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김치가게 문전성시…한식 붐에 SNS 성지 '등극'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고소하고 담백해", "매운데 달콤하네. 마라탕 매운맛하고는 달라"
25일 오후 한국 식당과 반찬가게들이 밀집해 있어 중국 선양의 시타(西塔)시장에서 20대 한족 여성 2명이 일회용 용기에 담긴 붕어빵과 떡볶이를 먹으면서 맛을 품평하고 있었다. 20분가량 줄을 선 뒤에야 겨우 차례가 왔다는 이들은 "지나치게 맵거나 짜지 않아 좋다"며 "주말마다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와서 한국 음식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 음식 붐이 일면서 시타시장 일대는 주말만 되면 북새통을 이룬다. 한국 식당은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 어렵고, 김치와 한국식 밑반찬을 파는 가게들은 몰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시장통은 가만히 서 있어도 밀려갈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붕어빵과 어묵, 떡볶이, 김밥은 시타시장 방문객이라면 맛봐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알려져 노점상이나 가게마다 긴 줄이 생긴다. 즉석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막걸리도 인기여서 시음하거나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전통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맛은 덜하고 단맛이 나는 데다 알코올 도수도 낮아 여성들이 선호한다.
한 상인은 "방역 완화로 봉쇄가 풀리면서 올 초부터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최근 부쩍 늘었다"며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많은데 대부분 한족 젊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처음에는 한국 음식과 김치, 인절미 등 떡 종류, 김밥을 파는 가게에만 손님이 몰렸는데 최근 들어 붕어빵과 떡볶이, 어묵도 인기"라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유학했다는 한 30대 여성은 "짧은 영상 플랫폼인 더우인 등에서 왕훙(網紅·중국의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이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하면서 시타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길거리 음식이 유행하고 있다"며 "가격도 저렴해 친구들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의 매력에 빠진 중국 젊은이들이 많다"며 "단체관광 대상 국가에서 제외돼 한국에 갈 수 없으니 시타에서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즐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주말에는 선양뿐 아니라 외지에서 관광 삼아 '원정'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중국인 천모 씨는 "처음에는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보복 소비의 효과라고 생각했는데 유독 시타에만 손님이 몰린다"며 "선양의 다른 지역 식당가는 방역 완화 직후 반짝하더니 곧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때 중국으로 건너온 우리 민족이 터를 잡은 시타는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인과 조선족이 몰려들면서 동북 최대 한인타운을 형성했다. 한때 1만여명에 달했던 선양의 한국인 대부분이 이 일대에 거주했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방역 통제로 대거 귀국하면서 현재 선양의 한국인은 1천명을 밑돌고 있다.
시타에서 한국 식당 '우당'을 운영하는 김만섭(55) 씨는 "한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데도 중국인들 사이에 한식 붐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인적 왕래와 교류가 확대돼 한류가 확산하고, 양국 국민이 서로 존중하며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