) 영자야, 장기 주지마! 그건 안된다, 어!
엄 마 : (눈가 그렁해, 서글프게 웃는)
장 씨 : 전화해! 힘들면 아무 때고 전화해! 어!
그때, 버스 움직이고,
장 씨 : (조급한) 영자야, 전화해! 니가 오라면 오빠 갈 거니까, 전화해, 꼭!
엄 마 : (고개 숙이고, 그냥 가는)
차 떠나고,
장씨, 눈가 그렁해 가는 차 보고.
씬 11 달리는 차안.
엄마, 눈가 그렁해 가방을 안고 넋 놓고 가는,
씬 12 달리는 트럭 안.
장씨, 눈가 그렁해 넋 나간 사람처럼 가는.
인써트 - 회상.
1, 썰매장에서 엄마와 즐겁게 놀던.
2, 재래시장에서 엄마 즐거워하던,
3, 제방에서 엄마 쓸쓸하게 걸어가던,
씬 13 휴게실.
버스, 서면, 엄마 내려서, 휴게실로 들어가는.
씬 14 휴게실 안.
엄마, 차를 사서 설탕을 넣고, 밖으로 나와, 한쪽 계단에 쭈그려 앉아 커피를 마시는,
쓸쓸하고 초라한 느낌이다.
씬 15 콘도 일각.
재수, 화난 얼굴로 서있고,
지니, 앞으로 가다가 돌아서서 재수 보며,
지 니 : 안가?
재 수 : (화난 얼굴로, 지니 보다가, 그 앞으로 걸어가서, 지니 보며)
그러니까 지금까지 한말 다시 정리 좀 해보자.
지 니 : (걱정스런) 재수야.
재 수 : (큰소리로) 니 말은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이 아니라서 애인으로 안 되겠다는 거 아냐!
지 니 : 친구랑 애인이랑 뭐가 다른데? 보면 보는 거지, 왜 꼭 애인이어야 하는데?!
재 수 : 친구랑 뽀뽀하고 안을 수 있냐!
지 니 : 넌 나 입맞출려고, 안을려고 만나니?
재 수 :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마! 야, 남자가 입도 안 맞출 여자랑 왜 사귀니?!
지 니 : (답답한, 조금 화난) 소리 지르지마, 난 울아빠가 뻑하면 소리 질러서
소리지르는 거 딱 질색인 사람이야.
재 수 : 야, 너 웃기다. 아깐 니네 엄마 아빠 때문이라도 잘 나가는 남자 만나겠다고 그러드니,
이젠 또 뭐? 아빠 같아서 싫어?
지 니 : ....너두 대학 가, 그러면 애인 해줄게.
재 수 : 얘 골 때리네, 사랑하자니까, 장사꾼처럼 흥정하자네, 얘가. 허! (하고, 기가 찬 웃음짓고, 가는)
지 니 : (가는 재수 답답하게 보는)
씬 16 콘도 안, 거실.
제인, 소파에서 이불 덮고 만화책 보고 있는데,
재수, 들어와 소파에 놓인 이불 들고,
재 수 : 난 오늘 형방에서 잘 거야. (하고, 인철의 방으로 들어가고)
제 인 : (멍하게 재수 쪽 보고)
미수, 방에서 나와,
미 수 : (제인에게) 재수 들어왔니?
제 인 : 네.
그때, 지니 들어와 소파에 누워 이불 뒤집어쓰는.
제 인 : 데이트한다고 나가서는 또 지랄들만 했구만. (하고, 인철의 방으로 들어가는)
미 수 : (걱정스레 지니 보고)
씬 17 인철의 방안.
인철, 걱정스레 재수보고,
재수, 씩씩대고,
제인, 들어와서 한쪽에 앉는,
제 인 : 뭔 일이야?
그때, 미수 문 열고,
미 수 : 인철씨, 나와.
인 철 : ?
재 수 : 미안해, 형, 자리 좀 비켜 줘.
인 철 : 어, 그래, 그래. (하고, 나가는)
미 수 : (재수 보며) 낼 일찍 떠나야 하니까, 대충 얘기하고, 자. (하고, 나가는)
재 수 : (제인 보고, 어이없다는 듯) 지니가 나 대학생 아니라고, 애인 안되겠댄다, 말 되냐?
제 인 : 왜 말이 안되냐?
재 수 : 뭐?
제 인 : 너도 솔직히 말해봐, 지니가 대학 다니까 좋아하는 거잖어.
재 수 : 웃기지 말어, 기집애야. 난 걔 대학 안다녀도 좋아.
제 인 : 그래, 안다녀도 좋겠지, 하지만 다니니까, 더 좋잖어, 아니야? 하늘에 맹세코 아니야?
재 수 : (화나지만, 인정하는) 그건....
제 인 : 그건?
재 수 : 그래.
제 인 : 이제야 인정을 하네.
재 수 : 이제 나 어떡하냐?
제 인 : 공부해라.
재 수 : 난 공부하기 싫은데.
제 인 : 그럼 헤어지고 나 만나든가.
재 수 : 너 또 시작이냐?
제 인 : 알았어, 알았어, 자식아. 그럼... 너 돈 많이 벌 자신은 있냐?
재 수 : 기집애야, 그건 당연히 있지. 나는 여자 앞에서 폼 잡는 게 사는 낙이야.
근데 못배우고 돈까지 못 벌면 여자 앞에서 폼 잡고 살겠냐? 난 우리형 범인만 클럽에서 잡으면,
제 인 : 범인이라니? 아, 꽃사슴형이 한번 말하드라.
니네 형이 뭐 친구랑 어쩌구, 저쩌구 해서 사고났다구.
재 수 : 어쨌든 그 범인만 잡으면 난 당장이라도 삐끼질 관두고, 청소부든 막노동이든
닥치는 대로 일해서 돈 벌 거야, 그 다음은 장사할거구. 너 나 뻐꾸기 좋은 거 알지?
내가 맘먹고 장사하면, 나 장사 잘할 수 있다. 난 공부 안하고도 자기 재능만 있음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냐?
제 인 : 맞어.
재 수 : 왜 꼭 모두 다 공불해야 되는 건데? 내 친구들 중에서 대학 간 애들 있는데, 그 애들 중 절반은
할 일이 없어서 대학간 애들 많다. 야, 그게 뭐냐?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안 그래?
제 인 : 지금 나한테 한 얘길 지니한테도 잘해봐. 그럼 지니두 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어.
니가 쌩날라리만은 아니구나, 그렇게.
재 수 : (좋아서) 그럴까?
제 인 : 그래, 자식아.
재 수 : 지금 말할까?
제 인 : 아우, 좋아하긴 (재수, 머리를 탁탁 치며) 낼 말해, 낼, 낼!
재 수 : 아퍼, 기집애야!
제 인 : 이렇게 때리면서 꿈에 사무치는 터치 한번 했다, 자식아. 좀 봐주면 안 되냐? (하고, 나가는)
재 수 : 고맙다, 금남아! (하고, 침대에 누워, 큰소리로) 형, 와! 누나랑 그만 붙어있고!
씬 18 미수의 방안.
미수, 침대에 누워 책 읽고,
인철, 바닥에서 책 읽는.
재 수 : (E) 형 오라니까! 형 설마 우리누나랑 찐하게 있는 건 아니지!
인 철 : (큰소리로) 책 좀 읽다 갈게!
재 수 : (E) 책은 무슨 ..빨리 와!
미 수 : (웃으며) 아우, 말 많은 영감같이, 왜 저래, 쟨.
인 철 : (미수 보며) 가기 싫은데..
미 수 : 어서, 가, 쟤 뛰어와 소리쳐.
인 철 : (일어나, 미수의 볼을 톡톡 쳐주며) 잘 자라. (하고, 나가는)
미 수 : (인철 나가는 것 보다가, 보던 책 덮고, 불 끄는)
씬 19 엄마의 집 앞, 새벽.
엄마, 가방 들고 넋 나간 사람처럼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가는.
씬 20 엄마의 집, 엘리베이터 앞 + 대문 앞.
엄마,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 쪽으로 가서 열쇠로 문여는.
씬 21 엄마의 거실.
엄마, 무심히 들어오다가 순간 멈칫하는.
비디오 파란 화면 켜져 있고,
마루에 영민, 미옥, 민이 널브러져 자고 있는.
엄마, 이상한, 그러다 조심스레 텔레비전 끄고, 방으로 들어가서
얇은 모포 두어개 가져와 영민과 미옥을 덮어주고, 민이는 안고 방으로 들어가는.
씬 22 엄마의 방안.
엄마, 민이를 눕히고, 옷 갈아입다가 전화기 보고, 전화하는.
신호음 가다가, 전화 받는,
아버지 : (E, 졸린) 여보세요.
엄 마 : 나예요.
씬 23 아버지의 마루.
잠옷차림으로 방에서 마루로 나와 전화 받는,
아버지 : (속상한) 그래, 장씨 만나니.. 재밌냐?
엄 마 : (E, 기운 없는) 네.
아버지 : (한숨쉬고) 재건엄마 일은 ..내가 미안,
엄 마 : (E) 나 수술 받을게요.
아버지 : ?
씬 24 엄마의 방안.
엄 마 : 병원에 예약해놔요. 그래서 시간 잡히면 알려줘. 내 맘 변할지도 모르니까, 하루라도 서둘러요.
씬 25 아버지의 마루.
아버지 : (맘 아픈) ...어디냐?
씬 26 엄마의 방안.
엄 마 : 집..나 밤 버스 타서 와서 졸리거든. 전화 끊을게요.
(하고, 끊고, 옷 벗으려다가 말고, 그냥 민이 옆에 누워, 민이 얼굴 만지다, 눈감는)
씬 27 아버지의 마루.
아버지, 답답한,
씬 28 엄마의 집 앞.
영민(입가에 침 자국까지 있는), 당황한 얼굴로 신발을 들고, 웃웃 들고 나오고,
미옥도 당황한 얼굴로 나오는, 둘 다 머리가 산발이다.
영 민 : 아, 어머니가 대체 언제 오신 거지.
미 옥 : 그러게요.
영 민 : 어떡해요, 미옥씨, 아씨, 내가 왜 잠이 들어 갖고,
미 옥 : 그러게 왜 잠이 들었어요?
영 민 : 그러게요, 아, 어머니가 우리 같이 자는 거 보고 노여워하심 큰일인데, 진짜로..
나 점수 잃었으면 어떡해요, 미옥씨?
미 옥 : 그러게, 비디오는 왜 보재요!
영 민 : 미옥씨가 보쟀는데요.. 그건.
미 옥 : 그랬나? 암튼, 지금 영민 씨 점수 잃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무슨 낯으로 엄말 보나가 문제예요, 아, 미치겠네, 진짜!
영 민 : 어떡해요.
미 옥 : (주변 둘러보며) 신이나 신으세요. 동네 사람들 보기 전에.
영 민 : 아참.. (하고, 신발 신는)
미 옥 : 입에 침 자국 좀 지우고 가세요. 지렁이 물고 있는 거처럼 흉하네.
영 민 : (반대쪽을 손으로 문지르며) 됐어요?
미 옥 : 손 내려요. (하고, 제 손으로 해주다가, 안되면) 찐하게도 묻었네.
(하고, 손가락에 침 발라 지워주는)
영 민 : (수줍은) 고마워요.
미 옥 : 이제 가요. 어서.
영 민 : 전화할게요. (하고, 가며 옷 입고)
미 옥 : (가는 영민 보고, 주변 둘러보고, 들어가려는데)
씬 29 엄마의 거실.
엄마(옷 갈아입은), 걸레질하고 있고,
미옥, 들어오다 엄마보고 놀라는,
미 옥 : 엄마 안 잤어?
엄 마 : (걸레질만 하며) 깼어.
미 옥 : (괜히 머리 긁으며) 언제 왔어?
엄 마 : 두어시간 됐나.
미 옥 : 밥 차릴까?
엄 마 : (걸레질만 하며) 국 올려놨어, 밥만 퍼.
미 옥 : (눈치 보며) 네. (하고, 주방으로 가고)
엄 마 : (방만 닦고)
시간경과.
미옥, 밥을 퍼 입에 넣으며, 엄마 눈치보는,
엄마, 덤덤하게 밥을 먹는,
미 옥 : (눈치보며) 민이는 잠을 오래 자네, 깨울까?
엄 마 : (안보고, 밥만 먹으며) 놔둬. 더 자게. 노는 날인데.
미 옥 : (어렵게) 엄마.
엄 마 : (보면) ?
미 옥 : (눈치보며, 어렵게 말 꺼내는) 여, 영민씨가 여기서 잔 거..계획적인건 아니구, 엄마가 없으니까
집이 텅 빈 것 같아 가지고 내가 쓸쓸하드라구, 근데 나는 그걸 영민씨가 모를 줄 알았거든,
근데 알드라. 그래 갖고, 같이 있어준다구..
엄 마 : (물끄러미 보기만 하는)
미 옥 : 나는 싫댔는데, 영민씨가 고집이 의외로 쌔드라구, 그래가지고,
엄 마 : 교수님 집에선 뭐란대?
미 옥 : 나 반대하는 거?
엄 마 : 어.
미 옥 : 그냥 그런가봐, 근데 영민씨가 시간을 두고 해결 해 보자드라. 내 생각도 그렇고..
자식한테 이기는 부모 없다는데 시간 가면 괜찮겠지, 긍정적으로 생각 할라고,
사실 영민씨가 괜찮잖어. 내가 어디 가서 그런 사람을 만나겠어.
글세 어제두 내가 일하고 왔는데, 집을 다치우고, 밥까지 해 놨드라구. 나 감동 먹었잖어.
엄 마 : (덤덤하게) 그래두 조심해.
미 옥 : ?!
엄 마 : (밥 먹으며) 민이 보는 데선 너무 붙어있지 말어.
미 옥 : 붙어있긴.. 그리고 민이가 어린데 뭘 알까?
엄 마 : 너두 서너 살 때 일까지 다 기억하면서, 민이는 안그럴까봐.
미 옥 : (눈치보며) 그러네.. 조심할게요.
엄 마 : (밥 먹으며) 민이가 너처럼 이해심이 많게 커야할텐데.. 지 커서두 엄마두 남자 좋아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구만.
미 옥 : 맞어, 민이가 나 닮으면 이해심이 많을 텐데, 난 엄마 정말 이해심은 많어, 그지?
엄 마 : (물끄러미, 보면)
미 옥 : (잘난척하듯, 애교 피며) 난 진짜 뭐든 이해가 가, 특히 엄마 문젠. 사실 이번에두 엄마가
장씨 아저씨 만나러 목포간 거, 솔직히 엄마가 어떻게 남자 혼자 있는 곳엘.. 그럴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러지 않고, 아, 그럴 수 있다, 그렇게 확 이해가 가드라.
그리고 내가 재수랑 미수한테도 말안했다, 걔들은 나만큼 이해심 없잖어. 안그래?
엄 마 : (작게 웃으며) 알았어, 엄마두 재수랑 미수한텐 니일 말 안할게.
미 옥 : 말하면 배신이지, 큰누나, 큰언니로서 체면이 있는데.
엄 마 : (작게 웃고, 밥 먹는)
미 옥 : (눈치 보며, 떠보듯) 근데 엄마 진짜 목포 왜 갔어?
엄 마 : 갱년기 때 여자들 그런다잖어. 싱숭생숭. 나도 그랬나봐.
미 옥 : 큰일이네. 갱년기 그게 오면, 온몸이 아프다든데.
엄 마 : ...
미 옥 : 근데 엄마 장씨 아저씨 만나서 뭐했어? 설마 이번에도 차만 마시고 온 건 아니지?
엄 마 : (밥 먹으며, 덤덤하게) 엄마가 아저씨랑 차만 안마시고 찐하게 뭔 일 저지르고 왔음 좋겠어.
미 옥 : ?!
엄 마 : (밥만 먹으며, 덤덤하게) 걱정말어, 하라고 하라고 멍석 깔아줘두 암짓도 못하는게, 니 엄마잖어.
미 옥 : (서글프게 웃으며) 바보..
엄 마 : (밥 먹는)
미 옥 : 어쨌든 엄마 오니까, 되게 좋다. 나 사실 엄마 집에 없는 동안, 좀 그랬거든.
에이, 이럼 안 되는데, 엄마한테 부담되게. 안 그럴게. (하고, 밥 먹는)
엄 마 : (밥만 먹는, 마음이 자꾸 무겁다) ...
씬 30 마트 밖.
고모, 미옥의 손을 끌고 나오는,
미 옥 : 왜 그래, 장사하는 사람을 이렇게 끌고!
고 모 : 잠깐만 얘기 좀 해. 잠깐이면 돼. (하고, 벤치로 가서 앉으며) 앉어.
미 옥 : (앉고) 뭔데, 할 얘기가?
고 모 : 니 엄마 기분 어떻디?
미 옥 : 괜찮든데.
고 모 : 괜찮어?
미 옥 : 어. 궁금하면 가서 봐. 집에 계실텐데.
고 모 : 얼굴은 봤어, 우리 집에 어머니 보신다고 왔드라구.
미 옥 : 그럼 됐네, 근데 뭐가 또 궁금해.
고 모 : (미옥 보는, 말할까 말까하는, 조심스런) ...
미 옥 : 눈으로 말하지마, 고모랑 나랑 뭐 연애하냐? 눈으로 말하게.
고 모 : (보기만 하는)
미 옥 : 장씨 아저씨랑 뭔 일 있었을까봐?
고 모 : ...
미 옥 : 아이고, 아무 일도 없었대. 엄마가 엄마 입으로 그러드라,
자긴 이부자리 깔아줘두 뭔 짓 못할 사람이라구. 그런데 고모 참 사람 맘이 간사하드라.
고 모 : ...
미 옥 : 나는 엄마가 늘 재가했음 좋겠단 생각, 하고 살았거든. 근데, 엄마가 막상 목포 내려가든 날,
왜 그렇게 성질이나. 막 장씨 아저씨한테 엄말 뺏긴 것 같고, 어떻게 울엄마 남잘 만나러
거길 갔나 싶은 게..서운한 맘이 이는데..참, 그렇드라, 기분이. 자식 마음이란 게 이렇게
간사하나 싶고... (고모 보며) 다른 딸들은 안그럴거야, 나처럼 못된년이나 그렇지, 그지?
고 모 : (일어나며, 답답한) 나 갈란다.
미 옥 : (일어나며) 엄마한테 목포간 거 뭐라 그러지마. 아무래도 갱년길 심하게 앓으시는 거 같애.
월경도 오락가락 하시더라구, 요즘에.
고 모 : 벌써?
미 옥 : 그러시드라구. 다리도 아파하시는 게..늙나봐, 울엄마.
고 모 : 갈게. (하고, 가고)
미 옥 : (가는 고모 보다, 마트로 들어가는)
씬 31 동네 거리.
고모, 생각 많은 얼굴로 시무룩하게 걸어가며,
고 모 : 에이..언니 얼굴을 내가 무슨 낯으로 보냐...속상해, 정말..웬수같은 오빠.
(하다가, 약국보고, 그냥 스쳐가다가 고개 돌려 다시 약국보고, 그리고 들어가는)
씬 32 할머니의 방안.
고모, 할머니와 약병을 가지고 실랑이하고,
엄마, 한쪽에서 할머니 기저귀를 개는,
할머니 : (뺏으려 하며) 이거 나주라, 나도 먹고 싶어.
고 모 : (안 뺏기려 하며) 이거 어머니 먹는 거 아냐, 언니 줄 거야.
할머니 : 싫어, 나 줘.
고 모 : 에우. (하고, 확 뺏어서 뒤로 감추며) 못줘!
할머니 : (서운하게 보면)
고 모 : 어머닌 제발 뭐든 그만 좀 먹어. 하두 뭘 먹어 가지고 똥도 대바가 지로 싸면서, 이건 언니 꺼야.
할머니 : (엄마에게) 야, 니가 쟤보고 저거 나주라, 그래, 어?
엄 마 : (기저귀만 개며) 그게 뭔진 몰라도 할머니 줘요, 고모.
고 모 : 이거 갱년기 여성 치료제란 말이야, 근데 이걸 어떻게 어머닐 줘.
어머닌 갱년기가 아니라, 노년기구만.
엄 마 : (보며) ?
고 모 : (속상한) 내가 큰 맘 먹고 언니 줄라고, 비싼 거 샀단 말이야.
할머니 : 나두 갱년긴데, 씨. (하고, 기저귀 찢는)
엄 마 : 그걸 왜 찢어.
고 모 : 놔둬, 언니. 잠깐 동안이라도 그거 가지고 노시게. (하고, 엄마 손에 쥐어주며) 이거 받어.
엄 마 : (받으며) 안 먹어두 되는데.
고 모 : 언니..그리고..오빠가 한말, 잊어요, 어?
엄 마 : ...
고 모 : 미쳤다구 생각해, 그냥. 그 인간이 제정신이 아냐. 어, 언니. 그러니까 맘에 담아두지 말고, 잊어.
엄 마 : ...(서글프게 웃으며, 농담조로) 이 약이 뇌물이네, 그거 잊으라고, 주는 거면.
고 모 : (눈치보고, 웃는) 그지, 뇌물이지.
엄 마 : 알았어요, 뇌물 잘 먹을게. 그러니 걱정 말고, 가게 봐요.
고 모 : (고마운) 언니가 웃으니까 아우, 내 맘이 다 편하네. 됐다, 이제.
(애교피는) 그리고 언니 우리 언제 멀리멀리 제주도 같은 데로 놀러가자, 어?
내가 언니 한번 호강시켜줄게, 어?
엄 마 : 네.
고 모 : 그럼 나 가게 볼게. (하고, 나가는)
엄 마 : (나가는 고모 보고, 약을 할머니 주며) 이거 할머니 드셔.
할머니 : ?
엄 마 : 난 수술 받아야 돼서 약 먹음 안될 거야, 그러니까, 할머니 드셔.
할머니 : 너 왜 수술 받어?
엄 마 : (맘 아픈, 애써 웃으며) 그게 배 한번 가를 일이 생겼네. (하며, 할머니 머리 만지며)
할머니 : (멀뚱히 엄마 보며, 약병을 뜯어, 약 한 알 먹는)
엄 마 : (막막하고, 서글픈) ...
씬 33 가게 안.
고모, 물건 계산하고, 손님 보며,
고 모 : 만이천원.
손 님 : (돈주고) 많이 팔어. (하고, 가고)
고 모 : (금고에 돈 넣는)
그때, 고모부 물건 가지고 들어오며,
고모부 : 아침내 입이 부어 있드니, 팔팔하네?
고 모 : (웃고) 왜 맘에 안들어?
고모부 : 처남댁이 엄마 봐주러오니까, 신나냐?
고 모 : 어.
고모부 : 넌 가만 보면, 처남댁을 올케가 아니라, 꼭 엄마처럼 아는 거 같드라.
고 모 : 엄마나 다름없지 뭐. 언니가 나 다섯 살 때 우리 집에 시집와서 나다 키웠는데.
고모부 : 하긴, 장인장모는 그때 일하느라 너 키울 새 없었겠다.
고 모 : 진짜 난 언니가 나 키운 거야. 업어주고, 놀아주고, 사실 그때 언니 나이두 열여덟이면 앤데,
애가 애를 키웠으니. (어이없다는 듯, 웃는)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지, 정말.
고모부 : (웃으며) 내가 상상을 해봐두 웃기다. 애가 애를 업고,
그때들은 왜 그리 시집을 일찍들 갔는지, 참.
고 모 : 언니네 집이 어려워서 입하나 줄일라고 빨리 시집 보낸 거래드라. 우리집이 괜찮은 줄 알고.
근데 웃긴 건 우리집도 별로였단 거지. 삼시세때 풀대죽도 못먹었으니까.
그때 못먹어서 내 키가 이렇게 안 큰거잖어. (하고, 빵 먹는)
고모부 : 에고, 불쌍한 우리 마누라, 여기 있는 거 전부 먹고, 키 커라.
고 모 : 그래서 이뻐져서 남자들이 나 좋다고 막 치근대면 어떡해.
고모부 : (웃는) 참 기가 막히다, 내가. 어떻게 저 따위 말을 뻔뻔스레 잘할까?
고 모 : 귀엽지?
고모부 : 그래. (하고, 일하는)
고 모 : (기분 좋게, 장부 보는)
씬 34 병원 밖.
아버지, 걸어나와 벤치로 가서 앉아, 전화하는. 신호음 가는.
씬 35 할머니의 방안.
할머니, 머리 자르다만, 엄마 가위 들고 핸드폰하는.
엄 마 : (덤덤한) 낼 요?...어, 수술 아니고, 검사... 알았어요....갈게.
아버지 : (E, 어렵게) 애들한텐..뭐라고 말할거냐?
엄 마 : 글세..
씬 36 병원 밖.
아버지 : (어렵게) ...내가 원망 듣는 건 괜찮은데..
애들이 알면 검사고 수술이고 하지도 못하고 난리날텐데..
엄 마 : (E) 내가 한번 둘러쳐볼게요, 어떻게든.
아버지 : 내가...너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입이 안 떨어진다.
엄 마 : (E) 끊어요. (하고, 전화 끊는)
아버지 : (전화 내려놓고, 답답한) ...
씬 37 할머니의 방안.
엄마, 할머니의 머리 자르면서, 담담한,
엄 마 : 할머니, 내가 수술하면 족히 한 달은 못 볼 거니까, 머리 짧게 자르자, 어, 짧게.
할머니 : 나 너 못 보는 거 싫어.
엄 마 : 빨리 일어날게요. 내가 건강하니까, 오래 자리보존은 안할 거네. (하고, 머리 자르는)
씬 38 달리는 인철의 차, 전경, 밤.
씬 39 달리는 인철의 차안.
인철, 미수, 재수, 지니, 제인 타고 있는,
미 수 : 너희들 어디서 내리면 되니?
인 철 : 각자 집까지 가, 데려다 줄게.
미 수 : (인철에게) 피곤해서 안돼, (뒷좌석에 대고) 어디서 내릴 거야?
재 수 : 그래, 형, 근처 아무데서나 내려 줘. 더 놀다가게.
인 철 : 지니씨랑 제인씨는?
재 수 : 같이 놀 거야.
제 인 : 야, 우리 동네 지나쳐간다.
지 니 : 오빠 여기 세워주세요.
인 철 : 알았어.
씬 40 거리.
인철의 차 세워지고,
지니, 재수, 제인 내리고,
미수, 차 창문 열고,
미 수 : 또 보자.
지니, 제인 : 네, 언니.
재 수 : 집에 언제 와?
미 수 : 낼 일 끝나고 갈게. 그리고 너두 적당히 놀고 들어가. 엄마 기다려.
재 수 : 어, (인철에게) 형 잘 놀았어.
인 철 : 그래, 또 봐.
재 수 : 어.
인철의 차 출발하고,
제 인 : (재수 보며) 난 피씨방 갈 거니까, 니들은 니들끼리 놀아라.
지 니 : 제인아, 같이 놀자.
제 인 : (돌아보며) 넌 나랑 뭐든 꼭 같이 할라 그러드라. 이상한 버릇이야. (하고, 가는)
지 니 : (서운하게, 제인 보면)
재 수 : (지니의 어깨 툭툭치는)
지 니 : (보면) ?
재 수 : (진지하게) 따라와. (하고, 가는)
씬 41 카페 안.
지니, 재수 앉아있는,
재 수 : (빤히 지니를 보는)
지 니 : (차 마시고, 재수 보며) 할말 있음 해.
재 수 : 난 공부 안해.
지 니 : 제인이한테 들었어, 넌 공부 취미 없단 말.
재 수 : (눈을 빤히 보며) 대신 성공할게. 애인하자.
지 니 : 공부하면 애인해줄게.
재 수 : 니가 공부 때려 쳐. 그럼 되잖어.
지 니 : 그게 말이 되니?
재 수 : 너 돈 없고 공부 못한 사람 무시하지?
지 니 : 안 그래.
재 수 : 무시하지 않는데, 왜 날 더러 공불하래!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나는 나하고 싶은 거 하고,
그래야 공평한 거 아니냐?
지 니 : 너 날 사랑한단 말, 거짓말이지?
재 수 : (화난) 뭐?
지 니 : 날 사랑한다면서 왜 내가 원하는 걸 못해주니?
재 수 : 내가 니 맘대로 움직여야 사랑하는 게 증명이 되냐? 그래?
지 니 : ...
재 수 : 난 사랑은 그런 거 아니라고 생각해, 각자가 편한 걸 하게 해주는게 사랑이지,
지 맘대로만 하는 게 뭐가 사랑이냐? 너 니네 엄마 닮았지?
지 니 : (화난, 보면)
재 수 : 너 전번에 니네 엄마한테 전화할 때 그러드라? 엄만 왜 꼭 엄마 맘대로 모든 걸 할라 그러냐구?
지 니 : (착잡한, 보면)
재 수 : (눈만 뚫어지게 보며) 내가 이겼지?
지 니 : (한숨쉬고, 두 손 얼굴로 가리고, 다시 재수 보며) 나 유학 가고 싶어.
재 수 : 가.
지 니 : 남자친구랑 같이 가고 싶어. 맘이 멀어지면, 몸도 멀어진다는데.
떨어져 있다가 맘 변하면 어떡해.
재 수 : (자신 있게) 유학을 뭐 백년 가냐, 이백년을 가냐. 고작 2, 3년일텐데..
그거 못 기다리고 맘 변하면, 그거 사랑 아니지.
지 니 : (가만 보다가, 어이없이 웃으며) 말은 참 잘해.
재 수 : 멋있지?
지 니 : (웃고) 그래. (하고, 차 마시며) 이제 눈에 힘 풀어, 아프겠다. 내가 졌어. 사귀자.
재 수 : 진작 그렇게 나오지. 아씨, 눈알 빠지는 줄 알았네. (하고, 웃으며, 눈 문지르는)
지 니 : 나 너 좋아해.
재 수 : 알어. 그때 너랑 뽀뽀했을 때 느낌이 있었어, 나두. 싫다 그러면서두 입술을 쭉 내밀던데 뭐.
지 니 : (눈 흘기고)
재 수 : (윙크하고)
지 니 : (차분하게) 그리고 제인인,
재 수 : 잘할게. 친구잖어.
지 니 : 참 니 형 얘기 제인이한테 들었는데,
재 수 : 그 말은 하지 말자.
지 니 : 너한테 그런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몰랐어. 하두 밝아서.
재 수 : (씁쓸하게 웃으며, 커피 마시는)
씬 42 인철의 집 앞.
인철의 차 오고,
씬 43 인철의 차안.
인 철 : 너희 집에 가지.
미 수 : 자기 힘들잖어.
인 철 : ?
미 수 : (안전벨트 푸르고) 왜?
인 철 : 자기란 말 처음 들어본다.
미 수 : 처음이 왜 그렇게 많어.
인 철 : 세상 헛살았지?
미 수 : 지금부터 제대로 살면 되지, 뭐. 내려. (하고, 차에서 내리는)
씬 44 집 앞.
인철, 미수 내리는데,
그때, 민우의 목소리 들리는.
민 우 : 인철아.
그 소리에 미수, 인철 소리 난 쪽 보면,
민우(허름한 복장으로), 서 있는,
인 철 : (굳는)
미 수 : (민우 이상하게 보고, 인철 보면)
인 철 : (민우에게) 잠깐만. (하고, 미수에게) 집에 들어가 있어. (하고, 키 주는)
미 수 : (이상한) 누구야?
인 철 : 친구. 들어가 있어.
미 수 : (잠시 인철 보다가, 민우에게 어색하게 목례하는)
민 우 : (어색하게 인사하고)
미 수 : (인철에게) 들어갈게. (하고, 가는)
인 철 : (가는 미수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보고 민우 보는)
민 우 : 미안하다, 집까지 와서.
인 철 : 아냐, 까페 갈까?
민 우 : 됐어, 장사하러 가야 돼. 내가 온 건, 다른 게 아니라 정팔이 때문이다.
인 철 : ...
민 우 : 철구는 내가 만나서 너한테 다신 손 벌리지 말라고 얘기하니까
알았다고 다신 안 그런다고 했는데, 정팔인 막무가내다.
인 철 : (착잡한) ..이번엔 얼마래?
민 우 : 액수 가, 커.
인 철 : 큰 거 한 장이면 돼?
민 우 : (답답한) 두 장 달래, 그럼 다신 안 그런다고 각서 써준다고.
인 철 : (착잡한) ...
카메라, 인철의 집 창가로 가면,
미수, 커튼 사이로 인철과 민우를 내려다보며, 걱정스런,
카메라, 다시 인철과 민우 쪽으로 가면,
인 철 : (민우에게) 알았어, 그런다고 해라.
민 우 : (인철 안쓰럽게 보며) 너두 이제 당할 만큼 당했는데..애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인 철 : 난 그런 생각 안해. 더 당해두 할말없다, 니들한텐.
민 우 : 그래, 그렇게 생각해라. 정팔이놈 혼자잖냐? 나는 마누라라도 있지만.
인 철 : 철구한테도..돈 보낼게.
민 우 : 그러지마, 걘 나랑 통닭집 하기로 했어. 안 그래두 돼.
니 맘은 알지만, 도와주는 게 마냥 좋은 건 아냐. 괜히 애 더 망가뜨리는 일이 될수도 있어.
인 철 : (어렵게) 너한테..미안하다.
민 우 : 들어가. (하고, 가는)
인 철 : (가는 민우 보다가, 집 쪽으로 들어가는)
미 수 : (창가 커튼 치는)
씬 45 인철의 집안.
미수, 창가에 서서 무슨 일인가 걱정스러운데,
잠시 후, 인철 들어와 말없이 웃옷 벗고, 냉장고로 가 물 꺼내 마시고, 소파로 와서 앉는.
미수, 서서 그런 인철을 걱정스레 보며,
미 수 : (차분한, 어렵게 말하는) 좀 전에 본..그 사람 자긴 친구라는데..나는 뭔가 이상해.
인 철 : (물 마시며, 미수 안보는)
미 수 : 위에서 보니까 친구끼리 대화하는 거 치곤, 너무 뭐랄까..어색해. 왜 그래?
인 철 : (안보고) 묻지 말아 주라.
미 수 : 곰곰..생각해보니까, 전에 자기가 한말이 생각나드라.
인 철 : ...
미 수 : 친구한테 죽을 죌 진 적이 있어서, 맞았다구 했잖아, 왜?
인 철 : (안보고) 미수야.
미 수 : 그땐 그냥 자기가 뭘 실수했나보다, 그랬거든. 근데 아닌 거 같애. 무슨 일이야?
인 철 : (버럭) 묻지 말랬잖어!
미 수 : (차분하게, 걱정스레 보는) ...
인 철 : (맘 아픈, 차분하려 애쓰는) 소리 질러 미안하다...근데 정말 말하기 싫다.
미 수 : (가만 보다가, 인철 안아주고, 따뜻하게) 나한테 어떤 말이든 해야한다고 다구치는 거 아냐..
걱정돼서 그랬어.
인 철 : (눈감은 채) ....
미 수 : (맘 아픈, 안쓰러운, 차분하게) 이상하게 난 자기가 자꾸 걱정스러, 물가에 내 논 아이처럼...
인 철 : 늦게 가라.
미 수 : (인철 보며) 그럴게...
인 철 : 나 좀 씻을게. (하고, 방 쪽으로 가고)
미 수 : (걱정스레, 인철 간 쪽을 보는)
씬 46 인철의 집 앞.
잠시 후, 인철, 미수 나오는,
인 철 : 내가 데려다 줄게.
미 수 : 괜찮아, 운전해서 피곤할텐데, 쉬어, 큰길 나가면 바로 택시 있는데, 뭐.
그때, 차 들어오는 소리나고,
인철, 미수 : (소리난 쪽 보면)
세워진, 차에서 젊은 부부와 아이, 할머니(아이 업은) 내리는,
여 자 : (남자에게) 자기야, 애기 좀 업어.
남 자 : 어.
할머니 : 괜찮아, 괜찮아.
남 자 : 주세요, 저. 힘드세요. (하고, 아이 안고, 인철을 스쳐 지나가는)
할머니 : 이서방도 힘들텐데.
여 자 : 엄마가 더 힘들지. (하며, 할머니 부축해, 인철의 앞 스쳐지나가는)
인철, 다정한 가족들을 물끄러미 보는,
미수, 인철 보며,
미 수 : 뭘 그렇게 봐.
인 철 : (그 소리에 미수 보며, 어색한 웃음 짓는) 부러워서..
미 수 : (안된 마음드는) 왜 그래, 자꾸, 안쓰럽게.
인 철 : 가.
미 수 : 우리 엄마.. 볼래?
인 철 : 너 아직 말 할 준비 안됐다며?
미 수 : 생각해 보니까, 준비할 거 없을 거 같애. 그냥 좋아하는 사람 있다. 한번 보자, 그러지 뭐.
인 철 : (걱정스런) 용기야, 자만이야?
미 수 : (작게 웃고) 약속 잡을게.
인 철 : (걱정스런) 서둘지마.
미 수 : (웃고) 갈게. (하고, 가는)
인 철 : 미수야.
미 수 : (돌아보면)
인 철 : 니가 있어, 좋다.
미 수 : (보다가 웃고, 가는)
인 철 : (가는 미수 보는)
씬 47 엄마의 방안.
재수, 자고, 엄마 졸린 자다만 얼굴로 전화 받는.
미 수 : (E) 엄마 낼 시간 있어?
엄 마 : 있지. 왜?
씬 48 미수의 방안.
미 수 : (침대에서 어렵게 전화하는) 왜긴..엄마 볼라 그러지.
엄 마 : (E) 그럼 집으로 오지.
미 수 : 왜 나는 밖에서 보면 안돼.
씬 49 엄마의 방안.
엄 마 : (편안하게) 되지. 왜 안돼.
미 수 : (E)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엄 마 : 재수랑 언니도 덱고 나갈까..
미 수 : (E) 재수랑 언니는 다음에, 이번엔 엄마만 와요.
엄 마 : 알았어. 너 끝나는 시간쯤에 전화할게.
미 수 : (E) 그래, 엄마 낼 봐.
엄 마 : 어. (하고, 전화 끊는)
씬 50 미수의 방안.
미수, 전화 끊고, 답답한.
씬 51 엄마의 집 전경, 아침.
재 수 : (E) 엄마 꼭 거기 있어.
씬 52 엄마의 욕실.
화장실 앞에 엄마 문 열어놓고, 쪼그려 앉아있는.
재수, 양치하는,
엄 마 : 알았어, 여깃을 테니까, 양치 빡빡해, 입 냄새 안나게.
재 수 : (양치하며) 알았어, 빡빡 닦을 테니까,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엄 마 : (웃으며) 어.
재 수 : 엄마 이틀동안 못봤으니까, 많이 볼거야, 그러니까 거기 꼭 있어.
(하고, 물로 입 헹구고, 세수하는)
엄 마 : 니 큰누나 콩나물 사갔고 와서, 엄마 너 본다고 이러고 있음 뭐라 할텐데.
재 수 : 그럼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엄마가 나 보고싶어 갖고 있는다, 그럼 되잖어.
엄 마 : (웃으며) 맞네. 그럼 되겠네.
재 수 : (세수하다가, 엄마보고) 거기 꼭 있어.
엄 마 : 너 근데 장가가서는 이러면 안돼.
재 수 : 싫어, 그럴 거야. 마누라 보다 엄마 더 좋아할거야.
엄 마 : 그럼 엄마 싫은데.
재 수 : 왜?
엄 마 : 부부금실 안 좋아져. 너 장가가면 엄만 저 시골 내려가 혼자 살 거야.
재 수 : (화내는) 또 그 말한다! 나랑 같이 살자 그랬잖어.
엄 마 : 놀러오면 되잖어.
재 수 : 같이 살자.
엄 마 : 놀러와.
재 수 : 왜 자꾸 자꾸 그래? 왜 자꾸 시골 간다 그러구, 같이 안산다 그러구. 놀러오라 그러구, 그래?
엄 마 : (어색하게 웃으며) 실은..자신이 없으니까, 자꾸 맘속으로 다짐할라구.
재 수 : 뭔 소리야?
엄 마 : (웃으며) 그냥 하는 소리야?
재 수 : (어이없고)
그때, 문 소리나고,
엄 마 : 에구, 누나 온다. 어서 씻어. (하고, 일어나는)
재 수 : (엄마 쪽 보며) 뭔 소리야, 대체?
씬 53 엄마의 방안.
엄마, 방을 비로 쓰는데, 미옥 문 열고 들어오며,
미 옥 : 엄마 왜 비질을 해, 청소기로 쓸지?
엄 마 : (무심히) 딴 데는 청소기로 하는데, 나중에 며칠 집 비울라면 깨끗하게,
미 옥 : 집을 비우다니?
엄 마 : (아차 싶은) 내가 뭔 소릴 하니...
(눈치보며, 비질하며) 망령이 났나, 요즘은 괜히 이상한 말이 자꾸 불쑥불쑥 나오네.
미 옥 : (어이없이 웃고) 오늘 저녁에 미수 만나면 맛있는 거 사달라 그래요. 짜장면 같은 거 먹지 말고.
엄 마 : 걔가 그런 거 사달래면 사주기나 해. 나만 보면 젤로 비싼 걸로만 멕일라고 애를 쓰는데.
미 옥 : 엄마가 다른 건 몰라두 자식 복 하난 있어. 하나같이 자식들이 얼마나 잘해.
엄 마 : (비질하며) 맞다.
미 옥 : 그럼 밤에 봐요. (하고, 나가는)
그때, 전화 오는, 엄마 받는,
엄 마 : 여보세요.
재건모 : (E) 형님 그러지마요.
엄 마 : 재건엄마야?
씬 54 아버지의 방안.
재건모, 울며 전화하는,
아버지, 그 옆에서 전화기 뺏으려 하는,
재건모 : 나 형님 신장 못받어, 그러지마, 형님.
아버지 : 기운 떨어져, 전화기 내.
재건모 : (악쓰며) 건딜지마!
아버지 : (속상하게 재건모 보는)
재건모 : (전화하는) 형님 나는 .. 혀를 깨무는 한이 있어도, 형님 장기는 못받어요.
형님하고 내 사이가 어떤 사인데, 내가 형님 장길 받어, 나 그럼 정말 사람도 아냐,
형님 그러지말어요, 재건아빠가 아니 미옥이 아버지가 아무리 뭐라 그래도, 그러지마.
씬 55 엄마의 방안.
재건모 : (E) 형님, 형님 내말 들어요? 내말 들어?
엄 마 : (덤덤한) 들어.
씬 56 아버지의 방안.
재건모 : 나는 형님, 지금까지 지은 죄로도 형님 볼낯 없는 사람이에요. 나 그냥 이대로 살다, 갈래.
아버지 : (눈가 붉어져, 소리치는) 재건인 어쩌고 자꾸 그냥 간대냐, 너는!
재건모 : (아버지에게 소리치는) 걔 팔자야! 냅둬!
아버지 : 자식아, 그게 에미로서 할 말이냐!
씬 57 엄마의 방안.
아버지 : (E) 걔 팔자라니, 걔 팔자라니? 이제 간신히 지 이름 석자 쓰는 놈한테 팔자라니, 자식아!
재건모 : (E) 그럼 어떻게! 내가 어떻게!
엄 마 : (덤덤하게, 전화 끊고) 싸울라면 둘이 싸우지, 왜 날 둘 사이에 끼워놓고 싸워...
(하고, 전화 코드 뽑고 비질하는)
씬 58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옷 입으면,
재건모, 전화기 버튼 누르고, 벨소리가지만 안받는, 전화기 던지며.
재건모 : (우는) 어떡해..
아버지 : (옷 입으며) 자고 있어. 두통 심하면 약 먹고.
재건모 : (보며) 헤어져! 헤어지자구!
아버지 : (답답한, 속상한) 그래, 헤어져서 끝나는 일이면 그래 헤어지자, 헤어져. (하고, 나가는)
재건모 : 나 수술 안해! 죽어도 안해! 절대로 안해!
씬 59 거리.
아버지, 초라하게 걸어가는.
씬 60 미수의 회사, 복도.
미수, 인철 서서 말하고 있는,
인 철 : 오늘?
미 수 : 어, 오늘.
인 철 : 후..떨린다 야.
미 수 : 주주총회 끝나고, 전화해.
인 철 : 옷은 뭘 입고 가야 되니?
그때, 사장 나오며,
사 장 : (편하게) 이러면 안되는데...
미수, 인철 : (보면)
사 장 : 지금 사람들 와. 데이튼 나중에 해.
인 철 : (편하게) 우리 만나는 거 아세요?
사 장 : 내가 모르는게 어딧습니까?
미 수 : (편하게, 인철에게) 회의실 들어가요.
인 철 : 어. (하고, 사장에게)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회의실 쪽으로 가는)
사 장 : (가는 인철 보다가, 미수 보며) 이혼은 한대?
미 수 : (보면)
사 장 : 너 자신 있냐, 바람둥이라고 소문난 사람인데.
미 수 : 지난 일이에요. (하고, 가는)
사 장 : (미수 간 쪽 보고) 일할 때도 연애할 때도 배짱 한번 죽이네. (하고, 가는)
씬 61 달리는 버스 안.
엄마, 멍하게 가며,
아버지 : (E) 수속은 다 밟아놨다, 검사하는 건 힘들지 않을 거야. 겁먹지 말고 와.
엄 마 : (혼잣말) 당신은 겁먹지 말래도, 난 겁이 나네...
씬 62 병원, 몽타쥬.
1, 엄마, 채혈하는.
2, 검사실 밖. 아버지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때, 환자복 입은 엄마 간호사와 함께 검사실에서 나와, 초음파실로 가는.
3, 초음파실. 엄마 검사 받는.
씬 63 진찰실 안.
엄마와 아버지, 기다리고 있는,
잠시 후, 의사 자료들 들고 와서 자리에 앉는,
아버지 : 벌써 결과가 나왔습니까?
엄 마 : (고개 숙인 채 담담하게 있는)
의 사 : (자료 보며) 일단은 결과가 아주 좋네요.
엄 마 : (순간 눈감고, 고개 돌리는)
아버지 : (조심스레)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요.
의 사 : 집에 부인은 오늘 당장 입원을 바로 시키세요. 그리고 아주머닌 낼 입원하세요.
일단 두분 다 입원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수술이 정말 가능한지 두 분의 몸상태를 다시 한번
정밀 체크한 연후에, 그게 괜찮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바로 수술은 이뤄집니다.
아저씨 부인 상황이 급박해서, 빠를수록 좋으니까 서둘러야 합니다.
엄 마 : (아버지에게) 나는 들을 얘기 다 들은 거 같으니까, 나가있을게요. (하고, 일어나 나가는)
아버지 : (엄마보고) 가지 말고, 밖에 있어라. (하고, 의사 보며)
반드시 반드시 수술이 성공할 순 있는 거죠?
씬 64 고기 집 앞.
엄마, 아버지 걸어오는,
아버지, 고기집 보고 멈춰 서서,
아버지 : 밥 먹고 가자. (하고, 고기집 안으로 들어가는)
엄 마 : (아버지 보다가, 그냥 가는)
아버지 : (잠시 후,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리며, 엄마 찾고, 엄마 보고, 달려가 팔 잡는)
엄 마 : (멍하게 보는)
아버지 : 고기, 사줄게, 먹고 가.
엄 마 : 싫어, 그냥 갈래요.
아버지 : (팔 잡아끌며) 먹고 가. 검사 받느라 죙일 굶었잖어. (하고, 고기집으로 끌고 가는)
씬 65 고기집 안.
아버지, 고기를 구워 엄마의 그릇에 놔주며,
아버지 : 고기가 연하다, 많이 먹어.
엄 마 : (덤덤한) 내 배 가를라니까 되게 미안은 한가보네, 고길 다 사주고?
아버지 : (맘 아픈) ..먹어.
엄 마 : (눈가 그렁해 보며) 여보.
아버지 : (보는데, 눈가 붉은)
엄 마 :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
아버지 : (눈가 그렁해지며, 차마 못보고) 미안해.
엄 마 : (눈가 그렁해) 고맙다고도 해.
아버지 : 고마워.
엄 마 : (눈물 흐르는) 빌어.
아버지 : (눈가 손 등로 닦고, 엄마 보고, 두 손을 모으는)
엄 마 : 당신, 내가 아팠어도 재건엄마 찾아가 부탁했을까?
아버지 : 그럼..
엄 마 : 나 그 말 믿어두 돼?
아버지 : (고개 끄덕이는) 믿어두 돼.
엄 마 : 그래두 미워.
아버지 : (맘 아픈, 고개 끄덕이는)
엄 마 : 당신 마누라가 있으니까, 좋지? 아쉬울 때 뭐든 들어주고.
아버지 : (맘 아픈) 말이라고 하냐, 좋지. 근데 난 니 남편 아니다... 니 자식이다, 내가. 니 자식.
엄 마 : (울먹이며, 맘 아픈) 용서 못할지도 몰라. 죽는 날까지 미워해도, 당신 나한테 뭐라 그러면 안돼.
아버지 : (고개 끄덕이는)
엄 마 : (꺽꺽 대며, 우는) 나쁜 놈.
아버지 : 더 욕해.
엄 마 : 당신 재건엄마랑 나 수술할 때 재건엄마만 보면 안돼, 나두 애들 땜에 살아야 하니까,
나두 챙겨 줘요, 어.
아버지 : (고개 끄덕이고, 눈물 닦고) 볼 일 보고 올게. 먹고 있어라.
엄 마 : (가는 아버지 보고, 고기 먹는, 자꾸 눈물이 나는, 손등으로 눈물 닦고, 억지로라도 먹으려 하는)
씬 66 건물 뒤쪽 벽.
아버지, 쪼그리고 앉아 고개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만있는,
울음을 참는 듯하다. 그러다 손 내리고,
아버지 : (눈가 그렁해, 작게 허허로운 혼잣말) 죽일놈, 내가 죽일놈이야. 죽일놈... 죽일놈이야...
(하는데, 눈물 주룩 흐르는)
그런 아버지 모습에서 미옥의 나레이션 흐르는.
미 옥 : (N) 아버지가 아무리 대성통곡을 해도, 우리 자식들은 그 소리를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
한번 꼬인 매듭은 그렇게 풀릴 줄을 몰랐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