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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입문 스크랩 [허영선이 만난 사람]주역의 대가 대산 김석진.부상일제주사랑
아유르베다 추천 0 조회 503 12.02.13 22:0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주역은 자연 이치 깨닫는 정신학문…이 시대 더 필요"
2008년 05월 08일 (목) 제민일보 webmaster@jemin.com

왜소한 체구 어디에서 저 카랑카랑하고 맑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선비의 장쾌한 기개가 느껴진다. 주역인생 60년. '동양최고의 철학이자 최고봉'이라는 주역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1년 6개월이었다. 그는 동방문화진흥회 제주지부의 주역강독차 매주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묘하게도 비바람치든지, 안개가 끼든지,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

 

제주도는 그에게 인연 깊은 땅. 조선시대 제주 관찰사로 왔던 「남사록」의 저자 청음 김상헌은 그의 11대조. 조상 때부터 인연을 맺었고, 그가 다시 학인들을 만나면서 인연을 맺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주역강독을 마무리하고 30명의 제자들에 대한 호송식을 하러 제주에 온 대산을 만났다. 동방문화진흥회 제주지부 소학당 강독실에서였다. 그가 가는 주역의 길에 잠시 들어서본다.

 

   
 
 

주역의 대가 대산 김석진은 

 1927년 충남 논산 출생. 동방문화진흥회 설립자. 심상소학교 6년 졸업. 19세부터 13년동안 주역과 모든 유가 경전, 불가와 도가, 병서까지 두루 섭렵했다. 31세부터 충남, 대전에서 제자를 양성하다 57세 때부터 대중속으로 들어가 서울을 시작으로 청주 대전 인천 제주 등 전국에서 23년 동안 우리말과 한글로 주역원전 강독을 시작, 학풍을 일으켜왔다. 제자는 연인원 6000여명. 25종의 저서 가운데 12종 17권이 주역에 관한 저술. 지난해 주역인생 60년을 회고하는 「대산석과」를 냈다.

 
 

# 주역은 동양 최고의 철학이자 최고봉


"주역은 글자 그대로 '바꾸겠다'. 중국 주나라때 완성이 된 바꾸는 학문이죠. 밤낮이 바뀌고 일년 춘하추동 변화하는 가운데 미래가 오게 마련이죠. 변화하는 이치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주역을 알게 되면 미래를 알게 되지요. 곧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죠."

 

빠르고 명쾌하다. 그는 주역을 공부하지 않으면 코 앞도 잘 모르는데 공부하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인생을 살게 된다고 풀어놓는다. 정치하는 사람은 멀리 내다보면서 정치를 하게 되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생활을 깨닫게되고, 미래 대처 방법이 생긴다. 주역은 삶의 지혜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은 동양최고봉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래도 주역은 어렵다. 즉답이 돌아왔다. 한문이 어려운게 아니고, 심오한 이치를 아는게 어렵다는.

 

"주역은 5000년전부터 문자가 있기 전 그림으로 시작한 것이지요. 작대기로 그어 자연의 현상을 그걸로 표상을 해서 정치 경제수단으로 삼았다가 문자가 있은 뒤에 글로 그것을 표현한 것이지요. 삶의 변화속에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 아니겠어요? 옛날에 나온 주역이지만 지금처럼 물질문명 시대에 더 필요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것이 주역이요. 자연을 설명한 글이니까." 당연하다. 자연 없는 시대는 없다. 자연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대라면 주역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주역은 자연을 깨닫는 학문인 셈이다.

 

# 할아버지 무릎에서 배운 하늘천 따지


글방훈장이던 할아버지 무릎에서 어린 대산은 하늘천 따지를 배웠다. 할아버지는 글자 한 자에 천량보다 더 값나가는 글을 배워두라며 손자를 가르쳤다. 손자는 상급학교 진학을 접고 천자문 동몽선습 소학 통감 대학 중용 맹자 논어 순으로 깨쳐갔다. "나이가 십칠팔세 되니까 이제 주역을 공부해야겠다. 그때 주역이 마지막 한글이라는 걸 알았지요." 다산 정약용도 유배지의 편지에서 주역을 읽으며 귀양살이 괴로움을 잊을만하다 했던가. 19세의 대산이 1946년 겨울 쌀 서말 지고 큰 스승을 찾아간 곳은 대둔산 석천암. 근대 주역연구의 전설적인 학자, '이주역'이라고까지 불리는 야산 이달(李達·1889~1958)선생이었다.

 

그 스승은 그에게 큰 산 노릇하라고 대산이란 호를 지어줬다. "큰 산 노릇 한다는게 겨우 전국 돌아다니면서 주역 강의 한 것이 전부지요." 바닥으로 내려앉는듯 선비의 미약한 미소가 흘렀다. 그는 제주도를 20년 전부터 드나들었다. 시중이라고 호를 지어준 제주대 변상용 교수와의 인연이란다. "시중선생이 학창시절에 서울서 주역 공부를 했고 제주도에서 교수하면서 주역 강의를 개설하게 됐죠."

 

# 이름은 주어지는 것, 호는 선택하는 것


그에게 제주도는 정든 땅이다. 이 땅은 모든 자연의 형체라고나 할까 순수하고 자연스런 미가 있다. 특히 강의하며 만난 제주사람들은 자연처럼 순수한 맛이 있었다. 그의 선조, 청음이 밟았던 땅이기도 한 곳 아닌가. "우리 청음할아버지의 육필 시가 참 많아요. 제주도에 대한 글도. 그 어른은 세상을 꼿꼿하게, 바르게 살았지.  그래서 청음아니야? 청백리시고. 병자호란때 절대 항복하면 안된다고 하셨지."

그는 제자들에게 호를 지어줄때마다 시문도 지어준다. 그 시문도 5000수를 넘는다. 왜 호가 필요할까? 이름은 부모로부터 주어지는 것이고, 호는 선택하는 것이란다. "어르신들 이름은 함부로 부를 수 없지만 호는 자유롭게 불러요. 우리가 퇴계선생을 '황'하면 그렇지만 퇴계는 마음대로 부를 수 있지. 호를 짓는다는 것은 이렇게 살아라 하는 것. 호를 받은 후부터는 운명이 새로 개척될 것 아니오. 호받고 글받고 귀감으로 삼을 그런 좋은 염원도 받고 얼마나 좋아 이게. 여러 가지 이로움이지."

 

#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대산이 좋아하는 주역의 글귀는 가족에 대한 가인(家人)괘. '부부자자형형제제부부부부이가도정'(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而家道正)이다. 애비는 애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워라 하는, 가족 구성원이 각자 제 역할을 해야 가정이 바로 된다는 뜻이다. "참 기억할만 하고 기억해야 하고 실천해야 할 그런 글이지요."

 

고루한 말이지만 사회라는 건 가정이 원동력이다. 가정이 바르면 다 되는 것. 가정이 바르지 못하면 사회도 바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를 보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사회도 참 인간 사회라고 하면서 인간 사회답지 않고, 나라도 나라답지 않고, 정치도 정치답지 않다고 개탄한다. "정신을 기본으로 하지 않으니까 그런거요. 어렵다고만할 게 아니라 옛날 글도 공부 좀 하고, 옛날 문화도 취하고 이러면서 정신적 지주를 확고히 하면서 문명을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겠소." 그래야 '착한사회'가 되고 바르게 된다는 것. 주역을 공부하면 마음과 정신이 안정되고, 정신적 지주가 생긴다는 대산. 그는 지금 다 컴퓨터다 영어 디지털이다 경쟁을 할 수밖에 없지만 옛날의 기본은 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 점치고 사주보는 것이 주역? 모르는 소리!


혹시 주역은 점치는 학문 아닐까? 예의 그 창랑한 목소리에 더 힘이 가해진다. "점치고 사주보는게 주역인줄 알면 모르는 소리요. 그게 아닌데. 코끼리 발가락이지" 음양오행 이치부터 주역이 시작됐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코끼리 발가락이 떨어져 나간 것을 보자. 코끼리가 '내 발가락이다' 할 수는 있지만 발가락이 '내 코끼리다' 할 수는 없는 것, 사주·관상·풍수처럼 주역에서 파생되어 조각조각 나간 것을 주역이라 할 수는 없다.

 

"사주보는 사람이 이게 주역이다 못하는거지. 모두 주역이 큰 글인줄은 다 알아. 사주 보는 사람들이 주역이다 하니까 주역을 하찮게 봐. 옛날에는 도서관이나 서고가 없으니까 책 사다 보는 것도 없고, 그저 재수있는 사람이 자기 조상에서 내려온 것을 공부했지. 그것 있으면 공부하고 선비노릇하고. 무슨 천문지리 의학서가 있어야지. 요새야 굉장히 많아. 책방에 가면 언제 다 사봐. 그것이 주역의 기본에서 나온거요. 주역 공부한 사람이 아는 것을 쓴 것이 천문학, 의서가 되고 분파되어 나간거요. 주역공부하면 그런 것 보기가 쉽지. 그것만 공부한 사람은 주역은 모르는 거지. 사주 보고 관상보고 무슨 점치고 하는게 다 주역에서 떨어져 나간거지."

 

# 자연의 미 쌓인 제주, 잘못되면 다른데도 소용없어


혹은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진 그에게 제주도의 기운을 물었다. "참 좋아지지. 제주도가 참 묘한데요. 자연의 미가 쌓인 제주돈데 여기가 뭐가 잘못되면 다른데도 소용없어. 여기가 먼 바다, 바닷물을 통해서 다 연결이 됐는데 여기 기운이 막 쌓일 것 아니겠어요? 환경을 지켜야지. 팔십이 다 된 늙은이가 하루도 결강없이 여기 제주도에 강의 왔다는 것은 제주도에 쌓인 기가 있고 주역의 기가 있다는 거지." 제주도의 기나 주역의 기나 똑같단다. 왜냐? 제주도가 자연이고, 자연의 글이 주역이니까 주역을 공부하고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를 받는다는 것.

 

그의 요즘 관심은 물이다. 생명수인 물이 흐려지거나 탁해지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안면도에 가서 물에 관한 큰 행사를 했다. "오행에도 물을 제일 먼저 적거든. 오염이 되면 안되죠. 안면도, 여기 기가 안좋을 일이 있나싶었죠. 그래서 내가 바다에 띄울려고 가지고 갔었던 것을 안띄우고 그냥 갖고 왔어요. " 그 뒤에 기름 유출 사건이 있었다.

 

지금 살기는 좋아졌지만 차를 몰고 가면서도 사고나 나지 않을지 무슨 변괴가 나지는 않을지 늘 불안하게 여기는 세상이다. 그것은 정신이 피폐하기 때문이라는 대산. "모두가 서양의 물질문명은 받아들이고 동양의 도덕적이고 정신적이고 기본적인 문화라는 걸 망각해버렸어. 사람도 자꾸 먹기만 하고 비대해지기만하면 쓰러지지. 사회도 마찬가지. 물질문명만 팽배해져가지고 잘살게되면 어떻게 살겠소." 글·사진 허영선(시인/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ysun6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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