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나 무
신덕재
윤선도의 오우가 중에 대나무에 관한 시조가 나온다..
“나모도 아닌거시 풀도 아닌거시
곳기난 뉘시기며 속은 어니 뷔연나다.
뎌러코 사시에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
즉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철이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대나무는 예로부터 겸손과 무욕(無慾)에 비유되고 덕을 겸비한 선비의 상징이며 지조와 절개를 나타냈다.
선비의 절개와 지조에 관해 옛 선비들의 시조 몇 수를 적어보자.
원천석(元天錫)의 시조 한 수.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던고
굽은 절(節)이면 눈 속에 푸를 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다음은 김대현의 시조다
“마디 새긴 뜻이 곧고도 비었더냐
꺾어도 휘지 않는 청자빛 푸른 절개
굴뚝새 작은 가슴도 팔딱 뛰며 쫒는다.”
나도 시 한 수 적어보자.
"대 곧다고 으시대지 마라
훠어져 불어지면
아헤야, 어찌 곧다 하리요"
또한, 대나무는 일상생활의 도구로 많이 쓰였다. 즉 곰방대, 대빗자루, 죽통, 대젓가락, 퉁소, 피리, 대금, 활, 주판, 대 삿갓, 담배통, 귀이개, 이쑤시개 등등으로 말이다.
또한, 죽창, 죽마, 죽부인, 죽장(竹杖)으로도 사용됐다.
대나무는 약용으로도 사용됐다. 왕대와 솜대의 줄기 내부에 있는 막상피(膜狀皮)는 죽여(竹茹)라 하여 치열(治熱)과 토혈(吐血)에 사용됐고, 왕대와 솜대에서 뽑아낸 대기름은 죽력(竹瀝)이라 하여 고혈압에 쓰일 뿐 아니라 만병통치약으로 쓰이고 죽엽(竹葉)은 치열 이수(利水), 청심제로 사용됐다.
대나무는 벼목 화본과(볏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나무가 아니다. 벼와 비슷한 꽃을 피우고 열매인 죽미(竹米)도 맺는다. 대나무의 꽃은 30년, 60년, 120년 만에 핀다고 한다. 대나무 꽃이 피면 나라에 경사가 난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 근래에 대나무꽃이 핀 사례를 알아보면
1937년 하동의 왕대림
2007년 경북 칠곡의 솜대림
2008년 거제 칠전도의 맹종 죽림
2012년 진주 – 사천 간 국도 도로변에 왕대림
2017년 창원 솜대림
2018년 전북 정읍, 순창과 강원 영동
등에서 대나무꽃이 피었다. 2018년에는 3곳에서 대나무꽃이 피었다.
그런데 대나무는 대나무꽃을 피운 후 대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다. 그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마도 토질의 영양 상태가 안 좋거나 주위 환경이 나빠져서 생기는 듯하다.
대나무꽃이 피고 나면 열매가 매친다. 그 모습이 이삭은 기장 같고 열매는 보리 같고 차지기는 율무 같고 맛은 당서와 같아서 옛날에는 이를 죽미(竹米)라 하여 식용으로 사용했고 구휼(救恤) 작물로 여겼었다.
대나무는 대나무꽃이 피면 열매가 떨어져 발아하여 대나무가 다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땅속에 있는 뿌리 즉 모죽(母竹)이 90%는 죽고 남은 10%의 모죽(母竹)이 다시 발아하여 급속도로 자라 새로운 대나무 숲을 이룬다.
대나무는 우리 인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준다.
정신적으로는 지조와 절개를 주어 사람의 기본을 만들어 주고 실용적으로는 자신을 희생해 생활용품과 필수품을 주고 또, 자신이 죽을 때는 대나무꽃을 피워 구휼 열매인 죽미(竹米)를 주어 배고픔을 잊게 해 준다. 참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나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