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차
대화, 이야기를 주고받자
2. 서정주의 대화시
시에 이야기를 자주 끌어오는 서정주는 등장 인물이 직접 대화를 하는 대화법을 자주 사용하는 시인입니다. 대화에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문장에 부사를 사용하여 친근성을 더해 줍니다.
“할머니 하고 같이 밥반찬을 먹을 때는 맛난 것만 넹큼 먼저 집어먹지 않도록 해라”
엄마가 얌순이 귀에 살짝 말씀하셔서 덜맛난것만 골라 집어 먹고 있노라니
“허고 계집애 속엔
할망구가 열대여섯명 들어 앉아서
장차 며누릿 가음으로 쓸만 하겠다”
할머니는 이뿌다고 얌순이 허벅지를
따끈하게 꼬집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얌순이가 약이 올라서
“꼬집긴 왜 꼬집어?
할머니 속엔
속없는 계집애가 또 열댓명 들어앉았어” 하니.
새로 말을 배우는 철이가
엄마 품에 안겨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할망구가, 기지배가, 들어 앉았어”
저도 한바탕 참견을 했습니다.
-서정주, 「얌순이네 집 밥상머리」¹³²⁾ 전문
위 시는 엄마, 할머니, 얌순이, 철이 등 4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미고 있습니다. 맨 먼저, 어른하고 같이 먹는 밥상에서 맛있는 것을 먼저 집어먹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는 관습적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지며, 이해가 가능한 것입니다. 두 번째, 할머니가 밥상 예절을 잘 지키는 손녀인 얌순이를 대견해하고 예뻐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리고 예절을 지키기는 하지만 맛있는 반찬을 먹어보라고 하지 않는 할머니가 어린 나이에 야속하기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린 손녀라고 해도 감히 할머니한테 한번 쏘아붙입니다. 그리고 할머니와 얌순이가 말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철이 없는 어린 철이도 천진하게 한마디를 거드는 것입니다. 먹을 것을 놔두고 벌이는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 예절과 인간의 본질적 속성, 그리고 천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 말만헌 점잔헌 가시내가
그렇게 픽픽 길에서 나자빠지기냐?
제미 ㅇ헐것……”
구례구 앞 언 눈길에 나동그라지는 계집애 보고
동행하던 아주머니가 요렇코롬 말씀하는 걸 듣고
과연 상쌍것이로다 하며 화개로 돌아오니,
“아 통일 전날 신라 어느 눈속에선
여기서만 칡꽃도 다 피었다고 화개아닌가뵈.
당나라 부처님 육조가
그 머리 두고자 한 곳이
바로 여기 아니고 또 어디지?”
노스님은 눈에 쌍심지를 켜 열변이시다.
그래 아까 상쌍것을 상양반으로 알아뫼시기로 하다.
-서정주, 「구례구, 화개┘¹³³⁾ 전문
시의 도입 부문에는 전라도 사투리의 욕설이 튀어나와 독자를 황당하게 하지만 재미있게도 합니다. 딸에게 퍼붓는 욕설을 차마 문장으로는 쓸 수 없어 ㅇ으로 남겨놓습니다. 그다음 문장을 보니 전라도 구례구라는 곳에서 어머니와 계집애가 동행을 하면서 계집애가 넘어지자 어머니가 그렇게 하는 말입니다. 이러한 말을 듣는 서술자는 상것 가운데에서도 상것인 상쌍것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서술자가 화개로 가보니 노스님이 법회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법회자리에 욕설을 퍼붓던 아주머니와 딸이 앉아 있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서술자는 노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구례구에서 만났던 모녀를 양반 가운데 양반인 상양반으로 알아 모시겠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당나라 부처님 육조”는 선종의 혜능대사를 말하는 것으로 초조인 달마대사로부터 6대째의 조사이므로 육조라고 합니다. 육조혜능의 자서전적 책이 육조단경이라는 것인데, 이 책은 조계산에서 문인들에게 설법한 것을 기록한 어록입니다. 중국불교와 한국불교에 영향을 많이 끼쳤으며, 중국적인 불교수용 형태를 대변해주는 고전입니다. 불교가 중국화하는 과정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혜능이 머물던 조계산의 이름을 따서 우리나라의 보조국사 지눌은 조계산 송광사에서 정혜결사를 도모하였습니다. 그때 후학을 지도하던 교과서가 『육조단경』과 『금강경』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불교를 선종이라고 하는 한 우리 불교의 사상사 위에서 『육조단경』의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¹³⁴⁾
신라사람 지대로왕의 거시기의 길이는
거짓말 좀 보태서
한자 하고 또 다섯 치는 너끈한지라.
산골에도, 들녘에도, 바닷가에도,
바다 속에 숨어 사는 어느 섬에도,
이 거시기 당할 만한 처녀가 없어
고시랑 고시랑 걱정이던 중.
겨울날 어느 시골 고목나무 아래 보니
이것도 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장고만한 똥덩어릴 누가 누어 놨는데,
얼시구 덩더쿵 누가 누어 놨는데,
두 마리 똥개가
양쪽에서 물어 노나 먹고도 오히려 남은지라.
그만큼한 똥을 눈 임자는 누구시냐고
구석구석 마을마닥 물었더러니
쬐그만한 계집애 하나가 나서서 말하기를
“보이소, 저기 저 색시입니더.
그 똥 옆에 개울이 하나 있지 않습더이껴?
아조 이뿐 개울이, 얘,
거기서 빨래를 갖다 백개도 더 해놓고는
그 옆 수풀에 들어가 누어논게 아닌기요?”
천연스레 본 대로 대답하고 있는지라.
그 똥누신 임자 찾아 짝을 지어서
思想을 하는 힘도 매우 좋은
법흥왕 같은 왕도 하나 낳았다는 얘긴대,
어쩔는지, 몰라,
어찌 이 유력을 갖다 누가 무시할 수 있을는지?
유력이사 어디 가건 유력인 것이어늘……
-서정주, 「지대로왕 부부의 힘」 전문¹³⁵⁾
『삼국유사』 설화를 수용한 시입니다. 서술자가 있고, 여자 어린이가 신하에게 말하는 대사를 삽입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보면, 신라의 지대로왕의 성기 크기가 너무 커서 배우자를 구하지 못했는데, 어느 시골 고목나무 아래에 장구만 한 크기의 똥을 싸놓은 처녀와 결혼을 시켜서 낳은 아들이 법흥왕이라는 것입니다.
구체적 남성 성기의 크기를 “한 자 하고 다섯 치는 너끈하지라”하고 너스레를 떨거나 똥덩어리의 크기를 장고만 하다거나 “두 마리 똥개가 양쪽에서 물어 노나 먹고도 오히려 남는지라”는 구어적 사설이 재미있습니다. 이 시의 근거가 되는 『삼국유사』 설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와 실제 문헌에 기록된 설화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왕은 음경의 길이가 한 자 다섯 치가 되어 배필을 얻기 어려웠다. 그래서 사자를 3도에 보내어 배필을 구했다. 사자가 모량부에 이르러 동로수 아래에서 개 두 마리가 북만 한 똥덩어리의 양쪽 끝을 물고 다투는 것을 보았다. 그 마을 사람에게 물으니 한 소녀가 말했다. “모량부 상공의 딸이 여기서 빨래를 하다가 수풀 속에 숨어서 눈 것입니다.” 그 집을 찾아 살펴보니 그 여자의 신장이 일곱 자 다섯 치나 되었다. 사실대로 상세히 아뢰었더니 왕은 수레를 보내서 그 여자를 궁중에 맞아들여 황후로 삼았다. 여러 신하가 모두 경하했다.¹³⁶⁾
실제 시의 내용과 『삼국유사』에 기록된 설화의 내용이 약간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후대가 설화를 수용 전달하면서 이야기를 첨가하거나 삭제하고 내용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것으로, 시 창작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132) 미당시전집 1』, 453쪽.
133) 『미당시전집 1』, 461쪽,
134) 정병조, 『육조단경』, 한국불교연구원, 1978, 해제 참조
135) 미당시선집 2』, 285~286쪽.
136) 일연, 이재호 옮김, 『삼국유사』, 솔, 1997, 150쪽.
공광규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2024. 4. 15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