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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자연 이치 깨닫는 정신학문…이 시대 더 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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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한 체구 어디에서 저 카랑카랑하고 맑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선비의 장쾌한 기개가 느껴진다. 주역인생 60년. '동양최고의 철학이자 최고봉'이라는 주역의 대가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1년 6개월이었다. 그는 동방문화진흥회 제주지부의 주역강독차 매주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묘하게도 비바람치든지, 안개가 끼든지,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
제주도는 그에게 인연 깊은 땅. 조선시대 제주 관찰사로 왔던 「남사록」의 저자 청음 김상헌은 그의 11대조. 조상 때부터 인연을 맺었고, 그가 다시 학인들을 만나면서 인연을 맺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주역강독을 마무리하고 30명의 제자들에 대한 호송식을 하러 제주에 온 대산을 만났다. 동방문화진흥회 제주지부 소학당 강독실에서였다. 그가 가는 주역의 길에 잠시 들어서본다.
# 주역은 동양 최고의 철학이자 최고봉 "주역은 글자 그대로 '바꾸겠다'. 중국 주나라때 완성이 된 바꾸는 학문이죠. 밤낮이 바뀌고 일년 춘하추동 변화하는 가운데 미래가 오게 마련이죠. 변화하는 이치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주역을 알게 되면 미래를 알게 되지요. 곧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죠."
빠르고 명쾌하다. 그는 주역을 공부하지 않으면 코 앞도 잘 모르는데 공부하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인생을 살게 된다고 풀어놓는다. 정치하는 사람은 멀리 내다보면서 정치를 하게 되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생활을 깨닫게되고, 미래 대처 방법이 생긴다. 주역은 삶의 지혜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은 동양최고봉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래도 주역은 어렵다. 즉답이 돌아왔다. 한문이 어려운게 아니고, 심오한 이치를 아는게 어렵다는.
"주역은 5000년전부터 문자가 있기 전 그림으로 시작한 것이지요. 작대기로 그어 자연의 현상을 그걸로 표상을 해서 정치 경제수단으로 삼았다가 문자가 있은 뒤에 글로 그것을 표현한 것이지요. 삶의 변화속에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 아니겠어요? 옛날에 나온 주역이지만 지금처럼 물질문명 시대에 더 필요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것이 주역이요. 자연을 설명한 글이니까." 당연하다. 자연 없는 시대는 없다. 자연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대라면 주역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주역은 자연을 깨닫는 학문인 셈이다.
# 할아버지 무릎에서 배운 하늘천 따지
그 스승은 그에게 큰 산 노릇하라고 대산이란 호를 지어줬다. "큰 산 노릇 한다는게 겨우 전국 돌아다니면서 주역 강의 한 것이 전부지요." 바닥으로 내려앉는듯 선비의 미약한 미소가 흘렀다. 그는 제주도를 20년 전부터 드나들었다. 시중이라고 호를 지어준 제주대 변상용 교수와의 인연이란다. "시중선생이 학창시절에 서울서 주역 공부를 했고 제주도에서 교수하면서 주역 강의를 개설하게 됐죠."
# 이름은 주어지는 것, 호는 선택하는 것
그는 제자들에게 호를 지어줄때마다 시문도 지어준다. 그 시문도 5000수를 넘는다. 왜 호가 필요할까? 이름은 부모로부터 주어지는 것이고, 호는 선택하는 것이란다. "어르신들 이름은 함부로 부를 수 없지만 호는 자유롭게 불러요. 우리가 퇴계선생을 '황'하면 그렇지만 퇴계는 마음대로 부를 수 있지. 호를 짓는다는 것은 이렇게 살아라 하는 것. 호를 받은 후부터는 운명이 새로 개척될 것 아니오. 호받고 글받고 귀감으로 삼을 그런 좋은 염원도 받고 얼마나 좋아 이게. 여러 가지 이로움이지."
#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고루한 말이지만 사회라는 건 가정이 원동력이다. 가정이 바르면 다 되는 것. 가정이 바르지 못하면 사회도 바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를 보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사회도 참 인간 사회라고 하면서 인간 사회답지 않고, 나라도 나라답지 않고, 정치도 정치답지 않다고 개탄한다. "정신을 기본으로 하지 않으니까 그런거요. 어렵다고만할 게 아니라 옛날 글도 공부 좀 하고, 옛날 문화도 취하고 이러면서 정신적 지주를 확고히 하면서 문명을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겠소." 그래야 '착한사회'가 되고 바르게 된다는 것. 주역을 공부하면 마음과 정신이 안정되고, 정신적 지주가 생긴다는 대산. 그는 지금 다 컴퓨터다 영어 디지털이다 경쟁을 할 수밖에 없지만 옛날의 기본은 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 점치고 사주보는 것이 주역? 모르는 소리!
"사주보는 사람이 이게 주역이다 못하는거지. 모두 주역이 큰 글인줄은 다 알아. 사주 보는 사람들이 주역이다 하니까 주역을 하찮게 봐. 옛날에는 도서관이나 서고가 없으니까 책 사다 보는 것도 없고, 그저 재수있는 사람이 자기 조상에서 내려온 것을 공부했지. 그것 있으면 공부하고 선비노릇하고. 무슨 천문지리 의학서가 있어야지. 요새야 굉장히 많아. 책방에 가면 언제 다 사봐. 그것이 주역의 기본에서 나온거요. 주역 공부한 사람이 아는 것을 쓴 것이 천문학, 의서가 되고 분파되어 나간거요. 주역공부하면 그런 것 보기가 쉽지. 그것만 공부한 사람은 주역은 모르는 거지. 사주 보고 관상보고 무슨 점치고 하는게 다 주역에서 떨어져 나간거지."
# 자연의 미 쌓인 제주, 잘못되면 다른데도 소용없어
그의 요즘 관심은 물이다. 생명수인 물이 흐려지거나 탁해지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안면도에 가서 물에 관한 큰 행사를 했다. "오행에도 물을 제일 먼저 적거든. 오염이 되면 안되죠. 안면도, 여기 기가 안좋을 일이 있나싶었죠. 그래서 내가 바다에 띄울려고 가지고 갔었던 것을 안띄우고 그냥 갖고 왔어요. " 그 뒤에 기름 유출 사건이 있었다.
지금 살기는 좋아졌지만 차를 몰고 가면서도 사고나 나지 않을지 무슨 변괴가 나지는 않을지 늘 불안하게 여기는 세상이다. 그것은 정신이 피폐하기 때문이라는 대산. "모두가 서양의 물질문명은 받아들이고 동양의 도덕적이고 정신적이고 기본적인 문화라는 걸 망각해버렸어. 사람도 자꾸 먹기만 하고 비대해지기만하면 쓰러지지. 사회도 마찬가지. 물질문명만 팽배해져가지고 잘살게되면 어떻게 살겠소." 글·사진 허영선(시인/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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