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도 살아간다.' 를 만난 첫 느낌은 제목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져서 어떤 내용일까 사뭇 궁금했었다.
난 늘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서 선택을 강요 받고, 또는 내가 스스로 선택을 하고,
때로는 남에게 선택을 강요하기도 하며 살아온 것 같다.
고민하여 결정한 나의 선택에 끝없이 후회하기도 하고, 탁월한 나의 선택에 쾌재를 부르기도 하고...
지금의 나의 삶도 어떤 선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5학년이 될 때까지 친구와 어울려 노는 일도 없었던 소년 에다.
5학년이 된 첫날, 같은 반의 ‘오시노’가 같이 야구하러 가자고 말을 건다. 공터에서 친구와 난생처음 야구를 한 그날, 그날은 에다가 엄마와 단 둘만의 세상에서 사회로 작은 첫걸음을 내디딘 기념할 만한 날, 바로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이한 날이었다.
오시노를 계기로 야구, 친구, 사육 위원, 녹차 푸딩, 화를 내는 것, 웃는 것 등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이 갑자기 흘러넘쳤고, 에다는 그것들을 빠른 속도로 빨아들였다. 엄마와 에다, 둘 만의 세상에서 풍경이 순식간에 넓어져 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엄마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이사를 하고 전학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다는 전학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막 학교생활이 즐거워졌으니까. 미리 헤어짐에 익숙해지기 위해 에다는 더 이상 공터로 야구를 하러 가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점점 아이들을 멀리했다. 그러다 이사와 전학 얘기가 담임선생님 귀에 들어가고, 우여곡절 끝에 에다는 전학을 가지 않기 위해 근처에 사는, 지금껏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외할아버지 집에서 살아야만 한다.
읽는 내내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잔잔하게 평화롭게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맘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지루하리 만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어
"인생은 극적이지 않다. 나는 앞으로도 살아간다." 는 말이 더 와 닿았다.
에다이치에게 오시노와 할아버지,시이노 선생님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봤다.
할아버지와 친구에게 둘러싸여서 보내는 여름 한철 동안 특별한 사건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가 조용히 흘러갈 뿐이지만, 그 안에서 에다는 자기만의 가치관을 세우면서 서서히 어른이 되어 간다. 특히, 이 작품은 주인공 소년의 심리 묘사와 장면 묘사가 무척이나 섬세하고 사실적이어서 여름날 아침의 공기, 툇마루에 부는 바람, 매미가 우는 소리, 친구의 웃음소리가 뒤엉킨 여름날이 당장에라도 눈앞에 보이는 듯 선명하게 펼쳐진다. 내가 배우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친구 오시노와의 만남이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며, 5학년 때 엄마를 따라가지 않는 ‘선택’으로 자기 인생은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렇듯 인생의 전환점은 에다이치가 오시노를 만난 것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연히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생을 변화시키는 진짜 전환점이 되느냐 마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세상에는 엄마와 자신 둘뿐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온 소년, 엄마가 세상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던 소년이 그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년은 그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선 선택을 내렸고, 그 덕분에 어른이 된 뒤에도 돌아가고 싶은 장소와 현실의 보잘것없는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시간을 선물로 받았다. ‘인생은 극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긍지를 얻게 해 준 순간이 있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극적인 요소나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오히려 더 공감하면서 조용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소년을 따라가며 나만의 그 순간, 인생의 전환점을 찾아가 본다.
읽은 책
그래도 즐겁다. - 김옥
권민 장민 표민 - 문미영
통조림 학원 - 송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