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만-경기 15만채 이미 빈집--곳곳 슬럼화 우려
한국도 '빈집 쇼크' 현실화
"입주한 지 6년이 지난는데도 아직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비어 있어요."
2일 한 중견 건설사 분양팀장은 경기도 용인 기흥구에있는 A아파트를 거론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 단지는 2008년 9억원(전용 163입방미터 기준)이 넘는 가격에 분양했다.
현재 당시 분양가의 절반 수준으로 할인 판매를 하고 있지만,
인기 없는 대형 평이라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용인 지역은 작년 11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185가구에 달하는데
이 중 77%가 중대형 아파트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로 작은 집을 선호하는 경향은 심해지고 있어
일부 대형 평형 아파트가 계속 빈집으로 남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직2 재개발 구역은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빈집이다.
콘크리트 벽이 무너져 내려 집 내부가 훤히 보였고,
집 앞에 '재난 위험 시설 D등급 지정 안내' 표지판이 서 있는 곳도 있었다.
이 동내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63)씨는 "2009년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 투자자들이 집을 방치해 2~3년 전부터는
흉가로 전락한 집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일본형 '빈집 쇼크' 가 현실화 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다 주택 과잉 공급까지 맞물리면서 한국도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서울권에서도 일본처럼 '빈집 문제' 가 심해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빈집이 8만 가구에 육박하자 서울시가 리모델링 자금을 지원하는 등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를 가동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 가구 증가, 빈집 문제 증가
한국의 빈집 문제는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2050년엔 전체 주택이 10%(302만가구)가 빈집이고
강원-전남 등 일부 지역에선 네 집 중 한 집에 사람이 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는 줄고 물량은 쏟아지고
저출산-고령화로 수요 계속 감소
30년 뒤 강원-전남 4채중 1채 빈집
이대로면 일본같은 '충격'
도시 미관 나빠지고 붕괴 위험
범죄까지 늘면서 사회 문제로
제적 '빈집 대책' 시급
주택 공급량 통제하고
빈집 정비율 관리해야
빈집 증가는 주택 수요가 왕성한 청장년층은 감소하고,
노인 가구와 혼자 사는 가구는 계속 늘어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65세 이상 혼자 사는 가정이 2010년 147만 가구 였지만,
2050년엔 429만가구로 늘어 전체 가구의 19%를 차지할 것"이라며
"노인 가구가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옮기면 그 집은 자연스럽게 공가(空家)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수십만 가구의 신규 주택이 쏟아지는 것도 빈집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2015년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76만5328건으로 1977년 관련 조사 시작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11월까지 인허가 된 주택이 63만6823가구로 2년 연속 70만가구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빈집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지자체마다 무조건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주택 공급 위주의 도시 계획을 짜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 부동산값 폭락-상권 위축---일본 전철 밟을 수도
전문가들은 주택 활황기에 과잉공급된 주택 때문에 빈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문제가 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1988년 394만가구였던 빈집이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급등해 2013년 기준 820만가구로 증가했다.
일본에서 빈집이 증가한 지역은 주변 부동산 가치가 폭랏하고 상권(商圈)도 위축됐다.
유독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이 더욱 황폐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일본처럼 폭증하는 빈집으로 인해 도시 경관 악화, 붕괴나 화재 위험 증가,
범죄 발생률 증가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훈 한양대 교수는 "빈집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도시-주택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주택 인허가 관리 등 건축률과 빈집 정비율을 동시에 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햇다.
진중언-김선민 기자
2017. 1. 3.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