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회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18일, 토요일)은 아직 이틀 전이지만, 우리 선수들의 우승을 향한 항해는 벌써 시작입니다. 어제는 여자농구 예선 첫 경기, 코리아팀 대 홈팀 인도네시아의 경기를 생중계 시청했습니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박지수 선수는 아직 감감무소식이지만, 북한선수 3명(로숙영, 김혜연, 장미경)의 합류에, 지난 인천대회에 이어 2년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우리 남북 단일팀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이 꼭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날 경기, 우리팀 스타팅 라인업으로는 "박혜진, 박하나, 로숙영, 임영희, 김한별" 이렇게 다섯 명이 나왔네요. WKBL 우리은행 소속의 박혜진 & 임영희 선수야 믿어 의심치 않고, 거의 나올 수 있는 최고 선수들이 먼저 코트를 밟습니다.
■ 오늘의 경기 흐름 살펴보기
1쿼터, 첫 출발은 양팀 모두 삐걱였습니다.
우리 코리아팀은 인도네시아 첫 골의 빌미가 된 패스미스와 생전 못보던 임영희 선수의 트래블링 에러, 로숙영 선수는 첫 두 슛을 놓치고 두 번째 자유투로써야 첫 득점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남북이 한 팀으로 손발을 처음 맞춘게 지난 8월 1일이었던 데다가, 대회 첫 경기의 생소함도 많이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금방 제 실력을 찾은 반면에, 인도네시아는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58위)답게 딱 그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팀원들 간 호흡도 잘 맞지 않고 범실 남발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경기 안에 들어가, 우리 선수들 플레이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1쿼터 중반, 우리팀은 기본적인 실력차를 바탕으로 박혜진과 박하나 선수의 연속 3점포(각 2개씩)에 25 대 8까지 점수차를 크게 벌렸습니다. 2쿼터에는 교체로 나온 강이슬 선수가 7분여 동안 3점슛 4개를 더했고, 북한 선수들의 몸놀림도 좋아보였습니다.
스타팅으로 나온 로숙영 선수는 센터 포지션(182cm, 1993년생)이지만 상다잏 잘 뛰는 느낌으로, 우리 팀의 속공 전개시 제일 앞선에서 빠르게 뛰어나가주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 (신장은 두고두고 아쉽지만) 꼭 '더 빠르고 센 젊은 임영희 선수' 느낌이었습니다. (외모는 박지성 선수를 조금 생각나게 했고요.^^)
교체로 나온 가드 장미경 선수(167cm, 26세)는 2쿼터 중반, 45도 각도의 강이슬 선수에게 2연속 빠르게 툭 내어주는 어시스트(=> 연속 3점포로 연결된)를 위시해 빠르고 센 패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어서 수비에서도 잔발 스텝이 무척 재빠르고 민첩해 보이며, 항상 바쁜 움직임이 무척 좋은 선수 같았습니다. 슛하는 모습은 잘 안보였는데, 실로 오랜만에 보는 정통 포인트가드 느낌이었습니다.
2쿼터까지만 해도 스틸 13 대 2, 어시스트 개수 21 대 4, 점수차는 58 대 20!
승부가 벌써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한 그런 경기흐름이었습니다.
3쿼터에는 우리팀의 유일한 '고등학생' 루키 박지현 선수도 코트를 밟았습니다. 신장 180cm에 2000년생, 숭의여고 3학년으로,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집중해서 이 선수 플레이를 지켜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네요.
이모들(?)과 하는 경기에 조금 긴장한 듯, 처음으로 과감히 던져본 3점슛과 레이업 돌파는 성공으로 마무리짓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15분을 뛰었고, 4쿼터 3분여 시점에서 87 대 33을 만드는 3점슛 한 방을 기록하기도 했네요.
4쿼터도 큰 내용은 없었습니다.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났던 터에 이문규 감독도 선수단을 고루 활용하는 움직임. 박지수 선수를 제외한 11명의 선수 전원이 코트를 밟았고, 최종스코어는 108 대 40! 코리아팀의 완승입니다.
■ 그 외 주요 Point!
두 팀의 전력차가 확실한 경기였습니다. 어시스트 개수 36 대 6으로, 우리 선수들은 연습과 같이 조직력을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둔 경기를 했습니다. 리바운드 개수는 45 대 35! 중국 & 일본과 대등하게 붙기 위해서는 확실히 박지수 선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되는 부분이고. 스틸은 32 대 6, 범실은 11 대 43... 경기 중 수시로 공을 흘리는 인도네시아 선수들과, 또는 상대의 패스 길목을 정확하게 끊는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이 아주 자주 보였던 경기가 그대로 수치에 나타났습니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대만, 카자흐스탄, 인도와 한 조를 이뤄 조별 예선 통과는 무난해보이고, 이어지는 결선 토너먼트 때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믿습니다.
이어서 우리 선수들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면, 일단 코리아팀에서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세 선수.
북한의 로숙영 센터는 22분여를 뛰며 팀내 가장 많은 22득점(5 Ast, 8 Reb)을 기록해줬습니다. 추후 박지수 선수가 합류해 더 골밑을 맡아준다면 높은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며, 기록지를 보니까 장미경 가드는 역시 슛 시도가 없었네요(3점만 2번 시도). 무득점이지만 5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공헌했습니다. 김혜연 선수도 3점슛 3개 포함해 14득점나 올려줬네요. 동선은 다소 투박해보였는데, 돌파가 참 빨랐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박혜진 선수가 28분, 임영희 선수는 21분, 최은실 선수도 14분 가까이 뛰면서 컨디션을 점검했네요. 플레이타임 배분이 골고루 잘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18분 32초를 뛴 김소담 선수! WKBL 경기를 보면서 비판도 참 많이했던 애증의 선수인데, 오늘 경기는 일단 "아주 잘했습니다".
단 이날 경기를 보고 있으니까, 이날도 골밑 보다는 자유투라인 근처에서 노는 플레이가 많이 보이더군요. 키 186cm의 센터로, 좀 더 우리 골밑을 지켜주고 상대 골밑에서 비벼주는(?) 그런 움직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니까 상대 골밑에서 공을 잘 받고도 슛을 하기보다는 다시 외곽의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빼주는 움직임이 많더군요. 물론 김혜연 선수에게 빼준 어시스트 등 결과는 좋았지만, 좀 더 과감하게 슛을 시도했으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중거리 슛에도 강점을 갖고 있잖아요? 이날은 미들슛 3개(4번 시도)로 8득점에 그쳤는데,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4쿼터 막판엔 중계 해설진도 "김소담 선수가 한 골 더 넣고 끝내줬으면 좋겠다"고 했을까요?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부상으로 낙마한 곽주영 선수의 지난 WKBL 시즌 때 움직임보다도 훨씬 좋았고, 충분히 곽 선수를 잘 대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파이팅!
우리 코리아팀 선수들, 우리가 연습하고 준비했던 플레이들 많이 맞춰봤나요? 마음 먹은대로 잘 이루어졌나요?
오늘 승리를 바탕으로 목표로 하는 금메달까지 파이팅입니다. 부상 없이!
감사합니다.
■ Today's Photo
사진 자료를 크게 찾을 수 없어서, 로숙영 선수의 경기장면 두 컷만 첨부합니다. 로숙영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