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삶에 무슨 거창한 목적이나 사명이 있는 줄 알고, 그것이 나에게는
무엇인지를 골몰하면서 살아온 거 같다. 그러나 이제는 어설픈 생각이지만
삶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듯하다. 오쇼 라즈니쉬의
말대로 삶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고, 모든 목적을 버리고 미래에 대한 관념도
버리고, 내일을 생각지 말아야 한다. 여기저기 분산된 의식을 한군데 모아
지금 여기 살아야 한다. 그러면 한순간에 행복한 삶을 알게 될 것이다.
2.
요새는 고개만 나타나면 무조건 댄싱을 친다.
이른 새벽 헉헉 거리며 또 어떤 고개를 오름 짓하고 있었다.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 천황산, 운문산, 억산, 구만산, 간월산 ...
말만 들어도 설레는 영남 알프스!
남부 지방의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8월 어느 일요일
나는 가지산 넘어 석남터널로 향하는 고개를 향해
마치 영화에서 아이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어머니의 슬로우 모션과 같이
허우적거리며 무슨 몰입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페달 질을 하고 있었다.
날이 날인만큼 가지산 얼음골 주변엔 집을 뛰쳐나온 차량들로 이미 모든 도로가
임시 주차장이 되어있었다. 우린 이런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토요일 저녁에 갔지만,
시례 호박소 주변에, 그것도 쓰레기 더미 옆 옆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다.
기분이 좀 그랬지만, 계곡에 몸을 담그고 막걸리 한잔 먹고, 자고 나니 개운했다.
아침에 산악친구는 산행하러, 나는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는 산들이
서로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끈으로 묶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산길 고개로 향했다.
9.7km 중, 중간 쯤 올랐을 때, 뭔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니 빡빡이 아녀?’.
헬멧도 쓰지 않아서 두상의 색은 완전히 초콜릿색이었다. 뭔가 여러 가지로 어설퍼 보였다.
나중에 정상에 올라오면 아는 채 하리라 생각하고 그대로 올라갔다.
정상에서 나는 웃통을 벗고 한참을 쉬고 난 뒤, 그 두상이 내 눈에 들어왔다.
두 손으로 손짓을 하면 불렀다.
‘저도 이겁니다.’
‘...’
‘어디서 오셨어요?’
‘내요, 지금 집 나온 지 40일 됬심더. 마, 200짜리 자전거 하나 마련해서 전국으로 안다니능교.’
‘근데, 헬멧은 꼭 쓰고 다녀야 하는데...’
‘두상이 커서 맞는 게 없심더’
‘인터넷에 있는데.’
‘지는 인터넷 할 줄 모릅니더.’
‘...’
‘펌프 좀 빌릴게요.’
펌프질 하는 동안 신기한 듯이 쳐다보는 것 같아, 내가 물었다.
‘타이어 펑크 때울 줄 아세요?’
‘모릅니더. 바람 넣는 것도 지금 사장님이 하시는 거 보고 알았습니더.’
‘그럼 왜 달고 다니세요?’
‘그냥 살 때 달려 있었어예.’
‘....’
‘그래도 내가 800키로를 했심더. 서울 가니까 내도록 비가 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인증사진 만 찍고, 제주도도 가고 ...’
‘근데, 자전거가 왜 이리 녹이 쓸었습니까?’
‘나도 모르겠심더.’
‘혹시, 제주도에 바닷가에 자전거 가지고가지 않았어요?
‘예, 물에는 안 들어 갔지예.’
야 이견 완전 초짜구나, 이거 이러다 사고 나는데 하고 나는 염려가 되었다. 어쨌든 뭔가를 교육을 시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사장님 뭐하십니까?’
‘아, 네... 그냥 자유인입니다.’
‘범상치 않네예... 몇입니까?
‘저, 57 닭인데요.’
이 말이 떨어지자, 민증을 보여주며 자기도 닭이며, 우리가 갑장이란다. 나는 우선 의자 안장을 낮춰주고, 빵꾸 때우는 법, 천천히 가는 법, 엉덩이 빼는 법 등... 가장 필요한 것을 꼼꼼히
가르쳐 주며 시범을 보일 것은 직접 보여주었다.
‘아침은 먹었심니까?
‘아뇨, 아직..’
‘지가 사겠심더. 우리 갑장인데 말 놓십더.’
‘아, 예’
‘나, 해운대 살어, 놀러오면 책임질 게...’
‘으 으응, 그래..’
딱 한 번 만남에 무엇이 이렇게도 허물이 없어진 것일까?
이제, 이것저것 사회의 페르조나가 우습게 보이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아님, 독특한 자전거만의 메카니즘인가...? 유난히 무더웠던 한 여름 뭔가 가슴 속 따뜻함과
시원함을 느끼며 ‘내리가즘’을 실컷 맛보며 휘리릭 내려왔다.
* 사진은 8월 라이딩 하면서 이것저것 찍은 것임... 귀찮아 무작위로 올립니다.
알아서 보시길.... 체계적인 것 별로 좋지 않습니다.
↘ 창원에 있는 철새 도래지 주남 저수지
↘ 내가 언젠가 한번 살고 싶은 해운대 달맞이 언덕 동네
↘ 마산 '반동 초등학교 담벼락' 세상에 담벼락이 바다와 물려있어... 이 학교 졸업생들은 얼마나 낭만적인 시절을 보냈을까...?
수업시간 땡땡이 치고 담벼락에서 우럭을....
↘ 삼랑진 '콰이강의 다리' 낙동강 인도교, 왼쪽으로 돌면, 카페 '콰이강의 다리'가 있습니다. 썸씽을 만드실 분 알아서...
↘ 이곳이 어디지... 기억이 안남... 밀양인가 양수리옆 북한강변 조안인가?
↘ 밀양댐입니다. 밀양은 영화에 나와 유명해졌지만, 상당히 보수적인 동네입니다. 아주 깔끔합니다.
영남 알프스의 중심 가지산이 있는 산내면은 정말 시원합니다. 내년에도 더우면 여기 쳐박혀 있을 생각 중
↘ 노동은 명상입니다. 현대인의 여러 신경증은 바로 노동의 결핍에서 옵니다. 우리 Vietnamd의 Niem 역시
빡빡은 국제적입니다. 하루 12시간 무거운 그라인더로 걍 갑니다. 돌리고 또 돌리고... 그러나 어제 돌린 것이
오늘 돌린 거와 다릅니다...
↘ 자출했습니다. 진영 본산이라는 곳에서 故 노대통령의 생가 봉하 마을을 지나 한 10km 정도에 알바지가 있습니다.
다리가 점점 셱쉬해 지네요...
↘ 아름 다운 미소...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
↘ 쇠를 만지니 완력이 좋아졌습니다.
↘ 아! 비금도입니다. 모두들 널부러져 시체놀이를 하고 있군요.
↘30년 전 비금도
↘ 순천만 정원 박람회
↘ 순천역 벽화 앞에서
↘ 옆에 같이 붙어 있는 벽화
↘ 내가 기차에 자전거 싣는 법
↘ 남부 지방의 3주간 37도 속의 고단함
↘ 또 낙동강 인도교
↘ 밀양역 광장이 넓은데 좁게 보이네요
↘ 셀카놀이
↘ 얼음골 텐트 속에서의 막걸리와 소주
↘ 해운대 빡빡이 갑장
↘ 영남 알프스 신불산 휴향림 계곡
↘ 숙소가 너무 너무 더워 이곳에서 2주 지냈습니다. 너무 시원해요. 산 밑이라...
↘ 대구 칠성시장 유명한 콩나물에 막걸리 한잔 해장
↘ 노동자들과 여유로운 한 때, 베트남 음식 맛있어요. 얘들은 우리 삼겹살이 맛있데요.
↘ 마지막 여정 마산 어시장 "여름 전어" 일생에서 전어 맛 본 중 쵝오!
↘ 팔당의 자유인
↘ 얼음골 옆에 자고 나서 추웠어요...이제 여름도 가고 창을 닫을 때입니다. 언제나 바람이 불 때가 있으면 잦을 때가 있고...
장(場)이 바뀔 뿐입니다. 나는 그대로 나, 나의 에너지는 그대로 나의 것, 그것이 어떤 옷으로 입고 나오든 그 형체를 사랑합니다.
첫댓글 부모라는 가지에걸려 맴돌다가.. 벗어낫나했더니...개 두마리가지에 걸렸네...이젠, 추락하는일만 남았다!
갑장 빡빡이들과 노동 현장 사진 그리고 웬 개... 승호네가 김해까지 온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