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포토에세이 - 뒷이야기】 산책길 ‘나무뿌리’, 미안함과 고마움

[윤승원]

【윤승원 포토에세이 - 뒷이야기】

산책길 ‘나무뿌리’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 송하섭 문학평론가의 수필 「산책길의 나무뿌리」를 다시 떠 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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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제가 어제(23.6.22.) 혼자 도솔산 산책하면서 『숲 속 작은 오솔길』 제하의 「포토에세이」를 올린 바 있습니다. ‘숲 속 오솔길’에서 폰카로 직접 찍은 사진(8컷)도 올렸습니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에는 현장에서 폰카로 직접 생동감 있는 사진과 글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카페나 블로그 저의 ‘글마당’에는 집에 와서 사진 크기를 조절하는 등 일부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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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글과 사진 / 바로 보기
| 【윤승원 포토에세이】 숲 속 작은 오솔길 - Daum 카페

【윤승원 포토에세이】 숲 속 작은 오솔길

   페이스북에 글과 사진을 올리자 곧바로 《한국문학시대》 발행인이자 페이스북 「한국문학시대 그룹」을 운영하시는 김명아 시인(대전문인총연합회장)은 숲속 오솔길 사진마다 귀한 소감을 댓글로 달아 주셨습니다. 

  언제나 힘찬 응원 보내주시는 김 시인님의 댓글 소감은 짧지만 품격과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명문 시어(詩語)였습니다. 저도 실시간으로 답글을 올리면서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이어서 제가 특별회원으로 참여하는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올사모]》 카페에는 구순 원로 학자이자 명 수필가이신 高林 지교헌 박사님(철학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께서 자상하면서도 철학적 언어가 담긴 귀한 소감을 댓글로 올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입니다.

    ‘올사모’를 운영하시는 원로 역사가 낙암 정구복 박사님(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이  귀한 소감을 답글로 달아 주셨습니다.

    제게 언제나 따뜻한 사랑과 격려가 담긴 댓글을 성심성의껏 달아주시는 다정다감한 학자님이시지요.

    그런데 뜻밖에 낙암 교수님 댓글에서 ‘눈에 번쩍 띄는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 구절입니다.

 『---(전략)-- 내가 걷는 오솔길에는 작년에 깔아 놓은 방석이 이제 낡았지만 그대로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나무의 뿌리가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를 밟고 넘어감이 미안스럽기도 합니다.---(후략)---』

  아, <나무뿌리>...<이를 밟고 넘어감이 미안하다>는 원로 학자님 인품이 우러나는 순수한 감정 표현이 저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문득 존경하는 일송 송하섭 교수님(문학평론가, 전 단국대 부총장)의 저서 《어쩌다 여든 살》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송하섭 교수님의 귀한 저서를 받고 졸고 소감을 쓴 적이 있습니다. 독후감 형식의 저의 소감은 몇 군데 인터넷 카페에도 소개했습니다. (※ 덧붙임 : 2020. 2. 22. 윤승원 독서일기)

■ 관련 소감(독후記) / 바로 보기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 | 송하섭 문학평론가가 보내준 뜻밖의 귀한 선물 - Daum 카페

송하섭 문학평론가가 보내준 뜻밖의 귀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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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저의 졸고 소감에서 언급한 <인상 깊은 대목>을 오늘 또 다시 소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학작품이란 이렇게 한 번 읽고 끝나지 않습니다. 감명받은 대목은 평생 가슴에 품고 다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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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略] 송 박사의 훌륭한 인품이 드러난 수많은 옥고 중에 수필문단 30여년 경력의 필자 안목으로는「산책길의 나무뿌리」를 감히 수작(秀作)의 반열에 올려 놓는다. ‘명 수필’이라 이름 붙여도 좋겠다.

 

  방금 전 배재대학교 뒷산 도솔산을 산책하고 내려와서 그런지, 저자의 수많은 옥고 중에서 이 「산책길의 나무뿌리」작품은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아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다. [사진 참조]
 
  산행을 하다보면 발에 밟히는 ‘나무뿌리’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등산객 대부분이 아름다운 산천초목과 맑은 공기, 그리고 산새소리만 즐기기 마련이다. 각양각색의 크고 작은 나무와 돌멩이는 그냥 지나쳐도 좋은 대수롭지 않은 자연으로 본다.
 
    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신체 안테나와 섬세한 더듬이로 글감을 찾는 수필작가의 감각은 다르다. 사물을 보는 눈은 장삼이사(張三李四)와 다를 것이 없어도 분석과 해석은 다르다.
 
    필자 역시 산책을 하면서 매일 같이 경험하는 일이다.
   
    산길에 드러난 ‘나무뿌리’를 밟고 지나면서 딱한 마음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등산객의 발에 잔혹하게 밟히는 ‘나무뿌리’가 측은하게 느껴진 것이다.

    이 같은 단계는 산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일차원의 시각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깊은 사색으로 다져진 송 박사의 ‘명상의 촉(觸)’은 다르다.

▲ 사람들에게 무수히 밟히는 <산책길의 나무뿌리>
※ 사진출처 = 도솔산 산책길에 필자 찍음(2020.2.21)

 
   춘원(春園) 이광수의 명 수필「우덕송(牛德頌)」을 자신의 명상수필「산책길의 나무뿌리」에 도입한 것이다.
   * 참고 : 우덕송(牛德頌)」은 1925년 1월『조선문단』에 발표된 춘원의 수필. 을축년을 맞이하여 서두에 “소는 짐승 중에 군자다.”라면서 소의 덕을 기린 신년 수필.
 
   『오늘도 산책길에 들어섰다. 좁은 둘레 길을 걷다보면 길 위에 돌출된 나무뿌리를 밟고 지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갔는지, 반질반질하다. 이 뿌리는 계단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발걸음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눈이 내리기라도 한 날에는 미끄러지지 않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땅 깊숙이 박혀 있어야 할 뿌리가 이렇게 돌출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밟히는 것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춘원의 명 수필「우덕송(牛德頌)」한 대목을 떠 올리는 것은 문학을 평생 업으로 탐구해온 학자의 남다른 촉이라 할 것이다. 
 
  『춘원 이광수 선생은「우덕송(牛德頌)」이란 글에서 소가 사람에게 평생 동안 봉사만 하다가 뼈까지 내주는 죽음을 맞이하여 “내 이제 모든 것을 이루었다.”면서 운명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이 나무 역시 사람을 위하여 이렇게 봉사하는 것은 아닐까.』
 
   한 편의 잘된 수필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자기만의 철학, 자기만의 독창적인 인생에 대한 해석이 따른다. 그게 곧 문학이다.

   독자들은 그러기에 이 마지막 대목에 주목하면서 가슴에 스며드는 무엇을 찾게 된다. 이같은 또 다른 차원의 자아발견은 관조(觀照)에서 나온다.
 
   『길가에 서 있는 나무는 자신의 뿌리를 길 위로 돌출시켜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돕고 있는데, 나도 이 몸의 일부라도 남을 돕는 일에 쓰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지금부터 건강이라도 잘 지켜 가족과 이웃에 폐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러려면 이 길가의 돌출된 나무뿌리라도 부지런히 밝으면서 부지런히 산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연륜이 무르익은 노학자는 단순히 자신에게 당부하고 다짐하는 말로 마무리 하지 않는다. ‘~하지 않을까’라고 끝맺음하는 저자의 의도를 독자는 간파한다.

드러난 ‘나무뿌리’, 밟고 지나가야 하는 ‘나무뿌리’를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인간애와 문학적 시각에 독자는 자신의 삶을 대입시킨다. 
  
   온갖 세상 풍파를 달관의 경지로 이겨낸 여든 살 저자는 닳고 닳아 맨들맨들해진 ‘나무뿌리’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과 자신의 인생 철학을 공유하면서 잔잔한 공명(共鳴)을 주고 있는 것이다. ■

2020. 2. 22. 윤승원 독서일기

   저의 졸고 ‘포토에세이’에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눈길 주신 원로 학자, 문인, 그리고 수많은 독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2023. 6. 23.

윤승원 後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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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산에 오를 때마다, <나무뿌리>를 밟을 때마다, 어떤 글의 한 대목을 떠 올린다는것,
글을 쓴 분의 인품을 생각한다는 것, 인생의 스승이 따로 없습니다.
감명 깊은 작품 속 한 대목이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의 안내자요,
가르침과 일깨움을 주는 스승입니다. (소감 필자)

[원경애]

산에 오를 때마다 누구나 느꼈던 것이지만
수필이란 그릇에 담아 놓으니 명작이 됐네요.
바로 이런 작가의 시선이 문학의 힘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