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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재난고 [이제현 1288-1367년] 제3권 시(詩) 35편
1 측천(則天)의 능(陵)에서...
2 당 숙종(唐肅宗)의 능에서...
3 빈주(邠州)에서...
4 경주(涇州)의 도중에서...
5 경주(涇州)에서...
6 송도(松都)를 생각하여 여덟 경치를 읊다.
7 조나(朝那)에서 짓다.
8 금강산(金剛山)에서 절구 2수.
9 최수옹(崔壽翁)을 초청하다.
10 고풍(古風) 7수.
11 朴淵(박연).
12 감회를 쓰다 2수.
13 범려(范蠡).
14 식영암(息影菴)에서 전송하다.
15 무제(無題).
16 회안군(淮安君)이 출가(出家)했다는 말을 듣고 시를 지어 주다.
17 구월 십오일 새벽에 일어나 감회가 있으므로 학유(學諭) 윤여형(尹汝衡)에게 지어 주다.
18 박석재(朴石齋)ㆍ윤저헌(尹樗軒)의 은대집(銀臺集)의 소상 팔경(瀟湘八景) 운으로 지은 것에 화답하다 석재의 이름은 효수(孝修)이
며, 저헌의 이름은 혁(奕)이다.
19 계명숙(季明叔)의 운금루(雲錦樓)에 화답하여 네 수를 읊다.
20 국재(菊齋)의 횡파(橫坡) 열두 수를 읊다.
21 완산(完山) 이반자(李半刺)를 전송하다.
22 조 충주(趙忠州)에게 죽적(竹笛)을 기증하다.
23 요양(遼陽)에 돌아가는 허이문(許理問)을 전송하다.
24 백화선원(百花禪院) 관공루(觀空樓)의 시에 차운하여 쓰다.
25 달존(達尊)의 행화운(杏花韻).
26 요양(遼陽) 노상에서 소경(少卿) 박충좌(朴忠佐)에게 지어 주다.
27 눈오는 밤 산중에서...
28 율곡(栗谷)의 인가(人家)에서...
29 우연히 짓다.
30 만성(謾成) / 부질없이 짓다.
31 눈 내린 뒤에 죽헌(竹軒)과 약속하여 이가정(李柯亭)의 산재(山齋)를 찾다.
32 중암거사(中菴居士)가 시 여덟 수를 기증하여 도가(道家)에 들어올 것을 권하기에 차운하여 보내다.
33 서경 유수(西京留守) 경재신(慶宰臣)이 동어(凍魚)를 부쳐오다.
34 조정으로 돌아가는 이 한림(李翰林)을 전송하다.
35 이 원외(李員外)에게 편지하다.
[1]측천릉(則天陵)
측천(則天)의 능(陵)에서...
구양영숙(歐陽永叔)이 무후(武后)를 당기(唐紀) 속에 넣은 것은 대개 사마천(司馬遷)과 반고(班固)의 잘못을 이은 것으로서 그 과실이 더욱 크다. 여씨(呂氏)는 비록 천하를 자기 마음대로 다스렸지만 어린 아들을 내세워 한(漢) 나라의 왕통이 있음을 밝혔는데, 무후는 이씨(李氏)를 억제하고 무씨(武氏)를 높였으며, 당 나라라는 이름을 없애고 주(周) 나라라 칭한 다음, 종사(宗祀)를 세우고 연호(年號)를 정했으니, 흉역(凶逆)이 이보다 더 심할 수 없다.
마땅히 이것을 밝혀서 후세를 경계하여야 할 것인데, 도리어 높인단 말인가. 또 당기(唐紀)라 하면서 주(周)의 연호를 썼으니 옳다고 할 수 있겠는가? 혹자는 “일을 기록하는 자가 반드시 연호 밑에 일을 기록하는 것은 역사의 조강(條綱)으로 하여금 문란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것인데, 만약 그대의 말과 같이 한다면 중종(中宗)이 폐위를 당한 뒤에는 그 연호를 빼버리고 쓰지 않을 것이니, 천하의 일을 어디에다 붙여 기록하겠는가?” 하였다.
나는 대답하기를 “노 소공(魯昭公)이 계씨(季氏)에게 쫓겨나 건후(乾候)에 있을 때에도 《춘추(春秋)》에 한번도 소공의 연호를 쓰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방릉(房陵)의 폐위가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역사를 저술하면서 《춘추》를 본받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하였다.
久客萬事慵(구객만사용) / 오랜 객지 생활 만사가 귀찮건만,
好古意未歇(호고의미헐) / 옛것을 좋아하는 마음 쉬지 않아.
停驂問遺民(정참문유민) / 가던 말 멈추고 백성에게 말 물으며,
枉道尋斷碣(왕도심단갈) / 길을 돌아 단갈을 찾았노라.
關輔古帝畿(관보고제기) / 관보는 옛 제왕들의 서울로서,
壯觀不湮沒(장관불인몰) / 좋은 경관 인멸되지 않았구려.
千年阿婆陵(천년아파릉) / 천 년 묵은 아파릉은.
百里見城闕(백리견성궐) / 백 리 밖 성궐이 보이누나 .
根連隴坂長(근연롱판장) / 뿌리는 저 긴 농판에 연결했고,
氣壓秦川闊(기압진천활) / 기세는 진천의 광활함도 눌렀어라.
麒麟與獅子(기린여사자) / 기린과 사자가,
左右勢馳突(좌우세치돌) / 좌우로 달리는 듯.
侍臣羅簪纓(시신나잠영) / 잠영으로 장식한 시신들 둘러 있고,
猛士列鈇鉞(맹사열부월) / 부월을 잡은 맹사들 벌여 있네.
當時竭財力(당시갈재력) / 당시 재력을 다하여,
慮欲固扃鐍(려욕고경휼) / 나라 굳게 지키려고 하였건만,
興廢理難逃(흥폐리난도) / 흥망의 이치 피할 수 없어,
久爲狐兎窟(구위호토굴) / 오랫동안 짐승들의 소굴이 되었었네.
憶昔陰乘陽(억석음승양) / 옛부터 음이 양을 이기면,
四海憂禍烈(사해우화열) / 사해에 근심과 화란이 심하였네.
牝鳴殷家素(빈명은가소) / 암탉이 울자 은 나라 쇠해졌고,
燕漢嗣絶(연탁한사절) / 제비가 쪼아먹어 한 나라 왕통 끊겼었지.
文皇順天心(문황순천심) / 문황이 천심을 순응하여,
百戰啓王室(백전계왕실) / 수많은 전쟁 끝에 왕업을 얻었는데,
居然攘神器(거연양신기) / 하루아침에 제위(帝位)를 찬탈하였으니
背念黃裳吉(배념황상길) / 어찌 황상의 길함을 생각했겠는가.
丁寧雙陸夢(정녕쌍륙몽) / 쌍륙의 꿈 정녕했고,
黯慘虞淵日(암참우연일) / 우연의 태양 암담했네.
尙賴得忠賢(상뢰득충현) / 그러나 다행히 충현을 얻어,
終能返故物(종능반고물) / 끝내 왕업을 되찾았구려.
歐公信名儒(구공신명유) / 구공은 참으로 훌륭한 선비였건만,
筆削未免失(필삭미면실) / 필삭에 실수를 면치 못하였네.
那將周餘分(나장주여분) / 어찌하여 주 나라의 여분을 가져다,
續我唐日月(속아당일월) / 당 나라의 일월을 잇는단 말인가.
區區女媧石(구구여왜석) / 구구한 여와씨의 돌로,
豈補靑天缺(기보청천결) / 어찌 청천의 결함을 기울 수 있겠는가.
擬作擿瑕編(의작적하편) / 적하편을 지으려 하였으나,
才疏愧王勃(재소괴왕발) / 왕발 같은 재주 없음 부끄럽네.
뒤에 회암(晦庵)의 감우시(感遇詩)를 보고는 책을 덮어 놓고 감탄하였다. 나 같은 후생 말학(後生末學)으로서 이론한 것이 주자(朱子)와 어긋나지 않았을 줄 어찌 생각했으랴. 또 범씨(范氏)의 《당감(唐鑑)》을 읽어보니 역시 나와 같은 의론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절로 웃으면서 너무 젊어서 지은 것을 후회하였다. 중사(仲思)는 기록한다.
[주C-001]측천(則天)의 능(陵) : 측천은 측천무후(則天武后)로 이름은 조(曌). 처음에 태종(太宗)의 재인(才人)으로 있다가 뒤에 고종(高宗)의 후(后)가 되었으며, 고종이 죽자 아들인 중종(中宗)을 세웠다가 폐위시키고는 다시 예종(睿宗)을 세웠으나 곧 폐위시키고 자기가 직접 황제의 위에 오른 다음 국호(國號)를 주(周)라 하고 연호를 광택(光宅)이라 고쳤으며, 무씨(武氏)의 칠묘(七廟)를 세웠다.
충신 적인걸(狄仁傑)ㆍ장간지(張柬之) 등의 말을 따라 재위 21년 만에 다시 중종을 복위시키고 물러났다. 뒤에 건주(乾州)의 서북쪽에 있는 고종의 능인 건릉(乾陵)에 합장하였다.《新唐書 則天順聖武皇后本紀》
[주D-001]구양영숙(歐陽永叔)이 …… 이은 것 : 영숙은 송(宋)의 학자이며 문장가인 구양수(歐陽脩)의 자(字). 그는 일찍이 《신당서(新唐書)》를 찬했는데, 여기에 측천무후를 당기(唐紀)에 그대로 넣었다. 이는 한 혜제(漢惠帝)가 죽은 다음, 여후(呂后 고조(高祖)의 후(后)임)가 직접 정치를 했는데,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에 여후기(呂后紀)가 있는 것을 따른 것이다.
[주D-002]방릉(房陵) : 중종(中宗)의 능으로 곧 중종을 가리킨다.
[주D-003]관보(關輔) : 모두 경사(京師)에 가까운 지역으로 관중(關中)과 우부풍(右扶風)ㆍ좌풍익(左馮翊)ㆍ경조윤(京兆尹)의 삼보(三輔)를 가리킨다.
[주D-004]아파릉(阿婆陵) : 아파는 노부(老婦)에 대한 존칭이므로 곧 측천무후의 능을 가리킨다.
[주D-005]뿌리는 …… 눌렀어라 : 건릉(乾陵)의 산세를 말한 것으로 농판(隴坂)은 감숙성(甘肅省) 청수현(淸水縣)에 있는데 큰 들이 있으므로 판(坂)이라 한 것이며, 진천(秦川)은 청수현에 있는 강 이름이다. 섬서성(陝西省)과 감숙성의 지역을 가리킨다.
[주D-006]암탉이 …… 쇠해졌고 : 은(殷) 나라 주왕(紂王)의 아내인 달기(妲己)가 집정(執政)하여 은 나라가 망했음을 말한 것이다. 《書經》 牧誓에 “옛사람의 말에 ‘암탉은 새벽에 울지 말아야 하니,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비색해진다.’ 하였는데, 이제 상왕 수(商王受 곧 주(紂)임)가 오직 부인의 말만 따른다.” 하였다.
[주D-007]제비가 …… 끊겼었지 : 한 성제(漢成帝)의 후(后)인 조비연(趙飛燕)과 그의 동생 조소의(趙昭儀) 때문에 전한(前漢)이 왕망(王莽)에게 찬탈당했음을 말한 것이다. 성제는 조비연을 사랑하여 황후로 삼고 그의 동생을 소의로 삼았는데, 소의가 황제의 아들을 살해하여 아들이 없으므로 정도왕(定陶王) 흔(欣)을 세우니 이가 곧 애제(哀帝)이며, 다시 아들이 없어 평제(平帝)가 섰으나 왕망에게 시해되고 결국 전한은 멸망하였다. 이보다 앞서 동요(童謠)에 “제비가 날아와 황손을 쪼아먹는다.[燕飛來 啄皇孫]” 하였는데, 제비는 곧 조비연 자매를 가리킨 것이라 한다.《漢書 外戚傳 孝成趙皇后傳》
[주D-008]문황(文皇) : 당 태종(唐太宗)을 가리킨다.
[주D-009]황상(黃裳)의 길함 : 《주역(周易)》곤괘(坤卦) 육오 효사(六五爻辭)에 “누른 치마라 크게 길하다.[黃裳元吉]” 하였는데, 곤괘는 여자(女子)의 상(象)인바, 황색은 중색(中色)이며 치마는 아래에 있는 것이므로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분수를 알아 자신을 낮게 처하면 길하다는 뜻이다.
[주D-010]쌍륙(雙陸)의 꿈 : 쌍륙은 장기의 일종으로 쌍륙(雙六)이라고도 한다.《新唐書》 狄仁傑傳에 “한번은 무후가 적인걸을 불러 말하기를 ‘내가 요즘 자주 꿈에 쌍륙을 두어 지는데, 어떠한가?’ 하고 묻자, 인걸은 함께 자리에 있던 왕방경(王方慶)과 동시에 대답하기를 ‘쌍륙을 두어 이기지 못하는 것은 아들이 없을 조짐이니 하늘이 폐하를 경계하는 뜻인가 합니다.’ 하여 중종(中宗)을 복위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였다.
[주D-011]우연(虞淵)의 태양 : 우연은 해가 지는 곳이라 하는데, 해는 임금의 상(象)이므로 곧 당 나라가 망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주D-012]구공(歐公)은 …… 잇는단 말인가 : 구공은 구양수(歐陽脩)를 가리키며, 필삭(筆削)은 필즉필 삭즉삭(筆則筆 削則削)의 준말로 역사를 편찬함에 있어 쓸 만한 것은 쓰고 삭제할 만한 것은 삭제하는 것을 말한다. 여분(餘分)은 정통(正統)이 되지 못하고 윤통(閏統)에 해당하는 국가에 대한 폄사(貶辭)이다.
[주D-013]구구한 …… 있겠는가 : 여제(女帝)가 하늘을 때웠다는 고사를 부정한 것으로 무후의 선정(善政)을 비판한 것. 여와씨(女媧氏)는 고대 여제라 하는데, 공공(共工)이라는 제후가 지혜와 힘만을 믿고 황제의 명령을 따르지 않다가 마침내 축융(祝融)과 싸워 이기지 못하자, 노하여 머리로 불주산(不周山)을 쳐받으니, 천주(天柱)가 부러지고 지유(地維)가 망가지므로 여와씨는 오색 돌을 구워 하늘의 구멍난 부분을 때웠다 한다.《補史記 三皇本紀》
[주D-014]적하편(擿瑕編)을 …… 부끄럽네 : 왕발(王勃)은 당 나라 사람으로 자는 자안(子安). 어릴 때부터 문재(文才)가 뛰어나 9세에 안사고(顔師古)가 주(注)를 단《한서(漢書)》를 읽고 적하편을 지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였다.《新唐書 王勃傳》
[주D-015]회암(晦庵)의 감우시(感遇詩) : 회암은 주희(朱熹)의 호(號). 감우시는 원래 진자앙(陳子昂)이 지은 것으로 이것을 본따 재거감흥(齋居感興)이라는 시를 지었는데, 여기에 “무엇 때문에 구양자가 붓을 잡으면서 지공한 것을 몰라 당경에다가 주기를 어지럽혔나. 이 범례를 그 누가 용납하리.[云何歐陽子 秉筆迷至公 唐經亂周紀 凡例孰此容]” 하였다.《朱子大全 卷4》
[주D-016]범씨(范氏)의 《당감(唐鑑)》 : 《당감》은 송(宋)의 범조우(范祖禹)가 찬한 것으로 모두 24권인데, 당 고조(唐高祖)에서부터 소제(昭帝)ㆍ선제(宣帝)까지의 역사에 대하여 기록한 다음 아울러 평론을 가하였다.
[2]唐肅宗陵(당 숙종릉)
당 숙종(唐肅宗)의 능에서...
飛龍起靈武(비룡기령무) / 영무에서 황제의 위에 오르니,
上皇蜀中歸(상황촉중귀) / 상황은 파촉(巴蜀)으로 돌아갔네.
能以天下養(능이천하양) / 천하로써 부모를 봉양하였으니,
四海知孝慈(사해지효자) / 온 나라가 그 효성을 알았네.
同輿白衣客(동여백의객) / 수레를 같이한 백의객,
發策良得宣(발책량득선) / 참으로 계획을 잘했었는데,
小兒亂紀綱(소아난기강) / 소아가 기강을 문란시키니,
西內日凄悕(서내일처희) / 서내는 날로 처참해졌네.
可憐高將軍(가련고장군) / 가여워라, 고 장군이여,
投荒髮如絲(투황발여사) / 황지(荒地)에 귀양가 백발이 되었구려,
爲問北來者(위문북래자) / 묻노니 북녘에서 온 이는,
尙父果是誰(상부과시수) / 상보가 과연 누구런가.
[주C-001]당 숙종(唐肅宗)의 능(陵) : 숙종은 현종(玄宗)의 아들로 천보(天寶) 14년 안록산(安祿山)이 반란을 일으켜 장안(長安)과 낙양(洛陽)이 함락되자 현종은 파촉으로 피난하였다. 이때 마외(馬嵬)라는 곳에 이르자, 부로(父老)들의 간청에 의하여 이곳에 머물러 있다가 뒤에 영무(靈武)에서 즉위한 다음 현종을 높여 태상황(太上皇)으로 모셨으나 간신들의 모함에 의하여 부자간에 불화(不和)가 생겼다.《新唐書 肅宗皇帝本紀》
[주D-001]백의객(白衣客) : 이필(李泌)을 가리킨다. 이필은 소년 시절부터 재민(才敏)으로 이름나니 현종은 태자인 숙종과 함께 포의교(布衣交)를 맺게 하였으므로 태자는 언제나 선생이라 불렀다. 뒤에 영양(穎陽)에 살고 있었는데, 마외(馬嵬)에서 숙종이 부르므로 영무(靈武)로 가 뵙자, 숙종은 크게 기뻐하여 밖에 나갈 때에는 말을 함께 타고 잘 때에는 탑(榻)을 마주하여 태자로 있을 때처럼 대우하고 그의 말이면 모두 따랐다.《新唐書 李泌傳》
[주D-002]소아(小兒)가 …… 되었구려 : 소아는 이보국(李輔國)을 가리키며, 서내(西內)는 태극궁(太極宮)을 말하고 고 장군(高將軍)은 고역사(高力士)를 가리킨다. 상황(上皇)인 현종(玄宗)이 파촉에서 돌아와 흥경궁(興慶宮)에 거처했으며 장경루(長慶樓)에 자주 나오니 부로(父老)들은 그 앞을 지나다가 우러러보고 만세를 불렀다.
이에 숙종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한 이보국은 장후(張后)와 짜고는 황제의 명령이라 사칭한 다음, 상황을 대내로 옮기고 상황의 심복인 고역사를 무주(巫州)로 귀양보냈으며, 진현례(陳玄禮)를 강제로 치사(致仕)시키니, 상황은 기뻐하지 않아 이 때문에 고기도 먹지 않고 벽곡(辟穀)하다가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났다.《新唐書 肅宗本紀》
[주D-003]상보(尙父) : 주 문왕(周文王)의 스승이었던 태공 망(太公望)으로 당 고종(唐高宗) 상원(上元) 원년에 무성왕(武成王)에 추시(追諡)되었는데, 곧 훌륭한 국사(國師)를 가리킨 것이다.
[3]邠州(빈주)
빈주(邠州)에서...
行穿山窈窕(행천산요조) / 깊숙한 산기슭 찾아드니,
俯見樹扶疏(부견수부소) / 우거진 수목이 내려다보이네.
地僻宜澗飮(지벽의간음) / 지역이 궁벽하니 시냇물 마시기 알맞고,
民醇多穴居(민순다혈거) / 백성들 순박하니 동굴에서 살고 있네.
麥黃仍水碓(맥황잉수대) / 보리 익자 물방아로 찧고,
桑綠已繅車(상록이소거) / 뽕잎 푸르니 잠사도 켜는구려.
看取田園樂(간취전원악) / 농촌의 풍경 마냥 즐거우니,
周家積累餘(주가적누여) / 주 나라의 남은 은덕일레.
[주C-001]빈주(邠州) : 빈(邠)은 빈(豳)과 통하는데, 지금 섬서성(陝西省) 순읍현(栒邑縣)에 있는 곳으로 고대 주(周) 나라 선조 공류(公劉)가 빈국(豳國)을 세워 주 나라의 발상지가 되었다.
[4]涇州道中(경주도중)
경주(경주(涇州)의 도중에서)의 도중에서...
出谷天無際(출곡천무제) / 골짝을 나오니 하늘은 끝이 없고,
登坡路始平(등파로시평) / 언덕에 오르니 길은 평탄하구나.
塞雲旅雨黑(새운려우흑) / 변방에 구름은 비 몰고와 캄캄하고,
野日隔林明(야일격림명) / 들판에 햇빛은 숲 속에서도 비치누나.
萬里思親淚(만리사친루) / 만 리 타국에서 부모 생각에 눈물 흘렸고,
三年戀主情(삼년련주정) / 삼 년 동안 임금을 그리워하여 애태웠네.
哦詩聊自遣(아시료자견) / 시를 읊으면서 세월을 보내니 ,
漸覺錦囊盈(점각금낭영) / 주머니에 시만 가득해지누나.
[5]경주(涇州)에서...
宋日西羗屢震驚(송일서강루진경) / 송 나라는 서강이 자주 침범하니,
因將國尾付書生(인장국미부서생) / 쇠잔한 나라 서생에게 맡겼네.
聖元四海淸如鏡(성원사해청여경) / 원조(元朝)는 온 천하 거울처럼 맑아.
未用胸中十萬兵(미용흉중십만병) / 흉중의 십만 군사를 사용하지 않았다오.
[주D-001]송(宋) 나라는 …… 맡겼네 : 송 나라 말엽 문천상(文天祥) 등 문인들에게 정치를 맡겼음을 말한 것이다.
[6]憶松都八詠(송도팔영) 八수
송도(松都)는 오늘날의 북측 개성시를 말함
(第1首)
鵠嶺春晴(곡령춘청).
곡령(鵠嶺)의 갠 봄
八仙宮住翠微峯(팔선궁주취미봉) / 팔선궁은 푸른 산 중턱에 있었는데,
縹緲煙霞幾萬重(표묘연하기만중) / 자욱한 안개 몇 만 겹이었던고,
一夜長風吹雨過(일야장풍취우과) / 하룻밤 풍우가 지나간 뒤에,
海龍擎出玉芙蓉(해룡경출옥부용) / 바다 용이 옥부용을 떠받친 듯하네.
(第2首)
龍山秋晚(용산추만).
용산(龍山)의 늦은 가을
去年龍岫菊花時(거년룡수국화시) / 지난해 용산의 국화꽃 피었을 제,
與客携壺上翠微(여객휴호상취미) / 손님과 함께 술병 들고 산에 올랐나니,
一逕松風吹帽落(일경송풍취모락) / 한 줄기 솔바람에 모자가 날아가고 ,
滿衣紅葉醉扶歸(만의홍엽취부귀) / 단풍잎 옷에 가득히 술취해 돌아왔네.
(第3首)
紫洞尋僧(자동심승).
자동(紫洞) 스님을 찾아....
石泉激激風生腋(석천격격풍생액) / 돌 샘은 콸콸 겨드랑에 바람 일고,
松霧霏霏翠滴巾(송무비비취적건) / 솔 안개 자욱하여 수건을 적시었네.
未用山僧勤挽袖(미용산승근만수) / 산승의 간곡한 만류 없었어도,
野花啼鳥解留人(야화제조해류인) / 들꽃과 우는 새가 사람을 절로 머물게 하였네.
(第4首)
靑郊送客(청교송객).
청교(靑郊)에서 손을 전송하다.
小溪深處柳飛綿(소계심처류비면) / 계곡은 깊숙한데 버들가지 날고,
細雨晴時草似煙(세우청시초사연) / 보슬비 개니 풀은 연기처럼 푸르러라.
客去客留俱不礙(객거객류구불애) / 손이야 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一樽相對好山川(일준상대호산천) / 술병 들고 좋은 산천 마주 대하였네 .
(第5首)
熊川禊飮(웅천계음).
웅천(熊川)에서 계(禊)하며 술 마시다.
※계음(禊飮): 옛날의 풍속에 3월 3일에 동류수(東流水) 위에 모여서 불상(不祥)한 것을 제거하며 술을 마시고 놀았는데, 이것을 계(禊)
라 한다.
沙頭酒盡欲斜暉(사두주진욕사휘) / 모래 사장에 술자리 파하고 해저물 제,
濯足淸流看鳥飛(탁족청류간조비) / 맑은 물에 발 씻으며 나는 새 구경했네.
此意自佳誰領取(차의자가수령취) / 이내 마음 즐겁지만 그 누가 알련가.
孔門吾與舞雩歸(공문오여무우귀) / 공문에는 무우에 놀고 돌아오는 것 허여했네.
(第6首)
龍野尋春(용야심춘).
용야(龍野)에서 봄을 찾다.
偶到溪邊藉碧蕪(우도계변자벽무) / 시냇가에 이르러 풀 깔고 앉았는데,
春禽好事勸提壺(춘금호사권제호) / 봄 새들 지저귀며 술을 들라 권하네.
起來欲覓花開處(기래욕멱화개처) / 일어나 꽃핀 곳을 찾으려 했더니,
度水幽香近却無(도수유향근각무) / 물 건너 날아온 그윽한 향기 곁에 가니 간 곳 없네 .
(第7首)
南浦煙蓑(남포연사).
남포(南浦)의 안개 속 도롱이
一灣蒲葦雨瀟瀟(일만포위우소소) / 부들 우거진 물굽이에 보슬비 내리고,
隔岸人家更寂寥(격안인가갱적요) / 언덕 위 인가는 더욱 적막하여라.
漁罷呼兒收綠網(어파호아수록망) / 고기잡이 끝나자 아이 불러 그물 거두어,
刺船歸趁晩來潮(자선귀진만래조) / 노 저으며 저녁 조수 따라 돌아가네.
(第8首)
西江月艇(서강월정).
서강(西江) 달밤의 배
江寒夜靜得魚遲(강한야정득어지) / 강은 썰렁하고 밤은 고요한데 고기 아니 잡히니,
獨倚篷窓卷釣絲(독의봉창권조사) / 홀로 배에 의지하여 낚시를 거두네.
滿目靑山一船月(만목청산일선월) / 눈에 가득 청산이요 배에 가득 명월이라.
風流未必載西施(풍류미필재서시) / 좋은 풍류 서시같은 미인 필요 없어라.
[주D-001]계(禊) : 음력 3월 3일, 불상(不祥)을 제거하기 위하여 불제(祓祭)를 지내고 목욕하는 것.
[주D-002]공문(孔門)에는 …… 허여했네 : 무우(舞雩)는 하늘에 제사하고 비를 비는 곳. 공자(孔子)는 여러 제자에게 각자의 뜻을 말하라 하였더니, 뜻이 높은 증점(曾點)은 “늦은 봄에 옷이 마련되면 어른 5~6명과 동자 6~7명과 함께 기수(沂水)에 목욕하고 무우에 바람 쐰 다음 시 읊으며 돌아오겠다.” 하자, 공자는 감탄하면서 “나는 증점을 허여한다.” 하였다.《論語 先進》
[주D-003]서시(西施) : 춘추(春秋) 시대 월(越)의 미인. 월왕 구천(越王句踐)의 계획에 의하여 오왕 부차(吳王夫差)에게 바쳐졌다. 부차는 서시를 고소대(姑蘇臺)에 두고는 무척 총애했으므로 미인의 대명사로 되었다.
[7]조나(朝那)에서 짓다.
金天淑氣胚崆峒(김천숙기배공동) / 가을의 맑은 기운 공동산에 모여,
磅薄雲山千萬重(방박운산천만중) / 방박한 운산 천만 겹이나 되는구려.
彈箏峽口草蕭瑟(탄쟁협구초소설) / 탄쟁협 어귀에 풀바람 소슬하니,
六月髣髴來西風(육월방불래서풍) / 유월 염천에 가을 바람 방불케 하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君不見漢家貴重麒麟功(군불견한가귀중기린공) / 한 나라에서 기린각(麒麟閣)의 공신을 귀중히 여겨,
將軍多承茅土封(장군다승모토봉) / 많은 장군들이 모토의 봉군(封君) 받은 것을,
六郡豪强五陵客(육군호강오릉객) / 육군 오릉에 호협(豪俠)한 사람들,
半夜撫劍瞻邊烽(반야무검첨변봉) / 한밤에 칼을 어루만지며 변방 봉화(烽火) 바라보았네.
走馬寧論靑海遠(주마영론청해원) / 말을 달리니 청해가 멀다 하랴.
調弓已覺流沙空(조궁이각류사공) / 활 고르자 유사는 이미 텅 비었네.
어찌 생각이나 하였으랴.
豈念山東江淮困飛輓(기념산동강회곤비만) / 산동 강회가 비만의 곤박을 당할 줄이야.
畝昔一鍾今不墾(무석일종금물간) / 옛날의 농토가 지금엔 묵어 있네.
가령 전구로 하여금 관새하여...
縱令氈裘款塞旅庭實(종령전구관새려정실) / 뜰에 옥백(玉帛)을 가득히 진열하게 한들,
所得何嘗償百一(소득하상백일) / 소득이 어찌 백분의 일을 보상하랴.
聖元德宇同乾坤(성원덕우동건공) / 원 나라의 덕화 천지와 같으니,
外薄四海皆藩宣(외박사해개번선) / 멀리 사해 밖에까지 모두 번국이었네.
瓜分封疆樹懿戚(과분봉강수의척) / 땅을 나누어 친척을 봉하였고,
棋置列省專兵權(기치열성전병권) / 열성을 배치하여 병권을 장악하였네.
至元以來兩甲子(지원이래양갑자) / 지원 이후 갑자년이 두 번 지나도록,
野老奠枕羲黃年(야로전침희황년) / 야인(野人)들은 태평 세월에 살았네.
我行朝那北(아행조나북) / 내가 조나의 북녘을 다녀보니,
古壘生黍稷(고루생서직) / 옛 성터에 곡식만이 무성하누나.
羌兒劍買牛(강아검매우) / 강아들은 칼을 팔아 소를 사고,
胡婦事蠶織(호부사잠직) / 호부들은 누에치기와 길쌈을 일삼으니,
爾輩安知蒙帝力(이배안지몽제력) / 너희들이 어찌 황제의 공인 줄 알랴.
豈無段紀明(기무단기명) / 단기명이 어찌 없었으며,
亦有趙充國(역유조충국) / 또 조충국도 있었지만,
不忍使驅赤子除蟊賊(부인사구적자제모적) / 차마 적자를 몰아 도적을 제거하게 못하였네.
[주C-001]조나(朝那) : 한(漢) 나라 때 설치한 성으로 지금의 감숙성(甘肅省) 평량현(平涼縣) 서북쪽에 있는데, 흉노(匈奴)가 자주 침입해 온 지역이다.
[주D-001]공동산(崆峒山) : 평량현(平涼縣) 서쪽에 있는 산으로 옛날 도인(道人) 광성자(廣成子)가 살던 곳이라 한다.
[주D-002]탄쟁협(彈箏峽) : 물소리가 쟁소리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평량현 서쪽에 있다.
[주D-003]한(漢) 나라에서 …… 받은 것을 : 기린각(麒麟閣)은 한 무제(漢武帝)가 건립한 각(閣)으로 선제(宣帝) 때에 흉노를 정벌하여 공을 세운 곽광(霍光)ㆍ조충국(趙充國) 등 11명의 공신을 여기에 그린 다음, 관작과 성명을 기록하였다.《漢書 蘇武傳》모토(茅土)는 천자가 제후를 봉할 때 흰 띠에 황토를 하사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4]육군(六郡) 오릉(五陵)에 …… 사람들 : 육군은 한(漢)의 농서(隴西)ㆍ천서(天水)ㆍ안정(安定)ㆍ북지(北地)ㆍ상군(上郡)ㆍ서하(西河)를 가리키는데, 한 나라 때에 육군의 양가(良家) 자제 중에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는 자로 우림군(羽林軍)을 만들었다.
오릉은 장안(長安)에 있는 한제(漢帝)의 능으로 곧 고조(高祖)의 장릉(長陵), 혜제(惠帝)의 안릉(安陵), 경제(景帝)의 양릉(陽陵), 무제(武帝)의 무릉(茂陵), 소제(昭帝)의 평릉(平陵)을 말하는데 이 부근에는 호협(豪俠)한 소년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주D-005]유사(流沙) : 중국 서북쪽에 있는 사막(沙漠)으로 서역(西域) 등지를 가리킨다.
[주D-006]비만(飛輓) : 군량 운송을 말한다.
[주D-007]전구(氈裘)로 …… 진열하게 한들 : 전구는 털로 짜서 만든 갖옷인데 서북 지방의 오랑캐들이 입으므로 서강(西羗)이나 흉노의 추장을 가리키며, 관새(款塞)는 새문(塞門)에 와서 복종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8]지원(至元) : 원 세조(元世祖)의 연호.
[주D-009]강아(羌兒)들은 …… 일삼으니 : 오랑캐의 남녀가 모두 농사에 힘쓰는 것을 말한다.《漢書》 龔遂傳에 “공수가 제(齊) 지방의 풍속이 사치하고 칼 쓰기 좋아하는 것을 보고, 백성에게 농상(農桑)을 권하기 위하여 칼을 팔아 소를 사게 했다.” 하였다.
[주D-010]단기명(段紀明)이 …… 있었지만 : 기명은 단경(段熲)의 자(字)로 후한(後漢) 환제(桓帝) 때의 호강교위(護羌校尉)였으며, 조충국(趙充國)은 전한 무제(武帝) 때 후장군(後將軍)으로 자는 옹손(翁孫)인데 이들은 모두 무예가 뛰어나 흉노와 서강을 무찔러 큰 공을 세웠다.《後漢書 段熲傳》 《漢書 趙充國傳》
[8]금강산(金剛山)에서 절구 2수.
(第1首)
普德窟(보덕굴).
陰風生巖曲(음풍생암곡) / 시원한 바람 바위 틈에서 불어오고,
溪水深更綠(계수심갱록) / 시냇물 깊어 더욱 푸른데,
倚杖望層巓(의장망층전) / 지팡이에 의지하여 절벽을 바라보니,
飛簷駕雲木(비첨가운목) / 높다란 처마 구름 위에 떠 있구나.
(第2首)
摩訶演菴(마하연암).
山中日亭午(산중일정오) / 깊은 산 속에 해는 한낮인데,
草露濕芒屨(초로습망구) / 풀잎에 맺힌 이슬 짚신 적시누나,
古寺無居僧(고사무거승) / 옛절에 사는 중은 없는데,
白雲滿庭戶(백운만정호) / 흰 구름만 정호에 가득하누나.
[9]招崔壽翁(초최수옹)
최수옹(崔壽翁)을 초청하다.
琴書一茅屋(금서일모옥) / 거문고와 서적 쌓인 한 초가집에,
高臥樂幽獨(고와낙유독) / 고상하게 누워 홀로 즐기노라.
故人來不來(고인래불래) / 친구는 오려나 안 오려나,
東隣酒新熟(동린주신열) / 동쪽 이웃에 술은 새로 익었다오.
[10]고풍(古風) 7수.
(第1首)
歲暮連日雪(세모연일설) / 세모에 날마다 눈만 쌓이니,
百卉俱拉摧(백훼구랍최) / 온갖 초목 모두 꺾이었네.
政恐入新春(정공입신춘) / 새봄이 되어서도,
陰雲仍未開(음운잉미개) / 궂은 날씨 개지 않을까 두렵네 .
娟娟一樹梅(연연일수매) / 아리따운 매화꽃은,
脈脈在空谷(맥맥재공곡) / 정을 품은 듯 빈 골짜기에 피었구나.
幽香人不知(유향인부지) / 그윽한 향기 사람들은 모르지만,
瘦骨淸如玉(수골청여옥) / 청수한 골격 백옥처럼 깨끗하네.
(第2首)
宵寒夢易破(소한몽역파) / 밤이 썰렁하니 잠 깨기 쉬워,
展轉不自聊(전전불자료) / 전전하며 무료히 누웠노라.
攬衣起窺戶(람의기규호) / 옷 걸치고 일어나 문 밖을 내다보니,
落落星月高(낙낙성월고) / 낙락한 별과 달은 드높기도 하네.
開爐具燈火(개노구등화) / 화로에 불 피우고 등불을 밝히며,
坐聽風枝號(좌청풍지호) / 앉아서 바람 소리 듣노라.
念彼窮谷士(념피궁곡사) / 저 깊은 골짜기에 궁한 선비는,
誰與同其袍(수여동기포) / 그 누구 나와 도포를 함께 하려나.
(第3首)
公子遠行役((공자원행역) / 공자가 먼 길을 떠나니,
鞍馬光翁赩(안마광옹혁) / 말 안장에 붉은 광채 눈부시네.
憔悴玉樓妾(초췌옥루첩) / 초췌한 옥루의 여인은,
忍淚不敎滴(인루불교적) / 눈물을 참으며 흘리지 않네.
念之不可忘(념지불가망) / 그리운 마음 잊을 길 없지만,
奮飛無羽翼(분비무우익) / 날려도 날개가 없소.
寒鍾鳴苦遲(한종명고지) / 새벽 종 왜 이리 늦은지,
何時東方白(하시동방백) / 언제 먼동이 트려나.
(第4首)
三冬天地閉(삼동천지폐) / 삼동에 천지가 폐색(閉塞)되니,
龍蛇蟄幽宮(용사칩유궁) / 용사는 깊숙이 숨어 있네,
世道多反覆(세도다반복) / 세상살이 반복이 많지만,
君子有固窮(군자유고궁) / 군자는 곤궁을 고수한다네.
虛窓列遠岫(허창열원수) / 찢겨진 창문에는 먼 산이 환히 보이는데,
白雲度晴空(백운도청공) / 백운은 한가히 창공을 지나누나.
從嗔不迎客(종진불영객) / 성내어 손님을 맞이하지 않고,
揮琴送飛鴻(휘금송비홍) / 거문고 타며 나는 기러기만 보내네.
(第5首)
蘇秦學鬼谷(소진학귀곡) / 소진이 귀곡 선생에게 배웠으나,
適取勞其生(적취노기생) / 마침내 자기의 일생만 고달프게 하였네.
起來佩相印(기래패상인) / 일어나 승상의 인을 찼으니,
足使妻嫂驚(족사처수경) / 아내와 형수로 하여금 놀라게 하였네.
胡爲任寸舌(호위임촌설) / 어이하여 한 치쯤 되는 혀를 가지고,
抵死談縱橫(저사담종횡) / 죽도록 종횡만을 말했던가.
便有二頃田(변유이경전) / 가령 저에게 이경의 농토가 있었다 하여도,
知渠不躬耕(지거불궁경) / 그는 반드시 몸소 밭갈진 않았으리.
(第6首)
山中有故人(산중유고인) / 산중에 있는 친구가,
貽我尺素書(이아척소서) / 나에게 편지를 전하였네 .
學仙若有契(학선약유계) / 신선 배우는 묘법이 있다면,
此世眞蘧廬(차세진거려) / 이 세상은 참으로 나그네이리.
軒裳非所慕(헌상비소모) / 부귀 영화 흠모하는 것 아니지만,
木石難與居(목석난여거) / 목석과 함께 살 수는 없네.
不如飮我酒(불여음아주) / 세상 일 술 마시는 것만 못하니,
死生任自如((사생임자여) / 사생은 자연에 맡기노라.
(第7首)
淸朝樂無事(청조낙무사) / 좋은 시절 아무런 일도 없으니,
十日九下帷(십일구하유) / 열흘이면 아흐레는 휘장을 내렸네.
偶然出官道(우연출관도) / 우연히 벼슬길에 나아가.
立馬看奔馳(입마간분치) / 말을 멈추고 바쁜 인생 보았네.
草草功名士(초초공명사) / 공명의 선비 부질없이 근심하고,
紛紛豪俠兒(분분호협아) / 호협한 사람 분주히 바쁘기만 하네.
歸來對黃卷(귀래대황권) / 돌아와 서책을 대하여 ,
一笑還自怡(일소환자이) / 한번 웃으니 스스로 마음 편해지네.
[주D-001]소진(蘇秦) : 전국 시대 변사(辯士)로 합종(合從)을 주장하였는데, 본래 낙양(雒陽) 사람으로 귀곡(鬼谷)에 살고 있던 종횡가(縱橫家) 왕허(王詡)를 사사하였다. 집을 나가 유학한 지 몇 해 만에 크게 곤궁을 당하여 집에 돌아오니, 형제와 형수, 처첩들 모두 비웃었다. 이에 그는 다시 공부하여 육국(六國)을 연합하여 육국의 정승이 된 다음 집에 돌아오니, 집안 식구들이 모두 존경하여 감히 쳐다보지 못하였다.
소진은 크게 탄식하며 “이 한몸이 부귀하면 친척들도 두려워하고 빈천하면 천대하니 하물며 타인이겠는가. 만일 나에게 낙양의 좋은 농토 2경(頃)이 있었다면 나는 육국의 정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였다.《史記 蘇秦傳》
[11]朴淵(박연 : 박연폭포).
時春山氣佳(시춘산기가) / 봄 되니 산 경치 아름답기도 한데,
谷鳥如喚客(곡조지환객) / 골짝에 새들은 사람을 부르는 듯 ,
幽尋協宿想(유심협숙상) / 깊숙한 곳 찾으니 옛 상상과 맞는데,
勝賞欣新獲(승상흔신획) / 좋은 경치 구경하니 새로운 소득이라오
沈沈古雙湫(침침고쌍추) / 깊고 깊은 두 줄기 못.
欲近悚心魄(욕근송심백) / 다가서니 심신이 송연해지네.
神物襲重泉(신물습중천) / 용은 깊은 못에 살고 있고,
飛湍下千尺(비단하천척) / 나는 물줄기 천척이나 내려오네
泓澄瀉雲天(홍징사운천) / 깊고 맑음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
蕩漾動林石(탕양동림석) / 출렁임은 숲과 돌이 움직이는 듯,
義責甘施鞭(의책감시편) / 의로운 꾸짖음은 채찍을 달게 받겠고,
冥期契聞笛(명기계문적) / 깊은 우정은 피리소리 듣는 것과 같네.
交感由情衷(교감유정충) / 이 우정 진정에서 나왔으니,
奚云幽明隔(해운유명격) / 어찌 유명이 다르다 하랴.
采采巖中花(채채암중화) / 바위 사이에 핀 꽃 꺾고 꺾어,
持以侑泂酌(지이유형작) / 이것으로 술잔을 권하노라.
嘉澤戒屯膏(가택계둔고) / 아름다운 혜택 아끼지 말아다오.
吾民藝麰麥(오민예모맥) / 우리 백성 모맥을 심었으니.
[12]감회를 쓰다 2수.
(感懷 第1首)
杜鵑花發杜鵑啼(두견화발두견제) / 두견화 피고 두견새 우는데,
香霧空濛月欲西(향무공몽월욕서) / 안개는 자욱하고 달은 서산에 지네.
立馬得詩還忘却(입마득시환망각) / 말을 멈추고 시를 지었으나 문득 잊고는,
鳳城東望草萋萋(봉성동망초처처) / 동으로 봉성을 바라보니 풀만 우거졌네.
(感懷 第2首)
光風轉夜露華微(광풍전야로화미) / 화창한 밤에 이슬은 희미한데
零落春紅欲滿衣(령낙춘홍욕만의) / 꽃은 떨어져 옷에 수북하네.
喚取佳人騎細馬(환취가인기세마) / 미인을 불러 작은 말에 태우고,
敎吹玉笛月中歸(교취옥적월중귀) / 옥피리 불면서 밤에 돌아가련다.
[13]범려(范蠡).
범려의 행적을 되돌아보며...
論功豈啻破强吳(논공기시파강오) / 공을 논한다면 어찌 오 나라를 멸한 것뿐이랴.
最在扁舟泛五湖(최재편주범오호) / 작은 배 오호에 띄운 것 제일이라오.
不解載將西子去(불해재장서자거) / 서자를 싣고 가지 않았더라면,
越宮還有一姑蘇(월궁환유일고소) / 월 나라 궁중에도 고소대(姑蘇臺) 하나 생겼으리.
[주C-001]범려(范蠡) : 춘추 시대 월(越)의 대부로 자는 소백(少伯). 임금 구천(句踐)을 도와 적국인 오(吳)를 멸망시키기 위한 계획으로 서시(西施)라는 미인을 오왕 부차(吳王夫差)에게 바치니, 부차는 서시에게 고혹되어 정치를 돌보지 않다가 끝내 월에게 망하였다. 범려는 공을 이룬 다음 공명을 피하여 변성명하고 오호(五湖 태호(太湖)를 가리킴)에 배를 띄워 망명하였는데, 이때 오궁(吳宮)에 있던 서시를 함께 데리고 갔다.《史記 越王世家》
[주D-001]서자(西子)를 …… 생겼으리 : 서자는 서시(西施)를 가리키며 고소대(姑蘇臺)는 오궁(吳宮)의 이름. 이 말은 범려가 만일 서시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월왕(越王)도 다시 서시를 총애하게 되어 오 나라처럼 망하게 되었으리라는 뜻이다.
[14]送息影菴(송식영암).
식영암(息影菴)에서 전송하다.
同道相從古亦稀(동도상종고역희) / 같은 도로 상종하는 것은 예부터 드문데,
中年遠別忍霑衣(중년원별인점의) / 중년에 멀리 이별하니 눈물이 옷을 적시네,
空江目盡思無盡(공강목진사무진) / 강은 아득하여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一片風帆去似飛(일편풍범거사비) / 한 조각 돛단배 나는 듯 빠르구나.
[15]無題(무제).
靑天碧海夜漫漫(청천벽해야만만) /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른데 밤은 아득하니,
愁殺姮娥桂樹間(수살항아계수간) / 시름겹게 항아의 계수나무 쳐다보네.
白兎長年空搗藥(백토장년공도약) / 흰 토끼 오랜 세월 약을 빻고 있지만,
一廻圓缺減朱顔(일회원결감주안) / 한 차례 둥글었다 이지러지면 홍안(紅顔)이 감해진다오.
[주D-001]항아(姮娥)의 계수나무 : 항아는 달을 가리킨 것으로 달에는 계수나무가 있으며 흰 토끼가 옥도끼로 약을 찧어 인간에 보낸다는 전설에서 나온 것이다.
[16]회안군(淮安君)이 출가(出家)했다는 말을 듣고 시(詩)를 지어 주다.
鼎食榱題付幻泡(정식최제부환포) / 부귀 영화 물거품고 같은 환멸이니,
出塵風骨見高標(출진풍골견고표) / 높은 풍표 진세에 뛰어났네.
慈烏待哺頭渾變(자오대포두흔변) / 먹이 기다리는 어미 까마귀 머리털 변하였고,
乳鷰營巢舌未調(유연영소설미조) / 보금자리에 있는 어린 제비 혀가 아직 서툴구나.
花謝梁園春寂寂(화사양원춘적적) / 양원에 꽃 지니 봄은 적막하고,
月籠祇樹夜寥寥(월농지수야요요) / 지수에 달 비추니 밤은 고요하네.
儂家此理何增損(농가차리하증손) / 천지의 진리는 변동 없건만,
蒼海桑田自暮朝(창해상전자모조) / 창해와 상전은 조석으로 달라지네.
火中良玉水中蓮(화중양옥수중연) / 불 속에 옥이런가 물 속에 연이런가.
夜半踰城去杳然(야반유성거묘연) / 밤중에 성을 넘어 아득히 갔구려,
雲衲換來新面目(운납환래신면목) / 장삼 입어 새모습으로 바뀌었으나.
綠窓啼盡短因緣(녹창제진단인연) / 규방(閨房)에서는 짧은 인연 슬퍼했다네.
瑤琴月照三生夢(요금월조삼생몽) / 거문고에 비친 달 삼생의 꿈이런가.
玉麈風傳一味禪(옥진풍전일미선) / 총채에 이는 바람 참선의 진미일세.
碌碌儒冠成底事(록록유관성저사) / 용렬한 유관으로 무슨 일 성취했던가.
可憐奔走二毛年(가련농주이모년) / 이모의 해를 분주한 것이 가엾네.
[주D-001]먹이 …… 서툴구나 : 늙은 부모와 어린 자식을 가리킨다. 까마귀는 새끼가 어미에게 반포(反哺)한다 하여 효조(孝鳥)라 칭하므로 곧 부모를, 어린 제비 새끼는 자식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2]양원(梁園)에 …… 고요하네 : 양원은 한(漢) 나라 양 효왕(梁孝王)이 손들을 모으기 위하여 만들었던 동산이며, 지수(祗樹)는 불가의 말로 지수급고독원(祗樹給孤獨園)의 약칭인데 이 동산의 정사(精舍)에서 부처가 설법(說法)하였다.
[주D-003]밤중에 …… 갔구려 : 출가(出家)한 것을 말한다. 건축국(乾竺國)의 태자로 있는 석가모니는 29세 때 밖에 나가 놀다가 쇠병(衰病)한 자, 죽은 자를 보고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끝내 밤중에 성을 넘어 남마국(藍摩國)에 가서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
[주D-004]삼생(三生) : 전생(前生)ㆍ차생(此生)ㆍ내생(來生).
[주D-005]이모(二毛)의 해 : 이모는 머리가 백색과 흑색이 반반인 것으로 곧 반백(斑白)을 말한다.
[17]구월 십오일 새벽에 일어나 감회가 있으므로 학유(學諭) 윤여형(尹汝衡)에게 지어 주다.
風從西來聲滿天(풍종서래성만천) / 서풍 몰아치는 소리 하늘에 울리니.
怳若鐵騎驅平原(황고철기구평원) / 철기가 평야에 달리는 듯하네.
墻頭綠樹忽憔悴(장두녹수홀초췌) / 담 앞에 푸른 나무 갑자기 시들어,
一夜落葉盈空園(일야낙엽영공원) / 하룻밤 사이 낙옆이 동산에 가득하구나.
衆禽欲棲却飛去(중금욕서각비거) / 뭇새들은 잠을 자려다 문득 날아가고,
摵摵疎枝撼寒雨(색색소지감한우) / 우수수 찬비만이 성긴 가지 흔드누나.
爭紅逞紫亦近耳(쟁홍정자역근이) / 붉은 꽃 자주 꽃 핀 지 얼마 안 되는데,
豈謂如今遽如許(개위여금거여허) / 어찌 오늘에 갑자기 이럴 줄 알았으랴.
君看萬物生無知(군간만물주무지) / 그대는 보라 만물은 지각이 없어,
生理一聽天公爲(생리일청천공위) / 생리 모두 하늘에 맡기는데,
無端寒煥有遷改(무단한환유천개) / 무단히 추위와 더위가 변천하여,
似爲榮悴相欣悲(사위영췌상흔종) / 영췌를 만들어 희비하게 하는 듯.
騷人況復情所鍾(소인황부정소종) / 하물며 시인은 감정이 풍부하여,
方寸每受百慮攻(방촌매수백려공) / 마음속에 많은 생각 집중된다오.
不辭雪霜點鬚髮(불사설상점수발) / 상설 같은 백발은 사양하기 싫고,
安得江海澆心胸(안득강해요심흉) / 어이하면 강호에서 마음대로 늙으리,
縹囊古書老不觀(표낭고서노불관) / 표낭의 옛글은 늙어서 볼 수 없고,
蒯緱長劍慵不憚(괴구장검용불탄) / 괴구의 긴 칼은 귀찮아 두들기지 않는다오.
人間窮達眞細事(인간궁달진세사) / 인간의 부귀 영화 참으로 하찮으니,
但問大藥留童顔(단문대약유동안) / 다만 젊어지는 좋은 약 묻고 싶네.
[주D-001]표낭(縹囊)의 …… 않는다오 : 표낭은 책을 담아두는 엷은 쪽빛의 자루이며, 괴구(蒯緱)는 새끼줄로 칼자루를 묶어두는 것으로 변변치 못한 칼을 비유하기도 한다.
[18]박석재(朴石齋)ㆍ윤저헌(尹樗軒)의 은대집(銀臺集)의 소상 팔경(瀟湘八景) 운으로 지은 것에 화답하다.
석재의 이름은 효수(孝修)이며, 저헌의 이름은 혁(奕)이다.
(第1首)
평사(平沙)에 내리는 기러기.
行行點點整還斜(행행점점정환사) / 줄줄이 점점이 가지런했다 비꼈다.
欲下寒空宿暖沙(욕하한공숙난사) / 차가운 공중에서 내려와 따뜻한 백사장에 자려다가.
怪得翩翻移別岸(괴득편번이별안) / 언덕으로 날아 옮기는 것 이상해 하였더니,
軸轤人語隔蘆花(축로인어격려화) / 뱃사람들 노화 우거진 속에 쑥덕여서이네.
(第2首)
먼 포구에 돌아가는 돛단배.
行舟賈客似兒童(행주고객사아동) / 배 부리는 상인들이 아이들처럼,
香火人人乞順風(향화인인걸순풍) / 사람마다 향 사르며 순풍을 비네.
賴是湖神能泛應(뢰시호신능범응) / 호수의 신 감응함을 힘입어 ,
衆帆齊擧各西東(중범재거각동서) / 여러 배들 나란히 돛달고 동서로 가네.
※동정호(洞庭湖)의 신이 바람을 나누어 배를 보낸다는 뜻.
(第3首)
소상강(瀟湘江)에 내리는 밤비.
楓葉蘆花水國秋(풍엽노화수국추) / 단풍들고 노화 핀 수국의 가을에,
一江風雨洒扁舟(일강풍우사편주) / 한 강의 비바람 조각배에 뿌리네.
驚廻楚客三更夢(경회초객삼경몽) / 초 나라 손 삼경의 꿈을 깨우고,
分與湘妃萬古愁(분여상비만고수) / 상비의 오랜 만고의 시름 함께 나누었네.
(第4首)
동정호(洞庭湖)의 가을달.
三更月彩澄銀漢(삼경월채징은한) / 삼경에 달 밝고 은하수 맑은데,
萬頃秋光泛素濤(만경추광범소도) / 만경 창파에 가을빛 일렁이네.
湖上誰家吹鐵笛(호상수가취철적) / 호숫가 뉘집에서 쇠젓대 부는고 ,
碧天無際雁行高(벽천무제안행고) / 푸른 하늘 끝없는데 기러기떼 높이 나네.
(第5首)
산시(山市)에 갠 아지랑이.
漠漠平林翠靄寒(막막평림취애한) / 아득한 숲 아지랑이 차가운데,
樓臺隱約隔羅紈(누대은약격라환) / 숲 속의 은은한 누대 비단이 가렸어라.
何當卷地風吹去(하당권지풍취거) / 어이하면 바람이 땅을 휩쓸어,
還我王家著色山(환아왕가착색산) / 나에게 왕가의 착색산으로 돌려줄까.
(第6首)
어촌(漁村)의 저녁 놀.
落日看看銜遠岫(낙일간간함원수) / 지는 해 바라보니 먼 산으로 넘어가는데,
歸潮咽咽上寒汀(귀호열열상한정) / 조수 소리치며 갯벌에 올라오네.
漁人去入蘆花雪(어인거입노화설) / 어부들 흰 노화 속에 들어가니,
數點炊煙晩更靑(수점취연만경천) / 몇 줄기 밥짓는 연기 파랗게 올라오네.
(第7首)
강 하늘의 저녁 눈.
柳絮飛空欲下遲(류서비공욕하지) / 날리는 버들개지 공중에서 서서히 내리는 듯,
梅花落地亦多姿(매화낙지역다자) / 매화꽃 땅에 떨어지듯 자태가 많구나.
一樽且盡江樓酒(일준차진강루주) / 강루에서 한 통 술 다 마시면서.
看到蓑翁卷釣時(간도사옹권조시) / 도롱이 쓴 노인 낚시 거둘 때까지 보았노라.
(第8首)
연기 낀 절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一幅丹靑展不封(일폭단청전불봉) / 한 폭의 단청이 전개되었는데,
數行水墨淡還濃(수행수묵담환농) / 몇 줄의 수묵 흐렸다 진했다 하네.
不應畫筆眞能爾(불응화필진능이) / 붓으로 묘사하지 못할 것은.
南寺鍾殘北寺鍾(남사종잔북사종) / 남사의 종소리 끝나면 북사의 종 다시 울리는 것이라오.
(第9首)
박연 폭포(朴淵瀑布).
萬尋澄澈靑銅鏡(만심징철청동경) / 만 길의 맑은 물 청동의 거울인 듯.
千尺逶迤白玉虹(천척위이백옥홍) / 천 척이나 둘러 있는 백옥의 무지개일레.
怪底古今流不盡(괴저고금류부진) / 이상스레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흐르는데,
層巖直上是龍宮(층암직상시룡궁) / 층암의 바로 위는 이 용궁이라오.
[주D-001]상비(湘妃) : 순(舜)의 이비(二妃)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은 순이 창오(蒼梧)에서 죽자, 소상강(瀟湘江)을 건너지 못하고 슬피 울다가 마침내 이 물에 빠져 죽어 상수(湘水)의 신(神)이 되었다는 전설에 의한 것으로 상군(湘君)이라고도 한다.
[주D-002]왕가(王家)의 착색산(著色山) : 왕가는 송(宋) 나라 왕선(王詵)을 가리킨 것으로 자(字)는 진경(晉卿). 시서화(詩書畫)를 잘했으며 동파(東坡) 소식(蘇軾)과 친했다. 착색산은 채색으로 그린 산수화(山水畫). 소식의 왕진경소장착색산(王晉卿所藏著色山) 시에 “그동안 한 번 변하여 풍류가 없어졌으니 누가 장군의 착색산을 보겠는가[爾來一變風流盡 誰見將軍著色山]” 하였다.
[19]계명숙(季明叔)의 운금루(雲錦樓)에 화답하여 네(4) 수를 읊다.
(第1首)
하주(荷州)의 향기로운 달.
微波澹澹月溶溶(미파담담월용용) / 엷은 파도 잔잔하고 달빛 일렁이는데,
十頃荷花一道風(십경하화일도풍) / 십 경이나 되는 연꽃에 한 길의 바람이 부네.
記得臨平山下宿(기득임평산하숙) / 임평산 밑에서 유숙하던 시절 생각나니,
酒醒身在畫船中(주성신재화선중) / 술 깨자 몸은 그림 배에 있었네.
(第2首)
송학(松壑)의 푸른 구름.
一林黃葉遠無聲(일림황엽원무성) / 수풀에 누른 잎은 멀어서 소리가 없는데,
萬壑蒼雲漲欲平(만학창운창욕평) / 골짝마다 푸른 구름 피어 펀펀해지네.
卷上山頭吹不散(권상산두취불산) / 산 위로 걷어 올라가 흩어지지 않으니,
料應晩雨未全晴(료응만우미전청) / 늦비가 아직 개지 않은 것을 알겠네.
(第3首)
어기(漁磯)에서 저녁 낚시.
魚兒出沒弄微瀾(어아출몰농미란) / 고기 새끼 출몰하여 여울에 날뛰는데,
閑擲纖釣柳影間(한척섬조류영간) / 한가롭게 가느다란 낚시 버들 사이에 던졌네.
日暮欲歸衣半濕(일모욕귀의반습) / 해 저물어 돌아가려 하니 옷이 반쯤 젖어.
綠煙和雨暗前山(록연화우암전산) / 푸른 안개 비와 섞여 앞산이 캄캄하네.
(第4首)
산사(山舍)에서 짓는 아침밥.
山下誰家遠似村(산하수가원사촌) / 산 밑에 뉘 집 있는지 멀리 보니 촌락인 듯,
屋頭煙帶大平痕(옥두연대대평흔) / 집 위에 떠오르는 연기 태평 세월 표시라오.
時聞一犬吠籬落(시문일견폐리낙) / 울 밑에 개짖는 소리 들려오니,
乞火有人來扣門(걸화유인래구문) / 불 빌려는 사람 문을 두드려서겠지.
[20]국재(菊齋)의 횡파(橫坡) 열두(12) 수를 읊다.
(第1首)
태공(太公)이 주(周) 나라에서 낚시질하다.
混世浮沈匪苟安(혼세부침비구안) / 세상에 휩쓸려 부침하는 것 마음 편치 않지만,
得時經濟豈云難(득시경제기운난) / 때를 만나면 나라를 바로잡는 것 어렵지 않았네 .
君看八百年周業(군간팔백년주업) / 그대는 보았는가 주 나라의 팔백 년 왕업이,
只在磻溪一釣竿(지재반계일조간) / 반계의 한 낚싯대에 있었던 것을 ...
(第2首)
四皓歸漢(사호귀한)
사호(四皓)가 한(漢) 나라에 돌아가다.
見說扶蘇孝且仁(견설부소효차인) / 부소가 효성스럽고 인자한 것을 보고서도 ,
胡令二世禍生民(호령이세화생민) / 어이하여 이세로 하여금 백성을 괴롭히게 했나.
逋翁不爲卑辭屈(포옹불위비사굴) / 포옹이 겸손한 말에 몸을 굽힌 것이 아니라.
未忍劉家又似秦(미인류가우사진) / 유가가 또 진 나라처럼 될까 걱정해서이네.
(第3首)
사부(謝傅)의 동산(東山)
雲水光中醉作鄕(운수광중취작향) / 운수의 경치 속에 술 취하여 즐겼건만,
致君功業未全忘(치군공업전망) / 인군을 보좌하는 공업은 잊지 못하였네.
挽鬚一落聞箏淚(만수일락문쟁루) / 만 년에 쟁소리 들으면서 수염 잡고 눈물 흘렸으니,
更覺東山興味長(경각동산흥미장) / 다시금 동산에 좋은 흥미 알았네.
(第4首)
자유(子猷)의 섬계(剡溪)
故人家住翠微間(고인가주취미문) / 친구의 집은 숲 속에 있는데,
滿目溪山雪月寒(만목계산설월한) / 눈에 가득한 계산에 설월만이 비치누나.
乘興胡爲來便去(승흥호위래편거) / 흥을 띠고 왔다가 어이하여 다시 갔는고,
不妨呼酒共憑欄(불방호주공빙난) / 난간에서 함께 술마시면 좋았을 것을....
(第5首)
여산(廬山)의 삼소(三笑)
釋道於儒理不齊(석도어유이부제) / 불교와 도교 유교의 진리와는 같지 않은데,
强將分別自相迷(강장분별자상미) / 억지로 분별한다면 서로 미혹만 되리,
三賢用意無人識(삼현용의무인식) / 삼현의 마음 아는 이 없으니 ,
一笑非關過虎溪(일소비관과호계) / 한번 웃은 것은 호계를 지나서가 아니라오.
(第6首)
죽림 칠현(竹林七賢)
曹馬乘機盜九州(조마승기도구주) / 조마가 기회 노려 구주를 훔쳤으니,
有心何力遏橫流(유심하력알횡류) / 마음은 있으나 무슨 힘으로 횡류를 막으랴.
竹林別是華胥國(죽림별시화서국) / 죽림이야말로 별다른 화서국이니,
樽酒相從萬事休(준주상종만사휴) / 통술로 상종하며 만사를 버렸다오.
(第7首)
孟宗冬筍(맹종동순)
맹종(孟宗)의 동순(冬笋)
雪中新笋宅邊生(설중신순댁변생) / 눈 속의 대순 집가에 나니,
摘去高堂慰母情(적거고당위모정) / 따다가 병든 어머니 위로했네.
但使子孫能盡孝(단사자손능진효) / 다만 자손으로 효성을 다하면,
乾坤感應自分明(건곤감응자분명) / 천지 신명 감응함이 분명하네.
(第8首)
黃眞桃源(황진도원)
황진(黃眞)의 도원(桃源)
萬古仙鄕路未通(만고선향로미통) / 예부터 선향의 길이 막혔는데,
胡爲已到却怱怱(호위이도각총총) / 어이하여 갔다가 바삐 돌아왔나.
重來物色渾如夢(중래물색혼여몽) / 다시 오자 풍경은 꿈만 같으니,
空使桃花笑殺儂(공사도화소살농) / 복숭아꽃으로 하여금 우리를 비웃게 하였네.
(第9首)
鷰尋玉京(연심옥경)
제비가 옥경(玉京)을 찾다.
翩翩隻鷰訪空閨(편편척연방공규) / 편편히 나는 한 마리의 제비 빈 규방 찾아드니,
應感佳人惜別詞(응감가인석별사) / 미인과 헤어지던 말을 생각해서겠지.
相對知心不知語(상대지심부지어) / 상대하자 마음은 알아도 말은 통하지 않는데,
一庭風雨落花時(일정우락낙화시) / 뜰 가득히 비바람에 꽃은 떨어지네.
(第10首)
개가 양생(楊生)을 구제하다.
濡尾溪流走幾廻(유미계류주기회) / 시냇물에 꼬리 적시고 몇 번이나 달려와서,
免敎醉夢困煙灰(면교추몽곤연회) / 취중의 화상(火傷)을 모면케 하였네 .
縱知此犬能相救(종지차견능상구) / 이 개가 사람을 구제하긴 하였지만,
莫更昏昏泥酒盃)(막경혼혼니주배) / 다시는 술에 취하여 정신 잃지 마오.
(第11首)
반낭(潘閬)의 삼봉(三峯)
落日靑山興未闌(락일청산흥미란) / 해는 청산에 저물었지만 흥은 다하지 않으니,
欲題詩句破天慳(욕제시구파천간) / 시구 지어 숨은 경치 파헤치려고,
任他行路嘲輕脫(임타행로조경탈) / 행인들의 경솔하다는 조롱 아랑곳없이,
倒跨驢兒點檢看(도과려아점검간) / 거꾸로 나귀 타고 낱낱이 보았네.
(第12首)
범려오호(范蠡五湖).
범려(范蠡)의 오호(五湖)
功成亦欲試良圖(공성역욕시량도) / 공을 이루자 좋은 계획 세우려고,
月棹煙蓑向五湖(월도연사향오호) / 달밤에 도롱이 쓰고 배 띄워 오호로 향하였네.
卷却吳宮春色去(권각오궁춘색거) / 오 나라 궁궐에 춘색은 거둬 가고,
獨留秋草滿姑蘇(독류추초만고소) / 고소대(姑蘇臺)에 가을 풀만 가득히 남겨 놓았네.
[주D-001]태공(太公) : 고대 주(周) 나라 사람으로 본래의 성은 강씨(姜氏)였는데 여씨(呂氏)로 통했으며 이름은 상(尙)이고 자는 자아(子牙). 나이 늙어 한가히 위수(渭水)의 반계(磻溪)에서 낚시질하다가 문왕(文王)을 만나니, 문왕은 크게 기뻐하여 태공 망(太公望)이라 호하고 스승을 삼았으며, 뒤에 무왕(武王)을 도와 주(紂)를 치고 천하를 통일하였다.《史記 齊太公世家》
[주D-002]사호(四皓) : 진(秦) 나라 말기에 난리를 피하여 상산(商山)에 살던 상산 사호로 곧 동원공(東園公)ㆍ하황공(夏黃公)ㆍ녹리 선생(甪里先生)ㆍ기리계(綺里季)인데, 이들은 뒤에 장량(張良)의 초청에 의하여 한 나라로 돌아와 당시 태자였던 혜제(惠帝)를 보필하였다.《史記 留侯世家》
[주D-003]부소(扶蘇)가 …… 했나 : 부소는 진 시황(秦始皇)의 장자였는데 효성스럽고 인자하였으나 이사(李斯)ㆍ조고(趙高) 등에 의하여 피살되고 차자인 호해(胡亥)가 즉위하니 이가 바로 이세(二世)였는데, 이사ㆍ조고 등의 폭정(暴政)으로 말미암아 진 나라는 곧 멸망하고 말았다.《史記 秦始皇本紀》
[주D-004]포옹(逋翁)이 …… 걱정해서이네 : 포옹은 은둔해 있는 노인으로 상산 사호를 가리키며, 유가(劉家)는 한 나라 황제의 성이 유씨이므로 한 나라를 말한 것이다.
[주D-005]사부(謝傅)의 동산(東山) : 사부는 진(晉)의 사안(謝安)으로 자는 안석(安石)인데, 태부(太傅)에 증직(贈職)되었으므로 사부라 한 것이다. 동산은 절강성(浙江省) 상우현(上虞縣)에 있는데, 사안은 여기에 은거해 있다가 뒤에 세상에 나와 충성을 바쳐 진 나라를 안정시켰다.《晉書 謝安傳》
[주D-006]자유(子猷)의 섬계(剡溪) : 자유는 진(晉) 나라 왕휘지(王徽之)의 자(字)로 산음(山陰)에 살고 있었다. 섬계는 절강성(浙江省)에 있는 조아강(曹娥江)의 상류인데, 이곳에 대규(戴逵)가 살고 있었으므로 대계(戴溪)라 하기도 한다. 한번은 왕휘지가 눈오는 밤에 친구 대규를 찾아 섬계에 배를 띄우고 갔다가 문 앞에 이르러 되돌아왔다. 사람이 이유를 묻자, 그는 “흥이 있어 왔다가 흥이 다하므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였다.《晉書 王徽之傳》
[주D-007]여산(廬山)의 삼소(三笑) : 여산은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에 있는 산으로 경치가 좋기로 유명하다. 여기에 동림사(東林寺)가 있으며, 그 밑에 호계(虎溪)가 흐르는데, 동림사에 있던 고승 혜원 법사(慧遠法師)는 손을 전송할 적에 한번도 호계를 지나지 않았으며 만일 이 호계를 지나면 범이 울부짖었다. 하루는 법사가 선비 도잠(陶潛)과 도사 육수정(陸修靜)과 함께 이야기하다가 모르는 사이 호계를 지나자, 범이 울부짖으니 세 사람은 크게 웃었다.《廬山記》
[주D-008]죽림 칠현(竹林七賢) : 진(晉) 나라 때 노장(老莊)이 허무 사상을 숭상하여 죽림에서 술과 청담(淸談)으로 세상을 보낸 완전(阮籍)ㆍ혜강(嵇康)ㆍ산도(山濤)ㆍ상수(向秀)ㆍ유영(劉伶)ㆍ완함(阮咸)ㆍ왕융(王戎)을 가리킨다.
[주D-009]조마(曹馬) : 한 헌제(漢獻帝)를 몰아내고 천하를 차지한 위(魏)의 조조(曹操)ㆍ조비(曹丕)와 다시 위를 찬탈한 진(晉)의 사마소(司馬昭)ㆍ사마염(司馬炎)을 가리킨다.
[주D-010]화서국(華胥國) : 태평한 나라.《列子》 黃帝에 “황제가 낮잠을 자다가 꿈에 화서국에 이르니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하였다.
[주D-011]맹종(孟宗)의 동순(冬笋) : 맹종은 삼국 때 오(吳) 나라 사람으로 자는 공무(恭武). 무척 효성스러웠는데 한번은 어머니가 병이 들어 대순을 먹고 싶어하는데, 마침 겨울이라서 구할 수 없었다. 맹종은 근심하며 대숲에 가보았더니 대순이 솟아났다 한다.《晉書 吳志 孟宗傳》
[주D-012]황진(黃眞)의 도원(桃源) : 황진은 무릉 도원(武陵桃源)을 처음 발견했다는 어부 황도진(黃道眞)을 가리키며, 도원(桃源)은 호남성(湖南省) 도원현(桃源縣) 도원산에 있는데,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폭포가 있어 선경(仙境)으로 칭하게 되었다.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진(晉) 나라 태원(太元) 때에 무릉(武陵)에 어부가 시내를 따라 가다가 이 도원에 이르러 보니 마치 선경과 같았다. 그는 그곳을 내려왔다가 다시 찾으려 하였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하였는데, 이는 진(秦)의 난리를 피하여 들어간 사람들이라 한다.
[주D-013]제비가 …… 찾다 : 남조 때 송(宋) 나라 말엽, 창가(娼家)의 딸인 요옥경(姚玉京)은 과부가 되어 절개를 지키며 시부모를 모시고 있었는데, 언제나 한 쌍의 제비가 와서 집을 짓고 살았다. 한번은 제비 한 마리가 새매에게 잡혀 죽자, 남은 제비가 슬피 울면서 집을 맴돌았다.
가을이 되자 그 제비는 옥경의 팔뚝에 앉아 작별을 고하는 듯하므로 옥경은 붉은 실로 다리를 묶어 주면서 “내년에 다시 오라.” 하였는데, 이듬해 과연 다시 왔다. 그 후 옥경이 병들어 죽었는데, 이듬해 제비는 다시 와서 주인을 찾으며 슬피 울므로 집 식구들은 “옥경은 죽었으며 무덤은 남곽(南郭)에 있다.” 하였더니, 그 제비는 무덤을 찾아가 따라 죽었다 한다.《燕女墳記》
[주D-014]개가 …… 구제하다 : 진(晉) 나라 때 양생(楊生)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무척 개를 사랑하였다. 한번은 겨울철에 술에 취하여 큰 못가에 누웠는데, 산불이 나서 타오르고 있었으나 양생은 모르고 잠을 잤다. 이때 개는 아무리 주인을 깨웠으나 일어나지 않자, 못에 가서 몸을 물에 적셔 주인을 살렸다 한다.《續搜神紀》
[주D-015]반낭(潘閬)의 삼봉(三峯) : 삼봉은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화산(華山)의 연화봉(蓮華峯)ㆍ모녀봉(毛女峯)ㆍ송회봉(松檜峯)을 가리키는데, 여기에 은둔했던 선인(仙人) 반낭은 파리한 나귀를 거꾸로 타고 산천의 아름다움을 구경했다 한다.
[주D-016]오(吳) 나라 …… 놓았네 : 춘색(春色)은 오궁(吳宮)의 미인 서시(西施)를 가리킨다. 월왕 구천(越王句踐)이 오 나라를 멸망시키자, 범려는 고소대(姑蘇臺)에 있던 서시를 배에 싣고 오호에 떠 은둔한 일을 말한다.
[21]완산(完山) 이반자(李半刺)를 전송하다.
楊柳飛綿草似茵(양류비면초사인) / 버들개지 날고 풀은 방석 같은데,
靑郊立馬淚霑巾(청교입마루점건) / 들판에 가는 말 멈추고 눈물을 흘리노라.
春風無限相思意(춘풍무한상사의) / 봄바람에 끝없는 그리운 마음을,
說與江南坦上人(설여강남탄상인) / 강남 탄상인에게 말하여 주게.
※중 탄(坦)이 시를 잘하였다.
[22]조 충주(趙忠州)에게 죽적(竹笛)을 기증하다.
吾家竹笛淸如玉(오가죽적청여옥) / 우리집 대피리 옥처럼 청아한데,
持贈風流趙使君(지증풍류조사군) / 풍류객인 조 사군에게 기증하노라.
醉據胡床江上月(취거호상강상월) / 달 밝은 강가에서 의자에 앉아 ,
一聲吹破萬山雲(일성취파만산운) / 한 소리로 만산 구름을 불어 헤치게나.
[23]요양(遼陽)에 돌아가는 허이문(許理問)을 전송하다.
七年惠愛感民衷(칠년혜애감민충) / 칠년의 어진 정사 민심이 감복하였고,
一世英名聞帝聰(일세영명문제총) / 일세의 좋은 이름 황제에게 들렸네.
華表縱歸丁令鶴(화표종귀정령학) / 학으로 화한 정령은 화표에 돌아갔지만,
草廬還起孔明龍(초려환기공명룡) / 와룡(臥龍) 공명은 초려에서 일어났네.
鷄聲曉店月掛柳(계성효점월괘류) / 새벽 주막에 닭울음 들리는데 달빛은 버들에 걸쳐 있고,
馬影暮山風捲蓬(마영모산풍권류) / 해 저문 산에 말 그림자 비추는데 바람은 쑥대를 거둬가네.
是處知君偏見憶(시처지군편견억) / 그대는 이런 곳에서 유독 생각나겠지.
幾人如我久相從(기인여아구상종) / 몇 사람이나 나처럼 오래 상종하였나.
[주D-001]학으로 …… 일어났네 : 지금은 고국으로 돌아가지만 뒤에는 크게 등용되리라는 뜻. 화표(華表)는 성곽이나 아문(衙門)에 세운 기둥이며, 정령(丁令)은 정령위(丁令威), 공명(孔明)은 제갈량(諸葛亮)의 자(字)이며, 초려(草廬)는 초가집을 말한다.
※한(漢) 나라 때 요동(遼東)에 살던 정령위는 영려산(靈廬山)에서 도(道)를 배웠는데, 뒤에 학으로 화하여 요동에 돌아와 성문 화표주(華表柱)에 앉으니 소년들은 몰라보고 활로 쏘려 하므로 날아가 공중을 배회하다 갔다 한다. 한 나라 말기 양양(襄陽)의 초려에서 학문을 닦고 있던 제갈량은 와룡 선생(臥龍先生)이라 호하였는데, 뒤에 유비(劉備)의 세 차례 방문을 받고 세상에 나왔다.《搜神後記, 三國志 蜀志 諸葛亮傳》
[24]백화선원(百花禪院) 관공루(觀空樓)의 시에 차운하여 쓰다.
勝遊多是費躋攀(승유다시비제반) / 좋은 유람에는 등반을 많이 하여야 하는데,
最愛蓮坊住淺山(최애연방주천산) / 연방사(蓮坊寺)는 얕은 산에 있어 제일이라오.
一水帶鋪延曠遠(일수대포연광원) / 한 물은 빙둘러 멀리 뻗쳐 있고,
兩巒襟合貯幽閒(량만금합저유한) / 두 산봉우리 합치어 그윽도 하구나.
莫求佛外兼心外(막구불외겸심외) / 부처 밖에나 마음 밖에 구하지 말고,
須着人間比夢間(수착인간비몽간) / 모름지기 인간이란 꿈결 같음을 알아야 하네.
一聽樓名如有契(일청루명여유계) / 관공루(觀空樓) 이름 듣자 마음에 부합되니,
便堪千里笑開顔(편감천리소개안) / 천리 밖에 웃는 얼굴 열렸네.
[25]達尊杏花韻(달존행화운)
달존(達尊)의 살구꽃 시운(詩韻)으로 짓다.
(第1首)
一株仙杏鳳城西(일주선행봉성서) / 한 그루 살구나무 봉성 서녘에서,
占斷春光傍柳堤(점단춘광방류제) / 봄빛을 독차지하고 버들 뚝에 서 있네.
翳翳紫煙迷遠近(예예자연미원근) / 은은한 붉은 안개 원근이 희미하고,
離離紅日照高低(리리홍일조고저) / 뚜렷한 붉은 태양 고저에 비치누나.
暗香帶露添蜂蜜(암향대로첨봉밀) / 이슬 젖은 그윽한 향기 벌꿀을 보태주고,
亂點隨風着鷰泥(란점수풍착연니) / 바람에 떨어진 꽃 제비집에 붙어 있네.
忽憶錦波亭下路(홀억금파정하로) / 문득 생각나네 금파정 아래 길에,
滿身淸影醉扶携(만신청영취부휴) / 맑은 그림자 몸에 가득한 채 술취해 부축받던 일이....
(第2首)
淡佇春光小巷西(담탕춘광소권서) / 봄빛을 머금은 조그마한 마을 서녁에,
倚墻無語俯長堤(의장무어부장제) / 말없이 담장에 기대어 긴 제방 굽어보네.
帶裝絳蠟風吹折(체장강랍풍취탁) / 붉은 밀로 장식한 꽃받침 바람에 꺾이고,
花簇丹砂雨壓低(화족단사우압저) / 단사 같은 꽃심 비 맞아 납작해졌네.
驚墮佳人金捍撥(경타가인금한발) / 놀랍게도 미인의 금으로 만든 한발에 떨어지고,
巧黏游騎錦障泥(교점유기금장니) / 공교롭게 말의 비단 장니를 붙였네.
綠陰靑子空惆悵(록음청자공추창) / 녹음에 푸른 열매 부질없이 슬퍼하리니,
滿意尋芳草解携(만의심방막해휴) / 마음껏 향기 찾아 떠나지 마오.
(第3首)
御溝南畔畫橋西(어구남반화교서) / 어구의 남쪽 화교의 서쪽에서,
記得偸閑步綠堤(기득투한보록제) / 한가하게 푸른 제방 산보하던 일 생각나네
出屋數枝春雨過(출옥수지춘우과) / 집 밖으로 나온 몇 가지에 봄비 지났고,
繞城千樹夕陽低(요성천수석양저) / 성에 둘러 있는 수많은 나무 석양에 나지막하네.
玳筵錯落啼紅燭(대연착락제홍촉) / 대연의 붉은 촛불 여기저기 켜놓은 듯,
鳳詔淋漓濕紫泥(봉조림리습자니) / 봉조의 힘찬 필적 붉은 인주 찍어놓은 듯.
欲折長條賞天巧(욕절장조상천교) / 가지 꺾어 하늘의 공교함 감상하려 하나,
却愁零落不堪携(각수령락불감휴) / 시들어 휴대 못할까 근심이네.
※어구(御溝) : 대궐에서 흘러 나오는 개천)
[주C-001]달존(達尊) : 본집 저자 이제현의 차자(次子 : 둘째 아들).
[주D-001]봉성(鳳城) : 중국의 수도였던 장안(長安)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송도(松都)를 말한다.
[주D-002]놀랍게도 …… 붙였네 : 한발(捍撥)은 비파(琵琶) 채의 끝에 장식한 금은을 말하며, 장니(障泥)는 말[馬]의 배를 덮어 흙이 튀어오르지 못하게 하는 도구이다.
[주D-003]대연(玳筵)의 …… 찍어놓은 듯 : 대연은 거북 껍데기로 장식한 자리로 궁중을 가리키며, 봉조(鳳詔)는 임금의 조칙(詔勅)으로 살구꽃의 아름다움을 비유한 말.
[26]요양(遼陽) 노상에서 소경(少卿) 박충좌(朴忠佐)에게 지어 주다.
遠林鷄犬天未晞(원림계견천미희) / 새벽 먼 숲에 닭은 울고 개는 짖는데,
征車欲發思依依(정차미발사의의) / 먼 길 떠나려 하니 마음 설레네.
孤城月照主人屋(고성월조주인옥) / 외로운 성에 달빛은 주인의 집을 비춰주고,
大野風吹遊子衣(대야풍취유자의) / 큰 돌에 바람은 유자의 옷을 펄럭이네.
浮生百年會有盡(부생백년회유진) / 백 년의 인생 끝날 때 있는데,
故國千里何當歸(고국천리하당귀) / 천리의 고국 언제나 돌아갈지,
華表亭前重廻首(화표정전중회수) / 화표정 앞에 다시 머리 돌이키니,
慚愧仙人丁令威(참괴선인정영위) / 선인 정령위가 부끄럽네.
[주D-001]화표정(華表亭) …… 부끄럽네 : 화표정은 요동(遼東) 성문에 있던 화표주(華表柱)로 주 49) 참조.
[27] 山中雪夜(산중설야)
눈오는 밤 산중에서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 종이 이불 썰렁하고 등 침침한데,
沙彌一夜不鳴鍾(사미일야불명종) / 어린 중 밤새도록 종을 치지 않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 자는 손 일찍 문 연다 꾸짖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 암자 앞 눈 쌓인 소나무 보려고 나왔네.
※백낙천(白樂天)의 시에 “재숙(齋宿)하는 손님 오지 않으니 냉담하다.[宿客不來嫌冷淡]”는 것은 《의례(儀禮)》의 숙빈(宿賓)이라는 숙자의 뜻인 듯하고, 두자미(杜子美)의 시에 “개는 일찍이 자고 갔던 손님을 반긴다.[犬迎曾宿客]”는 것은 기숙(寄宿)한다는 숙자의 뜻이므로 여기서는 두자미의 말을 사용하였다.
[28]율곡(栗谷)의 인가(人家)에서....
歲暮天寒雪欲飛(세모천한설욕비) / 세모에 날씨는 춥고 눈은 날리려 하는데,
旋收鷄狗掩柴扉(선수계구엄시비) / 닭과 개 가두고 사립문 닫았네.
馬蒭奴飯猶能辦(마추노반유능판) / 말 먹이와 종의 밥 마련되었으니,
勸客明朝且莫歸(권객명조차막귀) / 손님은 부디 내일 아침 돌아가지 마오.
[29]偶成(우성)
우연히 짓다.
殘酒懵騰雪滿簪(잔주몽등설만잠) / 술이 덜 깨어 정신 흐리고 눈은 머리에 가득한데,
煮茶聲裏日西南(자다성리일서남) / 차 끓는 소리에 해는 서쪽에 기우누나.
最憐稚女無愁思(최련치녀무수사) / 귀여워라 어린 딸 시름없이,
手剪柔桑學餧蠶(수전유상학위잠) / 어린 뽕잎 썰어 누에먹이기 배우네.
[30]謾成(만성)
부질없이 짓다.
老去功名念自輕(노거공명 염자경) / 늙을수록 공명에 대한 생각이 가벼우니,
且將幽事送餘生(차장유사 송여생) / 앞으로 그윽한 일들로 여생 보내리.
池邊剪葦看雲影(지변전위 간운영) / 못가에 갈대 베고 구름 그림자 구경하고,
窓下移蕉聽雨聲(창하이초 청우성) / 창 밑에 파초 옮기며 빗소리 들었네.
烏紗白葛午風輕(오사백갈오풍경) / 오사모 흰 베옷에 한낮 바람 살랑이고
石枕藤床雨氣生(석침등상우기생) / 돌베개 등나무침상에 비 기운 일어,
獨倚北窓尋夢境(독의북창심몽경) / 홀로 북창에 의지하여 꿈나라를 찾으니,
綠陰何處一鶯聲(녹음하처일영성) / 녹음 어느 곳에 꾀꼬리 소리 들리누나.
※오사(烏紗) : 검은 비단으로 만든 모자.
[31]雪後約竹軒訪李柯亭山齋(설후약죽헌방이가정산재)
눈 내린 뒤에 죽헌(竹軒)과 약속하여 이가정(李柯亭)의 산재(山齋)를 찾다.
柯亭人境兩淸幽(가정인경양청유) / 가정의 인품과 경지 맑고 그윽하니,
像想山陰雪後遊(상상산음설후유) / 눈 내린 뒤에 산음에서 노는 것을 상상했네.
만일 동행에 시우가 있었다면 / 若使同行有詩友(약사동행유시우) / 만일 동행에 시우가 있었다면,
자유는 굳이 배를 돌리지 않았으리 / 子猷未必便回舟(자유미필편회주) / 자유는 굳이 배를 돌리지 않았으리.
[주C-001]죽헌(竹軒) : 김륜(金倫)의 호. 자(字)는 무기(無己)이며 좌정승(左政丞)에 이르렀다.
[주C-002]이가정(李柯亭) : 가정은 이숙기(李叔琪)의 호./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밀직 대언(密直代言) 등을 지냄.
[주D-001]자유(子猷) : 진(晉) 나라 왕휘지(王徽之)의 자.
[32]中菴居士贈詩(중암거사증시)
중암거사(中菴居士)가 시 여덟 수를 기증하여 도가(道家)에 들어올 것을 권하기에 차운하여 보내다.
(第1首)
道門終古隱然開(도문종고은연개) / 도의 문 예부터 은연히 열렸으니,
脚踏何論士與臺(각답하논사여대) / 실천에 어찌 선비와 하인을 따지리오.
彼佛曾敎丹化鐵(피불증교단화철) / 저 부처는 일찍이 단사가 쇠로 화한 것을 말하였고,
吾儒奚憚海持杯(오유해탄해지배) / 우리 유가는 어찌 큰 술잔을 싫어하랴.
信標衣鉢非言得(신표의발비언득) / 믿음은 의발로 표하니 말로 터득할 수 없고,
樂在簞瓢豈利回(낙재단표기리회) / 낙은 단표에 있으니 어찌 명리(名利)로 돌이키랴.
許我洗心參五葉(허아세심삼오엽) / 나에게 깨끗한 마음으로 오엽 참선을 권하니,
希公着眼覰三才(희공착안처삼재) / 나는 공이 삼재 보기를 바라네.
(第2首)
大地炎塵撥不開(대지염진발불개) / 대지의 뜨거운 먼지 제거할 길 없는데,
淸涼獨占竹邊臺(청량독점죽변대) / 대숲에 있는 누대는 시원하기도 하네.
門無車馬腰無印(문무차마요무인) / 문에 거마 없고 허리에 인수(印綬) 없지만,
家有絃歌手有杯(가유현가수유배) / 집에는 거문고 있고 손에는 술잔 있네.
霖雨應須一龍起(림우응수일용기) / 장마비에 용 한마리 일어나는 것 기다리겠지만,
丘山未信萬牛回(구산미신만우회) / 산림의 굳은 뜻 만필의 소로도 돌리지 못하였네.
請看鶴壽峯前地(청간학수봉전지) / 학수봉 앞에 있는 마을을 보시라.
也着三韓老秀才(야착삼한노수재) / 삼한의 늙은 수재 살고 있지.
(第3首)
糞掃堆中眨眼開(분소퇴중심안개) / 쌓인 쓰레기 속에서도 안목이 열리면 ,
到頭渾是九蓮臺(도두혼시구련대) / 가는 곳마다 모두 연화대일세.
驪鱗觸處難求寶(려린촉처난구보) / 검은 용비늘 찌르니 여의주 구하기 어렵고,
蛇足添來或失杯(사족첨래혹실배) / 사족을 덧붙이면 술잔을 빼앗기기도 한다네.
萬物秋凋還夏茂(만물추조환하무) / 만물은 가을에 시들었다 여름에 다시 무성하고,
三光西沒却東回(삼광서몰각동회) / 삼광은 서쪽으로 넘어갔다 동쪽으로 다시 돌아오네.
分明此理誰拈破(분명차리수념파) / 분명한 이런 이치 그 누가 알았으랴.
四海除公有辨才(사해제공유변재) / 온 세상에 공만이 알고 있었네.
(第4首)
呑吐江山口闔開(탄토강산구합개) / 강산 기운 호흡하느라 입을 닫았다 벌렸다 하니,
肯敎塵壒礙靈臺(긍교진애애영대) / 먼지로 하여금 영대를 구애되게 하랴.
眞功牛入庖丁刃(진공우입포정인) / 공부는 포정의 칼날에 소가 들어간 듯,
妄想蛇逃樂廣杯(망상사도악광배) / 망상은 악광의 술잔에 뱀이 없어지듯,
樂國公能許同往(악국공능허동왕) / 공은 극락세계로 함께 가기를 권하니,
寶山吾亦免空回(보산오역면공회) / 나도 보산에서 헛되이 돌아오지 않으리.
有心潤色無文印(유심윤색무문인) / 윤색에 마음을 두면 문인이 없어지고,
未信金仙不要才(미신금선불요재) / 부처를 믿지 않으면 재주가 소용없네.
(第5首)
明主當時理具開(명주당시리구개) / 명주 있던 그 당시 좋은 정치 이룩되어,
看公闊步上金臺(간공활보상금대) / 공은 활보하며 금대에 올랐었네.
笑談漢已重九鼎(소담한이중구정) / 담소하자 한 나라는 이미 구정처럼 중하였고,
襟袍魯宜如一杯(금포로의여일배) / 넓은 도량은 나라가 술잔처럼 작게 보였네.
鍊石只言天可補(련석지언천가보) / 돌을 달구니 하늘을 보수한다 하겠고,
揮戈豈料日難回(휘과기료일난회) / 창을 휘두르니 어찌 태양을 돌리기 어려우랴.
蒼生莫誤東山興(창생막오동산흥) / 창생들은 동산의 흥취를 그르치지 말라.
際會誰非將相才(제회수비장상재) / 때 만나면 어찌 장상의 재주 아니런가.
(第6首)
一掬天慳天爲開(일국천간천위개) / 비장(祕藏)된 한 곳 하늘이 열어주니,
更將詩眼着亭臺(갱장시안착정대) / 다시금 정대에 시안을 부치노라.
尋僧散步雲隨杖(심승산보운수장) / 중을 찾아 산보하니 구름은 지팡이를 따르고,
對客高談月入杯(대객고담월입배) / 손을 대하여 고담을 하니 달은 술잔에 비치누나.
積翠低簷相媚嫵(적취저첨상미무) / 푸른 산 처마에 나직하여 더욱 아름답고,
落紅浮水故縈回(락홍부수고영회) / 떨어진꽃 물에 떠 짐짓 돌고 있네.
園林鍾鼓眞淸勝(원림종고진청승) / 원림에 풍악소리 참으로 좋으니,
題詠須憑吏部才(제영수빙이부재) / 문장은 이부의 재주에 비기겠네.
(第7首)
舊讀詩書心孔開(구독시서심공개) / 일찍이 시서 읽어 마음을 여느라,
不窺閒館與崇臺(불규한관여숭대) / 한관(閒館)과 누대를 엿보지 않았네.
向來亦陋蕭曹筆(향래역루소조필) / 종래에도 소조의 도필(刀筆) 비루하게 여겼는데,
此去却耽嵇阮杯(차거각탐혜완배) / 요즘에는 혜완의 술을 즐긴다오.
如涉太山超海過(여섭태산초해과) / 마치 태산을 끼고 바다를 뛰어 건너려는 듯,
欲行千里及門回(욕행천리급문회) / 천리를 행하려면서 문앞에서만 맴도네.
二毛已負鑽堅志(이모이부찬견지) / 반백(班白)의 나이에 도묘(道妙)를 탐구하려던 마음 저버렸으니,
深愧雕虫不是才(심괴조충불시재) / 재주 아닌 자질구레한 문장에 종사하는것 부끄럽네.
(第7首)
苔鎖閑扉日懶開(태쇄한비일라개) / 굳게 잠긴 사립문 날마다 열기 싫어하는데,
紅塵況擬走章臺(홍진황의주장대) / 하물며 홍진 속의 번화가에 달리랴.
玉川腹裏五千券(옥천복리오천권) / 옥천의 뱃속엔 오천 권의 책이 들어 있고,
李白手中三百杯(이백수중삼백배) / 이백의 수중에는 삼백 잔의 술이 안겨 있네.
달리는 말처럼 빠른 세월에 놀라고 / 歲月頻驚隙駒過(세월빈경극구과) / 달리는 말처럼 빠른 세월에 놀라고,
行藏頗愧磨驢回(행장파괴마려회) / 맷돌 돌리는 나귀처럼 맴도는 나의 행장 부끄럽네.
東門幸有宜瓜地(동문행유의과지) / 동문에 다행히 오이 심을 만한 땅이 있으니,
遮莫乾坤生我才(차막건곤생아재) / 천지는 이처럼 나에게 재주를 만들어 줬네.
[주D-001]믿음은 …… 돌이키랴 : 의발은 불가에서 제자에게 도를 전하는 표시로 가사와 바리때를 주는 것을 말하며, 단표(簞瓢)는 도시락ㆍ표주박으로 가난한 것을 말한다.《論語》 雍也에 “공자는 ‘어질다 안회(顔回)여, 도시락의 밥 한 그릇과 표주박의 물 한 그릇을 먹으면서 낙(樂)을 고치지 않으니, 어질다 안회여!’ 했다.” 하였는데, 이는 명리에 뜻이 없는 안회를 칭찬한 것이다.
[주D-002]나에게 …… 바라네 : 오엽(五葉)은 오가(五家)로 나누어진 참어(讖語). 《전등록(傳燈錄)》 달마장(達磨章)에 달마가 전법(傳法)한 게문(偈文)을 들어 “한 꽃이 오엽으로 갈라져 열매가 자연히 이뤄진다.[一華開五葉 結果自然成]” 하였는데, 이는 곧 오가에 대한 참어로 여기서는 참선을 말한 것이며, 삼재(三才)는 천(天)ㆍ지(地)ㆍ인(人)의 진리를 가리킨다.
[주D-003]문에 …… 없지만 : 찾아오는 손님도 없고 벼슬도 하지 않는다는 뜻.
[주D-004]장마비에 …… 못하였네 : 때를 만나면 세상에 나와 정치를 하겠지만 산림(山林)에 은둔하려는 뜻 또한 굳음을 말한 것이다.
[주D-005]검은 용 …… 어렵고 : 용은 턱밑에 비린(批鱗)이라 불리는 역린(逆鱗)이 있는데, 만일 이 비늘에 찔리면 죽는다 한다. 그러므로 용이 갖고 있는 여의주(如意珠)를 구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훌륭한 도묘(道妙)를 터득하려면 수많은 고난이 뒤따름을 의미한 것이다.
[주D-006]사족(蛇足)을 …… 한다네 : 쓸데없는 짓을 하면 손해를 본다는 뜻. 옛날 어떤 사람이 제사를 지낸 다음 그의 집에 사는 사람에게 술 한 잔 주었는데 두 사람이 마시기에는 부족하였다. 이에 상의하기를 땅에다가 뱀을 그리기 시합하여 먼저 끝내는 자가 마시기로 하였다. 한 사람은 뱀을 다 그려 술을 먹게 되었는데, 왼손에는 잔을 들고 오른손에는 다시 땅을 그으며 “나는 뱀의 발까지 그리겠다.” 하고 발을 그렸으나 끝나기도 전에 상대편 역시 뱀을 다 그리고는 잔을 빼앗으며 “뱀은 원래 발이 없는데 자네가 어떻게 그리겠는가.” 하며 술을 마셨다 한다.《戰國策 齊策》
[주D-007]삼광(三光) : 일(日)ㆍ월(月)ㆍ성신(星辰)을 가리킨다.
[주D-008]공부는 …… 들어간 듯 : 학문을 많이 쌓아 진리가 쉽게 알아짐을 말한 것이다. 포정(庖丁)은 푸줏간의 백정.《莊子》 養生主에 “어떤 포정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하여 소를 잡는데 칼을 매우 능란하게 놀렸다. 문혜군은 감탄하며 기술을 칭찬하자, 그는 ‘제가 소를 잡기 시작한 지 이미 19년이나 되어 수천 마리나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칼을 부러뜨리곤 하였지만 이제는 칼에서 바람소리가 일면서 쉽게 잡습니다.’ 했다.” 하였다.
[주D-009]망상(妄想)은 …… 없어지듯 : 악광(樂廣)은 진(晉) 나라 사람으로 자(字)는 언보(彦輔)ㆍ하남 윤(河南尹)으로 있었는데, 그 전부터 자주 찾아오던 친구가 오랫동안 오지 않으므로 이상히 여겨 물었더니, 그는 “지난번 공(公)이 술을 주어 막 먹으려는데, 술잔 속에 뱀이 있었다.
이 때문에 기분이 몹시 나빠서 그 후로 병이 되어 앓고 있다.” 하였다. 이때 청사(廳事)의 벽에 활이 하나 걸려 있었으므로 악광은 이 사람이 활 그림자를 잘못 보고 착각한 것이라 하여 다시 그를 청사에 초청하고는 술을 주면서 “지금도 술잔 속에 뱀이 있는가?” 하고 묻자, 그는 지금도 있다고 하였다. 이에 악광은 “이것은 활의 그림자이다.” 하자, 착각이었음을 깨달은 그는 즉시 병이 나았다 한다.《晉書 樂廣傳》
[주D-010]나도 …… 않으리 : 자신도 많은 소득이 있다는 뜻. 보산(寶山)은 보배가 쌓여 있는 산으로 불가의 말인데,《심지관경(心地觀經)》의 “사람이 만일 손이 없으면 보산에 간다 하여도 끝내 아무런 소득이 없다.” 한 데서 나온 것이다.
[주D-011]담소(談笑)하자 …… 보였네 : 구정(九鼎)은 우(禹) 임금이 구주(九州)의 쇠를 거두어 주조한 솥으로 훗날 천자의 보기(寶器)를 삼았으므로 제위(帝位)나 황실(皇室)에 대한 명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한 광무(漢光武)의 벗이었던 엄광(嚴光)은 부춘산(富春山)에 은둔해 있었지만 덕이 높아 한 나라는 더욱 안정하게 되었다 한다. 공자(孔子)는 일찍이 노(魯) 나라의 동산에 올라 술잔 하나처럼 작게 보이는 노 나라를 보고는 하찮게 여겼다.
[주D-012]돌을 …… 하겠고 : 여와씨(女媧氏)의 고사. 주 12) 참조.
[주D-013]창을 …… 어려우랴 : 무용(武勇)을 말한다. 《淮南子》 覽冥訓에 “초(楚) 나라 노양공(魯陽公)이 한(韓) 나라와 싸웠는데, 싸움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해가 저물므로 창을 휘두르니 해가 삼사(三舍)나 뒤로 되돌아갔다.” 하였는데, 삼사는 28수(宿) 중 별 세 자리라 한다.
[주D-014]동산(東山)의 흥취 : 사안(謝安)의 고사. 3권 주 45-1) 사부(謝傅)의 동산(東山) 참조.
[주D-015]이부(吏部)의 재주 : 당(唐)의 문장가 한유(韓愈)가 일찍이 이부 시랑(吏部侍郞)이 되었으므로 그를 가리킨다.
[주D-016]종래에도 …… 즐긴다오 : 자질구레한 관리의 일을 버리고 한가롭게 술을 마신다는 뜻. 소조(蕭曹)는 한(漢)의 개국 공신 소하(蕭何)ㆍ조참(曹參)으로, 이들은 원래 도필리(刀筆吏 칼이나 붓을 다루는 낮은 관리)였음 혜완(嵇阮)은 진(晉)의 명인 혜강(嵇康)과 완적(阮籍)으로 죽림(竹林)에 은거하여 술을 마시고 청담(淸談)으로 세월을 보냈다.
[주D-017]옥천(玉川)의 …… 안겨 있네 : 옥천은 옥천자(玉川子)로 당(唐) 나라 시인 노동(盧仝)의 호. 그는 소실산(少室山)에 은거하였는데, 학식이 풍부하고 시문에 능하였으며, 간의대부(諫議大夫)로 불렀으나 나가지 않았다.《新唐書 盧仝傳》이백(李白)은 술을 좋아하여 그의 장진주시(將進酒詩)에 “한번에 삼백 잔을 마셔야 하네.[會須一飮三百杯]” 하였다.
[주D-018]동문(東門)에 …… 있으니 : 동문은 성(城)의 동문. 옛 진(秦)의 동릉후(東陵侯)였던 소평(召平)은 진이 멸망하자, 포의(布衣)로 장안(長安)의 성 동쪽에 오이를 심고 살았는데, 오색(五色) 오이가 있어 유명하였다.《史記 蕭相國世家》
[33]西京留守慶宰臣寄凍魚
서경 유수(西京留守) 경재신(慶宰臣)이 언 고기를 부쳐오다.부쳐오다.
朝天石下玉鱗魚(조천석하옥린어) / 조천석 아래 옥린의 고기를,
千里飛來入我廬(천리비래입아려) / 머나먼 천리에서 우리집에 보내왔네.
一見忽驚淸到骨(일견홀경청도골) / 한번 보자 마자 맑은 기운 뼈에 통하는 듯 하니,
뱃속에 공의 편지 있어서겠지 / 只緣腹有令公書(지연복유령공서) / 뱃속에 공의 편지 있어서겠지.
※본관(本官)이 청백하다는 명망이 있었다.
[34]送李翰林還朝(송리한림환조)
조정으로 돌아가는 이 한림(李翰林)을 전송하다.
早知毛骨異凡流(조지모골이범류) / 일찍이 풍골이 보통보다 뛰어남을 알았는데,
刮目靑雲得意秋(괄목청운득의추) / 청운의 뜻을 얻었을 때 만났네.
三級風雷起蓬蓽(삼급풍뢰기봉필) / 삼급의 관계 봉필에서 일어나니,
九天雨露洽松楸(구천우로흡송추) / 구천의 우로 같은 은혜 송추에도 흡족하네.
鴨江柳暗牽離思(압강류암견리사) / 압록강(鴨綠江) 검푸른 버들 그리운 생각 떠오르고,
鰲禁花開待勝遊(오금화개대승유) / 오금에 꽃 피면 즐거운 놀이 함께 하자오.
樽酒論懷更何日(준주론회경하일) / 어느날 다시 통술 마시며 회포를 말할까.
白頭身事付滄洲(백두신사부창주) / 백발된 이 내 몸 모든 일 창주에 부쳤노라.
[주D-001]오금(鰲禁) : 한림원(翰林院)의 별칭.
[35]簡李員外(간이원외)
이 원외(李員外)에게 편지하다.
吾生如寄耳(오생여기이) / 우리 인생 나그네와 같은데,
方寸只君知(방촌지군지) / 이 내 마음 그대만이 알았네.
歲晩深期在(세만심기제) / 만 년의 깊은 약속 있었는데,
東歸定幾時(동귀정기시) / 어느 때에나 동산(東山)으로 돌아갈지....
[주D-001]동산(東山)으로 돌아갈지 : 언제나 시골로 돌아오겠느냐는 뜻으로, 진(晉)의 사안(謝安)이 동산에 은둔했던 고사.
참고문헌 : 한국고전번역원 | 이성우(역) |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