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연의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반가운 책이다. 처음부터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했다. 그 동안 몇 권의 수학책을 읽었지만 그 책들은 내가 이해하는데 늘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의 모든 것이 다 이해가 간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래도 대부분은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동안의 책들은 수학에 이야기를 맞추어 넣었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양념처럼 사례로 활용되는 장치였다. 그러다보니 장황한 수식이 이어지게 마련이었다. 수식은 이미 학창시절에 넌더리를 냈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도 여전히 낯설다.
그러나 이 책은 이야기에 수학을 맞추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그 이야기 속에서 수학적인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내고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설명 또한 수학을 차근히 풀어헤치고 있다. 저자는 몇 번이고 중학생 수준에 맞추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지금 중학생 수준도 못 된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아는 척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정말 중학생들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이미 오래 전에 수학책을 손에서 놓은 사람에게는 반가운 일이 틀림없다.
그 동안 수학과 물리학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모두가 순전한 호기심 때문이다. 어쩌면 학창시절에 수학이나 과학을 왜 배우는지도 모르고 공부한 탓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적당히는 수학과 과학에 대한 지적 갈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번번이 책장을 넘겨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수두룩했다. 수학에 일상의 곳곳에 스며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 스며든 곳이 어딘지, 수학의 어떤 것이 스며들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궁금한 채로 세상을 사는 것도 하나의 삶이겠지만 그 궁금한 것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면 세상을 보는 시야는 그만큼 넓어지는 것도 분명할 것이다. 다행히 이 책은 내게 그런 갈증을 조금은 채워준 것 같아 기뻤다.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자연로그의 밑인 ‘e’가 무한수열의 숫자를 모두 더한 것으로 정의된다는 사실은 분명 학창시절에도 배웠을 텐데 마치 처음 보는 기호처럼 느껴졌다. 학창시절에는 그것의 의미는 어디로 가고 그저 ‘log’라는 기호에 덧붙여 쓰는 것으로 만족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확실히 알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자연로그의 밑인 ‘e’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안 것만으로도 즐겁다. 또 하나가 마방진에 관한 것이다. 그 동안 홀수 마방진은 알고 있었는데 짝수 마방진은 모두지 몰랐었다.
그런데 이 역시 이 책을 통해서 비록 두 가지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그 방법을 알게 되는 소득도 있었다. 아마도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겨우 알았던 것을 다시 까맣게 잊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때 가서 다시 책을 펼칠 수 있으니 그건 잊은 것이 아닐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에 대해 기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역사 속 인물들과 연관한 수학 이야기는 수학을 떠나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었다. 유클리드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수학에 대한 열망은 늘 읽을 때마다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세 암흑기가 역사에 없었다면 지금쯤 수학은 상상 이상으로 발전을 했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도 훨씬 이전에 겪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쯤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세상이 펼쳐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허상을 쫓는 동안 역사는 숨을 죽였었다. 르네상스는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 동안의 발전 지체를 단기간에 만회라도 하듯 지적 폭발이 일어났고 비로소 인간에게 빛이 찾아들었다. 수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음은 참으로 다행이다.
수학은 세상을 합리적으로 보는 창이다. 그러므로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개개인의 지적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근육이 탄탄한 사람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건강하다. 결국 수학 공부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신적 건강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순환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온통 수학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학은 학창시절의 배움에서 그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수학에 특별한 열정을 가진 학생을 제외하면 수학은 모든 학생들에게 기피대상 과목이다.
수학은 온통 계산과 증명으로 이루어진 지루하고 힘든 과목이기 때문이다. 만약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이 책처럼 다양한 스토리 중심으로 되어 있다면 학생들은 소설책 읽듯이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 속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한다면 굳이 혼자 머리를 싸매고 끙끙댈 필요도 없겠다 싶다. 수학과 영화 이야기가 꼭 그렇다. 그런 영화들이 학생들이 좋아하는 영화라든지 누구나 알 수 있는 명화라면 학생들이 환호할 것은 분명하다.
건축과 관련한 수학 이야기는 또 얼마나 신선한가. 주변에 수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축물들은 흔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건축물을 중심으로 모의실험을 해보고, 수학적 원리를 탐구하고, 토론을 통해 계산한다면 수학 수업을 기피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동양 고전 속 수학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동양 고전의 맛을 알게 하는데도 한 몫을 톡톡히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연스럽게 역사적 인물 이야기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수학을 등한히 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결단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