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아반떼를 몰면서 투스카니 후속작 ‘벨로스터’를 내내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아래 차차 읽으시구요.
새 아반떼를 며칠간 제법 하드하게 몰았습니다. 급제동도 해보고 급코너링도 해봤고요, 업그레이드된 차체제어장치(VSM)의 변모된 성능도 느껴 봤습니다.
아시겠지만 아반떼 MD의 출력은 140마력에 17kg-m의 토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타보면 느끼시겠지만 140마력은 숫자만큼 금방 다가오지 않습니다. 동급서 최강이라고 말해도 손색 없지만 기대한 것 보다 140마력은 와 닿지 않습니다.
왜 그런건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도 깜박 잊고 있었는데 답은 최대마력 같이 간단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새 아반떼 감마 1.6 GDi엔진의 140마력은 6,300rpm에 나옵니다. 17kg-m의 토크는 4,850rpm에서 측정되고요. 이게 포인트였죠!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바로 고회전형 엔진이라는 것 입니다. 포르테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감마 1.6엔진의 경우 최대마력이 나오는 회전수는 6,300rpm으로 같지만, 중요한 것은 최대 토크가 4,350rpm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새 아반떼는 500rpm이 더 미뤄져 있죠.
새 아반떼의 1.6감마 GDi 엔진은 이전 1.6 감마 대비 마력은 16, 토크는 1.1이 높아졌습니다. 바꿔 말하면 마력은 11.6% 토크는 6.5% 상승 된거죠. 마력 증가폭에 비해서 토크 증가폭이 낮다는 것은 직분사시스템 도입으로 조금 더 정밀한 연료제어와 폭발 때의 환경변화로 고회전에서도 토크 하락이 적다는 것을 말 합니다. 무려 500rpm!!
무슨 소리나면.. 이대로 7,000rpm은 그대로 돌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반떼 140마력이 미심쩍은 분들은 당장에 rpm 5,000이상으로 달려보세요. 최대 토크 밴드인 4,850 이전인 약 4,500 이후부터 좋아지는 가속감이 5,000rpm시점에서 급격하게 뻗어줍니다. 늘어지는 기어비 탓도 있어 토크 자체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기에 펀치감과는 거리가 멀지만 스포티한 사운드와 함께 확연히 다른 가속감을 느끼게 합니다.
여타 다른 엔진들은 고회전에 퓨얼컷 시점이 다가갈수록 급락하는 토크 때문에 가속감이 줄고 힘겨운 엔진음만 가득 하지만 새 아반떼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정말 의외였습니다. 아니.. 의외가 아니라 이게 당연한거죠. 이 엔진은 고회전 고성능형 엔진계열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혼다 Vtec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국내 엔진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죠. 그러면서도 롱기어와 맞물려 저 rpm 에서도 연비가 좋죠. 단순히 기어비 때문만은 아니지만 관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아반떼가 140마력이라고 광고하는 것은 사실 그대로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 주행 때의 성능과는 거리가 있죠. 140마력은 충분히 나오지만 최고 rpm에서 그 출력이 나오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고회전으로 달리지 않는 소비자가 자주 느끼는 성능은 아닙니다. 한편으로 보면 마케팅측면에서만 가치있는 수치일 수 있죠.
아무튼 아반떼는 높은 토크도 낮은 rpm이 아닌 높은 rpm에서 나오기에 역시 일반 운전자들이 17kg-m대 가속감을 느끼기에 힘듭니다. 높은 prm을 사용하면서 달려도 늘어지는 기어비 때문에 펀치력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반떼에서 140마력을 강조하는 것은 거짓은 아니지만 ‘경험하기 힘든 출력’ 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네요.
참고로 마력= 견인력(토크) X 엔진회전수(rpm)/5.252 입니다. 최대 토크가 같은 차라고 해도 디젤과 가솔린은 엔진 특성이 달라 디젤은 2000rpm 이하에서 이미 최대토크가 나오고 가솔린은 보통 4000rpm은 되야 최대토크가 나옵니다.
당연히 차량을 견인(가속)하는 능력인 토크가 저rpm에서 높은 디젤이 평소 운전 때 가속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고 고속에서는 부족함을 느끼죠. 반면에 가솔린은 저rpm에선 조용하고 매끄러운(힘이 달리는)성능을 보이지만 고rpm에서는 다릅니다. 또한 배기량이 크면 클수록 저rpm 토크가 높습니다. 그래서 저배기량 자동차가 터보로 출력을 극복하곤 하는 것 이고요.
여기에 휘발유 엔진이 가지는 회전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크가 같은 배기량 디젤보다 적은데 마력이 높은 이유이죠. 바로 고 회전 때문입니다. 낮은 토크를 고회전까지 끌고갈 수 있기에 마력이 높은 것이죠. 이러한 엔진 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 혼다의 고회전 유닛(Vtec)을 장착한 S2000입니다. 토크는 낮지만 마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죠.
조금 더 쉽게 설명을 위해 현대기아의 2리터급 차량 중 144마력으로 아반떼와 불과 4마력 차이나는 쏘나타-K5 택시를 보시죠. LPI엔진을 장착하고 있죠. 이 차를 타보면 4마력 차이지만 차량 가속감은 월등히 좋습니다. 단순히 0-100km/h 발진 가속 성능이 아니더라도 악셀을 밟아 차를 움직일 때 힘이 틀립니다. 그 이유는 바로 토크 때문입니다. 마력은 실상 별 차이가 없지만 토크는 2.3kg-m의 차이로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참고로 아반떼의 토크는 17, 쏘나타나 K5 LPI의 토크는 19.3입니다. 마력은 큰 차이가 없는데 토크는 큰 차이가 나죠? 그리고 위에 말 했듯 배기량이 높은 차는 저 rpm에서 ‘견인력’이 좋습니다.
요컨대 아반떼의 140마력과 17kg-m 토크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이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으로 일반 주행 때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고회전 영역에 밀려 있다보니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자주 실감하기는 쉽지 않을 뿐이지요.
그런데 바로 이 측면에서 저는 생각이 약간 더 나갔습니다. 바로 그 ‘경험하기 힘든 출력’이 혹시 다른 차를 위한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바로 벨로스터 같은 차 말이죠! 상황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신형 아반떼로 고 RPM의 주행을 해보면 분명 저 RPM에서 느낄 수 없던 출력이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약 6,300rpm에서의 변속은 엔진의 출력을 ‘봉인’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내구성을 위해 그렇게 설정했겠지만 회전 여력은 충분히 더 있습니다. 고rpm에서 점화 제어를 정밀하게 할 수 있는 직분사의 특징을 살리고 조금 더 성능 좋은 몇 가지 부품을 첨가 개량하면 훨씬 강력한 고회전 고마력을 얻어낼 수 있다고 느껴지네요.
그리고 나니… 이 엔진에 터보가 올라간다면? 아시다시피 벨로스터는 1.6 감마 TGDI(터보 직분사)가 유력합니다. 엔진 회전수를 더 높게 사용하게 해주는 자연흡기가 나오거나 현재 엔진과 같은 회전수를 사용하더라도 하락이 적은 엔진 특성을 감안할 때 터보차져의 사용은 국내외 동급 최고 수준의 출력도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간단하게 요약해 봅니다. 신형아반떼(MD)의 140마력은 진짜다, 단! 고회전형 엔진이기에 일상 생활에서 느끼기는 힘들다, 헌데 고rpm을 사용해도 기어비 셋팅으로 일상 주행에서 가속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이는 의도적인 엔진 ‘봉인’이란 느낌이다, 그런데…., 그 엔진을 약간 바꾸면! 그 다음은 가능성과 상상의 영역입니다.
이미 감마 1.6 TGDI(E85) 엔진으로 220마력을 넘긴 현대가… 과연 다음에 어떤 엔진으로 나올런지, 솔직히 지금 아반떼 MD엔진도 맵핑으로 rpm을 더 높게 사용하고 써징방지 대책으로 듀얼밸브 스프링을 사용하고 수동기준 종감속 및 각단 기어비만 세팅하면 그대로 ‘스포티 컴팩트 세단’이 될 것 같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