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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16
S#1. 책방 골목 (낮) (15부 엔딩에 이어서)
도깨비 : 오늘 날이 좀 적당해서 하는 말인데.
은탁 : (보면)
도깨비 : 니가 계속 눈부셔서 하는 말인데.
은탁 : ? (보면)
도깨비 : 그 모든 첫사랑이 너였어서 하는 말인데.
은탁 : ?..
도깨비 : 또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되어줄래?
은탁 : !!!...
도깨비 : (따뜻하게 보면)
은탁 : (다가가 도깨비 얼굴 어루만진다)
도깨비 : (보면)
은탁 : (눈물 핑 돌아, 크게 끄덕끄덕하며) 네. 그럴게요. 쓸쓸한 이 남자의 신부가 될게요.
찬란한 이 남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신부가 될게요. 꼭, 그럴게요.
슬픈 청혼이고, 슬픈 화답이다.
도깨비, 은탁의 얼굴 따뜻하게 감싸고 은탁의 이마에 따뜻하게 입 맞춘다.
그러고 한 없이 깊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도깨비와 도깨비 신분데....
S#2. 옥탑/ 평상 (밤)
은탁, 빨간 목도리 하고 별 초롱한 밤하늘 올려다보고 있다.
은탁 : ...엄마. 저 시집가요. 잘 살게요. (잘잘하게 손 흔드는데)
그런 은탁 뒤 일각에, 처녀귀신과 귀신들 쪼그려 앉아서 그런 은탁 지켜보고 있다.
처녀귀신 : 도깨비 만났구나. 시집도 가는 구나. 잘 됐다. 힝.. 왜 내가 눈물이 나냐. (하는데)
은탁 : ! (홱 돌아보더니) 언니?
귀신들 : (!) 어?!
처녀귀신 : 너 우리 보여?
은탁 : 네. 와. 이게 얼마만이에요. (하는데)
처녀귀신 : (순간이동으로 확 와서 와락 안으며) 아우 기집애!!! 너 이제 우리 보이는구나!
은탁 : 깜짝이야! (처녀귀신 등 토닥) 잘들 지내셨어요?
처녀귀신 : 외로웠지 뭐. 나랑 같이 가자.. 도깨비보다 잘해줄게..
은탁 : 비켜 봐요. 저기 어디 소금이 한 가마니 있는데.
처녀귀신 : 아우 기집애 승질 그대론 거 봐. 결혼 축하해.
귀신들과 환하게 웃는 은탁이고... 그 위로, 딸랑! 저승 찻집의 풍경소리.
S#3. 저승의 찻집 (밤)
찻잔 두 개 놓여있고, 재벌과 그 차의 운전수 함께 왔다.
재벌, 고급 시계 고급 수트 등 번지르르하고 도도하다.
저승 : 마셔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운전수 : 감사합, (니다, 하며 찻잔 들려는데)
재벌 :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이야. 내 차 운전대 잡는 놈이랑 겸상이라니. 같은 걸 마시라니!
운전수 : ....
저승 : (매섭게 보며) 여기선 모두 같은 차 한 잔입니다.
재벌 : 무슨 개소리야. 죽은 것도 억울한데 평생 살아봐야 (손목의 시계) 시계 하나 값도 안 되는 인생이랑
이렇게 같은 취급을 하면,
저승 : (더 없이 매섭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선 모두 같은 차 한 잔이야.
당신의 그 시계는 이미 멈췄고 당신이 가진 그 어떤 것도 저 문을 넘진 못해.
재벌 : !!!...
저승 : 이승에서 힘 센 사람으로 잘 살았어? 하지만 저 문을 넘는 순간 알게 될 거야.
눈으로 지은 죄, 입으로 지은 죄, 손발로 지은 죄, 마음으로 지은 죄가, 얼마나 힘이 센지.
네놈을 지옥의 어느 바닥까지 끌어당기는지.
재벌 : !!!... (겁먹어 벌벌 떠는데...)
저승 : (매서운 눈길로 끝까지..)
S#4. 방송국/ 로비 (다음 날 낮)
도깨비, 은탁 기다리는 듯 서성이는데, 엘리베이터 열리고 반장 내리더니, 도깨비의 옆 스쳐지나간다.
도깨비, 반장 알아본다.
/(9부 18씬) 성적표 갖다 주러 온 반장과 마주쳤던 10년 전 모습.
도깨비, 다시 흘깃 반장 보는데, 반장의 미래 보인다.
>>인서트 플래시 포워드
라디오국에서, 은탁에게 또 소개팅 권하는 반장이다.
반장 : 너 소개팅 진짜 안 할래?
은탁 : 셰프 싫다니까.
반장 : 셰프 아니야. 이번엔 내 의뢰인. 재벌이야. 돈 많아. 잘생겼어. 결정적으로 어려. 연상 취향이래.
의뢰도 이상한 거 아니고 상속 관련해서. 어때?
/다시, 현재.
도깨비, 빡! “소개팅?” 반장 뒷모습 째려보며 손짓 틱, 하면,
반장 어깨의 핸드백 줄 툭, 끊어지며 바닥에 털썩!
“어!” 바닥에 떨어지며 핸드백 안의 내용물들 와르르.
반장, 정신없어 자기 발로 굴러 나온 팩트 화장품 밟아 우지끈! 깨진다. “악!”
연거푸 벌어진 일에 “아 뭐야. 새 건데. 아 왜 이래” 울상인 반장이고.
도깨비 : (흥! 복수하고) 여기서 기다릴 일이 아니네. (엘리베이터 향해 저벅저벅)
S#5. 방송국/ 라디오국 (낮)
은탁, 신인 가수가 놓고 간 CD 들어보려고 걸고 있는데, 일각의 소리 들린다.
작가E : 어떻게 오셨어요?
도깨비E : 지은탁 피디 남자친굽니다.
은탁 : ?!! (동시에, 홱 돌아보면 도깨비 딱 서 있다!)
일동 : (동시에) 헐!
도깨비 : 정확히는 결혼할 사입니다. 결혼식 이번 주말 어때?
일동 : 헐!
은탁 : 헐!
도깨비 : 아, 점심부터 먹을까? 나가자.
S#6. 설렁탕집 (낮)
한상 가득 차려져 있는 테이블에 도깨비와 은탁 나란히 앉아 있다.
은탁 : 누구 와요?
도깨비 : 덕화. 제대로 인사해야지.
은탁 : 아. 맞네. 많이 늙어서 못 알아보는 건 아니겠죠? (머리 귀 뒤로 막 넘기는데)
그때, 덕화 들어오며 “얼큰한 걸로 주세요.” 주문하고 맞은편에 앉다가,
덕화 : (은탁 한 번 보고, 식탁 한 번 보고) 뭐지? 이 격식 갖춘 진수성찬에 남녀가 나란히,
아 나 눈치 깠어! 눈치 깠어!
도깨비 : 그래. 결혼할 사이다.
은탁/덕화 : 헐!
도깨비 : (은탁 보며) 토요일이 나아 일요일이 나아?
은탁 : 대체 왜 그래요? 아까부터?
도깨비 : 그럼 점심 때가 나아 저녁 때가 나아?
덕화 : 난 일요일 저녁. 토요일은 불토라.
은탁 : 왜 그러시냐고요.
도깨비 : 몰라서 물어? 이래야 니가 소개팅을 안 하지. 재벌이랑. 잘생긴 재벌이랑. 결정적으로 연하 재벌이랑!
은탁 : (?) 그게 뭔 소리예요?
덕화 : 그 조건에 부합하는 건 국내에 나뿐인데? 걱정 마요. 제 스타일은 아니세요.
반갑습니다. 유덕화입니다. (명함 건네고)
은탁 : 아, 네. 말씀 많이 들었어요. 지은탁입니다. (명함 보고 도깨비에게 속닥) 오 팀장 됐어. 오~
덕화 : 지은탁이요? 그 오래된 편지 그 지은탁? 제 건물이랑 아시는 사이 그 지은탁?
은탁 : 오빤 여전히 모르는 게 많으시네요. (빙긋)
알바생 : 맛있게 드세요. (덕화 앞에 설렁탕 놓고 가고)
덕화 : 그럴게요. (하고 밥 말며) 근데 우리 삼촌이 뭔진 알고 결혼을...
은탁 : 도깨비요. 다들 아는 도깨비 하나씩은 있는 거 아닌가?
덕화 : 대박. 내 건물도 알고 삼촌도 알고... 뭐지? 왜 계속 나만 모르는 거 같지?
도깨비 : (덕화 숟가락에 김치 올려주며) 얼른 먹고 더 커. 크면 다 알게 돼.
은탁 : 나두. (하며 설렁탕 뜬 숟가락 내밀면)
도깨비 : (째려보다) 소개팅 하기만 해 아주? (하며 반찬 올려주고)
은탁 : 곧 유부년데 무슨. (하고 맛있게 먹고)
도깨비NA : 유부녀..라고 했다.. (발그레... 행복하고...)
은탁과 덕화는 “몇 살이에요?” “집 어디예요?” 등등 호구조사 중이고...
S#7. 덕화 본가/ 서재 (낮)
김비서와 덕화, 티타임 중이다.
덕화 : 삼촌 결혼한대요.
김비서 : 좋은 소식이네요.
덕화 : 네. 그래서 제가 삼촌보다 먼저 결혼하려고요.
김비서 : 그건 더 좋은 소식이구요.
덕화 : 그죠. 아이도 많이 키우고, 꼭 형제도 많이 만들어 줄 거예요.
김비서 : 그러면 더 바랄 게 없구요. 그런데 덕화군? 결혼은 혼자 못 합니다.
덕화 : 저 여자 많습니다.
김비서 : 그러니까요. 많으면 안 되거든요 그 문젠.
덕화 : 아.
김비서 :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신 분이 있었나요? 못 보면 눈물 나게 그리운 분이 있었나요?
저 사람을 대신해서는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신 분이 있었나요?
덕화 : 아. 아직. 그러시는 김대표님은 결혼 생각 없으세요?
김비서 : 네. 없습니다.
덕화 : 왜요?
김비서 : 이미 결혼해서 애가 셋이거든요. 그런 사람과 결혼 했구요.
덕화 : (??!!) 대박! 진짜요? 근데 나 왜 모르지?
김비서 : 제가 얘길 안 했으니까요.
덕화 : 왜 얘기 안 하셨어요?
김비서 : 안 물어보셨으니까요.
덕화 : !!!..
김비서 : 덕화군은 아직, 세상사에, 주변인에 관심이 없으시죠.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덕화군의 질문들을.
진짜 어른의 질문들을. 세상에 대해, 주변인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덕화 : (무언가 깨달음 있어, 뭉클하고)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부지런히.. 클게요. (눈빛 깊고)
김비서 : 네에. (따뜻하게 보는데...)
S#8. 은탁 차 안 (낮)
은탁 운전하고 있고, 도깨비 조수석 타 있다.
은탁 : 와 어떻게 내 동의도 없이, 와 어떻게 여기저기 다 커밍아웃을, (확 째려보면)
도깨비 : 앞에 봐 앞에. 왼쪽에 차, 차. (와이프 운전에 안절부절 하는 남편 모드인데)
은탁 : 왜. 불안해요?
도깨비 : 아니, 너 운전하는 거 보니까 진짜 어른 같, 차선 차선. 핸들을 꽉 좀,
은탁 : (빡!) 다 보고 있거든요?
도깨비 : 알지. 신기해서 그래 신기해서. 조수석 처음 타 봐서. 여기서 좌회전. 좌회전은 왼쪽 왼쪽.
은탁 : 아 진짜, 어디 가는데요!
S#9. 웨딩샵 (낮)
결혼식 예복 입은 도깨비, 누군가 기다린다. 문 열리고 심플한 웨딩드레스 입은 은탁 나온다.
도깨비 : (홀린 듯 보며) 엄청 예쁘네.
은탁 : (예쁘게 웃는데) 엄청 멋있네요 김신씨도.
도깨비 : 하루 이틀 일이 아닐 텐데.
은탁 : 하하. (웃고) 식은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해요. 신비롭게.
도깨비 : 음. (계속 예쁘게 보는데..)
그렇게, 서로를 더 없이 사랑스럽게 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서,
S#10. 시계점 (다른 날 낮)
/시계점 간판 보이고,
/매장 안의 은탁, 예물 시계 두 개 놓고 어떤 게 더 예쁠까 신중히 고민한다.
직원 : 선물하실 건가요?
은탁 : 예물 시계예요. (그 중 하나 가리키며) 손목이 예쁜 사람이니까 이걸로 할게요.
S#11.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밤)
도깨비 책상 위에 조심히 놓이는 시계함과 편지. 미소 짓고 나가는 은탁이다.
(시간경과)
시계함 위의 편지 집는 손, 도깨비다. 은탁의 편지 읽는데...
은탁NA : 함께 걸어갈 모든 길과, 함께 바라볼 모든 풍경과, 수줍게, 설레게, 묻고 답할 모든 질문과 대답들과,
그 모든 순간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신부가요^^
도깨비 : (뭉클해서, 미소 짓는데...)
DJ : (E) 그럼 음악 듣고,
S#12. 방송국/ 라디오국 (다른 날 낮)
DJ : (E) 청취자 사연 가지고 돌아올게요.
은탁 : (음악 트는데)
작가 : (혼잣말처럼) 뭐냐 이건. 주어도 없고 밤에 쓴 연애편지신가.
은탁 : 뭔데. 연애편지 좋아 난.
작가 : 그러시겠지. (사연 읊는다) “나의 망각이 나의 평안이라고 생각할 당신에게.”
은탁 : ! (의자 빙글 돌려 작가 모니터 본다)
작가 : “눈 마주친 순간 알았죠. (E) 당신도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은탁 : !! (써니임을 안다! 재킷, 가방 마구 챙기며) 이거 사연 채택해. 피디 권한이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나간다)
작가 : 야 지피디! (E) 야 이거 지금 생방이야!
DJ : (F) 부디 다음 생에서 우린,
S#13. 도깨비 차 안 (낮)
운전 중인 도깨비, 은탁의 방송 듣고 있는 중이었던 듯, 써니의 사연 듣고 만다.
DJ : (F) 기다림은 짧고 만남은 긴 인연으로... 핑계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얼굴로...
이 세상 단 하나 뿐인 간절한 이름으로...
도깨비 : !!!!.... (급히 우회전 하는데!!)
S#14. 도깨비 집/ 저승 방 (낮)
역시, 은탁의 방송 듣고 있었던 저승, 써니가 모든 걸 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알게 된다.
DJ : (F) 우연히 마주치면 달려가 인사하는 사이로... 언제나 정답인 사랑으로... 그렇게 만나지길 빌어요.
얼굴 봤으니 됐어요. 어쩌면 김우빈, 어쩌면 왕여인 당신...
저승 : (옷 챙겨 달려 나간다)
/ (책상위의 옥반지 보이고... 그 위로)
DJ : (F) 부디, 오래오래 잘 가요...
S#15. 옥탑/ 써니 집 앞 (낮)
은탁, 써니 찾아갔는데 새 집주인뿐이다.
은탁 : (!) 아예 건물을 파셨다구요? 이사만 가신 게 아니라?
집주인 : 네. 저번 주에. 아가씨 옥탑이죠. 아가씨 전세도 내가 끼고 계약했는데. 방송국 다니신다면서요.
은탁 : 아 네. 제가 지금 좀 급해서요. 나중에 뵐게요. (하고 계단 다다다 내려와)
/-1. 대문 앞
대문 나서다 멈칫하는 은탁.
보면, 대문 옆 우편함에 흰 봉투 하나 나와 있다. 귀퉁이에 ‘지은탁’ 세 글자 써져 있다.
설마.. 꺼내서 읽어보는데. 써니의 정갈한 글씨고.
써니NA : 알바생. 나 떠나. 잘 지내. 울지 말고. 뭐든 한입 크게 퍼먹고.
사고무탁하고 혈혈단신이었던 네게 나는 잠시나마 위로였길 바래.
똥고집 오라버니 잘 부탁해.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고. 안녕.
은탁 : (..!!!) 다.. 기억하고 계셨어. (눈물 뚝뚝 떨어지는데)
그때, 옥탑 앞에 도깨비 차, 끽- 멎고 도깨비 내리는데. 은탁의 울고 있는 모습 보고, 직감한다. 모든 걸..
은탁 : 사장님.. 떠나셨어요...
도깨비 : .... (그저 끄덕하면)
은탁 : 사장님은 다 기억하고 계셨어요. 홀로 그 기억을 지켰어요.
아무 기억 없는 저를 돌보고, 사라진 오라버니를 그리워하며,
그렇게 혼자 외롭게요. 근데 왜 떠나신 걸까요.
도깨비 : 용서할 수는... 없으니까.
은탁 : !!...
도깨비 : 이 생에선, 다신 안 보는 선택을 한 거야. 저승 그 자에게, 그보다 큰 벌은... 없을 테니까.
누이의 선택에, 가슴 아픈 도깨빈데...
S#16. 육교 위 (해질녘)
써니, 쓸쓸히 서 있다. 손엔 단출하게 보스턴 백 하나 들었다.
써니 : 딱 50만 세고 가야지. (또 지나가는 사람들 세고 있다) 47.. 48.. 49..
저승E : 1(일)..
써니 : !!!... (천천히 돌아보면)
저승 : (눈물 그렁해서.. 그런 써니 보고 서 있다...) 2..
써니 : (처음부터 다시 세는 저승의 마음 알겠어서, 눈물 핑 도는데...)
저승 : 3.. (흐흑, 굵은 울음 터지고)
써니 : 소식 안 전할 거예요. (눈물 툭툭)
저승 : ... (끄덕)
써니 : 이 생에서는... 다신 못 볼 거예요.
저승 : (흐흑, 끄덕..)
써니 : 한 번만 안아 봐도 될까요?
저승 : (보다가, 그런 써니 확 당겨 품에 꼭 안는다!!)
써니 : (꼭 안고) 잘 있어요...
저승 : (꼭 안고) 잘 가요...
그렇게 꼭 안고 작별하는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저승NA : 그렇게 우리는 이 생에서 작별을 고했다... 그녀의 소식이 들려온 건...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S#17. 도깨비 집/ 주방 (밤)
집 전체적으로 어두컴컴하다. 주방만 기본 조명 켜져 있어 밝은 편이다.
저승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울음소리 컴컴한 거실에 가득하고, 주방 쪽에선 도마소리 또각 또각 들린다.
울음소리 들으며, 묵묵히 채소를 썰고 다듬고 하는 도깨비의 모습이고...
S#18.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채소요리와 토끼 사과 든 쟁반 들고 선 도깨비.
저승, 족자 껴안고 그저 울고만 있고..
도깨비 : 내가 널 위해 이 상스러운 걸 만져봤는데. 좀 먹는 게 어때.
저승 : ... (그저 눈물만...)
도깨비 : 사과가 토끼인데도?
저승 : (픽, 울며 웃다가, 다시 눈물 떨구며) 써니씨가.. 떠났어.
도깨비 : (일각에 쟁반 놓고 마음 아프게 보면)
저승 : 그 여인은 참.. 끝까지.. 항상 잘 가.
도깨비 : (그저 보면)
저승 : (품에 안은 족자 보며) 너 그렇게 되고 어찌할지 몰라 내가 갖고 있었어.
돌려준다는 게 그만. 늦어서 미안. (족자 건네면)
도깨비 : 처음부터 내 것은 아니었지. 너의 한이고, 죄고, 그리움이었지.. 니가 갖는 게 맞는 거 같다.
저승 : ...그래도 될까?
도깨비 : 음. 이거 먹으면.
저승 : (울면서도 설핏 웃는데...)
도깨비 : 그리고 고마워.
저승 : ? (보면)
도깨비 : 위패 모신 그 절. 나 없는 9년 동안 니가 매년 촛불 밝혀줬다더라.
/ (위패와 그 앞에 일렁이는 촛불들 모습)
저승 : 그들을 기릴 자격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내 죄와 마주해 보려고...
도깨비 : ...누가 좀 얘기 해주면 좋겠다 우리한테. 그만 되었다.. 그만하면 되었다.. 하고.
저승 : ....
그렇게 둘은 또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려 하는 것이고...
S#19. 카페 (다른 날 낮)
한적한 카페. 저승과 여후배 마주 앉아 있다. 손님들 거의 없다.
여후배, 저승의 눈길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앉아 있다.
여후배 : 보자고 하셨다고... (눈치 보면)
저승 : 음. 너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주려고.
여후배 : (?!) 비밀..이요?
저승 : 전생에 큰 죄를 지으면 저승사자가 된다는데 그 죄가 무엇인지.
여후배 : !!!
저승 : 우리가 지은 큰 죄는, 스스로 생을 버린 죄야.
여후배 : !!!
저승 : 스스로 생을 버린 자들을 저승사자로 눈뜨게 해, 수많은 죽음을 인도하며,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존재로 살게 한 이유가 뭘까. 이름도 없는 자가, 기억도 없는 자가,
집도 필요하고 먹을 것도 필요하게 한 이유 말이야.
여후배 : ......
저승 : 그 질문들에 답을 찾다 어느 날 문득, 우리가 포기한 것들이, 이름이, 우리가 버린 생이,
갖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이 간절해지면, 우리의 벌이 끝나는 건 아닐까?
여후배 : !!...
저승 : 니가 나를 피하는 이유를 알아. 9년 전에 박중헌과 만났을 거란 짐작이 가거든.
여후배 : !!!
저승 : 그래서 넌 니가 누군지, 내가 누군지, 알았을 거야. 그래서 사과하고 싶었어.
여후배 : ?!!
저승 : 그렇게 너의 손을 빌려 죽음을 취해선 안됐었다. 후회한다. 그리고 용서를 빈다.
여후배 : !!!...
저승 : 그러니 다 잊어. 잊고 살아. 망자들의 마지막을 잘 배웅하며, 그렇게 속죄하며 살아.
그래서 마침내 너도 너를 용서하게 되길 바란다.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을 용서하여 생의 간절함을 깨닫는 것일 테니.
여후배 : 흑.. (괴로웠던 마음에, 울음 터지고..)
S#20. 옥탑/ 은탁 집 (밤)
은탁 : (식탁에 밥 차리며) 이모 식사하세요. (외투 챙기면)
이모 : 어디가 이 오밤중에.
은탁 : 국 식어요. 드세요. (하고 나가려는데)
이모 : 너 남자 만나냐? 하이고. 지 엄마처럼 미혼모나 안 돼야 할 텐데.
은탁 : 이모 말을 왜 꼭! (참고) 언제까지 있을 건데요. 잿밥 차릴 만큼 차렸잖아.
이모 귀신이에요. 오래 떠돌면 안 좋아요.
이모 : 이게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야 내가 이대로는 못 가지 억울해서!
그 통장만 있었어도 니가 그 통장만 안 빼돌렸어도 내가 길바닥에서 이렇게 안 됐어!
발악하는 이모의 나쁜 기운에, 와장창! 깨져 나가는 형광등.
은탁 : (악, 몸 웅크렸다가) 이모 진짜 왜 이래요. 진짜 죽어서까지 이래야겠어요?
이모 : 니가 요새 안 맞았더니 따박따박 말대답이다 그지? 어? (하며 손 확 치켜들면)
그때, 갑자기 나타나서 이모 팔 탁! 잡는 손. 보면, 처녀귀신이다.
처녀귀신 : 아줌마. 어디다 손을 대 지금. 내가 얼마나 아끼는 앤데! 손모가지 확 분질러 줘?
이모 : 넌 또 뭐야!! 뭐야 이 미친년은!
처녀귀신 : 까마득한 선배한테 미친년? 안 되겠다. 아줌마는 나랑 같이 가야겠다.
나랑 가자. 내가 외로워서 그래. 내가 또 나쁜년들이랑 궁합이 잘 맞거든.
이모 : (좀 깨갱하고) 놔. 이거 안 놔? 너 아는 년이야?
은탁 : 언니..!
처녀귀신 : 나 드디어 길동무 찾은 거 같애. 외로운 저승길에 아주 좋은 스파링 상대가 되겠어.
은탁 : 간다구요..?
처녀귀신 : 갈 때 됐지 뭐. 그동안 고마웠어. 도깨비랑 잘 살아 기집애야. 와 아줌마. 갑시다.
은탁 : 잠깐만요! 이모. 키워주셔서 고마워요. 다음 생에선 좋은 인연으로 만나요.
이모 : 웃기지마! 내가 널 왜 다시 만나! (E) 이거 안 놔?! 놔!!
이모, 발악하며 처녀귀신에 손 잡혀, 둘 다 검은 연기로 사라져버리고.. 깨진 형광등 조각들..
은탁, 하.. 이모와의 작별도 처녀귀신과의 작별도 마음이 아픈데...
S#21. 도깨비 집/ 거실 (다른 날 밤)
은탁, 거실로 들어온다. 저승, 빨래 개키다가 본다.
저승 : 어서 와.
은탁 : 여전히 혼자 하고 계시네요. 도깨비씨는요?
저승 : 몰라. 뭐 정화수 뜨러 간대나 뭐래나. 너 보잔 건 내가 보잔 거야. 줄 게 있어서.
은탁 : (!!!) 혹시.. 명부가 왔나요..?
저승 : (아.. 이걸 걱정하는 구나..) 아니야 그런 거.
은탁 : 아 아니구나. 놀래라.
저승 : 걱정 돼? 명부 올까봐?
은탁 : 걱정된다기 보단 궁금해요. 내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저승 : 니 운명엔 하도 변수가 많아서.
은탁 : 그니까요. 낙인도 없어졌고, 검도 뽑았고, 그래서 9년을 이렇게 탈 없이 살았고,
그치만 내가 기타누락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태어나지 못할 뻔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어도 봤고, 심지어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있는 분은 저승사자고,
저승 : !!...
은탁 : 무엇보다 인간은 언젠가 죽으니까요. 그래서 생이 더 아름다운 거고.
저승 : (씁쓸히 끄덕, 하면)
은탁 : 그래서 기억 돌아오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겠다.
오늘이 마지막이면 이 기억이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러니 매순간 죽어라 살고 사랑해야겠다. 그랬어요. (씩씩하게 웃는)
저승 : (보다가) 너의 생은 이미 아름다워. 알아둬.
은탁 : 히. (웃다) 아. 근데 줄 거 뭔데요?
저승 : 아. (하며 일각의 상자 하나 내민다)
은탁 : ? (열어보면, 예쁜 생화 화환 들어 있다) 우와.
저승 : 결혼 축하해. 도깨비 신부.
은탁 :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는데...)
S#22. 메밀밭 (다른 날 밤)
거짓말처럼 희고 커다란 달 떠 있다. 달빛에 메밀꽃 희게 빛난다.
그 달 아래, 정화수 한 그릇 떠 놓고 웨딩드레스와 예복 차림으로 마주 선 도깨비와 은탁.
도깨비 :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너의 모든 말에, 그게 뭐든, 나도.
은탁 :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당신의 모든 말에, 그게 뭐든, 나두요.
그렇게 사랑의 서약하며, 행복하게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이고...
S#23. 도깨비 집/ 주방 (밤)
도깨비와 은탁, 요리하고 있고, 김비서와 덕화 손님으로 식탁에 앉아 있다.
이미 음식들 몇가지 차려져 있다.
저승은 일각에서 샴페인 몇 병 놓고는,
저승 : 샴페인은 7도에서 9도 사이가 딱이지. (병 얼려 샴페인 병 차게 하고)
김비서 : !!! (눈 커지고!)
덕화 : 끝방삼초온..! (김비서 눈짓 막) 안 마셔도 취한 것 같네 나는?
도깨비 : (음식 들고 와 테이블에 놓으며) 벌써 취하면 어떡해.
(하더니 염력으로 냉장고 문 확 열어 숙취해소음료 휙- 날아오게 해 덕화 앞에 딱) 원샷.
김비서 : !!! (눈 더 커지고!)
덕화 : 삼촌까지 왜 이래! (어금니 꽉!)
은탁 : (음식 접시 식탁에 놓으며, 김비서에게) 괜찮으세요? 안색이 안 좋으세요.
김비서 : 예 괜찮습,
저승 : 7도로 맞췄어. (샴페인 잔 김비서 앞으로 휙- 당겨오며) 한 잔 하시겠어요?
김비서 : 네. 주시면, (이내 꼬르륵...)
도/저/은 : ???
덕화 : 아 진짜 조심들 좀 하자. 삼촌들 진짜 너무 부주의하고 천진난만해.
(음료 마시다 갸웃) 뭐지? 왜 이 말이 입에 짝 붙지?
김비서 : (그 사이에 정신 차리고 일어나 비몽사몽, 신랑신부 보며) 노래해.. 노래해.. (짝)
은탁 : (손사래) 어우 무슨 노래예요. 저 노래 못, (하는데)
도깨비 : (이미 노래 시작하고 있고..)
S#24.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침대에 서로 마주보고 누워 있는 도깨비와 은탁. 머리도 쓰다듬고, 얼굴도 쓰다듬고 행복한 밤이다.
은탁 : 졸립다.
도깨비 : 굿 나잇. 사랑한다.
은탁 : (히, 끄덕끄덕하며 행복하게 눈 감는데)
도깨비 : (역시 가만히 눈 감는다)
그렇게, 서로의 품에서 평온하게 잠드는 도깨비와 은탁의 모습에서,
DJ : (E) 마지막 곡입니다.
S#25. 방송국/ 라디오국 (다른 날 낮)
DJ : 모두 행복하세요.
은탁, 음악 틀면, 마지막 곡 흘러나온다.
다들 방송 정리하며,
작가 : 오~ 오늘 방송 진짜 약 빨았다. 시간 딱 맞추고 선곡 기가 막히고 청취자게시판 반응 좋고. 드물게 완벽해.
은탁 : 아 이럼 나 좀 우쭐한데? (가방 챙기며) 나는 그럼 게스트 미팅하고 바로 퇴근한다?
작가 : 오케이. 내일 봐.
S#26. 거리 (낮)
도깨비, 한손엔 은탁이 줄 꽃과, 한 손엔 시장 본 봉지 들고 걷고 있다.
더없이 행복한 신혼의 모습이다.
S#27. 사고현장 일각 (낮)
화면가득 [丙午년 庚子월 壬申일 김보람 7세, 교통사고사] 붉은 글씨 보인다.
저승과 민재, 명부 들고 대기 타는 중이고, 저승이 들고 있던 명부 뭉치(15장) 중 하나 열어 본 것이다.
저승 : (7세라는 글자에 마음 안 좋고)
민재 : 유치원 버스가 사고가 나나 봅니다. (자신의 한 장짜리 명부 열어보면,
[丙午년 庚子월 壬申일 박영훈 45세, 교통사고사]) 이쪽은 기산가 봅니다.
저승 : 이젠 이 일이 정말 벌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재 : (덩달아 쓸쓸히 있다, 그때 전화오고) 전화 좀 받겠습니다. (일각 가서 받고)
저승 : (물끄러미 아이의 명부만 내려다보고 있는데)
/-1. 은탁 차 안
차창에 팔 기대고 지루하게 운전하다가, 저만치에 페도라 쓰고 서 있는 누군가 본다.
은탁 : 어? 저승아저씨다. (창밖으로 손 내밀어 19살 때처럼 손 흔드는데)
/-2. 저승 쪽
저승 : (보면, 은탁의 차 스쳐가고 있다. 반사적으로 손 흔들어준다)
은탁의 차, 프레임 밖으로 나가면서,
길 건너편에 비껴 들어오는 노란색 유치원버스.. 길 건너편에 주차하고, 아이들 내리고 있다.
민재 : (오며) 선배님. 명부팀인데요 오늘 받은 명부 파기하랍니다. 아이들의 명운이 바뀌었답니다.
저승 : 그래? (하다, !!! 반사적으로 은탁 멀어진 쪽 보는데!)
민재 : (저승의 명부 열어보며) 대체 명운이 왜 바뀌었지? (명부 그저 흰색이다)
저승 : 명부가 오지 않는, 어떤 죽음 때문에.
민재 : 명부가 안 오는 죽음도 있습니까? 그게 뭡니까?
저승 : (마음속은 지옥인데..) 계산할 수 없는 죽음.
S#28. 은탁 차 안 + 밖 (낮)
저승E : ...희생.
그때, 도깨비에게 전화 온다. 핸즈프리로 받는 은탁.
도깨비F : 너 어디야. 왜 안 와 이 험한 세상에!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은탁 : 지금 오후 네 시고요, 저 미팅 가는 중이고요, 잠깐만요. 좌회전 좀 하고요.
도깨비F : 좌회전은 왼쪽이다.
은탁 : 아 진짜! (웃으며 좌회전 하려는데, 우측 창문으로 무언가!!)
보면 우측 언덕길에 세워져 있던 트럭,
브레이크 풀린 듯, 운전자도 없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내려오고 있다! 그 순간,
/방금 본 저승의 얼굴 스치면서,
은탁, 바로 왼쪽으로 핸들 꺾는데, 보면, 유치원버스에서 아이들 내리고 있다.
은탁 : !!!
도깨비F : 여보세요? 은탁아. 지은탁!
은탁, 다시 오른쪽 보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트럭!
다시 왼쪽 보면, 그제야 인지하고 애들 우왕좌왕, 선생님 비명 지르며 애들 챙기는 모습!
은탁 : 차가.. 유치원 버스가.. 애들이.. 내가.. 내가 피하면 저기 애기들이..
도깨비F : 뭐? 잘 안 들려. 무슨 일이야.
은탁 : 나 미쳤나봐... 나 뭐하는 거야 지금.. (하며 브레이크 꽉! 밟는 순간!)
쾅! 하며 은탁의 차 들이받는 트럭!! 유리파편, 사방으로 튀고..!!
그 순간 은탁,
/아침에 깨어났을 때 도깨비 품속이었던 은탁..
/아침 식사로 계란후라이 예쁘게 해냈던 은탁..
/생방 끝나고 “오늘 방송 완벽했어.” 만족하던 은탁..
은탁NA : 생각해보니 완벽한 하루였다.
깨어나 보니 그 사람의 품속이었고, 계란후라이도 완벽하게 해냈고, 만족스러운 생방송이었다.
그 모든 완벽함은 나를 이 순간에 데려다놓기 위함이었나 보다. 그러니까.. 늦지 말라고.
S#29.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꽃과 와인이 준비된 테이블 보이고, 그 앞의 도깨비.
다시 쾅! 쾅! 둔탁한 추돌소리!! 들려오자,
도깨비, 무언가 예감한 듯 “아!” 비명 지르며 핸드폰 놓치고 만다.
쨍- 하고 깨져 나가는 와인병.
그러다 정신 차리고, 다시 핸드폰 집어들고 뛰쳐나가며.
도깨비 : 여보세요? (E) 어디야. 지은탁 너 어디야!!
S#30. 은탁 차 안 (낮)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 찌그러진 차 속에서, 푸른 하늘 보는 은탁이고..
은탁NA : 1분 1초도 늦었음 안 됐던 거야. 이럴 운명이었던 거야..
/도깨비 : 굿 나잇. 사랑한다.
은탁 : (전화 연결돼 있는 도깨비에게) 나두요.. (희미하게 웃고, 천천히 감기는 눈에서... 눈물 한 줄기.. 툭...)
S#31.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텅 빈 방에, 피처럼 붉은 와인과 깨진 유리병 조각들..
저승E : 인간의 희생은..
S#32. 사고 일각 (낮)
민재와 저승, 사고 현장 보고 있다.
저승 : (눈물 툭, 툭) 신이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고, 내다 볼 수 조차 없겠지.
그건 그 순간의 본능이고, 온전히 한 인간의 선택이니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니까.
민재 : ...늦은.. 명부가.. (은탁의 명부 꼭 쥐고 있는데...) 왔습니다..
저승 : 지독히도 못된 신의 질문에, 지독히 슬픈 대답을 했구나 기타누락자.
S#33. 사고 현장 (낮)
찌그러져 피 흘러나오는 은탁의 차.
사이렌소리 울리고, 사람들 우왕좌왕이고, 누군가는 신고하고, 누군가는 촬영하고.. 흔한 교통사고 현장이다.
유치원 아이들 무사히 어른들 보호 받고 있고,
일각에서 은탁, 깨끗한 모습으로 철철 울며 웃으며, 무사한 아이들 모습 보는데..
저승E : 무인년 경신월 계해일 출생. 29세.
은탁 : (흐흑, 울며 돌아보면, 저승이다)
저승 : (죽을힘을 다해) 지은탁. 본인.. 맞으시죠?
은탁 : (끄덕하면)
저승 : (흐흑, 울음 터지고)
은탁 : 왜 이러지 하면서도.. 그러고 있더라구요.
저승 : (그저 끄덕하면)
은탁 : 저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아저씨. (슬프게 웃는데)
S#34. 버스 터미널 (밤)
아나운서F : 오늘 오후 도로변에 주차 된 트럭이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도로를 덮쳐 20대 여성 1명이 숨졌습니다.
아이들이 구조되는 모습입니다.
대합실에 틀어진 TV에서 은탁이 휘말린 추돌사고 뉴스에 나온다.
뉴스 화면, 찌그러진 은탁의 차 뒤로한 채 유치원 버스 아이들 무사한 모습이고..
사람들 TV, 핸드폰 등으로 뉴스 보며 웅성대고.
시민1 : 저 차가 앞에서 충격을 다 흡수했네.. 아 어떡해..
시민2 : 천사 아니었을까. 난 저런 사람들은 천사라고 믿어. 저 사람 아니었음..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테니까.
저마다의 시민들 위로, 찻집 풍경 소리 딸랑 딸랑 울리고..
S#35. 저승의 찻집 (밤)
은탁과 저승 마주 앉아 있다.
은탁 : (미소 지으며) 저승아저씨 일하시는 곳이 이렇게 생겼구나. 되게.. 좋네요.
저승 : (그저 보면)
은탁 : 아저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인간한테는 네 번의 생이 있다면서요. 저는 몇 번째 생이었어요?
저승 : (보면)
은탁 : 망자한테는, 말해줄 수 있지 않아요?
저승 : 너는, 첫 번째 생이었다.
은탁 : 다행이다. 세 번 남았다. (울컥 울음 나는데)
그때, 문 벌컥 열리고 도깨비 들어온다.
하. 은탁, 울음 터져 그런 도깨비 보고, 도깨비도 역시 하. 울음 터져 어찌할 줄을 모른다.
저승 : 차 내올게. 얘기 나눠. (눈물 감추며 일각으로 가면)
은탁 : (도깨비에게 가까이 가서 가만 가만 도깨비의 머리 쓰담쓰담 해준다)
도깨비 : (흐흑, 울음 더 터져서 어쩔 줄 모르는데)
은탁 : 내가 전에 한 말 기억해요? 남은 사람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가끔 울게는 되지만 또 많이 웃고 또 씩씩하게.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라고..
도깨비 : (눈물 툭툭 떨구다, 와락 은탁 당겨 안는다!)
은탁 : (그런 도깨비 같이 꼭 안는다)
도깨비 : 어떻게 이렇게... 너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
은탁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도깨비 : (흐흑, 울음 깊어지고)
은탁 : 나 봐 봐요. 얼굴 좀, 보여줘요. 네?
도깨비 : (어렵게 은탁 보면)
은탁 : 아저씨 내 소원 세 개 중 하나 안 들어준 거 있는데. 그거 지금 들어주면 안돼요?
도깨비 : 흐흑..
은탁 : 너무 오래 마음 아파하지 말고, 또 만나러 올 거니까 나 잘 기다리고,
비 너무 많이 내리게 하지 마시고요.. 사람들 불편하니까.
도깨비 : 하난데.. 왜 세 개 말해. (눈물 뚝뚝 떨구며..) 너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
은탁 : 잠깐만 없을게요. 약속할게요. 이번엔 내가 올게요. 내가 꼭 당신 찾아올게요.
다음 생엔 꼭 생명 가득하게 태어나서 오래오래 당신 곁에 있을게요.
그렇게 해달라고 제가 저 위에 가서 졸라볼게요.
도깨비 : 흐흑.. (그저 울음만...)
저승 : (차 들고 일각에 서서 보는데)
은탁 : 모두가 다 떠났을 때 이 사람 좀 들여다봐주세요.
저승 : (끄덕, 하고, 차 한 잔 내민다) 망각의 차예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 줍니다.
은탁 : 차는. 안 마실게요. 나 이제 가야할 거 같은데.
도깨비 : (쳐다도 못보고 그저 울음만)
은탁 : (그런 도깨비 얼굴 만지며) 빨리 가야 빨리 오지. 막 뛰어갔다가 올 때도 막 뛰어올게요.
도깨비 : 꼭 와. 꼭 와야 해. 백년이 걸려도, 이백년이 걸려도 꼭. 기다릴 테니까 꼭.
은탁 : (끄덕끄덕하고,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간다)
문을 열면 환히 빛나는 밖이다.
은탁, 뒤돌아 손 흔들고.
은탁 : 이따가 또 만나요.
은탁, 그렇게 문을 나서는데...
도깨비,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지켜보는 저승도 지옥인데....
S#36. 도깨비 집/ 거실 → omit
S#37.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다른 날 낮)
은탁의 묘비명 쓰며 슬피 우는 도깨비.
[사랑하고 사랑 받은 도깨비 신부, 여기에 잠들다.]
S#38. 바닷가 (다른 날 낮)
묘비명 쓴 종이 도깨비불로 태워주는 도깨비. 푸른 불꽃으로 타오르는 종이, 쓸쓸하게 보는데..
S#39. 도깨비 집/ 거실 (다른 날 낮)
낮임에도 적막하고 어두운 거실.
도깨비의 흐느끼는 소리만이 오래오래 들릴 뿐이다. 누구도 달랠 수 없는 깊은 울음이다.
저승, 그 울음소리 그저 듣고 있을 뿐이고.. 이내 눈물처럼 창 때리는 빗소리고..
저승NA : 그날 기타누락자는 누군가의 눈물 속을, 영영 걸어갔다.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이 빗물에 쓸려 내려갔다. 아주 긴, 우기였다..
S#40. 도깨비 집/ 테라스 (다른 날 낮)
저승, 비 내리는 창밖 보고 있고..
일각의 빨래 건조대의 흰 수건들 사이, 은탁의 빨간 목소리 걸려있고...
저승NA : 기타누락자는 수호신이 사라진 이 세상에, 수호신을 다시 소환해 남겨두고 떠났다.
더없이 쓸쓸하고 찬란한 수호신을...
S#41. 분식집 (다른 날 낮)
분식집 처마에 빗물 뚝뚝 떨어지고 있고..
삼신 : (비 떨어지는 하늘 보며) 지 엄마 만났겠네..
떡볶이 팔고 있는 삼신이고, 그 앞에 서서 떡볶이 사먹고 있는 고1짜리 여고생 둘.
부하1의 딸과 친구다. 14부에서 부하1이 삼신에게 산 머리핀 꽂고 있다.
친구 : 너 그 삔 뭐냐? 설마 니 돈 주고 샀냐?
딸 : 나 아니야. 우리 아빠 취향이야.
친구 : 그럼 니네 아빠 볼 때나 해. 왜 밖에까지 하고 다녀.
딸 : 난 아빠가 볼 때나 안 볼 때나 우리 아빠 사랑하니까 상관 말고 닥쳐줄래?
친구 : 아 나는 삔 사줄 아빠도 없어서 모르겠다 그래.
딸 : (!) 예능을 왜 다큐로 받아. (괜히 무안해서) 뭘 봐요 아줌마. (위악 부리면)
삼신 : (움찔) 요즘 애들 무서워.
딸 : 뭐래.
삼신 : 아가. 그 맘 때 다 그러는 거 알지만, 그 맘 때 꼭 안 그래도 된단다.
그저 니들이 예뻐서, 어찌 저리 예쁠까 본 거야.
아이들 : (이유도 모르게 뭉클하고, 수줍게 입 삐죽) ...죄송합니다.
삼신 : 어묵 더 줄까? (흐뭇하게 웃어주고)
S#42. 책방 골목 (낮, 밤/ 현재-30년의 시간 흘러가는)
은탁의 유품인 빨간 목도리 하고 은탁과 걷던 책방 골목 홀로 걷는 도깨비.
은탁과 같이 걸었던 모습들 떠오르고...
/(6부 45-9씬) 눈물 흘리며 서로가 서로를 쓰담쓰담했던 모습..
/(7부 14씬) 수능 날, 은탁의 손목 잡고 열린 문 향해 뛰던 행복했던 순간..
/(11부 43씬) 은탁의 소환에 속도 없이 행복해서 활짝 꽃 피웠던 어느 날..
마치 은탁이 아직도 옆에 있는 듯 하고... 은탁과 걸었던 곳들 지나가는데..
도깨비가 지나가는 자리들 시간 튀어 변하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노란 책방 건물이 허물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서고, 새 건물의 간판이 바뀌고..
그렇게 세월은 흘러, <30년 후> 자막.
S#43. 육교 위 (다른 날 낮)
<철거예정. 우회 바랍니다. 공사기간 : 2056년 10월 2일~10일 -용산구 교통행정과->
철거 예정이라는 안내판 붙어있고.. 테이프 등으로 막아놓은 육교 안 쪽,
저승 홀로 모자 쓴 채로 육교 일각에 서 있다. 써니가 기대 서있던 바로 그 자리다.
써니가 기댔던 그대로 서서 멀리 어딘가 그립게 바라보는 저승이고...
S#44. 카페 (낮)
민재 : (명부 내밀고) 마지막 명붑니다. 긴 벌이 끝나셨습니다.
저승 : (명부 받아들고) 한 장인가.
민재 : 네.
저승 : 드디어 이 긴 벌의 마침표네.
민재 : 축하드립니다.. 편안히 가십시오.
저승 : (천천히 고개 끄덕) 신세 많이 졌다. 고마웠다.
민재 : (눈물 억지로 참는데..)
S#45.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방 정리하는 저승.
/책꽂이에 꽂혀있던 수많은 종이들 빈 박스에 담고,
/걸려있는 출근복도 괜히 주름을 따라 한번 만져보고, 모자 테도 슥 쓸어보다가..
저승 : 이제 드라이 할 일 없겠네.
빈 박스 가지런히 쌓여있는 저승의 방.
저승, 가만히 앉아서 방 둘러보다가 마지막 명부를 드디어 펼쳐본다.
근데 명부의 이름, 김선이다!! [金善 丙子年 戊戌月 乙未日 08시 02분 病死]
저승 : (눈물 핑 돌아...) 소식 안 전할 거라더니. ...소식이 왔네요.
S#46. 도깨비 집/ 거실 (다른 날 밤)
저승, 출근복 차림으로 나온다.
도깨비, 저승 나오길 기다리고 서 있다가 저승 본다..
저승 : 마지막 출근이야.
도깨비 : 잘 가고..
저승 : 잘 있고..
도깨비 : 어느 시간 속, 어떤 모습이든, 행복하고.
저승 : 그동안 잘 살았어. 비 내리게 하지 말고..
도깨비 : 걱정 마. 이별은 내 오랜 업이라. (하면서도 눈가 붉어지고...)
저승 : (역시 붉어져서...) 빨래 탈수 다 되면 좀 널고.
도깨비 : (픽, 끄덕..)
저승 : 다 널고 나면.. 찻집으로 와. 규칙을 한 번 더 어겨볼까 해. 어차피 가는 마당에.
도깨비 : ..?!
S#47. 저승의 찻집 밖 + 안 (밤)
/어떤 할머니(60대 중후반)의 뒷모습 보이고, 딸랑, 소리와 함께 찻집으로 들어서는데..
/들어서는 순간 변하는 할머니의 모습, 바로 써니다.
망자와 사자로 다시 만난 저승과 써니, 한참을 바라보는데..
Cut to. 마주 앉은 저승과 써니.
써니 : 하나도 안 늙었네요. 여전히 잘생겼고.
저승 : (아프게 웃으면)
써니 : 잘 지냈나요?
저승 : 소식 안 전한다더니.
써니 : 깜빡한 거죠. 내가 만난 남자가 저승사자란 걸. 이 소식이 이리로 갈 줄 알았나.
저승 : ..보고 싶었어요.
써니 : 그럴 줄 알았어요. (눈물 핑 돌아 웃는데)
저승 : (써니의 손 꼭 잡더니, 주머니에서 옥반지 꺼내 제대로 끼워준다)
써니 : ..!!!
저승 : 제대로 한번은 끼워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못되게 끼워서, 미안했어요.
써니 : 많이.. 보고 싶었어요...
저승 : 그럴 줄 알았어요.
서로 바라보며 웃는데...
저승 : 써니씨가 제가 인도하는 마지막 망자입니다.
써니 : 그렇군요. 그럼 그 다음엔요. 우리는 어떻게 되나요. 이렇게 해피엔딩인가요 우리? (슬프게 웃으면)
저승 : 써니씨는, 세 번째 생이군요.
써니 : 당신은요?
저승 : 글쎄요.
써니 :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 거군요.
저승 : (아프게 보다가) 당신의 오라버니가 와 있어요. 밖에.
써니, 돌아보면, 창문 안으로 프레임 인 되는 얼굴, 찻집 밖의 도깨비다.
도깨비 : ..오라비는 여전히 안중에도 없고.
써니 : (웃고) 이렇게나마 얼굴 뵙고 갈 수 있어서 마음이 좋네요.
도깨비 : 내가 벗을 잘 사귄 덕이다.
써니 : 오라버니 두고 먼저 가서, 죄송해요.. 건강하세요 오라버니. 언젠가 또.. 만나요.
도깨비 : 행복해라. 우리 못난이.
도깨비와도 작별하고.. 저승과 써니, 반지 낀 손 꼭 맞잡고 문을 향해 간다.
그대로 문을 열고 둘이 손 잡은 채로 비로소 마주보고 웃으며 계단 오르는데..
도깨비, 눈물 삼키며 창밖에 서 있고...
S#48. 메밀밭 (구 5부 그림 여기로) (다른 날 밤)
은탁도, 저승도, 써니도.. 모두 떠난 어느 날,
메밀밭 거니는 도깨비..
도깨비NA : 나의 누이도, 나의 벗도, 나의 신부도... 떠났다.
그리고 여전히 난 이렇게 홀로 남겨져 있다.
S#49. 공원 벤치 (다른 날 낮)
벤치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있는 도깨비.. 옆에 어떤 남자 와 앉는다.
군데군데 기름때 먹은 바지와 셔츠, 주머니에 구겨져있는 장갑. 딱 봐도 행색이 노동자다.
편의점 샌드위치 뜯어서 두 개 중 하나 먹다가, 옆에 앉은 도깨비를 힐끗 보는 남자..
남자 : (남은 샌드위치 하나 건네며) 힘내요.
도깨비 : (?? 해서 보면)
남자 : 샌드위치가 왜 두 갠지 알아요? 하나씩 나눠먹으라고 두 개예요. 사양 말고 받아요.
이 넓은 세상에 우리 써줄 곳 하나 없겠어요?
도깨비 : (받고)
남자 : 나이도 젊은 양반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렇지만 힘냅시다. 늦게 빛나는 인생도 있지 않겠어요? (웃어 보인다)
도깨비 : (그 순간 무언가 깨달아진다...!)
남자 : (우걱, 샌드위치 먹는다)
도깨비NA : (남자처럼 한입 우걱 먹는다)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남자 : 그럼 먼저 갑니다. (일어나서 가는데)
도깨비 : 이보게 김서방.
남자 : (김서방? 돌아보면)
도깨비 : 그리 말고 (가리키며) 이리 가게. 자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걸세.
샌드위치 값일세. (웃어주고)
남자 : (영문 몰라 도깨비가 가리키는 쪽 봤다, 도깨비 보는데)
S#50. 공원 일각 (낮)
남자, 공원 빠져 나가는데, 저 앞에 퍼져있는 차 보인다.
운전수는 차 안에서 차 시동 걸고 있고,
머리 희끗한 김비서(70대 초반), 나와서 차 보닛 열어 들여다보고 있다.
운전수 : (50대 초, 고개 빼고) 회장님이 보시면 뭐 아십니까?
김비서 : 네에. 일단 고장이 났다는 걸 알겠네요.
남자, 보다가 다가와서..
남자 : 제가 한번 봐드릴까요?
김비서 : 보면 아십니까?
남자 : 제가 기름밥 한 20년 됩니다. (하며 주머니에서 장갑 꺼내 끼고 뭔가 뚝딱뚝딱 만지며)
보험회사 연락하시면 빠르신데 왜 이러고 계세요.
김비서 : 아. (운전기사에게) 보험회사 연락 했어요?
운전수 : 아. 회장님이 본네트 여시는 통에 정신이 팔려서. 바로 해보겠습니다.
김비서 : (남자 보더니) 아마도 새로운 인연을 만날려고 그랬나 봅니다.
남자 : (계속 무언가 만지며) 인연이요? 낭만적이십니다 어르신.
김비서 : 네에. 좀 그런 편이죠. (남자 마음에 드는 눈빛으로 보는데)
S#51. 도깨비 집/ 거실 (낮-밤)
도깨비, 집으로 들어오는데 덕화(60대 초반), 손자(6살) 손잡고 서 있다.
덕화 : 요번에 미국서 온 손주놈입니다. 아예 들어왔습니다. 인사 올리거라.
손자 : (‘유성재’ 유치원 명찰 보이고) 누구야, 할아버지?
도깨비 : (한쪽 무릎 꿇어 앉아 손자와 눈 맞추고) 나는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손자가 될 사람이다. 잘 부탁한다.
손자, 아무것도 모르고 덕화 다리에 찰싹 들러붙는데.
덕화, 옛날 생각나는 듯 그런 손자 보며 허허 웃고.. 도깨비도 웃고..
덕화, 웃는 모습 그대로 하얗게 사라지고...
손자 서 있던 자리에, 30대 중반의 손자가 마치 덕화가 그랬던 것처럼 서 있다.
손자 : (여권과 서류철 건네며) 삼촌. 프라하에 마련된 거처예요. 여권이랑.
도깨비 : (끄덕)
손자 : 근데요 삼촌. 그 기다린다는 분은, 언제 와요?
도깨비 : 그러게 말이다. 늦는구나. 이리 기다리는데.. (쓸쓸한 눈빛이고...)
(시간경과)
오래전 거실의 모든 가구에 씌워져 있던 흰천을 벗겼지만 이젠 반대로 거실의 모든 가구에 흰 천 씌워진다.
그렇게 떠날 준비를 끝내곤 보스턴 백 하나 들고 현관을 나서는 도깨비. 거짓말처럼 텅 비어 적막한 거실이고..
S#52. 거리 (다음 날 새벽)
보스턴 백 하나 들고 새벽거리 걷는 도깨비. 그러다 저 멀리 준비 중인 촬영팀 발견하는데.
대수롭잖게 흘긋 보던 도깨비.. 그 안에서, 저승과 써니의 얼굴을 한 남녀를 본다!
써니, 여전히 화려한 모습의 여배우이고, 저승, 조금 거친 차림이다.
도깨비, 하... 이 기적 같은 만남에 탄식 같기도 감탄 같기도 한 한숨 뱉는데..
>>인서트 플래시 백
/왕여와 김선 이름 쓰여진 종이 매달고 날아가던 등불...
도깨비NA : 그 날 등불을 올리며 나는,
/다시, 현재.
환생한 저승과 써니 보며,
도깨비NA : 먼 생의 나의 누이와.. 먼 생의 나의 주군이.. 내세에서 다시 만나길..
다시 만난 그 생에선 부디... 행복하길.. 빌었었다.
써니와 저승의 모습에, 눈물 핑 돌아 보다가 웃으며 뚜벅 뚜벅 스쳐가는 도깨비고...
S#53. 드라마 촬영장 (낮)
화려한 차림의 써니 또각또각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팔 확 잡아 꺾어 올린다.
그리고는 그대로 수갑을 채우는 남자, 저승이다.
써니 : 아악! 뭐니 이거?
저승 : 범인을 제압할 땐 단번에. 수갑을 채울 땐 가차없이. 미란다 원칙 고지는 정확하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써니 : 뭐냐고 물었잖아요! 내 말이 어려워요?
저승 : 범인 체포하는 장면 시범 보여달라고 하셨잖아요.
써니 : 아니 그걸 나한테 보여달랬지 나한테 하랬어요? 범인 저깄잖아요 저기! (한쪽 손으로 가리키면)
범인역할의 여자 스턴트, 뻘쭘하게 보고 있고.
화면 넓어지면 조명기구, 촬영장비들 분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촬영 현장이다.
저승 : 아. 범인이 이쪽이에요? 너무 범인 같으셔서. (수갑 풀고 팔 휙 놔주면)
써니 : (손목 만지며) 딱 봐도 형사 아닌가, 내가?
저승 : 딱 봐도 다시 봐도 계속 봐도 범인 같으신데.
써니 : 이 사람이 진짜! 내가 어디가 범인 같은데. 내가 뭐 당신 마음이라도 훔쳤어요?
저승 : 너무 도박판에 있는 마담 같으신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면, 써니 귀걸이 주렁주렁에 하이힐에 손톱 네일아트 막 화려하다.
써니 : 딱 마담이니까 내가! 내가 지금 언더커버잖아요. (발음 굴리며) 언더커버.
이게 지금 2016년 배경 시대극이라, 아 됐고, 감독님, 이 사람 뭐예요? 뭔데 이래 나한테?
감독 : 아 내가 인사를 안 시켰네. 우리 자문해주시는 강력계 형사님이셔.
저승 : (손 딱 내밀어 악수 청하며) 강남서 강력계 이혁입니다.
써니 : (혼잣말처럼 다 듣게) 혁이래.. 대박..
저승 : 다 들려요.
S#54. 여인숙 (다른 날 밤)
여인숙 카운터에 서 있는 저승과 써니. 써니, 선글라스 쓴 채다.
써니 : 아니, 오해는 하지 마시구요. 제가 배운데요, 여기 로케를 왔는데 스태프가 방을 안 잡아놔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어쩔 수 없이. (저승 팔꿈치로 툭 치면)
저승 : ..스타일리스틉니다.
주인 :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써니 : 참 동서양을 막론하고 항상 방이 어떻게 이렇게 하나밖에 없는지.
어쩔 수 없네. 그 방 줘요. (역시 팔꿈치로 툭 치면)
저승 : (픽) 빨리 주세요.
써니 : 어차피 나가봐야 다리만 아프고.. 다리 아프면 다리 굵어지고.. 잠도 빨리 자야 내일 피부도 안정되고,
아니, 무슨 여배우 방을 안 잡아놔.
주인 : 안 물었구요. 여기 키요.
써니 : (냉큼 받고) 앞장서요. 스타일리스트.
키 받고 가는데, 뒤로 또 다른 남녀 커플 들어와 “방 있어요? 두 개?” 물으면,
“어떡하나 하나밖에 없는데..” 하는 주인.
저승/써니 : (띵! 얼음 됐는데)
써니 : 못 들은 척 해요. (하며 저승의 팔 끌고 가면)
저승 : 안 들렸어요. (하더니 써니 손 내려 탁 잡고 간다)
써니 : (어머, 하며 좋아라 따라 걷고)
S#55. 카페 (다른 날 낮)
마주 보고 앉아있는 써니와 저승.
써니 : 그래서 우리 뭐예요.
저승 : 뭐가요.
써니 : 아니 뭐 사귀자 만나자 좋아한다 이런 거 언제 할 거냐구요. 안 할 거냐구!
저승 : 내가 먼저 해야 합니까?
써니 : 그럼 내가 먼저 해요? 나 명색이 여배운데? 먼저 좋아한 것도 약 오르는데?
저승 : 누가 그래요. 그쪽이 먼저 좋아했다고.
써니 : 다 그래요 내가 먼저 좋아했다고! 아니에요?
저승 : 아니에요.
써니 : 뭐가요?
저승 : 내가 먼저 좋아했다구요. 이게 내 진술, 아니 진심입니다.
써니 : 하 참나. 좀만 늦었어도 내가 먼저 좋아할 뻔 했잖아요! 손 좀 내밀어 봐요.
저승 : ? (해서 손 내밀면)
써니 : (팔찌 꺼내서 매주고)
저승 : 뭡니까?
써니 : 수갑 같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내 마음 훔쳤으니까. 여기 사자 보이죠? 별명이 강력계 저승사자라며.
저승 : 이거 뇌물 아닙니까?
써니 : (손목 들면, 같은 팔찌 이미 차고 있다) 체포해가시든가. 그럼.
새 생에서 새로운 인연으로 시작하는 써니와 저승의 행복한 한때인데...
S#56. 캐나다 전경 인서트 (다른 날 낮)
S#57. 캐나다/ 호텔 (다른 날 낮)
그리하여 또 시간은 수십 년이 흐른 후..
덕화의 손자, 어느덧 머리 위에 하얗게 서리 내린 85세의 노인의 모습이다.
도깨비, 겉옷 챙겨들고 나갈 채비하는데.
손자 : 어디 나가십니까, 나으리.
도깨비 : 산책이나 좀 할까하여.
손자 : 저기 큰 길 쪽은 피하십시오. 한국에서 학생들이 여행을 와 좀 시끄럽습니다.
도깨비 : (끄덕) 다녀오겠네.
S#58. 캐나다/ 평원 (해질녘)
탁 트인 초록이 무성한 평원.
자연풍경은 그대로지만, 시간에 풍화되고 더욱 낡아진 묘비들 보인다.
김신의 묘비 또한 세월 비껴가지 못하고 모서리 마모되고 깎여나갔다.
김신의 흑백사진은 이제 흔적만 겨우 남았다.
그런 자신의 묘비에 기대 책 보고 있는 도깨비.
책장 넘기는 손목엔 은탁에게 예물로 받은 손때 묻은 시계 차고 있다.
그러다 문득 고개 들어 보면, 붉은 노을 장관이다.
그때 누군가의 입, 민들레 홀씨 후~ 분다. 하늘하늘 날리는 홀씨 사이로 도깨비의 모습 보이고..
시간을 어루만지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눈 뜨는 도깨비 뒤로 언젠가처럼 민들레 홀씨 날아온다.
풀밭에 드리운 한 그림자 위에도 떨어지는 홀씨. 보면, 교복 입은 은탁이다.
인간에게 있는 네 번의 삶 중,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환생한 은탁인 것이다.
은탁 : (도깨비 뒷모습 보고, 미소) 찾았다..
운명에 이끌려 다시 도깨비 만나러 온 은탁. 옮기는 걸음걸음에 설렘과 떨림 묻어난다.
도깨비 향하는 은탁의 걸음걸음 위로,
도깨비E :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딨겠어.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 어딨고.
은탁 : (가만히) ..난 있다에 한 표.
도깨비E : 어디에 한 푠데. 슬픔이야, 사랑이야.
은탁 : ..슬픈 사랑..
천천히 도깨비 향해 가는 은탁..
홀린 듯 천천히 돌아보는 도깨비.. 은탁 발견한다.
하루를 천 년처럼 기다린 이를 확인한 도깨비, 환하게 웃는데 눈가엔 눈물 핑 돈다.
그런 도깨비 향해 역시 눈물 핑 돌아 다가오는 은탁..
자리 털고 일어나 자신을 향해 오는 은탁 다정한 눈빛으로 기다리는 도깨비..
드디어 바로 앞까지 와 마주 선 두 사람이고..
은탁 : (벅차게 보면)
도깨비 : (눈물 그렁하다)
은탁 : (보다가, 웃는데 역시 눈물 툭..) 아저씨.
도깨비 : (보는)
은탁 : 나.. 누군지 알아요?
도깨비 : (눈물 툭, 떨어진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
더없이 환하게 웃는 은탁과, 그런 은탁 사랑스럽게 보는 김신..
은탁 : 이번 생에서 제 이름은 박소민입니다.
도깨비 : 나는 여전히 김신이다.
신이 포옹해주듯 따뜻한 노을 안에 감싸인 채 하염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영원불멸 슬픈 사랑에서.. 16부 엔딩!!!
첫댓글 감사합니다. 진짜~ 진짜 잘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