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일과 집안일을 모두 잘해내서 원더우먼으로 통하는 척척녀. 시간도 절약하고 수고도 덜 들이는 그만의 살림 비결 가운데는 전자레인지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녹이고 데우는 것은 물론 꽤 복잡한 요리까지 전자레인지로 해치운다.이윽고 커피 물 데우기까지 시도한 그 날, 비극이 일어났다.커피믹스를 물에 타는 순간 뜨거운 물이 왈칵 넘치면서 컵을 쥔 손을 덮친 것이다.
전자레인지는 식품 내 물 분자를 진동시켜서 이 분자 운동에서 생긴 열로 음식을 데운다.전자레인지를 쓰면 요리 시간도 대폭 단축되고, 음식 표면이 눌어붙지도 않아 무척 편리하다.그렇지만 자칫 잘못하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 같은 ‘폭발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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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전자 레인지는 잘 쓰면 ‘만능 요리사’이지만, 잘못 쓰면 폭발 사고까지 날 수 있는 ‘폭탄 상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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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사고는 ‘과열(superheating)’ 현상에서 비롯된다. 전자레인지로 물과 같은 액체를 오랫동안 가열하면 주전자에서 물을 끓일 때와 달리 끓는점을 훨씬 초과해서 가열될 수 있다.가열 도중에 거품이 생기면 과열 현상이 일어나지 않지만, 거품이 생기지 않은 상황에서는 물의 온도가 끓는점인 섭씨 100도를 초과할 수 있다.과열 상태의 물은 겉으로는 지극히 평온해 보이지만, 수저나 다른 음식물이 닿으면 폭발하듯이 물과 수증기가 넘친다.
물·설탕 성분 특히 위험…가열하면 더 빨리 ‘열받아’
특히 표면이 실험용 ‘비커’와 같이 매끈한 유리컵이나, 새로 산 머그같이 흠집이 없는 용기에 물만 넣고 끓일 때 과열될 가능성이 높다.거품이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물의 양에 비해 너무 오랫동안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것도 위험하다.표면이 거칠거칠한 나무젓가락 따위를 그릇에 넣고 돌리면 과열을 막을 수 있다.너무 오래 가열했다 싶으면 그릇과 멀찌감치 떨어진 뒤, 길쭉한 기구로 그릇 바깥쪽을 톡톡 건드려서 과열된 물을 움직여 섞이게 만든다.
비단 과열 현상이 아니더라도, 전자레인지를 다룰 때는 항상 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전자레인지는 음식을 속에서부터 가열하기 때문에 겉보다 속이 훨씬 뜨겁다.겉의 온도만 생각하고 음식을 덥석 베어 물었다가는 화상을 입기 십상이다.젖병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일정 시간 가열한 뒤 꺼내어 보면, 젖병 표면은 손으로 쥐어도 문제가 없지만 그 안에 든 우유는 훨씬 뜨겁다.
그 상태에서 멋모르고 아기에게 젖병을 물렸다가는 큰일 난다.또한 전자레인지는 수분과 설탕 성분을 더 빨리 가열하기 때문에 이들 성분이 든 음식을 데울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전자레인지용 팝콘 봉지를 뜯었다가 확 뿜어 나온 열기에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전자레인지는 조작도 간편하고 여러 모로 편리한 가전제품이지만, 유념해야 할 것들이 많다.액체를 가열하기 전에는 한두 번 저어주고, 되도록 잠깐만 쓰고, 감자나 핫도그 등을 데울 때는 겉에 구멍을 내는 것이 안전하다.가열되는 동안 뚜껑을 덮으면 음식도 안 튀고 그릇 내부에 고온의 수증기가 생겨 박테리아도 죽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자레인지 내부를 종종 환기 시켜 악취와 미생물 증식을 막고, 문틈의 패킹이 낡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웨이브가 밖으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전자레인지는 중고를 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전자레인지 내부를 자주자주 청소하는 것이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