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재집 제2권 / 시(詩)
월성 경진년(1580, 선조13) [月城 庚辰]
최립(崔岦) 지음
반월성 아직도 남아 있으니 / 半月城猶在
어찌 〈서리〉의 탄식을 견디겠나 / 那堪歎黍離
오산은 옛날의 울분을 머금었고 / 鰲山含舊憤
문수는 가시지 않은 슬픔 연주하네 / 蚊水奏餘悲
음악은 봄 새 울음처럼 덧없고 / 音樂空春鳥
번화는 지는 해와 같은 것을 / 繁華只夕暉
끝없는 회포에 방황하느라 / 彷徨懷不極
가는 길 더욱 더디기만 하네 / 行邁更遲遲
[주01] 반월성(半月城) : 경북 경주시에 있는 반달 모양의 성으로, 신라 파사왕 22년(101)에 축조한 것이다.
[주02] 어찌 …… 견디겠나 : 신라(新羅)를 회상해서 한 말이다. 〈서리(黍離)〉는 《시경》 왕풍(王風)의 편명인데, 동주(東周)의 대부(大夫)
가 행역(行役)을 나가는 길에 이미 멸망한 서주(西周)의 옛 도읍인 호경(鎬京)을 지나가다가 옛 궁실과 종묘가 폐허로 변한 채 메기장
과 잡초만이 우거진 것을 보고 비감에 젖어 탄식하며 부른 노래이다.
[주03] 오산(鼇山) : 경주에 있는 금오산(金鼇山)을 가리킨다.[주-D004] 문수(蚊水) : 경주의 금오산(金鼇山) 북쪽에 흐르는 문천(蚊川)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