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한국 프로야구는 두 명의 걸출한 신인스타 탄생으로 흥분했다. 상무를 거쳐 삼성에 입단한 ‘괴물’ 양준혁과 국내 최고 유격수로 등장한 ‘야구천재’ 해태 이종범의 출현이 그것이다.
이들 앞에 ‘프로의 벽’이란 없었다.양준혁이 데뷔 첫해 타격 1위(0.341) 의 놀라운 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했고,이종범은 그해 해태를 한국시리즈 우 승으로 이끌며 MVP에 올라 신인의 역사를 창조했다.이후 국내 프로야구는 영 남과 호남을 대표한 이 둘의 경쟁무대로 화려하게 채색됐다.
이종범이 지난 98년 일본 주니치로 진출하면서 한국 프로야구도 재미가 반 감됐을 정도다.그 뒤 양준혁은 99년 해태를 거쳐 지난해부터 LG 유니폼을 입 었다.
그 ‘괴물’과 ‘천재’가 18일 오랜만에 방망이를 들고 격돌한다.장소는 일본 오키나와.이 곳에서 훈련 중인 LG와 주니치 1군이 이날 낮 12시 주니치 캠프인 차탄구장에서 평가전을 연다.LG나 주니치 모두 양준혁과 이종범을 스타팅멤버로 출장시킬 예정이라 모처럼 성사된 두 라이벌간의 실력대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팀 모두 스프링캠프에서 여는 첫 평가전이다.올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양준혁이나 이종범으로서도 중요한 의미가 담긴 경기다.양준혁은 선수협 활 동으로 지난해 전지훈련을 거른 뒤 2년 만의 캠프 참가다.코칭스태프에게 자 신의 건재를 확인시킬 필요가 있다.더욱이 2억7000만원에 재계약해 삼성 이 승엽에 이어 국내 연봉 2인자에 오른 터라 구단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이종범에게는 외국인 선수들간 경쟁을 뚫기 위한 첫 관문이다.주니치는 올 겨울 팀 언로,오지 티먼스 등 두명의 메이저리그 출신 강타자를 영입했다.이 들 3명 중 두명만이 1군에 올라갈 수 있다.호시노 감독은 언로와 티먼스를 이날 평가전 4번타순에서 두타석씩 기용할 뜻을 밝혔다.이종범은 톱타자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이번에 확실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1군경쟁에서 또 다시 고전할 수도 있다.
LG 이광은 감독은 양준혁을 5번타순에 배치해 홍현우,댄 로마이어와 함께 중심타선의 화력을 시험한다.90년대 한국야구의 라이벌 양준혁과 이종범의 빅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