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우리가 흔히 역사를 이야기할 때 세기로 분류한다. 이것이 시대다. 따라서 시대착오란 적어도 백년을 주기로 한다. 그러나 세대차이는 이보다 짧아 보통 30년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이것이 시대와 세대의 다른 점이다. 때문에 시대교체와 세대착오란 말은 없다. 아무리 세상이 빨리 변한다 해도 세기말 현상이지 세대말 현상은 아니다.
따라서 세대교체란 말은 있어도 시대교체란 말은 없다. 세대교체는 주로 정치인들이 쓰는 말이다.자기가 나서려고 구세대, 신세대해가며 앞선 사람을 밀어 내려고 할 때 애용하는 말이 세대교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요즘 엄마가 아들에게 "너 장가 가도 엄마하고 살거지"하면 "엄마는 참, 제가 자주 찾아 뵐게요" "금쪽 같은 내 새끼" 는 옛말이다. 대학생이 되면 등록금 꼬박꼬박 잘내는 대학의 아들이요, 군대에 가면 나라에 충성하는 국가의 아들이요,장가를 가면 처가집 말뚝에 굽신거리는 사돈집 아들인 시대다. 할머니는 없고 외할머니만 있는 세상이다. 그만큼 세대가 바뀐게 아니라 시대가 변했다.
"아빠가 해냈구나" 늦둥이 동생을 본 형의 말이 이 모양이다. 아이들이 말없이 크는 시대가 아니다. 시대가 바뀐다고 부모의 마음이야 바뀌랴만 지금은 엄마의 눈물을 훔쳐보며 자라는 아이들이 아니다. 노후대책 없는 부모가 아이들 눈치를 봐야하는 그런 시대다.
"아이 어미 신경 쓰지 않게 아침 드시면 곧바로 나가세요." 요즘 출근길 아들이 홀로 되신 아버지에게 하는 명령조의 충고라는데......하기야 마지못해 먹는 약도 감춰 두고 먹어야 하는 늙은이의 처지가 아니던가. "얼마나 오래 사시려고 저리 약을 드시는지"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요즘 시대의 변화가 어찌나 빠른지....
아프리카에서는 시대를 건너뛰는 "개구리 점프식"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우리나라만 해도 백색전화에서 무선전화시대로 바뀌는데 거의 반 세기가걸렸는데......그러나 유선전화도 없는 아프리카인들 손에 휴대전화가 필수품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단계적 변화가 아닌 건너 뛰는 변화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오죽하면 "느리게 살기"에 목을 매는가. 자고나면 새 전화기에 유치원 아이들까지 안달인가. 요즘 신생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울기 전에 손가락 먼저 꼼지락거린다던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인터넷을 하다 나왔기 때문이라던가.
컴퓨터가 우리의 생활환경을 어찌나 빠르게 변화시키는지 우리같은 기성세대는 따라잡기는 커녕 따라가기도 불가능한 일이다.인쇄술의 발명이 세계 역사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는 옛날 이야기다. 컴퓨터가 인쇄문화를 몰아내는 건 아닌지. 신문이 언제까지 존재할 것인가의 논쟁이 한창인 오늘이 아닌가.
우리세대 이후의 시대에 대한 상상이 불가능할 뿐이다.
인간이 기계의 노예로 전락, 퇴화하지는 아릴런지, 사람이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로벗이 인간을 마들어 내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인간이 갈 곳은 어디란 말인가. 이것이야 말로 시대의 변화가 가져올 대 재앙이 아닌가.결코 세대교체가 아닌 것이.
백수 운운하는 시대에 사는 칠십줄의 사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그 변화의 끝일 뿐이다. 끝.
첫댓글 멈출 수 없는 진화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