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
이말은 요즘 두산 황윤성(31)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프로 14년차.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92년 태평양에 입단했던 황윤성은 그야말로 '무명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그저그런 선수였다.
딴 선수들 같으면 벌써 보따리를 싼 뒤 야구와의 인연을 쉽게 버렸을 나이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하나로 생명력을 길게 끌고간 황윤성은 이제서야 그 빛을 발했고, 사람들도 그 인생 역정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96년 현대-2003년 기아행, 그리고 다시 지난해 두산에 둥지를 튼 황윤성은 올해 그동안 묻어두었던 야구의 '광기'를 살려냈다.
왼손타자. 그나마 드문 타자이기에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빨리 왔었는 지 모른다.
이달 7일 옆구리 통증으로 왼손타자 최경환을 대신해 2군에서 올라온 황윤성은 화려한 백조로 부활했다.
잠실 현대전. 2회말 1타점 결승 3루타로 이름을 알린 그는 8일에도 쉬지않는 방망이 감을 보여줬다.
1회말 시즌 첫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이날 두산은 1-5의 열세를 뒤집고 6-5로 역전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황윤성은 "현대에 있을 때 선수들의 공을 많이 봤던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13일 현재 6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1푼2리(17타수 7안타). 홈런 2개에 4타점이나 된다. 장타율은 무려 8할8푼2리나 된다.
이날 부산 롯데전에서 당당히 주전 1루수 겸 2번타자로 출전했다.
1회 첫타석에서 중전안타. 그리고 김동주의 적시타로 첫 득점까지 올렸다. 다시 2회 2번재 타석에서는 장원진의 2타점 중전적시타가 터진 이후 1사 1루에서 롯데 선발 박지펄을 상대로 시즌 2호 우월 2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승부를 가름하는 한방이었다. 덕아웃에 있던 두산 김경문 감독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오갔다.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경기뒤 김경문 감독은 "이렇게 잘하는 데 주전으로 계속 쓸 것이다"며 황윤성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2003년 기아에서 64경기를 뛰어 본 것이 한시즌 최다출전 기록. 지난해에는 단 3경기를 1군에서 뛰었다. 통산 타율도 2할2푼.
옛기억을 지우고 2005년 대타인생에서 주전으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황윤성의 화려한 봄날은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