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9)
2009-02-16 19:56:01
멀고도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한라산 산행 첫날
*2009년 2월 14일(토)
*산행구간 : 성판악-속밭-사라악-진달래밭대피소-백록담(정상)-용진각-개미목-탐라계곡-관음사
*산행참가 산우 : 경림, 규홍, 민영, 상환, 인섭, 은수, 재봉, 재일 (8인)
제주공항에서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1공대장과 4공대장의 전화를 받았다.
모두 산행을 잘 하고 있느냐는 안부 전화다.
사실, 어제 전국적인 강풍과 비로 제주행 항공편과 선박들이 결항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마음 한구석에는 무사히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긴 있었다.
한라산이 나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13일 오전 8시부터 결항한 항공편이 오후 4시에야 재개했다는 확인을 하니
그 믿음이 확실한 현실로 다가왔고 이번 산행이 멋진 추억이 될 것이라는 행복예감이 다가왔다.
어제 결항으로 수많은 항공편 예약이 불안정한 가운데 결국, 우리 팀 8명도 두 편의 항공편으로
나눠지는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제주공항에 도착, 겨우 연결된 버스 편에 몸을 실은 직후였다.
2006년 2월 4일 인천에서 선박 편으로 한라산 등반을 하였던 나로서는 우리 30산우회 산우들과 함께 하는 이번 산행에 남다른 기대감이 있었다. 어리목-영실코스에 기대하는 예감이 그것이다.
오백나한봉과 병풍바위를 다시 본다는 기대감은 잔잔한 흥분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다.
①답사등산로(붉은 실선) : 첫날 산행로(성판악-백록담-관음사)
②일반산행로(붉은 점선) : 두쨋날 산행로(어리목-윗세오름-영실)
*성판악(해발 750 미터)-사라악(해발 1230 미터)-진달래밭대피소(해발 1500 미터)
항공 및 버스편의 약간의 혼선으로 성판악에서의 산행시작시간이 예정보다 약 1시간 늦어졌다.
09:40 간단한 스트레칭과
관리사무소 앞에서의 기념사진 촬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해발 750미터에서 시작하여 해발 1950까지 고도를 높여야하는 고행(?)의 시작인 것이다.
동절기라 진달래대피소(12:00)와 백록담(13:30)의 타임컷오프가 있다.
지정 시간 내 구간을 통과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산행은 제한되어 성판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2009년 들어 바쁜 탓에 산행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나라선사가 마음을 무척 쓴다.
시간통제 되어 되돌아가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힘든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쉬고 가자는 말을 못하고 얼굴이 온통 땀투성이다.
속밭까지의 3.5㎞는 아열대식물과 봄날 같은 따스한 날씨와 완만한 경사로 하이킹코스같다.
속밭쉼터에서 첫 휴식을 하며 쵸코렛과 생수로 몸을 달랜다.
한동안의 봄날같은 날씨와 비로 눈은 다 녹아 없어졌고
제주화산석이 덤성덤성 깔린 산행로를 따라오느라 발바닥이 다소 불편했을 것이다.
모처럼의 휴식을 끝내고 사라악을 향하여 약간 가팔라진 길을 올라간다.
이제부터는 바닥에 녹지 않은 눈이 깔려있다. ‘샤베트’를 깔아놓은 듯 하다.
조금씩 뒤로 쳐지는 산우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사라약수를 지날 무렵에는 제법 거리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성판악에서 진달래대피소 구간은 사실 재미가 별로 없는 편이다.
시야도 제한되어있고 볼 만한 경관도 없고, 더욱이 타임컷오프에 마음은 무지 바쁘기만 하다.
수많은 등산인파로 옆길로 새서 빨리 올라갈 틈도 없다.
그래도 진달래대피소까지는 열심히 올라간다.
시작이 늦은 탓이지만 그래도 12시 전에 모두들 통과한다.
해발고도를 두 배로 올렸으니 모두들 힘들 것이다(750⇨1500)
대피소통과 길목이 협소하여 약 200미터 올라가서 휴식을 한다.
떡을 내고, 감도 내고, 물도 마시고... 길섶에 서서 모두들 행복한 휴식을 한다.
아직은 한라산에 대한 감동을 먹은 표정들이 없다.
왜 이리 힘들게 올라야 하는지, 비싼 돈 내고 이곳에 온 보람이 있을 것인지~?
아직은 마음에 차지 않는 표정들이다. 하긴 그럴만도 할 것이다.
땀만 흘리고 힘들게 와도 볼 것도 없고, 재미도 없고~~
*진달래대피소-백록담(해발 1950 미터)
7.3㎞ / 해발고도 750미터를 2시간 20분 만에 올라왔으니 지칠 만도 하다.
그래도 마음 편히 쉬지를 못한다. 백록담 통과시간이 또 기다리기 때문이다.
정상까지 남은 2.3㎞ / 해발고도 450 미터
티벳 고원지대 같은 전망이 시작되며 한라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산우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와 감탄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부구간이긴 하지만 눈덮힌 설원 같은 전망과 뒤돌아보면 맑은 날씨 덕분에 선명하게 보이는
동제주의 바다와 마을들.... 그리고 곳곳에 산재한 오름들~~~
왼편 斜面이 급경사의 설원이라 모두들 조심하며 한 발짝씩 내어 딛는다.
정상을 200미터정도 남겨두고 나라선사가 사타구니에 망울이 생긴 듯 하다며 잠시 쉬자한다.
장사가 숨겨둔 명약인 독주를 권한다. 오직 나라선사에게만 권하는 약이다.
신통망통하게도 독주가 명약인 모양인지 자리를 털고 다시 백록담을 향하여~~
3년 만에 다시 보는 백록담은 여전히 사람을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다.
사진화보로 보아왔던 백록담을 직접 보는 산우들의 가슴 속에 강한 희열의 전율이 지나간다.
모두들 백록담을 쳐다보며 조용히 마음 정리에 열심이다.
말로도 감당하기 힘든 전율을 조용하게 다스리며 이 느낌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은 생각들이다.
백록담 보지 못한 사람은 말도 하지 말라고 해~~!!! 시쳇말로 아마 이 느낌~~?
*백록담-왕관바위 전 헬기장(해발 1650미터)
백록담의 감동이 잔잔해지자 이제야 배가 허기를 느낀다.
서둘러 헬기장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나 혼자 남아 뒤처진 상환을 기다린다.
산우들 하산하기 시작하고도 홀로 남아 백록담 뒷 느낌을 오래 간직한다.
상환은 체력소모가 많아서 중간에 홀로 식사 중이라는 연락이다.
20분 넘어 시간을 소비한 탓에 혼자 하산길을 서두른다.
백록담의 북측면도 멋진 풍광으로 남는다.
아뿔싸~~! 미끄러운 하산길이라 체인젠을 착용하려니 체인젠의 고무띠가 딱~ 끊어져버린다.
근 4년간을 사용하고 사용 후 관리를 잘 못한 탓일 것이다.
오른쪽 발에만 체인젠을 착용하고 사람들 사이로 씽~ 씽 날아간다.
중간에 따로 빠져서 먹을 것인지 아니면 약속대로 헬기장에서 식사하며 나를 기다리는 것인지
우리 산우들이 걱정이 되어 속도를 빨리 한다. 거의 스키 타는 수준~~?
주변을 살피며 내려오는데도 헬기장이 눈 아래 보일 때까지도 산우들이 보이지 않는다.
재일의 전화가 울린다. 헬기장에 있다고~~
합류하여 보니 세 사람뿐이다.
아마도 약간 뒤처진 세 사람이 허기진 배를 참지 못하고 중간에 별도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제공된 식사가 특이하다.
밥을 카아바이드로 데워먹는데 카레밥이 일품이다.
재일의 홍어회를 김치와 밥으로 삼합을 한다... 그리고 캐나다産 위스키로 반주를~~ 정상주이다.
잠시 후 장사와 인섭, 규홍이 내려와 합류한다.
상환은 백록담 아래에서 식사 후 한숨 자고 혼자 백록담 구경 후 성판악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정상에서 헬기장 내려오는 중간 중간에서 보는 백록담의 뒷 켠은
백록담 정상만큼이나 큰 감동을 준다.
백록담 아래에서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수평능선은 경비행기가 착륙해도 될 만큼의 평원을 이루고
능선 동북쪽의 사면으로 형성된 설경은 남국의 설원같은 첫 경험을 제공한다.
이국적이면서도 겨울산행의 진경을 다 보여주고 날씨마저 따뜻하여 몸을 편하게 해 주는 산행...
헬기장에서 식사하며 건너편으로 바라보는 백록담의 뒷켠은 무아지경이었다
*헬기장-관음사휴게소(해발 620 미터)
용진각을 향하여 내려가는 길목은 급경사다.
아이젠을 하여도 샤베트 같은 雪質과 마음약한 여성 산우들의 방황에 엄청난 병목현상이다.
나라선사가 준비한 아이젠으로 대체한 덕분에 편히 하산한다.
중간에 1공대장의 안부전화.... 용진각을 지났느냐, 눈은 많으냐~고 묻는다.
아직 용진각 못 지났고 눈이 아니라 샤베트라 하니 무지 크게 웃는다~~ 웃음의 의미는~~? ㅋㅋ
번개산행 후 수서에서 모여서 뒷풀이를 하는 모양인지 주변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엄청난 눈과 추위에 고생하며 관음사코스로 하산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오늘 산행은 행복하다.
비록 雪花도 없고 新雪도 없어 발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산우들이 추위와 눈보라에 고생하지 않고
따뜻한 날씨와 서로 챙겨주는 따스한 마음씨로 봄날같이 온화한 산행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산길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지친 몸을 억지로 이끌고 강행하는 유격대의 대원들 같은 모습들~~
무려 18.3㎞ / 8시간 30분의 긴 산행을 마무리하고 기다리는 버스에 올랐다.
서귀포 세미나에 참석한 권박과 진홍의 연락으로 제주시에서 만나 함께 저녁먹으며
산행의 회포를 푼 시간은 우리 우정의 피날레가 아니었나 싶다.
제주도에서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만나서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현실로 다가온 즐거움에 행복함까지 동시에 몰려온다.
진홍이가 나서 예약한 “성복식당”...... 맛있고 정성 있고 싸고 푸짐하고~~
다음에 올 때도... 구제주 서부두 수협어시장 앞 “성복식당 ☎ 064-757-2481
성복식당과 함께 제주의 깊고도 푸른 밤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라산 이틀째 산행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