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약 슈퍼판매 '이면' 왜 안 캐나
[딸깍 이 기사]한겨레신문 6월 22일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2010년부터〔딸깍! 이 기사]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정보속에서 주요한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놓쳤거나, 대부분 언론이 외면한 지역주요현안을 되짚은 기사 등, 꼭 읽어보고 기억해야 할 뉴스를 기록할 예정입니다. 회원 및 시민여러분들도 많은 제안 부탁드립니다. ※ '딸깍'은 '클릭'의 우리말입니다./편집자 주 |
성한표 | 언론인ㆍ전 <한겨레> 논설주간
심층보도와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신문의 강점이다. 지면이 비교적 넉넉하고, 기자들이 잘 훈련되어 있으며,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방송에 비해 시간에 덜 쫓기고, 제작과정이 덜 복잡하다는 신문의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이 이런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편의성을 내세워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 44종을 슈퍼나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살 수 있는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 약사들이 안정성을 내세워 반발하고 있다. 이 갈등을 전하는 신문 보도를 보면,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를 둘러싼 정부와 약사들의 갈등은 매우 단순하다.
국민편의성이 우선이냐, 안전성이 우선이냐 하는 싸움같아 보인다.
'슈퍼판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 44개 품목의 연간 생산액은 1600억원. 전체 의약품 시장 14조 5000억원에 비하면 큰 규모가 아니다. 약사들이 한사코 이를 반대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약사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역정이 솟기도 하다. 누구나 늦은 밤이나 휴일에 약을 사지 못해 헤맸던 기억들은 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갈등'의 전모다. 신문과 방송은 여기까지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약사들의 항변을 들어보자. "복지부가 청와대 지시를 받고 추진하는 일반약 슈퍼판매는 곧 개국할 조선, 중앙, 동아 등의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약품의 슈퍼판매가 신생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것이라니….
심층보도에 목숨을 걸어야 할 신문이라면 당연히 추척취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신문들은 이 주장을 무싷하고, 더는 파고 들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과 아무 상관이 없는 한겨레와 경향 조차 그랬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초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0업무계획'에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방송광고 금지품목 축소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따.
여기서 말하는 '사회ㅏ경제적 환경'은 종편채널을 위한 광고시장 확대와 경기활성화를 위한 매출증대의 필요성이다. 의약품 중 현재 방송광고가 금지되어 있는 전문의약품은 전체 의약품 시장의 75%를 차지한다.
한겨레신문 6월 22일 미디어전망대
기획재정부는 복지부, 한나라당 등과 협의하여 의약품을 재분류 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냐,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냐, 슈퍼에서도 살 수 있는 의약외품이냐를 재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슈퍼판매'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신문은 이런 단편적인 '사실'들을 모은 뒤 맥락을 잡아 한줄로 꿰기만 하면 된다. 복지부가 슈퍼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44개 품목은 시작일 뿐이다. 재분류를 통해 일반의약품, 특히 거의 절대적으로 광고에 의존하게 될 의약외품을 폭발적으로 늘리면, 청와대가 기대하는,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광고의 획기적인 확대가 실현된다.
신문이 보도한 '갈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슈퍼판매'는 편의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광고 확대로 인한 약값 인상과 약품의 오남용이라는 부작용이 따른다. 편의성이냐, 안전성이냐라는 단선적인 논쟁이 아니라, 장점을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이며, 약사들의 '과욕'을 어디까지 눌러야하는지에 대한 토론을 끌어내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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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슈퍼에서 팔면 문제가 해결될까
[딸깍 이 기사]경향신문 6월 22일
우석균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한밤중에 아이가 열이 났거나, 병원문이 다 닫힌 토요일 밤에 갑자기 배앓이를 해 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은 일반약 슈퍼판매를 기대한다면 아마 이런 경험 때문이지 않을까? 아프지만 비싼 돈을 들여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 하지만 이야기는 지금 국민들의 고충과는 다른 산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부산일보 6월 22일 9면
언론에서는 '제2의약전쟁'이라는데 나로서는 의사나 약사나 다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의약품 부작용을 누구보다 강조해야 할 의사협회가 슈퍼에서 약을 팔자고 나선 것부터 우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 의사협회가 강조하듯이 국민의 '편리성'만 고려한다면 미국처럼 의사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을 많이 늘리자는 현재의 대한약사회의 주장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의사협회는 의약품 오ㆍ남용을 들고 나온다. 약사회라고 다른 것은 아니다.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는 오ㆍ남용 때문에 안된다더니 이제는 전문의약품 상당수를 일반의약품으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안전성이 우려돼도 말이다. 이러하니 국민들의 눈에는 고충해결과는 상관없는 의사와 약사, 두 직능 사이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 둘의 직능 갈등에 묻혀 중요한 점이 토론되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 시급하게 해결되었으면 하는 문제는 밤시간이나 병의원 약국을 이용하기 어려운 주말에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 즉 야간과 주말 '진료 공백'문제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진료 공백 문제를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네델란드의 예를 들어보자. 네델란드에서는 공휴일과 야간시간대의 진료를 전국의 105개 지역센터를 중심으로 해결한다. 네델란드 인구가 한국의 1/3정도라는 것을 따져보면 대략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 진료센터들은 오후 5시부터 아침 8시까지. 그리고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의 주치의 서비스를 대신한다. 최소 두 명의 당직 의사와 보조인력, 응급이동차량과 운전사가 있다. 당직은 해당 지역의사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이러한 '시간외 진료센터'에서 하는 일 중 하나는 우선 전화상담이다. 밤이나 주말에도 몸이 아프면 동네 의사에게 전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전화로 해결이 안되면 의사가 왕진을 가기도 한다. 심각한 상태라면 큰 병원으로 가도록 해 준다. 영국이나 노르웨이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시간외 진료센터'를 이용해도 환자들의 본인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 무상의료제도이기 때문이다. 일본조차도 인구 5만명당 1곳의 '휴일야간진료센터'를 지방공공단체 등이 운영하고 동네 의사, 약사들이 당직을 서는 방법으로 진료공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밤에 아프면 큰 응급실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곳이 없다. 전화 상담할 곳도 없는데 왕진을 온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밤에 약이라도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솔깃하다. 그러나 약을 슈퍼에서 판다고 진료공백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한국에도 공공진료센터를 두고 의사와 약사들이 야간 및 주말 전화상담과 진료를 하면 되지 않을까? 만일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공공진료센터가 가까이 있다면, 약의 슈퍼판매는 안전성과 편의성을 따져 해결할 부분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약을 슈퍼에서 판매하면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이 대기업 슈퍼마켓체인들이다.
경향신문 6월 22일 시론
일반의약품을 늘리자는 것은 보수언론의 방송진출을 허용하면서 방통위가 광고시장을 늘리는 방법으로 제시된 바 있다. 보수언론 자신들이 이해당사자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진노'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해당사자들의 싸움 속에서 정작 실종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고충이고 '진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 한국 의료제도에 대한 논의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