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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간의 여행기라 아주~ 깁니다. 중간중간 심호흡을 해주세요. ^^
1. 여행계획
전라도 광주에 사는 쭌 둘째이모네 집들이 초대를 받아서
2월 29일에 식구들이 모이기로 했습니다.
우리 세식구는 쭌이모네 집들이에 갈겸, 남도 여행을 계획하고
쭌아빠 파견근무 종료기념 및 결혼기념일 4주년을 자축하기 위한 여행이라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
어디를 갈지, 무엇을 볼지는 돌아다니다가 즉흥적으로 결정하기로 하고(우리 부부는 묻지마여행을 좋아합니다)
2월 28일 토요일 아침,
유부초밥 한통과 배낭 2개, 쭌의 식량(과자, 요구르트 등등) 한보따리를 차에 싣고 출발했습니다.
2. 서해안 고속도로
출발한지 1시간만에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밀리는 구간을 피해서 국도로 가다가 고속도로를 타니 길이 시원하게 뚫립니다.
달리고... 달리고....
어느덧 서산을 지나고 홍성을 지나고.... 휴게소에서 떡볶이 먹어주고...
집에서 싸간 유부초밥은 출발하자마자 차안에서 이미 거덜나버렸습니다.
그렇게 점심을 대충 때우고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다보니 약간 지루해집니다.
이대로 목포까지 앞만보고 내달리기에는 좀 섭섭하더군요.
줄포IC에서 국도로 내려와 어디갈까 잠깐 고민한 후 선운사로 방향 결정.
3. 선운사(첫날은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진에 무관심한 우리 부부를 미워하세요)
부슬비가 내리는 산길경치가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부슬부슬 봄비에 우산을 받쳐들고 선운사 입구까지 산책을 한 뒤
아직 시기가 일러서 동백꽃이 피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선운사 내부 구경은 포기.
비가 오든말든 신이나서 날뛰는 쭌녀석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구요. ^^
주차장입구에는 드라마 '상도'의 촬영지였다며 어색하게 그려져있는 탤런트 이재룡 얼굴 2개(?)가
희극적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그림안에 두사람의 이재룡... 하하....)
그냥 고즈넉한 산사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일까요?
4. 법성포
오후 4시 20분경 선운사에서 법성포를 향해 출발.
예전엔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법성포구는 주말저녁인데도 아주 한산하여 왠지 슬퍼보였습니다.
감상에 젖어 쓸쓸한 포구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하루종일 차에서 유부초밥과 스낵면을 부셔먹으며 연명한터라 간절히 밥을 외쳐대는 쭌아빠를 위해
식당엘 들어가 굴비백반을 시켰습니다.
우~~~~~~ 와~~~~~~~~!!!!!!!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찍을 생각도 못했군요.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다는 전라도 음식. 그렇게 맛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갖가지 젓갈이 들어간 여러음식들이 하나도 짜지않고 어쩜 그렇게 감칠맛이 있는지.
별기대를 안하고 들어간 식당이었는데 주인아줌마의 친절 또한 수준급이십니다.
쭌아빠는 꽃게무침을 먹다가 입천장을 찔리고 매운탕에 혀를 데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먹어대더군요. ^^
5. 광주로 입성
배가 아플정도로 엄청나게 먹고 나오니 어스름한 저녁입니다.
일단 배가 채워지고 나니까 해남에 갈까, 보성엘 갈까 하던 생각이 싹 사라져버리고
노곤함이 밀려옵니다. 역시 여행첫날은 한 일 없이 피곤한 법입니다.
법성포에서 광주는 1시간이 채안걸리는 거리이고 숙박비도 아낄겸 동생네 집에서 자기로 결정해버렸습니다.
비온뒤라 안개가 밀려드는 국도를 쉬엄쉬엄 운전하며 광주에 도착.
6. 보성녹차밭
드디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여행 2일째입니다.
늦게 일어나(게으른 가족) 11시에야 광주에서 보성을 향해 출발.
전날 비가 내렸던 터라 햇살도 반짝거리고 시야가 맑고 푸르릅니다.
한적한 시골길들은 드라이브하기에 제격이라 콧노래를 불러가며 화순을 지나 보성을 향해 달렸습니다.
사진찍을 때마다 딴청을 해서 카메라를 보라고 호들갑을 떨어야 겨우 봐주는 쭌녀석입니다.
그 와중에 쭌 아빠가 그냥 찍어버렸군요.
보성차밭에서 제일 유명한 대한다업 녹차밭은 차가 너무 막혀 들어가지 못하고
전망이 좋다는(플랜카드가 걸려있는^^) 봇재다원에 들렀습니다.
그 주변의 여러 계곡이 온통 녹차밭이라 휘 둘러보면 그 굉장한 규모에 입이 벌어집니다.
겨울을 지낸터라 녹차잎에서 붉은기가 돌고 아직 새순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녹차밭 가운데 서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입니다. 봄도 느껴지고요.
길게 자란 풀에 관심을 보이는 쭌.
7. 율포바닷가
보성녹차밭에서 율포쪽으로 내려오면 기가 막힌 드라이브코스가 나타납니다.
해안도로를 타고 벌교쪽으로 달리는 내내 환상적인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본인도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하는 쭌아빠의 사진. ^^
8. 공룡화석지
율포 입구에서 분명 공룡화석지가 있다는 표지판을 보았는데 경치에 정신을 팔다보니
그곳을 지나쳤는지 다른 길로 들어선건지 분간이 안됩니다.
잠시 어리둥절한 채로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언덕을 하나 넘으니 바로 공룡화석지더군요. ^^
작은 해안마을 옆에 있는 바닷가인데 규모도 작고 관광객도 없어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곳입니다.
발굴당시의 사진과 발굴과정, 화석 모형등을 전시해놓았는데
'공룡화석지'라는 명칭의 느낌과 상반되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조용한 바닷가랍니다.
공룡이 뭔지 알게 뭐람! 작은 파도에 깔깔거리며 물장난치는 쭌.
공룡멸종 후 6500만년이 흘러서야 사람들이 공룡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니
그 공룡알들은 6500만년동안 길고 긴 잠을 자고 있었던 겁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공룡알들은 그자리에 있었는데
화석지 앞에 서서 바위틈을 바라보는 것만으론 6500만년이라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더군요.
9. 벌교
유명하다는 벌교꼬막을 먹으러 벌교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벌교5일장이 열리고 있어서 구경거리가 많겠다 싶은 것이 마음이 한껏 들뜹니다.
장구경을 다녀보니 100% 재래시장의 분위깁니다.
어느정도의 시장규모를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터미널앞 길가에 자리잡은 난전들은 여러 해산물을 그냥 널브려놓았고
그 따뜻한 날씨에 얼음 한조각 없이 내놓아져 표면이 말라가는 오징어, 조개살들.....
차가 지나다니는 한길이라 먼지는 또 왜 그리 많은지.
그런 회색풍경과 더불어 장사하는 할머니들의 갈라진 손마디가 너무 힘겨워보여서 갑자기 우울해졌습니다.
그래도 힘을 내어서 맛있다는 벌교꼬막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세!!
묻지마 여행의 결정적 단점은 정보 하나 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먹을 곳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용기내어 길가는 아주머니에게 꼬막요리 맛있게 하는 식당이 있냐고 물었는데 모른다는 답만 돌아옵니다.
시장은 심하게 북적거리고 정신없고 흙탕물에 준호가 절벅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고......
쭌아빠의 표정이 별로입니다. 빨리 탈출하자는 분위기.
다른 날, 무언가 정보를 가지고 찾아갔다면 좋은 기억을 남겼을 수도 있었을 텐데....
벌교에선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10. 낙안읍성
벌교에서 10분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낙안읍성이 있습니다.
천원씩하는 입장권 2장 끊어서 입장.
연휴에 이쪽 지방 사람들은 다 어디로 놀러갔나싶게 차 막히는 곳 하나없이 한산하더니
낙안읍성에는 사람이 북적북적 합니다.
관광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엿장수, 번데기(우웩!), 시끄러운 메들리음악들.
바람불고, 배고프고, 꼬막을 못먹어서 속상한 마음-_-에 별달리 구경하고픈 마음도 없습니다.
성곽위를 잠깐 산책하고 주변 식당 중 한 곳을 선택하여 들어갔습니다.
11. 비빔밥
식당에서 비빔밥을 추천하길래 그냥 결정해버린 메뉴입니다.
오래 생각해서 결정한들 처음 가보는 식당에서 뭐가 맛있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
아주 맛있었던 비빔밥과 된장찌개를 먹고(쭌아빠는 또 두그릇) 기분이 살짝 좋아졌습니다.
밥을 맛있게 먹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고생한 다리도 주무르고.
그렇게 쉬고 나니 5시 반입니다.
완도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가는 중에 어두워질 시간이 되어버렸으니 그냥 포기할 수 밖에요.
광주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경.
동생집을 찾아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광주시내에서 좀 헤맸습니다. ^^
12. 가족상봉
밤 11시가 넘어서 엄마, 언니네 식구, 막내동생이 도착했습니다.
어른 8명에 사내아이가 2명이니 순식간에 시끄러워지고 모두들 둘러앉아 결혼식앨범보랴,
제각기 이런저런 얘기하랴, 정말 굉장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진은 쭌아빠가 '장모님의 지적'이라는 제목을 붙여달라고... ㅋㅋ(쭌엄마, 외할머니, 큰이모부)
그 와중에 엄마는 동생이 커텐을 다림질하지 않고 그냥 걸은 것을 보고 뭐라 하십니다.
쭌아빠가 작고 다정한 소동이 벌어지는 광경을 여러장 찍었습니다.
동생부부. 깨를 질질 흘리고 다니면서 심한 애정행각을 일삼는 잉꼬들.
쭌 막내이모. 뒤로 다림질 안된 커텐이 보임. ^^
13. 소쇄원
3월 1일.
아침부터 동생부부가 밥상차리느라 분주합니다. 제부는 동생을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요리에 적극동참하더군요.
잘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사진을 안찍어놔서 아쉽습니다) 모두들 동생네 집에서 Check-out. ^^
12시경 소쇄원으로 출발.
여러곳에 소개되어 있는 곳이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겨울의 쓸쓸한 풍경과 공사중이라 어수선한 광경이 그저그랬던 소쇄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문중의 사람이 직접 살았다는데 드나드는 관광객 등쌀에 못이겨 이주를 했다고 하니
점잖고 우아했을 정원이 많이 망가졌겠다 싶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뻥과자를 먹고있는 사촌형제. 귀여운 녀석들.
14. 담양 대나무 테마공원
사사삭~~ 사사삭~~
바람에 대나무 잎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시원하더군요.
굉장한 굵기의 대나무들이 촘촘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신비롭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람과 비교해보세요. 대나무가 얼마나 굵은지 짐작이 되실겁니다.
뽕나무가 뽕~하고 방귀를 뀌니, 대나무가 대끼놈 야단을 쳤네.
그 대나무가 이것이라는 것을 알고 재밌어하는 쭌.
탄성을 연발하며 대숲사이로 산책을 한 뒤, 또! 밥을 먹으러 출발.
15. 한정식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종종 나오는 삼나무길을 여러곳 지나 길가에 자리잡은 한정식집으로 입장.
갈치조림과 한정식을 시켰습니다.
어느정도 먹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세상에.... 쭌 큰이모의 번개같은 손놀림 좀 보세요. ^^
어른 기준으로 4인분+4인분을 주문했는데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너무 많이 시킨 것은 아닐까 걱정했으나
막상 먹기시작하니 모두들 말없이 부지런히 먹습니다.
쭌아빠는 역시나 밥 2공기. 다들 1공기 이상은 먹었을겁니다.
다들 부른 배를 내밀고 물러나 앉았을 땐 사진에서 보이는 저 많은 음식들이 거의 다 비워졌습니다.
역시 여행은 식도락 여행이 제일이야~ 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16. 드디어 귀가
담양에서 수원까지 5시간 걸려 집에 돌아왔습니다.
별다른 계획없이 떠났어도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고 준호에게도 새로운 것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아... 어서 여행의 추억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맛있던 음식들이 자꾸 어른거려서 괴롭습니다. ^^
첫댓글 찍기를 그리 찍어놓고 내가 제일 많이 먹고 식탐 부린 것 마냥 써 댔군!!!!!!!!!!!! 함 봐 준다. 어쨌거나 정말 저렇게 맛나게 먹었으니깐... ㅋㅋㅋ
사진 찍는 순간에 언니만 움직여서 그렇지. ㅋㅋ 우리 카메라에 찍힌 언니 모습은 소쇄원에서의 뒷모습하고 저 팔 뿐이야. 잘 나온 사진있음 하나 올려놔.
다림질 안 된 커튼 앞의 소라 브이 표시 밑에 보이는 뒤통수도 내꼬얌~
핫~ 그러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