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먹장구름이다. 게다가 여는 와 이리 바람이 세노? 실제로 삼수령(920고지) 부근에는 풍력발전기 바람개비 다섯 기가 돌아가고 있다.
이제 입산한 지 어언 달포가 지나고 있다. 그러니 코스를 다양하게 개척한다고 해봤지만, 이젠 조금씩 물리기 시작한다. 완만한 구간까지 포함한다면 깔딱고개의 오르막만(고개정상은 요 아래 사진 참조) 해도 약 3k이니 쉽지 않은 청정코스인 게다. 새로운 코스를 이야기하니, 토굴의 안주인은 “원덕, 정선과 태백도 좋지만 삼척 가는 길은 더 좋습니다!”칸다. 함 가봐야쥐!
지금 당장은 일교차가 심한 게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 때 체온 차가 심하다. 오르막에서는 몸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안경에 김이 서리지만, 내리막 때에는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될 정도이다.
반환점을 돌아서니, 야트막한 둔치에서 뭔가를 캐고 있는 아줌씨들께 다가가니,
비닐에 냉이, 민들레가 가득하다. 냉이는 알이 이~마땅한데, 민들레는 고들빼기해 자신단다. 어~ 그렇나? 난 여적까지 고들빼기란 식품의 한 종류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조리방법을 말하는 갑다.(여성 횟님들! 맞니껴?) 그러고 보니, 완전 ‘물반 고기반’의 형국이다. 지천으로 널려 있다. 요번 22일 ‘아달’에서 오실 때, 호미도 한 자루씩 준비해 오면 무공해 식품을 소중한 가족들에게 맛보일 수 있겠제!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말씀 드리자! 이튿날 아침 숙소 맞은 편 백전초교 용소분교에서 족구 한 게임할 수 있도록 배구공 등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그날 점심내기 하지 뭐! 어! 안 봐도 알겠다! 족구하니, 179님의 함박 웃는 얼굴이... 생각보다 잘 하더라!
그러다가 한 18k쯤 판문리里에서이다. 도로에서 한 50m쯤 올라간 야산 중턱에서 통나무로 자그마한 집을 짓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내가 통나무집에 관심이 좀 많지 않나! 씌엄씌엄 올라가니, 뜻밖에도 “어서 오세요. 백전 물레방아에 계시지요” 고 반색을 하신다. 마을 당집을 지으신단다. 그 조그만 집에 500쯤의 예산으로.... 그래도 가공된 건축자재를 일체 안 써니 참 보기 좋다. 하던 일손을 멈추고 종이컵에 가득 한잔 권한다. 막걸리가 아니라 좀 아쉽지만. 어이쿠! 내 딴에는 성의를 봐서 원샷으로 마셨더니, 한잔은 정이 없대나 어쨌다나! 그래도 깡소주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살이 푸짐한 명태 한 조각을 오물거리면서 뛰어오니 남은 2k는 금방이더라. 끝나고 잔치할 때 오라는 말씀에 저절로 입이 헤 벌어진다. 그래! 경쟁모드가 거의 없는, 그리하여 이웃끼리 살을 부비고 사는 이곳에서 체면도 가식도 내던지고 한 일 년쯤 쉬어가리라!
4/5(수)
10시쯤부터 해가 나기 시작한다. 정선코스. 통례대로 소금강(사진 참조)까지 28k 예정. 주로 상에서 다만 아쉬운 점은 바람이 무척 세다. 인삼마을> 삼베마을 > 광대곡을 지나 헉헉거리며 고개를 오르니, 여기가 바로 몰운대. 몰운대는 화엄 8경중 하나인데, 가벼운 등산코스로 짱인 것 같다. 뿐 아니라, 몽촌빌펜션(033-563-1182)의 주위 풍광이 만점이다. 설명을 하자면, 도로에서 몰운대는 주먹이 하나 튀어나온 형국이다. 그 대 아래로 아득한 낭떠러지가 이어지고 또 그 아래에 청정 일급수가 에둘러 흐르는데(그 다음 사진 오른쪽 하단) 그 계곡 건너에 이 펜션이 있는 게다. 펜션 앞 너른 공지에는 잔디 위에 깔끔한 벤치(사진 정중앙)가 조성되어 있다. 지금 분양 중이더라. 그러니, 아이들은 가재잡고 헤엄치고, 어른들은 연신 “좀 잘해라!” 카면서 베트민턴 치고...(단, 김병호 박사는 훌라나 하시고...) 버스도로에서 한 500m 안쪽이니 번잡스럽지 않겠지!
반환점을 기분좋게 돌았다. 왜? 몰운대 부근은 관광지이기에 중간보급기지(매점들)가 더러 있다. 땀을 흠뻑 흘린 상태에서 얼음과자를 한 입 베어물면... 크크크. 헌데, 아쉽게도 ‘부라자콘’은 없더라! 대충 눈에 익은 걸 하나 집으니, ‘비비빅’이라나 뭐라나? 어! 그런데 소위 팥아이스케키이다. 난 팥을 참 좋아한다. 팥밥, 팥빙수, 팥콘(박상)
애~앵! ‘산불을 조~심합시다’ 고성능 마이크를 털어놓은 타이탄이 지나간다. 여기는 좀 과장되게 표현해서 산불과 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주요한 교차로마다 경방원들이 입초하고 있다. 강원도 도민들의 정서가 이러하니, 아무래도 횟님들이 내방했을 때, 캠파이어는 취소해얄 것 같다. 이러한 도민들의 정서를 인터넷으로 전하기 위해, 한 아줌씨께 포즈를 취해달라니, 단번에 불콰해진 얼굴로 “이쁘게 나와야 될낀데...”하며 산불 걱정 대신 이제는 얼굴 걱정, 몸매 걱정을 하고 있다.
4/3(화)
장마 지려나 눈이 오려나
만수산 먹구름이 몰려온다
아리 아리 아리랑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어젯밤엔 쫑아리, 발가락 등이 아려 잠을 두 번이나 깨부렀다. 약간 무리했는 갑다. 오전에 밀린 빨래를 해치우고 나니, 허리가 굳어삔다. 하여 기상대에 전활 하니, 오늘 비 온단다. 정구지 겉절이에 밥을 비벼먹고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짜꼬? 순간적으로 망설여진다. 허나 앞으로의 내 인생살이도 이처럼 눈오거나 비오는 악천후를 만날 때도 있을게야! 정공법으로 정면 돌파! 대신 태백코스의 석재공장까지 16k로 단축. 왕복 내내 비를 맞아서 그렀나? 몇 번 차고 올랐는데도 깔딱고개 오르막은 여전히 힘이 많이 든다.
오늘은 비가 와서인지 기분이 꿀꿀하다 하여, 저녁은 토굴에서 감자를 쑨둥쑨둥 썰어넣은 뻘건 칼치조림에 쐬주 한잔해야겠다. “쐬주 한잔 합시다”(유용주)
4/2(월)
오랜만의 수영으로 가슴깨가 미세하게나마 그렇고 그런 느낌이다. 오전엔 펑크난 타이어를 때우러 고한과 사북을 헤매다 세 시간 걸려 겨우 한 군데서 일 마쳤다. 무려 115,000원. 생각보다 ‘자연회귀적 생활’에 돈이 많이 든다. 이제 겨우 일만 육천k를 지나고 있는데…, 다행히 타이어가 병사가 아닌 자연사이다. 다른 이들도 이럴까?
오늘은 정선코스. 보건지소까지만(편도 10k) 갔다 오자! 했는데, 며칠 후의 대사가 걱정이 되었는지, 발걸음이 오토메틱하게 보건소를 지나간다. 가는 도중, 몰운대 → 비선대 → 신선대 → 화암약수의 등산코스(약 110분) 안내도를 유심히 보다. 이름에 걸맞게 비경인지는 두고 봐야겠지! 그러다 광대곡을 지날 때였나? 길 한쪽에 대여섯살 쯤의 두 여자 아해가 놀고 있다. 심심하던 차라, 동네 강아지들에게 상납용으로 준비해 갔던 맛동산 다섯 개를 양손에 나눠지고 나도 모르게(극히 자연스럽게) “♬ 맛동산 먹고 맛있는 파티 …♪” 로고송이 나온다. 그러니 얘들이 반색을 하며, 다가온다. 그래서 “언니 두 개, 동생 두 개, 할애비 한 개” 하고선 작은 아해보고, “여기 뽀해 주세요” 하며 손가락으로 뺨을 가리키니, 부끄러워 한다. 그러니 큰 아이가 삥 둘러와서 뽀! 해준다. 으음! 기분 짱짱짱이다.
소금강엘 가니, 웬 마흔 쯤 보이는 중늙은이 두 사람이 폰을 빌려 달랜다. 보니, 타이어가 펑크났다. 근데, 저 짝에서 전화를 안 받는다나 어쨌다나! 하여 이름도 성도 모른는 그 양반이 받을 때까지, 한 20분 본의 아니게 쉬다가, 마! 그기서 U턴했다. 오늘은 한 30K. 역시 발목이 뻐근하다. 그래도 절약의 차원에서 읍내 목욕탕엘 가지 않고 세수대야에 뜨끈뜨끈한 물을 받아 담근 채, 발가락을 쉼없이 만져줬다.(바람의 딸 비법)
4/1(일)
어젠 2 시간동안 비를 흠뻑 맞고 토굴로 돌아오니 온 몸이 덜덜덜 한다. 그랬는데 주인 내외가 보일러를 꺼삐고 외출을 했다. 밭농사로 자식 다섯 명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짠돌이에 쑨 진짜 정품 짠돌이 외에는 별 도리가 없었겠제! 그런데 오늘도 세찬 비는 아니래도 가랑비가 주룩주룩이다. 기온도 뚝. 해서 오늘은 점심먹고 서울랜드로 갔더랬다. 예? 뭐 하러 갔냐고요? 한판 땡기러? 택도 없심더! 수영장이 있다길래, 대체운동하러 간거죠.
입장료 15,000원에 사우나와 수영장 두편 상영. 사실 수영이라면 더더욱 할 말이 없다. 한창 성장기 때, 실내 수영장이란 게 애시당초 없었으니 체계적인 수영 강습을 보기를 했나? 듣기를 했나? 그러니 순전히 개헤엄 수준이다. 그래도 수영이 유산소 운동에 엄청난 칼로리를 소비한다더라! 야! 시설 참 잘 되어 있다! ☆☆☆☆☆ 짜리 특급호텔답다. 먼저 S자가 두 번 반복되는 미끄럼틀이 눈에 띈다. 어른이고 아고 할 것 없이, 타면서 입을 못 다문다. 나도 다섯 번이나 타 봤다. 꼭 봅슬레이 타는 기분이다.
장난만 하고 있을 수 있나! 25m 풀을 건너가 봤다. 굳이 타입을 붙인다면 평형이라고 해야겠지! 몇 십년만이다! 그러니 물을 탈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다. 헥헥한다. 그러다 세 번째 왕복부터는 조금 나아지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일단 다섯 번을 왕복한 다음, 음료를 하나 맛보며, 싱싱한 여성들을 힐끔힐끔 해 봤다. 솔직히 고백한다. 난 참 솔직하다. 다시 시작하려니, ‘노약자(55세 이상) 조심’이란 notice가 눈에 들어온다. 해서 이제는 프라스틱 판떼기를 가슴에 안고 다섯 번, 배에 안고(배영) 열 번 한 다음, 사우나에서 푹 쉬다 귀가.
3/31(토)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오늘은 힘든 태백코스이지만 힘들여 힘들여 쪼금씩 오르다보니, 어느덧 정상. 영상 14℃. 구름 잔뜩. 쪼츰발이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다. 며칠 농땡이를 쳤기에 오늘은 한 25k쯤 작정한다. 한 숟가락 서둘러 끓여 먹고 1:00 B.S.에서 출발했더랬는데 속이 영 불편타. “ 뭘 그리 잘 먹었다고 외고 싶어 그러우?” 라고 물어신다면 메뉴는 이러했다. 먼저 프라스틱 바가지에 뽀얀 이밥 한 그릇을 퍼 담은 다음, 사촌한테도 안 준다는 정구지(부추) 겉절이을 서걱서걱 비벼 먹으니 짱짱짱 꿀맛이다. 넘 맛있어 넘 빨리 먹었는 갑다.
반환점(12.5k)인 검룔소 입구 벤치에서 쉬면서 부산으로 전화를 하니, 그긴 비가 많이 온다나! “어~ 그래, 여긴 구름만 잔뜩…”(너거나 많이 맞으라!) 했는데, 땀에 절은 옷을 갈아 입고 뛰기 시작하니 비님이 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남정네들은 세 가지 멍을 조심해라는 말이 전해 오는 게다. 한동안 맞은 채 뛰다가, 배낭 카바를 둘러 씌우고 방풍 자켓을 걸쳐본다.
속이 많이 울렁거린다. 스피드를 전혀 내지 않았는데도 호흡이 심하게 거칠어진다. 지난 BBU 때도 속 울렁거림이 너무 심하여 풍호동(진해) 버스탐 벤치에서 한 20분간 퍼질러 누워 있었더랬다. 위장장애! 하도 고질적인 장애가 되어, 동네에 있는 양윤섭내과에 자문을 구해보니, 위장 자체를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나이가 있어놔서 무리란다.
이제는 심발도 몽땅 젖고 손에 낀 장갑조차도 그 무게가 부담스럽다. 겉옷은 비에 젖고 속옷은 땀에 절고 … 설사 KUMF 감독관이 보는 한이 있더라도 회수차를 타고잪은데 차가 있어야지! 민간차도 없는데… 그러다가 문득 오기가 난다. “이께잇 꺼” 그러니 힘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내친 김에 마지막 3.3k는 6분 언더로 함 뛰어봤다. 운전자들 눈이 휘 둥글레지는 것 같다.
3/29(수)
월, 화는 바람을 동반한 눈보라 땜에 억지춘향 격으로 편안한 맘으로 쉼.(따뜻한 남쪽나라로 가고 잪다) 하여 오늘은 눈이 그치기에 장거리를 구상해 보았으나, 손이 시러워서 후일을 기약하고 오후2:00 정선코스로 20k 출발. 반환점인 ‘삼베마을’ 정류장에서 준비해 간 삶은 닭알 세 개를 먹을라 카는데 호일에 싸온 소금봉지가 휘리릭~ 날라가삔다. 흘린 땀이 이내 한기가 되어 돌아온다. 덜덜덜! 이 무슨 짓고! 추위 땜에 내복 비슷한 구형 타이츠 위에 우리 츄리닝을 입고 뛰었더니, 영 스피드가 안 난다.
수고한 이내 육신을 달래주기 위해 사북 소재 ‘찜전문점 쌍둥이네’에 가서 갈치조림을 시켜놓고 있는데,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웬 남정네가 불콰한 얼굴이지만 엄정한 몸가짐으로 뭐라고 구시렁거린다.(머라캐쌌노! 귀가 불편한데...) 자세히 들어보니... “저는 강릉에서 왔는데, 아까 동면에서 뛰시는 걸 다 봤습니다. 어이 이리 다 온나! 뛰는 거 봤제! 바로 이 분이다”
3/30(목)
과외의 일로 피로가 쌓여 ‘명곡하외이’ 냉탕에서 발차기 500회로 용을 써고 만다.
3/25(토)
심한 빈혈증세로 부산의 D대학병원을 찾다. 과장 선생 말씀을 토대로, 기질적(생물학적) 요인이 아니라 수술과정상의 문제인 것으로 추축된다. 인공와우 안에 돌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굴러다닌단다. 그러니 병원을 갖다 왔는데, 약이 없다. 일주일 후에 검사 결과가 나온단다. 기름값도 많이 들고 시간도 길바닥에 내삐리고 있다. 오랜만에 부산 온 김에 옥련암(통도사 경내)의 ‘장군약수’를 페트병 20개에 나눠 담다.
수도암 → 안양암 → 자장암 입구 → 지산마을 → 통도환타지아 → 일주문 → 수도암의 약 7k를 돌다.
3/21(화) 며칠 전엔 1박 2일 손님이 다녀가셨는데, 내일은 2박 3일 객이 오신단다. 헌데, 이 양반은 ‘일박이일’과는 달리, 마라톤에는 짱 문외한이다. 취미는 골프인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골프는 60대 이후의 운동 아닌가? 그러니 이전에 어쩌다가 같이 산행을 해도 일박이일보다 더 헥헥거리더라. 40대 중반이면서… 게다가 내가 태백으로 들어간다니까, “아! 강원랜드 있는 데…”하며 반색을 한다. 이런 정도니, 무려 3일 동안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혼란스럽다.
어쨌든 당분간 기껏해야 스트레칭을 좀 빡시게 할 수 있는 정도일 거다. 하여, 오늘은 장거리를 뛰어야겠다. 태백코스로 태백시청(편도 28.5k)까지. 8:30쯤(Am)에 B.캠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니 , 막 등교 길에 나선 동네 초딩들이 신기한 눈으로 반색을 한다. 이 코스는 주위의 여러 도로들을 이어주는(마치 7번과 14번 국도를 이어주는 회야댐 코스처럼) 구실을 하기에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다.
깔딱 고개를 그냥 통과한 채, 백전초등 창죽분교(폐교) 입구에서 파워젤을 하나 까먹었는데, 지금껏 중 제일 맛나다. 아침을 누룽지로 간략하게 치뤘으니… 가게가 통 없다. 그러다가 약 16k쯤인 三水領(낙동정맥 종주의 출발지, 920고지))에 도달하니 산꾼을 위한 간이 휴게실이 있다. 냉큼 들어가니, 웬걸! 삶은 닭알이 눈에 띈다. 따끈따끈한 두유에 곁들여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삼수령이라! 뭔 세 가지일까? 하여 제5회 미리내 퀴즈 나갑니다. 근데, 주관식으로 하느니, 먹고 사느라 이미 머리가 굳은 우리 횟님들을 위해 객관식으로 출제하는 게 좋겠제!
삼수령이란 세 가지 물길이 발원하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음 중 삼수령에서 발원되지 않는 강은 무엇일까요?
① 낙동강 ② 한강 ③ 압록강 ④ 오십천
(으음~! 너무 어렵나! 어려울 때도 있죠. 뭐! 보내실 곳 알죠! 역시 고랭지 채소입니다)
태백시청 인근에서 선지국으로 배를 빵빵하게 한 다음 사우나에서 충분히 쉰 다음 2:15에 B.C.로 터닝. 역시 40k를 넘어서니, 힘이 많이 부친다. 이제는 몇 번 눈에 익었다고 동네 백구와 황구들이 꼬리를 흔들면서 짖어댄다. 6시쯤에 도착하니, 무지 흐른 땀 땜에, 한기가 억수로 든다. 덜덜덜…
3/18(토) 좀 찜찜하다. 어제 일지를 읽고 난 횟님 중 한 분이 “7.2k에 63분이나...”하면서 딴지를 건다. 태백코스에는 제법 높은 고개가 있는디... 난 깔딱고개로 불렀지만, 주민들이 비행기재라 하더라. 비행기재...
하여 오늘은 장거리를 뛰기로 작정했다. 정선코스. 정선군청 소재지까지는 왕복 76k다. 약간 무리인 것 같아 동면 소재지까지 약 44k로 자제키로 했다. 9:00 출발. 이젠 산하에 푸릇푸릇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밭을 갈아엎는 부지런한 농부님네도 눈에 띈다. 이제 뛰는 데는 그야말로 룰루랄라다. 공기 좋제! 경치 뛰어나제! 따뜻하제! 오르락 내리락, 궁궁을을! 참 코스가 재밌다. 10k를 60 여분에 통과 한 뒤부터는, 처음 달려보는 구간이라 재미가 소록소록한다.
도로 한 켠에 마련된 ‘정선관광안내도’를 보니,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 호시절에 어디 어디로 바람을 쐬러갈 것인지? 기대가 이마땅하다. 먼저, 일주문 앞 아치형 돌다리가 이쁘다고 소문난 정암사를 둘러보고, 증산역에 주차시킨 다음 ‘꼬마열차’(차량 1칸)를 타고 아우라지까지 간 뒤 이제는 레일 바이크를 타고서 구절리까지 갔다 온다. 그리고 오는 길에 화암동굴의 신비스런 모습을 일별한 다음 화암약수에서는 웰빙 차원에서 탄산수를 한 잔 마시고 오자!
이윽고 동면. “지금 처리 중이오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한다.(오냐!) 이 DK가 강원도 산골짝에서 백수로 노닌다고 혹시 P가 요번 달 월급 입금시키지 않았는지? 걱정이 돼서... 으~음! 여축없네! 그러다가 어느 이쁜 아주머니에게 지나가는 말로 “여기 목욕탕 없습니까?” 하니, 그야말로 지나가는 말론데, 저 짝에 있단다. 와! 이게 왠 로또고! 여긴 읍도 아닌 면인데...
면의 번화가를 다 지나니, 무려 4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짜~안! ‘가름바위 사우나’ “목욕합니까?”하고 들어가니, 아니, 글쎄! “손님이 없어서 저녁 때부터 합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그래서 난 그저 “우~C”하고 말았다. 이럴 때 적절한 멘트를 잘 하는 우리 횟님 한 분이 머리에 떠오른다. 이어 모 만화쟁이의 특허 멘트도 동시에 떠오르더라! “닝기리 쓰파”
뻑뻑한 된장 찌개 하나 먹는 걸로 만족하고 말았다.
갈 때는 몰랐다. 그런데 10k 지점, 그러니 평소의 반환점에서 약 20m 전방에 ‘정선미술관’이라는 간판이 날 좀 보소 하는 식이다. 즐달의 차원에 부합되게, 냉큼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니, 폐교를 리모델링했더라! 넓은 잔디밭, 그 테두리에 각종 공예 및 도예작품들이 마치 근위병처럼 기립해 있더라!. 대형 오디오로 클래식을 틀어놓고서. ‘문화체험, 숙박’ 라는 문구. 또 잔디 한 모퉁이에는 각종 운동기구까지. 와! 내 좋아하는 건 모두... 근데 아무도 없다. 실내로 들어가 제법 작품 구경을 오래 했는데도 아쉽게도... 그래서 비치된 명함 한 장 들고 오는 걸로 아쉬운 맘을 달래봤다.
역시 올 때는 힘이 많이 든다. 얕으막한 오르막조차도 부담이 된다. 헉헉 하다보니, 쩌~기 멀리 나의 애마 치타키타가 보인다. 대기 반갑더라. 약 44k. 소요 시간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대외비로 함.
3/17(금) 눈을 뜨니, 온 천지가 눈으로 도배되어 있다. 아~ 정말 안 도와주네! 그랬는데 햇실은 매우 따스하니 점심도 되기 전에 도로의 눈은 다 녹아삐맀다. 점심을 먹고 1:16에 태백코스로 출발. 편도 7.2k. 갈 때 63분 올 때 54분. 이제는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야 하겠기에 올 때는 조금 업해 봤음. 별일 없었음.
여러 회원들께서 한소리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계신다. 그러한 호기심에 대한 나의 응답은 “숲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법이다.” 정도이다. 사실 자연 회귀적이라고 그럴 듯하게 표현해 봤지만, 정말 그러하려면 원론적으로 자연과 닮아야 되지 않을까? 이게 뭘 의미하나? 원론적으로 묵언이 일상화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러니 시·청각은 말할 것 없고 미각에 대해서도 초탈해야 한다는 거다. 그럴려면 자연히 희로애락에 연연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어디 그 뿐이겠는가? 우리 인간들은 많은 생명체들을 자신의 편의대로 익충이니 해충이니 분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자의적인 편 가름에 불과하지 않나? 고로 바퀴벌레·거미· 파리 등 모든 생명체를 가이 없는 마음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세상은 한송이 꽃”(世界一花)이라는 말씀은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3/16(목) 뜀박질을 안 한지 거의 일주일이다. 큰일났다. 주말에는 영덕과 울진으로 바람을 쐬고 왔고(오지마을에는 웬지 바람이 안 불어서...ㅋㅋㅋ) 월,화 이틀은 강풍에 눈보라가 심해 마치 만주 골짜기 온 것 같아 엄두를 못 냈다. 게다가 어젠 날씬 좋았지만 인공와우의 후유증으로 빈혈 증세가 심각했다. 그래서 ENT를 찾느라 가차운 사북읍 말고 태백시까지 가서 주사 맞고 약 지어왔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 개인 뉴스앵커가 "부산에는 비가 오지만 강원도는 눈이 온다는데..."하는 바람에 창을 열고 보니, 엄청난 눈이 계속 오고 있다. 정말 지겹다.
재수 좋은 여자는 앉아도 요강 꼭지 위에 앉는 반면 재수 더러븐 여자는 세차하고 나니 비가 온다는 말이 옛부터 전해온 게 아니라 방금 내가 지어냈다.(ㅋㅋㅋ) 사실 이전에는 비가 온 뒤 차창에는 얼룩이 드리워져 있더라. 근데 여기서는 비 오거나 눈 오고난 뒤에는 차창이 세차한 것 처럼 깔끔해져 있더라! 정말 사람은 웰빙스런 데서 살아야 한다!
눈 땜에 뛰지는 못하고 스트레칭으로 가름하면서, 오늘은 강원랜드 이야길 해보자!(누가 해 보라 하더나? 하면 할 말 없지만...ㅋㅋㅋ) 주인 양반이 툭하면 강원랜드 이야길 한다. 몇 번 모른 척했지만 아무래도 한번은 다녀와야 할 것 같아(불필요한 호기심을 없애기 위해) 며칠 전 물어 물어 다녀왔더랬다.
2월 말 태백에 막 진입했을 때 "지역정서 무시하는 7만원대 입장료 철회하라" "지기삐자 원00" 등의 현수막이 붙어 있길래 지금 입장료는 3~4만원대인 줄 알았더니, 불과 5천원이란다. 그래서 가벼운 맘으로 놀러가니 야외공연장, 스케이트장, 영화관 등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이다. 그 중 사람들 따라 게임장으로 들어가니, 평일인데도 인산인해이다. 마치 공항의 출입국 심사처럼 까다롭기 짝이 없다. 디카 반납, 조민증 조회...
갖가지 오락기구들이 있더라! 역시 그중 카드놀이하는 데에 인파가 부쩍부쩍하더라. 어깨너머로 겨우겨우 힐끗힐끗해 봤다. 여러가지 칩을 사용하던데 각기 얼마짜리인지 잘 모르겠더라(물어봐서 티 낼 수도 없고...) 근데 그야말로 쪼글쪼글한 망구도 심심잖게 눈에 띈다. 삼매에 빠져 있다. 참 가관이다. 더욱이 부부인 듯한 남녀가 서로 탄성을 지르면서 또 서로 어깨를 쳐가면서 넋을 놓고 있다. 어이가 없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그런 데에 취미를 붙이면 다른 한 쪽이 말려야 할낀데 같이 놀고 있다. 이런 걸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나 아마 부창부수라고 해야겠지! 맞나요? 너무 젊잖은 표현이가?
이래서 자! 오랜만에 제4회 미리내 퀴즈 나갑니다. 위의 관련한 '부창부수'를 순 우리말로 뭐라고 할까요? 아시는 분은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한소리 전순관씨댁으로 정답을 보내주시면 정답자에 한해 고랭지 채소 한 포기를 공신력이 높은 우체국 택배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카드코너를 지나가니, BAR BAR BAR가 나온다. 여긴 한산한 편이다. 근데 어떤 아자씨는 얼마를 잃었는지? 허공을 쳐다 본채 넋을 놓고 앉아 있다. 쯔쯔쯔... 생각해 보시라! 평균적으로 내방객들이 잃지 않고서 즐기고만 간다면 이 거대한 시설 유지비는 어디서 나오고 직원들 인건비는 논 팔아 대이고 있는 건가? 단체 관광객도 많고 처녀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간다. 난 음료수나 두어번 마시고 돌아나오니 입안이 칼칼하게 메어온다. 이상 효원마라톤클럽 르뽀라이터 DK였습니다.
3/10(금) 잠자리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 목욕을 며칠 안해서 그런갑다. 또 옴 몸이 지그럽다. 오늘은 만사를 제쳐 놓고 목욕부터 다녀 온다. 근데 내만 해가 되나! 차(치키치타)도 주인장을 닮아 온통 먼지로 둘러썼다. 읍에 나가 목욕하고 세차하고 또 갈치찜으로 점심을 하고 나니 운동할 시간인데 일껏 세탁핸 몸을 또다시 땀으로 도배를 할라니 전혀 내키지 않는다. 하여 오늘은 대덕산 산행으로 대체해 보자! 물이 치솟는 용소굴을 구경한 다음 차고 오르니 땀이 뜀박질 못지않개 난다. 허~참! 정상이 저만치 보이는 데서부터 눈이 아지까지 발목정도로 쌓여 있다. 작전상 후퇴. 올라가는 데에만 50분. 내일은 모처럼 주맑이니 영덕으로 게찜을 먹으러 가고 또 그기서 약식으로 로드웍을 해야지!
3/9(목) 아! 큰일났다. 뭐가? 빨래감이 자꾸만 밀린다. 본래는 날씨가 웬만큼 풀리면 막걸리 한통 옆구리에 차고가 적당한 계곡에서 양말 등속을 계곡물에 휙~휙 저어 바위 위에 널어놓은 다음 막걸리 한통을 비우고서 따뜻한 햇볕아래에서 한숨자고 내려올라 했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 엄두를 못 내겠다. 그래서 CPX를 걸고서 한 컬레로 사흘을 버텨 왔는데 이제 소위 엥꼬가 되어간다. 아! 그렇지!
“뒤비 신으면 앞으로 보름은 버틸 수 있겠구나!”(5컬레 준비했음)
점심해 먹고 1:15 출발. 오늘은 태백코스 차례다. 아무래도 좀 부담이 간다. 고진감래라고 하잖은가! 역시 한번 경험이 있으니, 이전보다 덜 힘 드는 것 같다. 깔딱고개 정상에서 동동남 방향으로 디카 렌즈를 갔다대니, 고산준령들이 장엄한 기세로 다가온다.(다른 사진이 디카에 들어가 있는데 이것만 빠져 있음)
반환점 돌때까지 차량을 겨우 3대 만난 한적한 거리에 환경미화원이 부지런히 길을 쓸고 있다. 그 옆에 스쿠터를 개조한 자가용이 유별난 모습이다.
반환점을 돌아 묵묵히 오르막을 차오르는데, 바로 옆에서 뭔 소리가 난다. 절개지에서 흙과 돌이 떨어져 내려온다. 다행히 철망이 처져 있다. 근데, ‘낙석 주의’ 경고판도 없다. 이왕 낙석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이참에 한마디 하자!
우리가 잘 아는 유홍준 선생은 자신의 저작물인 ‘답사기’를 통해 지방도로 곳곳에 마련된 경고판의 ‘낙석’이 과연 stone fallen 혹은 falling stone, 어느 것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흐리멍텅한 관계자들의 사고방식을 한쪽 반의 분량에 걸쳐 신랄하게 질책하고 있다. 이런 점과 관련하여, 우리 횟님들은 어느 쪽이라 여기시는가?
어느 한쪽이 아니지 않은가? 생각해 보시라! 운전이든 보행이든, 떨어지고 있는 돌도 주의해야겠지만 이미 떨어져 있는 돌도 조심해야 하질 않나? 그냥 낙석은 양쪽 다라고 생각하면 만사 편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비판력을 자랑하는 유 교수가 이 사안만큼은 왜 미숙했을까? 난 평소 유 교수를 투사형 성격이라고 느껴왔다. 그러니 비판하는 것 자체를 일종의 도락으로 삼다보니 이렇게 오바하지 않았을까?
총 구간거리 14.4k 갈 때 64분 올 때 57분
3/8(수) 간만에 눈바람 없이 날씨 쾌청. B.C.에서 1:15 사북코스(8k)로 출발. 300m 전방부터 오르막 시작. 오늘 코스는 정상인 ‘노나무재터널’ 앞뒤(각각 3k, 5k)로 태백코스보다는 완만한 경사면을 이루고 있음. 허나 평지가 거의 없는 만만찮은 코스임.
큰일났다. 터널 직전에서 인공 와우기기의 밧데리가 소진되어 버렸다. 어! 어제 갈아 넣었는데...(보통 4일간) 정밀기기라 습기에 취약한데다, 그나마 확실하게 단도리가 안 된 것 같다. 적막강산이다. 워낙 차량이 뜸한지라, 엄전히 지나가는 차가 없다. 위험하다. 할 수 없이, 터널 위의 고개로 넘어간다. 그 밑으로 터널이 뚫렸을 정도이니, 입에서 단내가 풀풀난다. 태백코스의 깔딱고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꼬불꼬불 따라 올라가니, 설상가상 이제는 발목정도까지 쌓인 눈이 이상하게도 조금도 안 녹아 있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 하니, 조심조심 걸어 가보자! 그렇게 한다경 쯤 갔나? 갑자기 덜컥 겁이 난다. 꽁꽁 언 겨울이라 굶주린 멧돼지를 만나지 말란 법이 어딨나? 호르라기 갖고 되겠나? 택도 없제!
다시 터널 입구에서 비상용 밧데리로 충전시킨 다음 예정된 코스로 ... 그러다가 5k 부근 ‘팡팡석유’ 근처였을거야! 웬 승용차가 마주 오더니, 내 가까이서 u-턴을 하더라. 그러다가 창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썬글라스를 낀 여자 조수가 파이팅 하면서 박수를 쳐주고 오던 길로 돌아간다. 야! 참 고맙다! 격려해 주기 위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 온 거구나! 복 받을 겁니다! 혹여 이러다가 바람나는 건 아이가?
반환점을 돌아, 사음초등을 지나는데 웬 플랭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뭔 일인감? 졸업생 누가 사법고시에 합격했나? 아님 s대에 들어갔나? 그런데 새내기들의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사진을 인화한 현수막이 걸려 있질 않은가! 그럼 그럼 자랑스럽고 말고... 부디 부디 맑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16k이상, 갈 때 1시간 45분, 올 때 65분
3/6(월) 오늘은 귀빠진 날. 부모형제들과 큰놈으로부터 신새벽에 메세지를 받다. 오늘은 특별히 시내에 나가 점심을 먹으란다. 그럼 오늘 하루는 다소 릴락스하게... 그리하여 운동은 오전으로 당기자!
코스는 정선(아리랑의 고향)으로. 울트라 복장에 바를 건 바르고 붙일 건 부치고... 9:40 출발. 호암 보건진료소(10k)까지다. 간 김에 정선소금강까지 가보면 좋을건데 그럭하면 왕복 35k쯤 된다. 장거리는 주말로 미루자. 흔히들 정선아리랑하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릿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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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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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애환과 기다림의 아리랑인줄 알지만, 제법 에로틱한 것도 있더라!(아리랑 가사 채집하러 아우라지에 함 가야지! 또 그 유명한 뗏사공들의 휴식처였다는 전산옥(옛 주막)도 둘러봐야지! 벌써 내 가슴은 쿵쾅쿵쾅!)
정선 읍내 물레방아는 물살을 안고
비빙글 배뱅글 잘도 돌아가는데
우리집 저 멍텅구리는 나를 안고 돌줄을 왜 모르나
노랑머리 다부리 상투 언제 길러 내 낭군 삼나
산골짝이라 해가 늦게 떠서인지 많이 칩다. 콧물이 연방... 게다가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부산도 그렇니껴? 날씨마저 안 도와주는 격이다. 태백코스와는 달리 고개가 몇 개 있어도 얕으막하다. 그러니 오히려 코스가 재밌다고 표현해야겠지! 인적은 적막하고 이따끔 차량이 스쳐갈 뿐이다. 그러니 인문사회과학적인 후기 작성은 대기 어렵다.
경사진 경작지, 궁궁을을 에돌아가는(심지어는 270도) 하천들, 얕으막하게 엎드린 민가, 모두들 아직은 겨울잠인 것 같다. 그래도 저 땅밑 어디선가는 봄 기운이 조금씩 조금씩 고개를 쳐들고 올라오고 있을게야! 마치 언젠가는 내 인생의 봄날이 오듯이...
그러다가 멀리서 팔자걸음의 웬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촌로인 갑다. 근데 가까이 다가가니 내보다 훨 더 젊었다. 쯧쯧 마라톤을 안해서 폭삭 노쇄해졌는 거 같다. 그래도 거수 경례를 하며, "아침 드셨습니까?" 했는데, 생뚱생뚱하다. "날 아는 사람인가?" "이 치븐데 웬 달음박질인가?" 하는 양으로 도저히 적응이 안되는 모양이다. 그러니 더 이상 난들 어쩌겠나?
차를 타고 코스를 측정할 땐 몰랐는데, 정선소금강 안내도를 보니 그기에는 소금강 이름값을 하느라 폭포와 소, 담이 여러 개 소개되어 있다. 아! 아깝다. 디카를 못 챙겨 왔다. 여름에는 캠핑을 함 해봐야 쥐!
반환점을 돌아 15k를 지나니 슬슬 피니쉬 라인이 기다려진다. 그러다가 18k부터는 왼쪽 종아리 부근이 땡긴기 시작한다. 제법 대다. 갈 때 70분 올 때 72분. 반환점 3분 휴식. 사북엘 가서 혼자만의 잔치로 불고기 백반과 '처음처럼'으로 점심을 때우고 사우나로 가는데, KANGWON LAND라고 씌여진 문구가 날 유혹해도 모른 척, 한소리로 들어간다.(이 글을 작성한는 도중에 채팅하자고 쪽지를 건네준 많은 횟님들에게 경황이 없어 거절했으매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3/4(토) 농사짓는 오지마을에 주말개념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내 한테는 즐거운 토요일. 오늘 점심은 태백에서 먹자! 노트북을 챙겨들고 시내에 도착하니 10시쯤. 이런 저런 대회에 신청을 하고, 게시판에 들어가 난생 처음으로 사진을 올려 본다. 왕초보이니 당근 낑낑대면서...
어느듯 점심시간. 호가 난 태백한우(등심)을 노릇노릇하게 구워 '처음처럼'을 두번째로 자빠뜨렸다. 난 다른 건 몰라도 소주병 하나만은 잘 자빠뜨릴 자신이 있다.(ㅎㅎ)
아니! 시내 한복판을 관통하는 개울물이 왜 이리 맑을까? 마치 수정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가 황지란다. 바로 여기서 칠백리의 기인~ 긴 여정이 시작되는구나! 솜털이 뽀송뽀송한 중딩(여)들이 동전을 던져넣고 뭔가 간구한다. 조금 전 서점에서 그냥 나오기 뭣해서 산 '산사에서 무예를 배우다'를 따뜻한 양광을 받으면서 벤치에서 펼쳐 읽었다. 아! 그렇나! 무술하면 중국에서는 달마사! 한국에서는 어딜까? 바로 범어사란다! 우와! 범어사 부속암자인 청련암 암주 양익 스님은 특히 단도를 잘 쓰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란다. 예컨대, 기둥 뒤편에 있는 표적도 잘 맞추신단다.(여든에 가까운 고령임)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일단 본인의 의견을 들어보자! 단도를 던진 다음, 그게 표적에 가까워질 때, "회전했으면..."하는 자신의 마음을 싣는단다. 일체유심조이니, 당연히 맞출 수 있단다.(믿습니까?) 아! 한번 가보고 잪다! '아달' 박 팀장님! 내공의 일갑자 증진을 위해 한번 고려해 보시지요/.
오늘 운동은 오전의 스트레칭(20분)으로 땡땡했다.
3/5(일) 휴일이 어딨나?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뛴다. 동네 주민들 보기에 좀 뭣해서 한소리 전방 3k 지점인 판문교에 소위 베이스 캠프를 쳤다. 캠프에서는 세 방향으로 길이 나누어진다. 태백시청(이하 캠프기준 편도 23k) 정선군청(37k) 사북읍(10k). 일단 차량으로 세 코스의 구간 측정을 10k까지(편도) 실시 완료. 단 사북 쪽은 강원랜드의 영향으로 모텔과 식당이 많아 8k로 제한했다.
오늘은 먼저 태백코스로 향해본다. 허걱! 출발부터 숨이 가빠온다. 왜 이럴까? 지난 일주일 쉬어서 그런가? 복장이 두터워서 인가? 매일 뛰어야하는데, 엄청난 깔딱고개(미타암보다 조금 완만하고 백양농원보단 심함)를 지나, 첫날부터 20k를 뛰면 근육이 뭉쳐지지 않을까? 온갖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사타구니까지 쏠린다.
마음을 편히하고 속도를 살째기 늦추어본다. 아무리 경사져도 절대 걷지 않으려고 다짐도 해본다. 그래도 독립군 체질인 나에게는 아주 좋은 코스이다. 가끔 민가와 폐교 등이 띄엄띄엄 나타난다. 출발한 지 20분만에 처음으로 차량이 스쳐 지나갈 정도이다. 모든 차량들이 한결같이 속도를 늦추고 유심히 주시한다. 어떤 여성운전자는 한동안 꽁무니에 바짝 따라온다. 쓰여진 로고를 보고서 "책상물림이 부산에서 여기까지..." 했을거야!
3k를 지나니, 고개가 하나 시작된다. 하늘을 쳐다보니, 정상이 까막득하다. 아마 1000고지쯤 안될까? 태백코스에는 고개가 둘 있는데, 다른 하나는 잘 알려진 삼수령(낙동정맥 종주의 출발점)이다. 근데 삼수령보다 더 높은 이 고개는 왜 지도에 이름이 없는걸까? 그렇다고 "매일 1000고지를..."라고 놀래지 마시라! 캠프가 700고지이니, 매일 해 볼만 하지 않는가? 어쨌든 고지대이니 폐활량 확장만큼은 확실하다고 여겨진다.
"아직도 멀었나?" 고개를 쳐든지도 여러 번...(오르막만 2.4k) 이제는 무념무상으로 뛰는거다. 그렇다고 무슨 제법 한 경지에 다다랐다는 건 아니다. 즉 기대도 않고 포기했다는 말이다(ㅎㅎ) 드디어 정상. 북쪽을 돌아보니 수많은 봉우리들이 눈높이쯤에 가득 들어온다. 실로 오래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다. 근육이 뭉쳐질지도 모른다는 걱정(혹은 핑계) 땜에 고개 반대편 입구(7.2k)에서 u-턴했다.
갈 때도 그러했지만, 올 때도 백구 한 마리가 멀리서 유심히 째려본다. 다른 개들은 모다 묶여 있더랬는데 유독 이 개만은 free dog(쌍디이 아빠! 크크크)이다. 한 10m 전방부터는 으르렁댈 기세다. 가슴에 매단 호르라기를 5m쯤에서 삐리릭~ 확 부니, 10겁을 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통쾌하다. 대처의 도그들은(회동수원지 부근) 닳아빠져 갔고 별개 아닌 줄 안다. 허나 강원도 산골짝의 백구들이 호르라기를 보기나 했겠나! 만지기를 했겠나!
캠프 도착. 소요시간 갈때, 65분 올 때 57분
씻고나니 주인 내외가 저녁 먹자면서 초대한다. 2층엘 올라가니 염소 수육이 가득하다. 염소 편육은 처음인데 그래도 별미더라! 허나 난 구운 게 더 좋은디... 아깝다. 그렇잖은가? 삶은 고구마보가 군고구마가 더 맛있는 것처럼...
적막을 친구로 고독을 연인으로
2/27(월) : 판문교까지(왕복 7.4k. 이하 모두 왕복거리임) 속보. 숙소 입구에서부터 뛰기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본다. 동네 멍멍이들의 환영 인사가 요란하다. 밤에는 숙소 맞은편의 분교 운동장에서 별들의 잔치에 흠뻑 빠져들다. 뿌연 게 장관이다.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2/28(화) : 오전과 오후에 걸쳐 팔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 바벨(20k) 들기 외에 통닭 굴리기 자세에서 옆으로가 아니라 머리와 다리 쪽으로 몸을 굴리는 신상품을 시도해 봄. 다음날 엉치뼈에 근육통이 쪼매 있음. 눈이 온다. 적막강산이다. 그래서 그런가? 모두들 두문불출이다.(실제로 인근에 두문동이 있음) 그래도 독한 맘먹고 완전 군장한 채, 판문교를 넘어 벌목장까지 걷다 뛰다 캤다. 저 집까지만 하고 가면 불쑥 나타나는 또 다른 집 땜에 맘을 절제 못해 오늘은 좀 많이 속보했다.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 호시절 본격적으로 가동하리라.
3/1(수) : 부산에는 비가 그쳤다는데 계속 눈이다. 그새 눈이 마~ 지겹다. 무지 심심해 놓으니, 반찬 없는 밥도 달기만 하고 라면은 꿀맛이다. 점심을 끓여먹고 무심한 맘으로 운동하러 나오니, 오~잉! 저기 머꼬? 바로 옆집 마당에 웬 시내버스가 서 있다. 가까이 가보니, ‘정선’이라 써 있다. 쪼맨치도 갈등하는 맘 없이 냉큼 올라탔다.(난 항상 지갑을 가지고 다님) 2:15 출발인데 50분 걸리며 또 돌아오는 차(막차)가 5:15이란다. 퍼뜩 씻고 소주에 육고기 좀 구워 먹으면, 난 마~ 오늘 짱짱짱 호강하는 기다. 목욕탕 수준이 50년대 쯤이다. 모두들 1년에 두 번밖에 안 가기에, 목욕탕 갈 때 호미 들고 가던 시절의 수준이다. 그래도 식육식당에서는 고기 값 받을 건 다 받더라! ‘처음에는’! 나야말로 처음이다. 20도짜리다. 썩 괜찮네! 50분 만에 1병 자빠뜨리고 나니, 알알하다. 오는 도중에 정선소금강, 화암동굴, 화암약수터를 눈여겨보다. 그럼, 갈 때는 뭐 했노? 눈이 와 운전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버스를 보니 이게 웬 로또고 싶어, 경치는 눈에 안 들어오더라! 아! 정말 귀찮아 죽겠다. 한밤중에 일어나 화장실 가려니, 찬바람도 그렇고 깜깜한 것도 그렇고... 뭔 방법이 없나?
3/2(목) 스트레칭과 실내운동을 하루 두 번씩 해서 그렇나? 아님 맨땅에 자서 그렇나? 몸이 많이 땡긴다. 천천히 풀어주다. 3일 동안 끈질기게 온다. 게다가 오늘은 기온도 더 떨어지고 강풍이 장난이 아니다. 무심한 맘으로 갔다 오자! 복면까지 하고서... 오늘은 하장면 소재지 쪽으로 가다가, 웬 가게가 보이길래 스톱하고 들어가 봤다.(약 9k) 따뜻한 난로를 그냥 쬐이기 미안시러봐서 캔 맥주 하나와 쥐포 두 마리. 1과 3/4마리를 남겨서 오다가 동네 강아지들 집합시켜 신고식 치렀다. 시끄러워서 말이야! 내 나와바리가 아님 이렇게 서럽다. 밤이 왔다. 자다가 깰까봐 또 걱정이다. 요강을 돈 주고 살 수도 없고... 왜? 야성적이어야 하기에... 그런데 묘안이 떠올랐다. 체통을 지키려면 밝힐 순 없겠지! 단, 무한한 영감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강땡초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3/3(금) : 사실은 그간 조심을 하느라고 했다. 뭘? 팔 굽혀펴기할 때 다리를 올려놓을 난간이 없어서 4단짜리 조그만 책꽂이(도착하여 이틀동안 뻗대보다가 할 수 없이 샀음. 가구는 이게 유일함. 만 이천냥)에 다리를 걸쳤더랬다. 그간 끄떡끄떡 하더라. 15번쯤 했나? 확! 덮쳐온다. 와 10겁했다. 내가 먼 영화를 보겠다고... 모처럼 햇빛이 쨍쨍거림. 하얀 설경에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벌목장까지 뛰다가 걷다가. 다음 주부턴 울트라복장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봐야지!
첫댓글 교수님! 입주를 환영합니다,반갑습니다,훈련일지도 멋지게 올려주시고,자주 쌩쌩한 일지 부탁해요^^.
교수님 반갑습니다
낭만의 대가이신 D.K교수님~.자주보입시더,하도 보기힘들어서,집에 처들어 갈려고 했었는데..
연재 만화처럼 다음 편이 기다려지네요....
주말(3/11,3/12)에 게찜에 잘 드셨는지요?
교수님! 안가봐도 갔다온것 처럼 재미있습니다. 계속 계속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불콰한 분이 말은 바로 하네요. " 바로 이분 " 맞습니다. 맞고요, 효마클의 최고 멋장이 ㄷ ㄱ 교수님 힘!!!
교수님...다음이 기다려지는 글이에요. 생생한 후기 부탁드립니다 ^^
동국교수님 잠수기간이 너무 깁니다...근황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