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을 집필한 페테르부르크의 집
1881년 2월 9일 〈죄와 벌〉의 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세상을 떠났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선택된 강자는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때 사회의 도덕률을 무시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 ‘선민選民’ 대학생이다. 〈죄와 벌〉은 1866년에 발표되었다.
라스콜니코프와 비슷한 가치관에 사로잡힌 인물이 김동인의 1930년대 단편소설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에 나온다. 작곡가 백성수와 화가 솔거는 뛰어난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살인 · 방화 등 범죄를 저질러도 무방하다고 여기는 (미화하여 탐미주의적) 인간형이다.
문제는 김동인 본인이 그런 탐미주의적 가치관의 소유자였다는 점이다. 그리스도교적 인식으로 서구 사회의 혁명사상을 비판하면서, 폐쇄적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성 회복의 길을 찾아야 마땅하다는 휴머니즘 사상을 위대한 문학으로 형상화한 도스토옙스키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라스콜니코프는 살인을 감행한 후 스스로 예상한 바 없는, 즉 인간 본성의 죄의식에 사로잡혀 번민하다가 ‘거룩한 창부’ 소냐에게 죄를 고백하고 시베리아 유형을 떠난다. 그에 비해 김동인은 자신의 분신인 작중인물 K를 통해 살인범이자 방화범인 백성수를 끝까지 옹호한다.
정치판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1950년 2월 9일 매카시 상원의원이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미국은 아무나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벌하는 광풍에 휩싸였다. 하지만 매카시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뒤에도 공산주의자가 누구인지 지명하지 못했다.
1990년 2월 9일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 통일민주당이 이른바 ‘삼당합당’을 했다. 그들은 “온건 중도 민족 · 민주세력의 통합을 향한 새로운 국민정당으로서 민주자유당(국민의힘 전신)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자기들과 같은 정당이 아니면 ‘온건’하지 않은 좌파라는 매카시즘적 공격이었다.
1589년 기축옥사 때 선비 1천여 명이 죽임을 당했다. 왕권 강화 목적으로 권력다툼을 이용한 선조는 사건 처리 책임자에 정철을 임명했다. 정철은 〈사미인곡〉 · 〈속미인곡〉 같은 미문 가사와 〈훈민가〉로 대변되는 시조를 쓴 문인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꾼에 불과했던지, 도스토옙스키처럼 살지 못했다.
네루는 “정치가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사회에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흘리게 만드는 정치꾼이 더 많은 듯하다. 뿐만 아니라 '정치꾼 문인'들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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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수) 오후 2시
대구 달서구청 대강당(2층)
"이상화 문학관, 그리고 우현서루와 현진건" 강연(강사: 정만진)
2월 25일(토) 오전 11시
가창 녹동서원
해설 정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