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그의 3대걸작을 세번이상 감상했습니다.
패왕별희, 아비정전, 춘광사설(해피투게더).....
그의 눈빛, 몸짓, 표정하나 놓치지 않고 유심하게.. 그의 목소리의 떨림까지... 모두 제 눈속에 귀속에 담으려고 했죠.
이상하더군요.. 운명..운명.. destiny....
정말 그 단어밖에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 어이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홍콩팬들이 자살이라고 굳게 믿고 싶은이유는 영화와 그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수 없고, 그래서, 어쩌면 영화속에서 암시한(자의든, 타의든)그의 모든 대사와 몸짓이 어떻게든 그의 비극적 최후를 정당화시키는(마치 레슬리는 처음부터 그런 운명을 타고났다고 믿게끔 만드는...)결정적 최면제 역할을 했던거 같습니다.
아비가 말한 대사... 발없는새가 태어나 떨어질때 죽는것이 아니야. 그 새는 날때부터 죽어있었어.. 라는 대사와 패왕별희에서 왜 우희만 죽어야 하지? 라고 묻는 대사.. 그리고 마지막 장면...
오늘 새롭게 본 춘광사설에서도 그는 끝내 아휘(양조위)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이별을 합니다.. 왕가위 감독 참 잔인하군요.. 아비정전에서도 그를 그렇게 죽이더니, 말그대로 제목이 해피투게더이면 나중에 만나게 해줘야지요.. 자신의 이기심으로 진실로 자기를 사랑하는 아휘 곁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끝부분을 그렇게 모호하게남기고 가 버리면..
이제 아휘와 보영은 영원히 만날수가 없습니다.. 장국영이 살아있었다면
아휘와 보영이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는 희망의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겠지만, 이제 그가 가고, 둘은 영원히 서로를 가슴에 묻고 완전한 이별을 해야만 합니다....
(실제로 레슬리가 하늘로 떠난후 양조위가 참 많이 슬퍼했다더군요. 맨날 술마시고 울었대요.-장국영사랑에서 어떤 분이 쓰신 글-)
참 이상하게도 그의 걸작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제가 장국영이라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배역이 참 우울하고 잔인합니다...(그 스스로에게...)
그가 첨부터 그런 이미지를 타고나서일까요, 아니면 어쩌다보니 그런 배역들만 들어와서 몰입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을까요..
만약 다른 배우가 그 역할을 했어도 그런 느낌이 니왔을까요?
그가 갖고 있는 묘한 감상적이고 참으로 비극적인 이미지(특히 그의 꿈꾸는듯, 울고 있는듯한 눈빛..)때문에 어쩌면 보다 밝을 수도있었을 그의 성격이 어둡고 우울하고 비극적으로 변해버린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보니 팬들과 대중들은 그의 죽음이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구요. 만약 밝은 이미지의 성룡이나 다른 유명배우가 갑자기 죽었어도 그냥 이렇게 묻어두고 잊어버릴지 궁금합니다.
정말 그의 측근들이 우울증이니 뭐네 하며 죽음을 빨리 무마시켜버린게 새삼 원망스럽네요... 마치자기네들은 이런 비극적인 일이 언젠가 일어날줄 알았다는 느낌들지 않아요?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빨리 무마시키고 잊어버린다는게 이상하죠.. 물론 가족들이 충격받고 무슨일이라도 저지를까봐 살아있는 사람 생각해서 그렇게 수습하러 애썼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보통 갑작스럽게 그런 일이 닥쳤을때, 정신 못차리고, 힘들어하고 그러지 않아요? 그렇게 빨리 침착하게 모든 원인을 레슬리의 우울증 탓으로 돌리고 그럴수 있을까요?.. 뭐 그럴수도 있겠지요..하지만 앞뒤가 안맞는 이 상황을.. 우리가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는건가요? 뭐가 옳은건지 갈피를 못잡겠군요..
사고나기 불과 20일전 출연한 펩시콘서트 때에도 참 밝아 보여서 좋았는데.. 떨어지기 전 한번만이라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생각하면 그럴수가 없지요....
아.. 이쪽으로 생각하면 이거 같고, 저쪽으로 생각하면 또 한없이 쏠리고,차라리 레슬리가 혼자 외딴데가서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거두었다면 이해하겠습니다...
아니면 세상뜨기 며칠전 자기가 출연한 영화만 보고 있었다해도 이해하겠습니다. 불과 몇시간전까지 사람들 만나고 웃고 떠들고, 스케줄잡고 그러면 자살하고 싶어도 맘약해져서 못할텐데요. 치밀하고 영리한 레슬리가 그걸 모를리가?
"그래 네들 한번 엿먹어봐라" 이런 심산으로 상처주고 싶지 않은 담에야 어떻게 겉으론 웃고 태연한척하면서 사람들 다보는데서 그렇게 비참하게 끝낸단 말입니까?
그것도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게 아니라, 전세계에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데(그는 89년은퇴콘설 당시에도 팬들에게 손수 편지까지 써서 심정을 전했던 매우 자상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정성스런 유서 한장 없이?
세월과 일과 사람들이 그를 변화시켰다고 해도 마지막에 이상한 징후하나 없이?
자살까지 생각할 심각한 사람이 굳이 자선콘서트에 나가 손수 인사하며(그것도 소아암환자 돕기...ㅠㅠ)소아암환자 힘내라고 해요? 자기도 곧 죽을거면서? 그 콘설에 참가한건 크게 두 가지 이유였겠죠. 진짜 소아암환자 돕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이미지 관리... 둘다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행위 아니던가요?
그런데 그가 왜 스스로 (물론 자살이라고 칩시다. 그것까지도 이해한다고칩시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고 어이없게 제일 끔찍하고 고통스런 방법을 택해서)
갑니까?
스스로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선택한거라면 떨어질때의 끔찍한 고통, 자신이 떨어진후 얼마나 끔찍한 모습일까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렇게 완전 정신병자 같았다구요?
그럼 왜그렇게 불과 한두시간전까지 그렇게 안정되고 침착할수 있지요? 진숙분에게(마치 원한이라도 있듯이)나와서 기다려보라고 하고?
상식선에선 이건 자살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법의학자들에게 메일이라도 보내서 답변을 들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홍콩경찰들과 팬사이트에 올렸으면 합니다.
보통 그런데 올라가서 죽겠다고 하는 사람들, 그렇게 침착하고 안정적인가요?
.... 뭐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레슬리가 그렇게 이중인격자였을까요? 그정도로 극단적으로 겉모습과 속모습이 달랐다?
평상시 매우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람이라고 하던데.. 만약 모든게 사실이라고 해도 무언가의 압력에 의한게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자기 하나가는걸로 희생을 막고 싶었는지도? 정말 순수한 자살이라면 제대로된 유서가 있어야 정상입니다... 측근들이 주장하는 유서는 이상합니다. 누가 봐도 안믿겨지죠.. 그의 정서상태가 그토록 극도로 불안했었다니...
하지만 꺼거가 우울하고 비극적인 영화만 찍은 건 아니잖아요. 코믹하고 유쾌한 영화도 그만큼 많이 찍었어요.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고 잘 알려진 영화가 그런 종류들의 영화여서 그렇지.. 그리고 특히 꺼거의 마지막 영화가 하필 '이도공간'이어서 다들 그와 영화를 비교하게 되나 봅니다.
첫댓글 저또한 같은 생각입니다..자꾸만 그의 정서상태를 상당히 불안정한걸로 몰아가고 있는데..최근과 당일과 그 직전과 모든 상황이 정서불안으로 몰아부치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꺼거가 우울하고 비극적인 영화만 찍은 건 아니잖아요. 코믹하고 유쾌한 영화도 그만큼 많이 찍었어요.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고 잘 알려진 영화가 그런 종류들의 영화여서 그렇지.. 그리고 특히 꺼거의 마지막 영화가 하필 '이도공간'이어서 다들 그와 영화를 비교하게 되나 봅니다.
꺼거는 늘 우울한 영화와 코믹한 영화를 번갈아 가며 찍었어요. 이도공간 찍기 전에도 오끼나와 랑데뷰를 찍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 중 하나가 우울한 영화를 많이 찍어서이다, 이건 억지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