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이 환표폭로 소성지서 박순경 입대를 결의
동아일보 1956년 8월 29일자 기사중에서
[원문] 8월 지방선거의 가지가지 부정사건이 전하여지고 있는 이때, 직접 부정사건에 가담 목격하였던 경찰관이 그 내막을 폭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정읍군내 소성지서에 근무하던 박재표순경(25세)- 그는 젊은 청년으로서 그동안 양심의 가책을 어찌 할 것 없이 지서주임과 주재형사의 감시에 고민하던 중 지난 25일 순찰근무 중 전주로 탈출-당 지서에 사표를 우송한후 재차 27일 서울로 상경 앞으로 다시 군대에 입대할 각오로 이번 정읍군 소성면의 투표함 2개를 바꿔채운 경찰관들의 선거부정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당시 자유당 후보 엄진섭은 개표결과 10,126표, 무소속 후보자 은종숙은 9,927표로 단 399표차로 당선되었는데 전기 부정환표를 한 소성면분(3개 투표함중 2개)의 개표전에는 무소속 후보자가 1,718표를 리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환표한 제1투표함에서는 자유당표가 2,126표 중 1794표, 제3투표함에서는 1476표 중 1142표가 나왔고 사고를 일으키지않은 제2투표함에서는 1335표 중 단 306표였다.
이하 박씨가 폭로하는 부정환표사건의 내막 - 지난 13일 소성면 제1투표소 (소성초등학교)의 경비배치를 받아 이날 하오 5시 20분경 투표함이 소성면사무소로 이동된 후에 소성면사무소에서 계속 경비중에 있는데 하오 6시 30분경 본서 전용 추럭이 왔다. 추럭 안에서 내린 소성지서주임 최기원씨는 이때 투표함을 이송할테니 총을 메라고 하기에 총을 메고 추럭에 탑승했다. 동승자는 소성면 제1투표 선거위원장 정남렬씨 동 제2투표위원장 장재순씨 동 제3투표 성영경씨 그리고 소성면 서무계장 장재성씨 본서 사찰계 형사반장 국정섭씨 형사 김종환 본서근무순경 1명 주재형사 한0득 등이 있었다.
정읍을 향하여 달려가는 중 하오 7시경 잔다리목에 도착하자 자동차가 고장이니 쉬자는 말과 함께 사복형사들이 일제히 내리자 한형사는 막걸리 한잔 먹고가자 하며 본인과 노령(동승자) 대대원 1명만을 남긴 채 근처 주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본서 사찰계형사주임 배병렬씨가 어느새 지프차를 타고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약 10분이 지나자 국형사반장 김. 한형사 본서 순경등이 차에올라 왔는데 이때 배형사주임은 덕천으로 투표함을 싣고가자고 말하여 선거위원은 한사람도 태우지않은 채 덕천으로 출발하였다. 한편 노령대대원 1명은 잔다리목에서 내리고 배주임은 계속 지프차로 우리와 함께갔다. 그러나 차가 덕천면 망제리 앞에 이르자 이때부터 덕천면에 이르는 사이에 추럭위에서 한형사. 국형사부장은 먼저 소성면 제1투표함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투표함 봉함서를 뜯고 투표함을 열어제쳐 운전대에 앉은 김00형사로부터 책보자기를 받고는 추럭 바닥에 깔고 투표함속에 들은 투표용지를 전부 보자기에 싸서 김형사에게 넘겨주었다. 그런다음 김형사로부터 다른 투표지가 든 보자기를 받아 투표함에 대신 넣고 계속 소성면 제3투표구 투표함마저 똑같은 방법으로 마침내 투표용지를 바꾸고 말았다.
그런데 봉함을 다못한 채 추럭을 덕천국민학교앞에서 돌려 정읍으로 가면서 나머지 봉함을 다하고 말았는데 차가 망제리 앞 냇가를 지나 돌아올때 배형사주임이 추럭위에 올라탔으며 추럭차가 잔다리목까지 되돌아 왔을때 기다리고 있는 선거위원과 종사원 1명을 다시 태우고 개표소인 군청까지 가서 투표함을 인계했는데 이때 시간은 하오 8시 30분경이었다.
경찰의 환표사건 약도 - 망제리에서 덕천면까지의 1.5킬로 도로를 왕복하는 사이에 투표함 2개 속의 표를 바꿔쳤다. 소성면에서 개표소 (군청)로 직행해야할 것을 환표차 잔다리목으로부터 덕천면까지 경찰관들끼리만 왕복한 것.
[해설] 정읍을 전국적으로 크게 주목받게 한 정치적 사건이었다. 이름하여 소성지서 박재표순경 환표폭로사건. 1956년 제2대 도의원선거에서 벌어진 부정선거를 경찰관 한사람의 양심선언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당시 이승만대통령의 자유당 정권은 장기집권을 위해 선거때마다 계속해서 부정선거를 노골적으로 벌였던 상황이다. 급기야는 4년후 1960년 3.15부정선거로 인해 4.19혁명이 일어났고 이승만의 장기독재는 이것으로 끝장이 났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장기독재와 부정부패로 인해 민심은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에서 등을 돌리던 상황인지라 당시 집권여당과 그 수족 역할을 하는 경찰과 공무원은 조직적으로 선거부정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여당의 승리를 위한 선거부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갖가지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고 또한 선거 실적에 따라 인사상 혜택을 준다하니 여기에 반발할 수 있는자가 얼마나 될까싶다. 오히려 일신상의 영달을 위해서 적극 협조하는 자가 많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읍 소성면에 근무하던 젊은 순경 박재표씨의 양심적이고 용기있는 행동은 놀랍고도 존경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투표함을 개표장소까지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런식으로 표를 바꿔치는 행위가 어찌 정읍 소성에서만 이루어졌겠는가? 당시 내무부 산하 행정기관과 경찰조직에 의해 사전에 짜여진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런 불법적인 행위가 공공연하고 노골적으로 시도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재표 순경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보복성의 징계를 받게 되는데 이름하여 직무유기로 입건이 되고 경찰직을 그만두게 된다. 박순경이 곤경에 빠지자 환표사건을 특종으로 발표했던 동아일보사에서 경비직으로 채용했다는사실도 알려져있다.
참고로 이 사건과 관련한 새전북신문의 기사를 아래에 함께 실어본다.
이 해 8월 8일 지방에서는 시 · 읍 면장, 선거와 이어 13일에는 시 · 읍면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당시 투표에 있어서 전국적으로 별스런 사고나 사건이 없이 평온한 거운데 실시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20일이 지낸 8월 27일, 느닷없이 한 경찰관이 도의원 선거에 중대한 부정행위가 있었다하여 양심선언을 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양심선언을 한 내용은 투표함의 호송 경찰관인데다가 더욱이 그 양심선언을 한 결찰관이 이 고장 정읍군 소성면 지서에 근무하는 박재표(朴在杓 · 25) 순경이어서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이 여당인 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환표 즉 투표함을 바꿔치기 했다고 한다. 그는 8월 26일 밤, 남몰래 상경하여 이튿날 27일 이 같은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것이다.
그의 폭로 내용을 보면 소성면에서 투표함을 자동차에 싣고 정읍군 선관위의 개표장으로 가는 도중, 자동차가 느닷없이 멈추자 호송경비 책임의 사복경찰관이 호송차가 고장난 모양이니 수리하는 동안 술이나 한잔씩 하자며 선거종사원들을 데리고 주점으로 들어갔다.
이 사이에 사복 경찰관들이 투표함을 개봉하고 미리 준비하여 가져온 자유당 후보표를 그 안에 들어 있는 표와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박순경도 물론 함께 거들었다. 이에 그는 상관의 명령으로 자신도 그 같은 부정행위에 가담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받아 오늘 그 같은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랬으니 개표 결과는 당연히 자유당 후보 엄진섭(嚴震燮 · 이평출신)의 당선으로 끝났다.
이 같이 환표하여 발표했던 후보별 득표 내용을 보면 당선자인 엄진섭은 1만 126표였으며, 차점자인 민주당 은종숙(殷鍾淑) 후보는 9천727표였다. 그럼에도 부정하게 당선된 도의원 엄진섭은 사실상 가짜 도의원으로 4년간의 임기를 채웠다. 그 것은 4년간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선거소송이 4년 이상이 걸리다니 이러한 일은 우리나라에서만이 볼 수 있었던 일이었다. 오직 기가 막힐 뿐이다.
당시에는 이러한 조작선거가 비일비재하여 심지어 ‘투표에는 이기고 개표에 졌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이러한 부정선거는 그 후에도 각종 선거를 통해 흔히 볼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의 절정을 이룬 것이 3 · 15(정 · 부통령) 선거를 비롯, 60년대에 와서도 국회의원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 이 제2대 정읍군 제2구 도의원 선거에서 ‘투표에 이기고 개표에 졌다’는 은종숙 후보는 그 소송에 들어간 비용만도 쌀 3천여 가마니가 들었다고 그가 생전에 말한바 있다. 또 그는 야당이었던 민주당 당원으로 원외활동만 하다가 도의원 선거당시의 심화(心火) 때문이었는지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 후, 박재표 순경은 직무유기죄로 구속되어 한동안 많은 고생을 했다. 출감 후, 다행히도 서울의 동아일보사에서 수위로 채용, 경비과장까지 지냈다.
당시 이 같은 현직 경찰관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전북도 경찰국은 큰 곤혹을 치렀다. 정읍군수를 비롯, 도경의 사찰과장 등 그 밖의 각급 경찰간부들이 줄줄이 자리를 바꿨다. 특히 한 가지 웃어웠던 일은 당시 이모 경찰국장은 ‘박재표’ 순경사건으로 얼마나 놀랬는지 기자회견에서 ‘박재표’를 ‘박격포’순경이라고 말하여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소를 금치못하게 한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