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와 야콘 캐던 날
잠시 일희일비(一喜一悲)한 사연
야콘은 남미 안데스산맥이 원산지로 알려졌다.
국화과의 식물로 여름철에 자라는 식물이다.
해바라기처럼 키가 크며 줄기는 비어있고, 꽃은 돼지감자와 비슷하게 작고 색은 노랗다.
지하부의 덩이뿌리를 채취하여 식용으로 하는데 덩이뿌리의 생김새는 고구마와 비슷하다. 덩이뿌리는 바로 먹기보다 보름쯤 숙성시켜 먹으면 좋은데 이때 맛은 배와 비슷하다.
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도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 약리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알뿌리를 떼어낸 후 官牙(관아)를 얼지 않도록 보관 했다가 이듬에 3월 관아를 떼어내어 온실에서 기른 후 4월 말쯤 본밭에 심으면 된다.
이때 땅에는 퇴비를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려주고 두둑을 높이 만든 후 풀을 막기 위해 비닐 멀칭을 하면 좋다.
고구마는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을 통해 들어온 구황작물이다.
야콘과 마찬가지로 덩이뿌리 식물이지만 고구마는 종자에서 나온 줄기를 두 매듭쯤 잘라 심는 점이 다르다. 고구마는 줄기식물로 거름기가 없는 땅에서도 잘 자란다. 비닐 멀칭을 하는 편이 좋은지에 관해서는 이론이 있으나 내 경험으로는 두둑을 높이고 비닐 멀칭을 해주는 편이 다수확에 유리하다고 본다.
씨고구마를 심는 시기는 3월 초순이나 줄기를 본밭에 이식하는 시기는 6월초쯤이기에 야콘보다는 늦다.
야콘과 고구마는 모두 생명력이 강하지만 추위에는 약해 서리만 내리면 줄기는 마르고 만다. 캐는 시기는 10월말로 비슷하다.
캐낸 야콘과 고구마는 종이 상자에 담아 공기가 잘 통하는 얼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우리의 경우 고구마는 좀 더 따뜻한 곳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작은 컨테이너박스에 담아 주방 한쪽 모서리에 보관한다.
지난 4년간 야콘은 당뇨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나를 위해 심었고, 고구마는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심었는데, 심어 놓고 한 두 번만 풀을 잡아주면 된다는 이점도 있지만 야콘과 고구마로 인해 숙지원의 가을은 풍성했기에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어제 10월31일 일요일.
본격적으로 고구마와 야콘을 캐는 날, 숙지원에 도착하니 오전 11시였다.
심는 일도 힘들지만 수확하는 일은 더 힘들다. 서리 맞은 줄기를 낫으로 베어내기, 뿌리에 얽힌 비닐을 걷어내기는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땀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심는 일이 희망이라면 캐는 일을 보람을 거두는 일 아닌가.
전날 이미 고구마 밭은 줄기와 비닐 멀칭을 걷어냈기에 고구마를 캐는 일은 아내의 몫이었다. 두둑의 흙을 호미로 긁어내면 드러나는 붉은 색 고구마에 아내는 “오지다”는 표현을 했다. 나 역시 그런 아내를 보는 것만으로 가을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야콘 밭 멀칭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면서부터 기분은 순식간에 달라지고 말았다.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예상의 정도를 훨씬 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실뿌리였고 그나마 조금 굵은 것은 갈라지고 터져 상품성 있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웃과 나누기는커녕 우리 가족이 겨울철 간식으로도 부족한 양이었다.
(야콘은 깎아 먹을 수 없는 실뿌리 수준이다.)
밑거름은 충분히 주었다.
멀칭 비닐의 폭도 90cm에서 120cm자리로 바꾸어 두둑을 최대한 높였다. 물론 연작은 피했다.
심는 시기도 늦지 않았고 풀도 제대로 잡아줬기에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모종을구입하지 않고 직접 만들었는데 그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금년의 불순한 일기가 문제인가?
그렇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의한 병인가?
혼자만의 생각으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젊은이들 말로 “꼭지가 돌아버릴 지경”은 아니었지만 참 허망한 것이 사실이었다.
아내도 어이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캐는 양을 달아보겠다고 저울까지 가져갔는데 ….
한 숨 자고나서 야콘 즙이라도 내먹자는 생각으로 실뿌리를 챙기는데 그것도 겨우 두 수레를 넘지 않았다.
만약 야콘 농사에 목을 걸었더라면 그 실망이 얼마나 컸을 것인가.
흉작 때문에 아니면 가격폭락에 마음을 상하고 또 상했을 농민들의 일생이 가까이 보였다.
(텃밭에 심은 고구마의 절반쯤 되는 양이다. 전년도에 비해 비교적 씨알이 고른 편이다.)
금년 숙지원의 고구마는 풍작이다.
같은 덩이뿌리 식물인데 똑 같은 기후 조건에서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연구해볼 과제가 아닌가 한다. 모종을 얼마나 심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수확량은 적게잡아 약 180kg쯤 되는 것 같다. 찍히거나 깨진 것도 별로 없고, 굵기와 크기도 비슷하여 모양도 좋다. 시장에 낸다고 해도 상품으로 손색없을 것 같다. 그것으로 위안을 산아야 할까 싶다.
농사의 절반은 하늘의 뜻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작은 것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만큼 마음을 비우지 못한 것일까?
생각을 많이 한 날이다. 2010.11.01.
(원문 출처) 5kwang
첫댓글 카페 회원이신 빛돌뫼님 홈피에서 옮겨 온 글입니다. 허락없이 가져다 올렸는데 야단 안치실거죠?
이제야 보았습니다. 오히려 감사드리지요.
며칠 고질병이 도져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카페구경 못했지요. 지금은 좀 괜찮은 편이나 아직도 기운이 없습니다. 고질병이란 발작성 심방세동입니다.
하루속히 쾌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구마 정말 상품으로 시장에 내다 파셔도 되겠습니다.^^ 야콘이 당뇨에 도움이 되는 군요.. 심고 보살필 땐 힘들어도 수확하실 땐 정말 오지셨겠습니다.^^
맑은 돌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고구마는 300주 가량 이식하여 현재 약 200kg(아직 못 캐고 있는 것이 약간 있음) 수확했습니다. 그러나 야콘은 200주를 심었는데 상품성 없는 실뿌리까지 포함하여 100kg정도 수확했습니다. 즙을 내 먹을 생각입니다.
농사에 목을 맨 경우가 아닌데도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와는 반대의 상황이군요.
고구마는 거의 생산이 안되었고, 대신 고구마 순 요리로 한여름 잘 지냈을 뿐...
그렇다고 야콘이 풍작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소출을 거두었습니다.
제 경우, 고구마 심기전에 비료를 뿌렸던게 고구마 흉작의 원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야콘은 여름내내 줄기차게 내렸던 비 때문에 뿌리성장이 잘 되지 않았다고 보구요.
넵! 시암님. 잘 지냈습니다.^^ 밤톨이(둘째딸)랑 같이 이 글과 시암님 댓글을 읽으면서 "와~부럽다. 우리도 고구마 심고 가꾸고 캘 수 있는데~ " 하며 웃었습니다.^^ 고구마 순 요리도 맛나지요. 고구마와 야콘은 셋트인가요? 뿌리채소로 고구마와 야콘이 계속 등장하네요.^^
야콘은 최근 몇년 전부터 재배가 늘기 시작한 작물입니다.
당뇨에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수확 후 2~3주 자연숙성 시킨 후 먹으면 달면서도 시원한 맛이 제법 좋구요. 단맛이 너무 강한 배 보다도 개운한 맛이 일품입니다. 잎이나 줄기를 차로 끓여마시면 녹차 대용으로 즐길 수도 있습니다. 뿌리는 오래보관하기 어려울 경우 무말랭이처럼 말려서 간식으로 먹을 수도 있답니다.
농사는 하늘의 뜻이 절반이라는 말을 더 실감했던 한 해였습니다.
상처 받은 농민들이 많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