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이 패션계의 무지개로 떠올랐다.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를 끝낸 후
물오른
연기자로, 그리고 트렌드를 세련되게 조화시키는 뉴 패셔니스타로 갈채받고 있는 그녀.
여배우의 영역 너머 패셔니스타로 바라본, 장진영의 다채로운 무지개 빛 스타일의 프리즘.
A Material Girl
글래머러스한 톰보이 룩을 연출한 장진영. 그녀의 보이시한 매력을 잘 살려주고 있다.
데님 베스트와 니트 톱, 힙본 팬츠는 버디(Buddy), 터키석 벨트는 지원 박(Jiwon
Park),
팔찌는 디르베르 케른(Dyrberg Kern) 제품.(왼쪽)
A FASHION GYPSY
보헤미안 룩이 국내에 물결치기 전부터 로맨틱 보헤미안 룩을 즐겨 왔던 장진영. 강렬한
레드 컬러의 프린지 드레스와 꽃 모양의 스톤 벨트는 랄트라 모다(Laltra Moda
by gruppo Han's style.) 와이드 벨트는 설윤형(Sul Youn Hyoung)
제품.(오른쪽)
지금 패션계에 떠오른 핫 키워드는 '패셔니스타(fashionista)'.
부르주아 보헤미안의 약칭인 '보보스'의 패션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심미안은 아주 기본적인 조건. 그 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버전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트렌드 세터이며 동시에 트렌드의 아웃사이더인
패션의 방랑자, 그리고 미지의 숍과 브랜드로의 쇼핑 탐험을 즐기며 그 안에서 남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을 찾아내는 트렌드의 발굴자들에게 부여되는 타이틀이다. 당연히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패셔니스타'는 그 누구나 탐내는 영예로운 호칭이 됐다.
그럼 대중의 시선 세례를 받는 스타들 사이에서 '패셔니스타'의 자질을 지닌 이는 누굴까?
만약 패셔니스타의 신인상이 있다면, 그 상은 아마도 영화배우 장진영에게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수많은 행사장의 인기 게스트이기도 한 그녀는 매번 바람에 흐트러진 듯한 텍스처가
근사한 커트 헤어('장진영 커트'란 고유 명사가 된 스타일)와 잘 조화되는 룩을 보여주고
있다. 바지 밑단이 살짝 퍼지는 벨 보텀 팬츠 위에 튜브 톱을 입고 초커로 포인트를 준
스타일, 브이 네크 톱에 에스닉한 자수 머플러를 길게 늘어뜨린 룩 등.
지난 3월에 있었던 서울 컬렉션에서도 그녀는 패션쇼장을 찾았던 스타들 중 단연 돋보였다.
스포티브한 DKNY의 집업 점퍼와 플레어 스커트, 롱 부츠를 믹스 앤 매치시켰고, 겐조의
도트 프린트 스카프를 길게 두건으로 연출했다. 자칫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는 아이템들이
'장진영'이란 캐릭터 안에서 멋지게 조화된 스타일이었다. 지춘희 쇼의 백 스테이지에서
만난 그녀에게 스카프 두건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건네자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짧은 커트 헤어 스타일을 너무 오래 유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평상시
롱 스카프로 스타일링하는 걸 좋아했는데, 이번엔 머리에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지난 몇 달 동안 그녀는 다채로운 스카프 두건 룩의 연출로 주변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베이식한 진과 스니커즈, 후드 점퍼의 편안한 캐주얼 스타일에 스카프 두건을 조화시키기도
했으며, 그녀가 좋아하는 깊게 파인 브이 네크의 저지 드레스에 스카프 두건을 한 스타일도
아주 섹시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은 스타일 변화 시도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것이
아직도 의아하고 어색한 듯 보였다. "지난 H2O+ 화장품 런칭 행사 때 입었던 로베르토
카발리의 호피 프린트 재킷과 실크 시폰 스커트도 큰 호응을 얻었어요." 옆에 있던 그녀의
스타일리스트 양희숙 씨가 말을 덧붙이자 금세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놀랍기만 해요. 겨우 두 번째 스카프 두건을 쓰고 나왔을 때도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이
스타일을 즐겨온 듯 여기는 것이 신기했어요. 그러고 보니,<보그 걸> 창간호
메시지 사진에도 두건을 쓰고 있었군요. 도나 카란 코트에 호피 프린트 스카프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그녀와 패션을 둘러싼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다 놀란 건, 그녀가 국내 패션지
대부분을 탐독하며 거의 암기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행사 칼럼에 담긴 자신의
4센티미터짜리 사진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게다가 패션 에디터들 이상으로
컬렉션 트렌드를 이해하고 있었다. "톰 포드가 디자인한 이브 생 로랑 리브 고시 의상들을
보고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사파리 룩을 그렇게 우아하고 관능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
감동받았죠." 그러고 보면 지난 봄, 여름 리브 고시 컬렉션은 장진영이 좋아하는 패션
요소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사파리 룩, 현대적인 우아함, 글래머러스한 라인,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레오파드 프린트까지. 장진영은 다시 매튜 윌리암슨의 컬렉션을 얘기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무지개 빛 컬러들도 환상적이었지만 특히 나비가 아플리케된 반짝이는
비즈 톱과 드레스들이 근사했어요."
DRESSED
TO KILL
장진영의 이브닝 쉐어 룩. 그녀는 항상 섹시함과 글래머러스한 매력에 집중한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코르셋 톱은 플레인서드, 가죽 티어드 스커트는 샤넬,
라운드 펜던트 목걸이는 디르베르 케론, 십자가 목걸이는 케이 제이 랜 제품.
재밌는 건 이번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 덕분에 영화
전문지 속에서 무지개 빛 컬러의 의상을 입은 그녀를 자주 볼 수 있었다는 것. 국내에
매튜 윌리암슨 의상이 들어와 있었다면 그녀는 서슴지 않고 그의 무지개 빛 드레스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장진영도 컬러풀한 의상들을 즐겨 입는다. 최근 그녀가 심취해 있는
컬러는 레드. 올해 초부터 사들이기 시작한 레드가 어느새 드레싱 룸의 많은 부분을 물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밖에 그녀가 즐기는 패션 요소들을 나열해보자. 가죽, 모피, 저지 소재,
컬러풀한 니트, 호피 프린트, 그리고 붓 컷(boot cut) 라인의 팬츠, 깊게 파인
브이 네크라인이나 데콜테 라인의 타이트한 톱, 코르셋 톱, 오프 숄더와 오블리크 네크라인
등. 촬영을 위해 다시 만났을 때도 그녀는 클로에의 붓 컷 라인 진 팬츠에 가슴 위까지
깊게 파인 죠셉의 타이트한 톱을 입고 있었다. 가수와 모델을 제외한다면 여배우의 군단
속에서 가장 대담한 스타일링의 모험가라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패셔니스타의 신성답게 장진영은 쇼핑 영역도 폭넓고 특정 브랜드를 편식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쇼핑 순례를 하는 곳은 멀티 디자이너 브랜드 숍 '분 더 숍'과
'디테일'. 하나의 스타일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디자이너의 의상을 섭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커스튬 내셔널, 플레인 서드(Plein Sud), 비비안
웨스트우드, 로베르토 카발리 정도. "이태원도 제가 좋아하는 쇼핑지예요. 맥도날드 옆
건물 지하에 있는 매장에 독특하고 재미난 디자인의 트레이닝 팬츠와 면티가 많답니다."
더불어 호기심 많은 그녀는 소규모의 신인 디자이너 숍을 방문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리폼'이란 흥미로운 컨셉을 지닌 '애니 앤 알릭스'의 박주연 실장이 그녀를 초대했을
때 기꺼이 시간을 쪼개 매장을 찾았다. "이전부터 '리폼' 컨셉의 의상에 관심이 많았으니까요.
국내에 하나뿐인 아이템들이란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녀의 스타일리스트 양희숙 씨도 장진영이 탁월한 쇼핑가라고 말한다. "자기만의 쇼핑 규칙이
있어요. 자신이 찾던 디자인이라면 브랜드 라벨을 보지도 않고 구입하고, 해외에 갔을 땐
패션지에서 미리 점 찍어둔 국내에 바잉되지 않은 아이템들 위주로 찾아 다녀요." 그리고
그녀의 광대한 쇼핑 영역은 온라인의 세계에까지 펼쳐져 있었다. 혼자 집에 있을 때마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 서핑을 나선다는 그녀의 '북 마크 사이트' 리스트를 보자. 위즈위드
닷컴(wizwid.com)을 통해 쇼핑을 즐기는 사이트는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와
삭스 핍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 델리아스(deLiA's)와 막스
스튜디오(Max Studio)도 그녀가 좋아하는 브랜드다. 그밖에 Net-A-Porter.com과
Bluefly.com이 그녀가 즐겨 찾는 북 마크 사이트. 잿빛 구름을 열고 나타나는
무지개 빛으로 패션계에 등장한, 장진영이란 패셔니스타. 영화 <소름> 이후
'물이 오른 연기자'란 기분 좋은 수식어를 선사받은 그녀는 패션에서도 '물이 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패션에 대한 열정의 온도가 식지 않는다면 '진정한 패셔니스타'란
면류관이 항상 그녀의 머리 위에 얹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장진영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스타이니 말이다.
장진영이 패션계의 무지개로 떠올랐다.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를 끝낸 후
물오른
연기자로, 그리고 트렌드를 세련되게 조화시키는 뉴 패셔니스타로 갈채받고 있는 그녀.
여배우의 영역 너머 패셔니스타로 바라본, 장진영의 다채로운 무지개 빛 스타일의 프리즘.
1. DKNY드레스와 시슬리 머플러 2. 엠마누엘
웅가로 블랙 톱과 팬츠 3. 청룡 영화제 때 화제가 됐던 미스 지 컬렉션의 드레스 4.
DKNY 점퍼와 이즘 스커트, 겐조 스카프와 불가리 로고 백 5. 오블리크 네크라인의
톱과 팬츠 6. 플레인 서드 드레스와 아르마니 스카프 7. 제이 로즈 로코 뉴욕의 스커트와
디테일의 랩 카디건, 샤넬 백 8. 엠마누엘 웅가로 블라우스와 클로에 진 9. 델리아스의
스커트 10. DKNY 팬츠와 티, 클럽 모나코 후드 점퍼. 11. 애니 앤 알릭스 티셔츠,
클로에 진, 호주에서 구입한 백 12. 막스 앤 코 블랙 톱과 로베르토 카발리 팬츠,
타임 스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