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기 (毋自欺)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는 뜻
‘어리석고 속된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가 많다’는
인간의 보편적 속성을 지적한 함축된 의미가 내포된 말.
자기(自欺), 즉 ‘스스로를 속인다’는 말에 대한 주자(朱子)의 주석을 보면 ‘선을 행하고 악을
버려야 할 줄 알면서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진실하지 못함이있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무자기(毋自欺) 즉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는 말은 선(善)을 좋아하고 악(惡)을 미워하는
마음을 단호하게 가져 ‘마음속에 진실을 채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공부나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어 무자기(毋自欺)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적어도 조선시대 선비들에게는 그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자신을 속이게 되면,
비록 성공이라는 결과물이 자기 앞에 나타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그것은 모두
거짓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일관된 사고체계가 정립돼 있었던 것이다.
조선중기의 학자이자 문신인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이라는 분은
{무자기삼자(毋自欺三字)는 시오평생소자면자(是吾平生所自勉者)}라고 했다.
‘나를 속이지 않음. 이 석자는 내가 평생 스스로 힘쓴 바이다’ 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많은 학자들이 학문을 연마하고, 수신(修身)하는데 있어 무자기 공부를 최우선에 두고
실천했다는 사실을 여러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무자기(毋自欺) 정신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 오게 될까?
공자(孔子)는 일일불념선(一日不念善)이면 제악개자기(諸惡皆自起)』라고 했다.
‘하루라도 착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모든 죄악이 스스로 일어난다’라는 뜻이다.
공자의 이 말은 항상 무자기 정신을 함양하고 실천에 옮겨 스스로 죄를 짓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을 돌아보면 남의 이목을 피해 스스로를 기만하는 속물들이 적지 않다.
한 홉도 안되는 지식과 재능을 팔아 먹으려는 사람들이 이에 속하고, 자신이 가진 우월한 법적지위나 권한을 남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또한 상대방의 옳은 지적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기초한 억지궤변으로
상대방을 깔아뭉개려고 하는 돈키호테적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무리가 바로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기만하고도 일말의 양심도 없는 지독한 독선자이자 철저한 위선자이며
기막힌 사기꾼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 무자기(毋自欺)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죄악(罪惡)을 자신속에
키워 궁극에는 파멸에 이르게 되고 만다는 것을 준엄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개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 스스로를 위장하고 기만해서 순간은 모면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 같은 행동이 거짓이었고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는 법이다.
대학의 무자기(毋自欺) 정신이 말하는 바
‘마음속에 진실을 채워 나가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것이 무자기(毋自欺)한 삶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른바 수신(修身) 즉 몸을 닦는 다는 것은 먼저 그 마음을 바로 잡는데서 출발하며,
그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그 뜻을 성실히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요구되는 가르침이 바로 무자기(毋自欺)이다.
즉 자신의 선한 마음을 속이지 않아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양심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무자기(毋自欺)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살면서,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할 줄 아는 겸손을 간직한 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면 공자가 그토록 구현하고자 했던
그런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복잡다단한 이 사회에서 무자기(毋自欺)를 지킨다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전체가 아주 작은 일부터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무자기(毋自欺) 정신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은 노력조차 시도되지 않는다면 개인이든 국가이든 그 미래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자기(毋自欺)라는 말이 단지 고전속에 등장하는 박제화되고 정형화된 말이라기 보다
자신의 새로운 삶을 결정짓는 단초가 된다는 점을 가슴속에 담아 보았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