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의 재미있는 일본어 한자사전> 및 몇 권의 책을 종이 책과 eBook으로 내는 데
힘을 다 쓴 원장은 수업도 거의 안 하고 스스로 힐링 타임이라며 책도 읽고 번역도 하고
다른 일도 하면서 학원을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조만간 문 닫는다고 할 기세
입니다. 어쨌거나 학원도 부침이 있고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2019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개강을 할 생각이기는 한데, 정말로 신장개업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학원이 있는 오창프라자1은 원래부터 학원이 많은 건물입니다. 대개 아이들 보습학원
이지요. 국어 및 논술 학원은 3개 이상, 영어 학원은 2개 이상, 수학 학원은 4개 이상입니다.
이 8층짜리 건물 5층에 수학 학원이 세 개나 있는 것은 기괴하다 못해 안타깝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한 층에 수학 학원이 세 개나 있는 신기한, 아니 <인의 없는 싸움>의 현장을
목도한 감상을 적고자 한 것입니다.
예전부터 있던 수학 학원에서 가장 먼 위치에 새로운 수학 학원이 들어섭니다.
신세계일본어학원 바로 옆입니다. 우리 학원 옆에 일본어 학원이 들어선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본주의 세계이고 마음이 넓은 바다와 같고 무한한 우주의 깊이와 같은
원장이므로 "자, 같이 잘 해 봅시다!" 하고 등을 두드리며 격려를 해 줄까요? 안타깝지만
평범한 원장은 어떤 이유에서든 매우 불쾌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습
니다. 상도의라는 것이 없음은 이미 판명이 난 사실입니다. 커피 판매점 눈앞에 커피 판매점을
내고, 분식집 옆에 분식집을 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더욱 발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생각이 그렇지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지난 주에는 건너편 복도에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제인가 가장 먼저
생긴 수학 학원 옆에 새로운 수학 학원이 등장하였습니다. '헉! 이 시골에 나누어 먹을 파이가
있단 말인가? 아니면 작은 파이를 나누어 먹고 같이 굶어 죽자는 말인가? 다 같이 죽을 일인데
왜?' 원장은 이렇게 마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아무리 고찰을 해
보아도 긍정적인 결론이 도무지 나오지 않습니다. 오창이란 이 시골 동네는 파이가 절대 크지
않습니다.
원장이 처음 오창에 학원을 세웠을 때, 오창에는 일본어 학원이 없었습니다. 만약 있었더라
면 학원을 차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본어 학원의 파이는 참 작습니다. 인구 3만 지역에 일본어
학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른 일들을 하고 있으므로 학원이 유지될 뿐입니다.
한 층에 수학 학원이 세 개가 된 날. 다들 잘 해 나갈 수 있을까요? 학원에 힘을 쏟지 않는
게으른 학원장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고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습
니다.
* <인의 없는 싸움>이란 옛날 일본의 야쿠자 영화 중 최고 걸작인 작품의 제목입니다.
학원장이 지은 <이재석의 재미있는 일본어 한자사전>은 예스24에서 단독 판매 중입니다.
링크 걸어 둡니다.
http://www.yes24.com/24/goods/65546200?scode=032&OzSra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