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석가사에서는 2층 숙소에 묵었었는데 방은 컸지만 룸비니 지역의 날씨 자체가 워낙이 더운데다 숙소에 물이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에어컨도 없어 우리처럼 잠깐 묵었다 가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해 인도 괄리오르의 시크교 사원은 음식은 다소 부족해도 에어컨이 있고 물이 펑펑나오는 숙소 환경은 인도의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보다도 좋은 상태였었다.
숙식 비용은, 괄리오르는 무료, 대성석가사는 1인당 250Nrs.
대성석가사도 예전에는 자발적 시주만 받았었는데 주변의 어느 절도 개방하는 곳이 없다보니 그곳에 묵는 사람들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자발적인 시주만으로는 힘들었던가 보다.
포카라로 이동하는 날이라 이동 시간이 긴 때문에 알람에 맞춰 5:40'에 기상했다.
밤새 팬바람을 쐬어 그런지 얼귤이 퉁퉁 부은듯한 느낌이다.
더운 날씨 때문에 잠도 편히 자지를 못했다.
그래도 여행 중에 식사 챙기기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얼른 식당으로 가서 아침 식사를 했다.
솔이는 못 일어나겠단다.
할 수없이 혼자 가서 식사를 했다.
빵, 야채 볶음, 카레, 된장국, 바나나.
빵은 일찍 안가면 없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 많이 묵고 있는 듯 했었는데 카레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 특히 서양인들에게 맞을만한 음식은 없었기 때문이다.
된장국은 내 입에도 영 아닌 듯.
사무실에 가서 숙식비를 지불하고 나서 안내판에 포카라로 가는 방법이 있어 확인해 보니 아침 6시 경에 룸비니에서 포카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되어 있었지만 그걸 타기에는 이미 늦은 시각.
원래 계획했던대로 바이라하와까지 가서 로컬 버스를 타기로 했다.
짐을 챙기고 나서는데 어제 저녁 여러 가지 정보에 생수까지 챙겨주셨던 분과 다시 계단에서 만나 떠난다고 인사를 하니 잠깐 기다리라더니 고맙게도 솔이 먹으라고 과자를 또 챙겨주셨다.
그게 없었으면 솔이는 저녁 때까지 쫄쫄 굶을 수 밖에 없었을 거다.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고 나서 털레털레 걸어 가는데 연못 인근에 이르니 사이클릭샤가 몇 대 대기하고 있었다.
버스 타는 곳까지는 대략 6-700m 거리였는데 피곤한 몸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으려니 힘들겠다는 생각에 솔이에게 어쩔까 물어보니 내가 물어보기를 기다렸던 모양인지 무조건 콜.
버스 주차장까지 100Nrs + 10Nrs.
바이라하와까지 가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어 주변에 물어보다가 택시라고 쓰여져 있는 작은 승합차가 보이기에 바이라하와 주차장까지 얼마냐고 물어보니 1,000Nrs.라고 했다.
더위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로컬 버스를 또 타려고 하니 내키질 않아 좀 깎아서 800Nrs로 정하고 택시를 타버렸다.
이쯤되면 배낭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데다 총알이 없는 것도 아니니 몸이 아주 많이 피곤할 때는 2011년에도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비행기로 이동했듯이 큰 무리가 아니라면 가끔은 몸이 편한 쪽을 택하게 된다.
바이라하와까지는 택시로 대략 20분 정도 걸렸나 보다.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마침 조금 뒤인 9:00에 출발하는 포카라행 버스가 있어 티켓을 끊었다.
490Nrs x 2 = 980Nrs.
주차장 내에 가게가 있어 출발 전에 물, 산미겔캔, 스프라이트과 껌을 350Nrs에 구입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 사람이 거의 없어 솔이와 떨어져 앉아 배낭을 각자의 옆 자리에 두고 앉아 포카라까지는 그런대로 편하게 가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출발하기 전 주차장에서 포카라까지 가는 동안 정류장(stop)이 몇 번이냐고 물어보니 3번이라고 그러더니 소나울리를 벗어나기도 전에 벌써 20번은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는데 결국 1시간 정도 간 후부터 솔이와 한 자리에 앉아 배낭을 앞에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포카라까지는 8시간이 약간 넘게 걸렸는데 나머지 7시간 동안 티코보다 좁은 좌석에 앉아 배낭까지 앞에 안고 갔으니 고문도 이만한 고문이 없는 거다.
가는 동안 이런 시골 정류장에서 여러 번 섰었는데 조금 큰 곳에서는 오이를 깍아 길게 절반으로 나누어 팔거나 구운 옥수루 등의 군것질 거리를 파는 상인들이 많았다.
그다지 사먹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우리는 하루나 이틀 정도 여유가 있는 조금 빠듯한 일정이었기에 장에 탈이라도 나면 큰 일이라는 생각에 눈으로 구경만 했다.
그러고보니 이런 정류장 중 세 곳에서 10~15분 가량 쉬었었는데 그걸 stop 으로 얘기했지 않나 싶다.
어쨌든 3시간 쯤 가서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포카라까지 연결된 짧은 도로가 아니라 빙 둘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를 잘못 탔나 싶어 차장에게 물어보니 짧은 길은 109여 km, 돌아가는 길은 250km 가량인데 짧은 길은 산악 도로라 걸리는 시간은 같단다.
그러니까 빨간 색으로 표시된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109Km의 짧은 경로이지만 산악 지대를 관통하는 것이라 7-8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길을 둘러가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8시간...... ㅠㅠ
이런 고문은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탄 비행기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는 잠이나 잘 수 있었는데.
여기도 석회암 기반인지 강물이 희뿌연 색깔이었다.
그 위로 강 건너 마을끼리 연결해 주는 쇠줄 다리들이 가끔씩 보였다.
두 번 째 20분 가량 쉬었던 정류장에서 탄 네팔 소녀.
플라스틱 파이프 손잡이에 대나무를 끼우고 대나무에 비닐 쌀포대를 붙여 부채로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게 보였다.
뱅글뱅글 돌리니 주변 사람들도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총각으로 보이는 차장이 두 명이 있었는데 하나는 아마도 차장 보조인듯 싶었다.
이 친구들이 8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계속하여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고 짐을 싣고 내리고 버스를 출발시킨 후 달리는 버스를 따라잡아 뛰어 타기도 하면서 일을 했는데 참 대단하다 싶었다.
출입문 옆에 앉았었기 때문에 이 친구들과 얘기를 좀 할 수 있었는데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아몬드 사탕을 몇 개 주면서 한국 거라고 했더니 맛있다고 연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사탕을 먹으면 목이 마를 거다 싶어 물을 권하니 안 마셔도 된다고 하는데 그 후로도 도로 옆에서 샘물이 나오는 쉼터에서를 제외하고는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소나울리를 벗어나 네팔 깊숙히 들어갈수록 차츰차츰 사람들 얼굴이 몽골 계통을 변해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소나울리에서는 99%가 아리안 계통이었는데 세 시간 정도 지나가 아리안 계통은 10% 정도 밖에 되질 않는 것 같았다.
하지민 여자들은 인도식 사리 비슷한 복장.
네팔식인가?
중간 지점 정도로 보이는 바락푸르(Bharatpur)를 지난 시각이 1:30', 출발한지 4:30' 경과한 상태.
6시간 걸린다고도 하고 8시간 걸린다고도 하기에 재수좋으면 6시간 정도 생각했더니 9시간은 걸릴 듯 했는데 버스가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마을을 지나고 물을 건너고 하여 포카라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조금 넘은 시각.
꼬박 8시간이 걸린 셈이다.
숙소도 잡아야 했지만 솔이가 거의 굶다시피 했기 때문에 저녁부터 먹어야 했다.
택시를 타고 100배에 소개된 "낮술"로 갔다, 택시비는 170Nrs.
솔이는 삼겹살구이, 나는 꼬치구이 그리고 네팔 맥주와 레몬 음료 하나씩 해서 680Nrs.
꼬치 구이가 더 맛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삼겹살이 스무 배 쯤은 더 맛있었다.
다른 반찬들도 한국에서 먹는 것과 거의 정도가 아니라 완전 같다고 보면 된다.
현지 음식 가격에 비해 엄청 비쌀지 모르지만 바라나시에서부터 꽤나 지쳤던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에너지를 99%까지 재충전 시켜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숯불로 잘 구어진 삼겹살에 맥주 한 잔 하니 묵은 피로까지 싹 풀리는 느낌.
식사를 하던 도중 출근(?)한 낮술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트랙킹과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카트만두 가려면 로컬 버스로 12시간 정도 걸린다기에 죽었구나 싶었는데 포카라로 가는 길 샘물 쉼터에서 밴에서 내리는 한국인을 보고 물어보니 여행자 버스인 밴으로 가면 9시간 정도 걸린다는 말에 그 방법을 택하려다 비행기를 타더라도 1인당 70$이라는 말에 잠시 고민하다 ok.
비행기를 타면 히말라야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비행한다는 글도 읽었던 터였으니까.
저녁 식사 후 낮술에서 소개해 준 호텔로 갔다.
600Nrs였는데 하루 예상 평균 숙박비보다 저렴한 가격에 방도 넓고 정원 바로 옆 1층 방이라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단 한 가지 침구에서 냄새가 좀 많이 났었다.
숙소에 짐을 부리고 난 후 다시 낮술로 가서 가이드와 미팅을 했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뒷날 바로 트랙킹이 가능하다고 했다.
원래 카트만두에서 8월 10일 출국으로 비행기가 예약 되어 있었지만 스케줄을 사흘 정도 당길 수 있었으면 했던 터라 좀 달리던 상태였는데 별 다른 준비없이 트래킹이 가능했으니 또 하루 정도 날짜를 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목표지점인 고래빠니에서 이틀을 묵을 수도 있게 되었으니 고래빠니에서 날씨가 안좋아 산을 못 볼 경우 하루 정도 더 묵으면서 산을 볼 수 있도록 일정을 짤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래봐야 소용도 없었지만 말이다.
가이드 비용으로는 하루 17$을 지불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군옥수수와 물, 레이스를 사들고 갔다.
대략 150Nrs.
간단하게 빨래하고 씻은 후 뒷날 가져갈 짐을 챙기고 취침.
일지에는 이날까지 사용한 돈에 대해 개략적으로 계산하여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가이드 17x4=68$
비행기 70x2=140$
tim 20x2=40$
합이 258$
환전 200$
남은 돈 900$
(인도에서 환전 550$+네팔비자50$+네팔환전 250$+트래킹&비행기 250$=1100$)
첫댓글 감사합니다 여행소설을 보는느낌까지 주십니다
과찬이십니다.
그저 행복한 시간의 기억을 오래 남기기 위해 적은 글이며 혹시라도 다른 분께 도움이 될까하여 이곳에 옮겼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
낮술이네요,
잘 읽었읍니다..다시금 감사 드림니다.가장 고민하든 국경 넘기 부터 룸비니 그리고 포카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