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컥컥컥"
갑작스런 괴성과 함께 "선생님, 민철이 울어요" 다급한 떼창소리다.
국어 수업 시간 칠판을 보며 판서를 하는데 벌어진 일이다
얼른 돌아서 바라보니 대승이가 민철이 뒤에서 목과 가슴을 끌어안고 있고, 민철이는 울며 버둥댄다.
]"너 대승이 그러면 안된다고 했잖아" 큰 소리로 외쳐도 들은체않는다.
일이 급하다. 얼른 뛰어가서 대승이 팔을 잡아 풀려고하는데 어린애치고는 팔힘이 엄청 세다. 민철이가 많이 아프고 괴로웠을 거다..
'다우증후군 아이는 힘이 센가 ? 그런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우선 아찔할 정도로 급하다.
"빨리 놔요" 소리치며 등짝을 한 번 때리고, 양 팔을 잡고 억지로 벌리니 그제서야 민철이가 숨을 토해낸다,
우는 대승이를 끌어다가 제자리에 앉게하니 엎드려 서럽게 운다.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해 분한가 보다.
'이 거 큰일 나겠다' 대승이를 어떻게 지도해야할지 심사숙고해야겠다.
"얘들아 대승이가 왜 이러지 ?"
"대승이가 민철이만 좋아하는데, 그래서 민철이한테만 가끔 그래요" '하아, 좋아한다는 표시란 말이지.' 그나마 아무한테나, 또 여자아이들한테 하지 않는것만도 다행이다.
"민철아 대승이가 너를 좋아해서 그런거래. 선생님이 앞으로는 그러지 못하게 할게. 조금만 참아라"
착하디 학한 민철이는 눈물 방울이 맺힌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잘못하다가는 학부형님들끼리도 불편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먼저 대승이 자리를 내 책상 바로 앞으로 옮겼다. 항상 마주볼 수 있도록.
엎드려 소리죽여 우는 대승이를 보니 한편으론 딱하기 그지없다. '대승아 네 잘못은 아니지만 ....' 뒷말을 잇지 못하겠더라.
학급 명단을 추첨했을 때 파랗게 질렸던 여선생님이 이해가 되더라.오죽했으면.... 내가 데려 온게 다행이겠다 싶었지
그래도 한 가지는 터득했다.
'대승이가 심하게 잘못을 했을 때, 일이 급하게 돌아갈 때는 힘으로 제압을 할 수밖에 없겠다.'
"대승아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안돼. 네가 좋아하는 민철이가 아프다고 하잖니. 그럴 때는 선생님도 혼내줄거야"
하거나 말거나 들은척도 않는다. 듣기는 하는 걸까 ?
한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벌써 여러시간이 지난 것 같더라.
대승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울음은 그쳤지만 마냥 엎드려 있다.
저러다가 또 무슨 일을 저자를지 모르겠고, 소변은 ? 매사 걱정이다.
대승이는 엎드린채로 잠이 들었고, 두번째 시간이 무사히 끝났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대승이가 부스스 고개를 드는데 태완이가 다가가서 귓속말을 속삭인다,
그러니까 대승이가 일어서고 둘이 손을 잡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 몇몇이 따라나선다
'뭘까 ?' 궁금했지만 내버려 두었다.
조금 후에 대승이를 둘러싸고 들어오는데 형섭이가 시끈거리며 말한다.
"선생님 5학년 형이 화장실에서 대승이가 소변을 보는데 '병신'이라고 했어요"
"대승이가 뭘 잘못했는데 그랬어 ?"
"선생님 대승이는요. 소변을 볼 때 바지랑 팬티를 발목까지 내리고 쉬를 해요. 그 걸보고 놀리는 거예요"
"뭐야. 그런 못된 형이 있었어, 선생님이 혼내 줄거야" 은근히 화가 나더라.
대승이는 친구들이 자기편인줄울 아는지 마음이 많이 풀어졌더라.
'음, 인제 소변 문제는 해결이 될 것 같고,.... 그런데 대변을 볼 때는 ?' 첩첩산중이다
다음 시간에는 대승이가 꼼짝 않고 앉아 있더라. '원 세상에 이럴 수가....' 처음보는 장면이다.
이럴땐 칭찬을 해줘야지.
"애들아. 대승이가 한 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정말 착하지. 우리 모두 힘차게 박수를 쳐주자"
"우와 대승아 잘했어" 소리와 함께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지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의 변화가 없다, 눈길이라도 마주쳤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사고없이 한 시간을 버텨준 걸 고마워해야지.
'그래. 그거야. 대승아 고맙다. 우리 잘해보자'
첫댓글 대승이편이 생겨서 대승이 둥절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