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장편소설, <흑산> (v. 2.)
2019년 처음 <흑산>을 읽고 본당 문집에 글을 써서 제출했는데, 올해 다시 읽고 두 번째 서평을 씁니다. (version 2.)
소설 <흑산>은 1700년대 말부터 1800년도 초반까지의 사학(천주교)에 대한 박해를 그린 이야기이다.
무대는 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마재, 서울, 배론을 배경으로 황사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흑산으로 유배간 황사영의 처삼촌 정약전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로 나눠 펼쳐진다.
소년 급제한 황사영은 장인 정약현으로부터 서학을 접하고 중국인 신부 주문모, 중국의 구베아 주교와 연락하며 천주교리를 조용히 서서히 전파하는 데 앞장선다. 그는 평등사상과 인자함으로 천민들을 대했고, 가련하고 딱한 사람들은 그의 주변에 모여든다.
마포나루에서 젓갈상과 국밥집을 운영하는 강사녀, 궁궐에서 나인으로 지내다가 쫓겨난 길갈녀, 언문은 모르지만, 기도문을 지어 배포 한 노비 출신 오동희, 노비의 딸로 지내며 핍박받고 겁탈을 당하고 탈출한 아리. 이들 네 여인은 함께 지내며 최가람을 매개로 황사영과 연락하며 서학을 공부하고 전파한다.
중국 사행 마부인 마노리는 황사영의 부탁을 받고 중국의 구베아 주교를 방문한다. 구베아 주교는 마노리에게 은전 40냥과 마리아가 그려진 그림을 선물로 준다. 귀국한 마노리는 기생에게 은전을 주었고, 그 은전을 발견한 당국에 적발돼 체포된다. 고문 중에 그는 배론에 은신하고 있는 황사영에 대하여 무의식 중에 발설했고, 황사영은 면천해주고 함께 지내던 노비 김개동, 육손과 함께 체포된다.
박차돌은 신심이 깊지는 않았다. 다만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이 어디엔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었다. 천주교인으로 살다가 체포되어 배교 한 군관 박차돌은 당국의 간자가 되어 천주교인들을 잡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그의 동생 박한녀는 홍성에서 구역장으로 지내다가 체포되어 압송되어 고문을 당한다. 그는 박한녀가 고문 중에 자기와의 관계에 대해 발설할까 봐 곤장을 치는 집장사령 오호세에게 동생을 빨리 죽여달라고 뇌물을 바쳤고, 박한녀는 아무 발설도 하지 않고 곤장 네 대만 맞고 일찍 죽는 혜택을 누렸다.
박차돌에 의해 함께 지내던 강사녀, 길갈녀, 오동희, 아리가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다. 박차돌은 직접 곤장을 친다. 고문하기 싫었던 젊고 어여쁜 아리에게 곤장을 친 다음날 박차돌은 몰래 떠났다.
황사영과 마노리, 김개동, 육손, 그리고 강사녀 등 네 여인은 참수를 당한다. 신앙심이 없이 붙잡힌 마노리는 형틀에 묶이자 비로소 천주교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당국은 체포된 사람들에게 배교의 기회도 주지 않았고 배교 한다고 살려주지도 않았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서서히 천주교인이 되며 죽음을 찬란하게 받아들였다.
배교하여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은 조 풍헌의 집에 기거하며 그곳으로 유배 온 사람의 딸인 순매를 만나 아이를 낳고 정착한다. 순매의 원 남편은 고기잡이 나갔다가 죽었었다. 정약전은 육지로 탈출할 수도 있지만 그럴 맘이 없었다. 장팔수의 아들인 창대를 만나 물고기, 새에 대해 연구하며 <자산어보>라는 물고기 연구서적을 남겼다.
새로운 삶을 증언하면서 죽임을 당한 황사영 일행 등의 사람들이나, 돌아서고 배교하여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정약전 같은 이들이나,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었다.
천상에서 건 지상에서 건 생은 계속되었다. 끝.
첫댓글 요즘 v(브이)가 화제여서 그런지 v.2 가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천주교 박해에 관한 내용이지만 흥미진진하게 빨리 읽힐 것 같아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서평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