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일제 침략기인 조선 말기에 의병장으로 활동하다 순국한 왕산(旺山) 허위(許蔿) 선생의 애국정신이 연극으로 재연된다.
한국연극협회 구미지부(지부장 김용원·45)는 지난해 구미시 출신 위인들을 재조명하기 위해 그분들을 주제로 하는 연극을 공연하기로 결정하고, 첫 작품의 주인공으로 왕산 선생을 선택했다.
공연준비는 한국연극협회 구미지부(이하 구미연극협회) 산하 극단인 '구미레파토리'가 맡았다. 구미연극협회는 지난해 8월 전문작가에게 맡겨 대본을 마련했고, 지난해 말부터 구미시 원평1동 자체 소극장 '공터다'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연극 제목은 가칭 '오얏꽃 아래 불여귀로 잠들다'이나, 왕산 선생을 쉽게 알리기 위해 제목 변경도 고려되고 있다. 연극공연에는 구미연극협회 소속 회원은 물론 타지역 연극인, 음향 및 조명 전문가 등도 대거 참가한다.
왕산 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극은 구미시의 예산지원으로 빛을 보게 됐다. 구미시는 당초 다음달 15일 이후 벌일 시승격 3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연극을 공연할 계획이었으나, 선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4월9일 총선 이후로 연기했다.
구미레파토리는 2개월가량 연습한 뒤 4월 이후 공연할 계획으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미레파토리 측은 연극을 구미시에서 개봉한 뒤 김천시를 비롯한 인근의 다른 도시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김용원 한국연극협회 구미지부장은 "내년 5∼6월 구미시에서 열릴 전국연극제를 앞두고 지역의 위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창작극을 공연하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극도 공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왕산 허위 선생은 1854년 구미시 임은동에서 출생했다. 선생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직후인 1896년 첫 의병을 일으켰고, 그 뒤 성균관 박사와 평리원 수반판사 등을 역임했다. 1907년 일제에 의해 고종이 강제 퇴위당하고 군대가 해산되자 선생은 다시 의병을 일으켜 활동했으나, 이듬해 체포돼 순국했다. 정부는 1962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1호를 추서했다.
최근 들어 선생의 고향인 구미시에서 추모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구미시는 2005∼2007년 10억원을 들여 왕산 선생의 생가터 1천990㎡에 기념공원을 조성했고, 40억원을 들여 왕산 기념관 건립사업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