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들으면서 메모한 내용 공유합니다. ^^
연극의 즐거움.
1.
여러분들은 실제 연극배우들보다 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의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합니다.
연극 배우들의 경우, 평론가나 연극마니아 등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를 당합니다.
프로연출과 배우들은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어떤 비판을 받을까’ 매번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현재 삶을 영위하면서 더 큰 행복을 위해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분들이 배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2.
십 몇 년 전, 한-중-일 공동작업으로 연극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 두 번째로 어린 한 일본 여배우가 있었습니다. ‘연극’이라는 것을 모를 것 같은 시골에서 자란 그녀는 4~5학년 때 학예회 비슷한 곳에 서게 됐다고 합니다. 잠깐 몇 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 ‘난 이런 일을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동경으로 가서 극단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 때 연출이 ‘너 잘한다’ ‘소질있다’이야기들을 해준 것이 큰 힘이 되어 그 이후에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정말 그 여배우가 엄청 잘해서 칭찬을 받은 걸까요. 아마도 용기를 주기 위한 ‘칭찬’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칭찬이 큰 도움이 된 겁니다. 칭찬을 들으면 행복해집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연극을 하는 것도 행복하려고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알게 모르게 연극을 하면 주변에서 ‘이런 면이 있었어?’ ‘잘한다’ 등 칭찬을 받게 됩니다. 그런 짜릿한 칭찬이 여러분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행복을 위해 하는 연극인 만큼 우리 서로 칭찬하면서 합시다. 내가 누리는 행복을 다같이 공유합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연극하는 즐거움입니다.
연극배우들에게 ‘왜 계속 연극하냐’ 물으면 나 외에 다른 사람의 역할을 연기로 표현하는 게 짜릿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왜 연극하냐’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태어났고, 살아가고, 죽을텐데 나는 내 존재감, 정체성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게 바로 ‘연극’입니다. 나에게서 연극은 내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줍니다.
3. 질의응답
1) 연극을 하다가 잘 안 풀릴 때 어떻게 하십니까?
-> 그 인물에서 나와 멀리서 보는 겁니다. 처음으로 연기상을 받은 ‘사물의 왕국’이란 작품이 참 어려웠습니다. 대본에도 제대로 된 연기할 재료가 없어 난감했습니다. 대본에서 나와 멀리서 조망해봤습니다. 계속 그 안에만 있으면 제대로 못 봅니다.
2) 연출이 명백히 잘못된 지시를 주었을 때, 연출을 설득한 경험이 있습니까?
-> 예술행위는 정답이 없습니다. 배우가 느꼈을 때 잘못되었을 뿐이지 사실 모든 연극은 답이 없습니다. 때문에 어떤 것이 명백히 잘못된 것인지 말하기 어렸습니다. 객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가는 연출을 설득해야 하고, 연출을 배우를 설득해야 하고, 배우는 관객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설득의 과정입니다. 설득하지 않으면 좋은 연극이 나오지 않습니다. 서로 설득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연극연습할 때 논쟁하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저는 논쟁적으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설득 당하고 싶다’는 생각을 기본자세로 갖고 있습니다.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단 1%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논쟁을 해야 합니다. 가짜 연기보다는 최대한 진실되고 진정성 있는 연기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죠.
4) 선생님은 평소에 어떤 장르의 장품을 좋아하시나요?
-> 저는 좋은 작품을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성렬, 김동현 연출 작품을 좋아합니다. 지적이고 얘기가 통하는 사람, 흔쾌히 들어주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5) 직장생활을 6년 동안 하다가 두 달 만에 갑자기 연극배우의 길로 들어섰다고 하셨는데, 고민은 없으셨는지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1년에 1~2번 연극무대에 섰습니다. 물론 작은 배역이기는 했지만 꾸준히 연극에 대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6) 배우는 도전하고 싶은 배역, 자신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배역, 연출이 정해주는 배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서 오는 갈등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 물론 저도 하고 싶은 배역은 있지만 배우는 선택 받아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작품이 들어오길, 좋은 작품이 오길, 텀 없이 계속 연극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큽니다. 끊임없이 작업을 하고 싶고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작품도 기회가 온다면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임합니다. 좋은 연극도 물론 나를 성장시키지만 실패한 연극도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7) 좋은 연극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추천 연극이 있다면?
-> 7월 14일 시작하는 코펜하겐 작품을 추천합니다. 제가 나옵니다 ^^
제가 생각하는 ‘좋은 연극’은 내가 마음에 드는 연출이 작업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출가는 자기 작품을 최대한 책임질려고 합니다. 물론 배우를 보고 연극을 고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배우가 연극의 퀄리티를 좌우한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8) 프로 연극배우가 갖춰야할 덕목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 혹시나 프로배우가 되고 싶다면 어디 서문내지 말기 바랍니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괜히 마음이 부풀어질 수 있습니다.
배우가 가져야할 자질이라면 ‘비판을 받아낼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끈기, 힘 등 가시밭길, 자갈밭길을 걸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자기가 결정한 길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인생이 묻어나오는 답변들이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끔 하는 문답이기도 하고...강연을 듣지못해 아쉽구만~~
와ㅎㅎㅎ 진짜 요약 정리 잘햇음요! 더 듣지못해아쉬워요
요약왕 은실누나 ! ㅋㅋ 강연복습 감사해요 ~
고마워~ 은실아^^
와우. 필기한 보람이 있군.
열심히 적더니 정리 잘했네^^
잘했네잉~~
와 그때 강연들은 내용이 거의 요약되어 있는듯.. 은실이 열심히 듣더니 ㅋㅋㅋ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