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기 거친후 시장 유통... 아직까지 위험성 보고된 적 없어
‘방사선 조사된 보석은 인체에 안전한가요?’ 방사선은 여러 산업 분야에 활용된다. 더 나아가 방사선을 이용해 보석의 색을 보다 아름답게 바꾸기도 한다.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방사선에 대해서는 관련기관에서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말로 안전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주얼리 업계에 종사하는 우리는 혹시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은 없는가?
현대 산업에서 필수적인 존재 방사선은 현대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정유회사나 의약품 공장과 같은 수많은 공장에서 최적의 공정조건을 결정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식품의 병원균, 기생충 및 해충 제거를 포함하여 병원에서 환자의 암세포 치료, 항공기 용접부위의 정밀한 검사, 철도의 레일 응력 측정, 우주탐사 및 우주비행의 연료, 화력 발전소의 오염 물질 제거 및 축산 폐수의 정화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천연 보석에 방사선을 조사하여 보석에 아름다운 색을 띠게 함으로써 보석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방사선이 이용되고 있다. 방사선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 많은 사람들은 방사선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방사선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갖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야기된 참혹한 광경과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때 발생한 인명 피해와 환경 파괴의 재앙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방사선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인간에 의해 새로 발명된 것이 아니다. 방사선은 지구의 생성과 함께 존재해 왔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공기나 물같이 이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필수요건 가운데 하나인 태양과 공기, 땅뿐만 아니라 음식물에서도 방사선이 방출된다. 그렇다면 방사선은 안전한가? 방사선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측정할 때는 시버트(Sievert, Sv)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1밀리시버트(mSv)는 보통 사람들이 1년간 쐴 수 있는 방사선량의 법적 허용치로, 이 정도는 한꺼번에 쐬어도 아무 영향이 없다. 브라질의 가리바리(Guarapari)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1년 동안에 10mSv의 자연 방사선을 쐬지만 모두 건강하게 생활한다고 한다.(브라질의 가리바리 지역은 대서양에서 방사능을 띤 모래가 흘러와 자연 방사선이 높은 지역으로 유명하다.) 중금속은 인체에 들어오면 축적되지만, 인체에 접촉한 방사선은 축적되지 않고 통과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미량의 방사선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방사선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시에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면역체계가 파괴될 수 있다.
방사선과 방사능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핵을 살펴보면 양의 전기를 띤 양자라고 하는 알맹이와 전기를 가지지 않은 중성자라는 알맹이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서로 얽혀 있다. 그래서 원자는 양자, 중성자, 전자가 서로 잘 조화를 이루어야 안정된 모양을 유지하게 된다. 만약에 이 조화가 깨지면 원자가 불안정해지는데 불안정한 원자는 과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이 남는 에너지를 원자 밖으로 분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과도한 에너지를 가진 원자가 잉여 에너지를 방출할 때 나오는 것이 바로 방사선이다. 우라늄(U)이나 토륨(Th) 같은 것들로 이러한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물질들이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방사능이라고 한다. 천연 보석에도 자연적으로 방사능을 띤 보석이 존재하며, 보석의 색을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천연 보석에 인위적으로 방사선을 쬐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강한 의구심이 생겨난다. 과연 자연적으로 방사능을 가진 천연 보석 또는 인위적으로 방사선 처리된 보석을 착용하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자연적으로 방사능을 가진 천연 보석 천연 보석 중에는 방사능을 가진 원소인 우라늄, 토륨 등을 성분으로 하는 보석들이 존재한다. 토륨을 함유하고 있는 보석으로는 아파타이트, 모자나이트 등이 있으며, 우라늄을 함유하고 있는 보석에는 지르콘, 오투나이트 등이 있고, 토륨과 우라늄을 지닌 보석에는 에카나이트, 토리아나이트, 퍼거소나이트 등이다. 이 중에 방사능 원소를 미량원소로 포함하는 지르콘과 아파타이트 등은 극히 미량의 방사선 밖에 발하지 않기에 인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방사능 원소가 주성분인 에카나이트와 토리아나이트는 비교적 강한 방사능을 띠기 때문에 장시간 직접 착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방사선 조사된 천연 보석 인위적으로 방사선 조사하여 색을 변화시킨 보석은 다이아몬드, 베릴, 수정, 스포듀민, 진주, 커런덤, 크리소베릴, 토멀린, 토파즈 등으로 범위가 다양하다. 다이아몬드에 에너지가 큰 방사선을 조사하면 일부 탄소 원자가 튕겨 나가면서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 공간은 다이아몬드의 적색을 흡수함으로써 대부분의 다이아몬드를 청색 또는 녹청색으로 변하게 한다. 방사선에 의해 색이 변화된 다이아몬드에 다시 열을 가하면 청색 또는 녹청색은 황색에서 녹색으로 변하는데 이때는 가열하는 온도에 따라 황색과 녹색의 비율이 달라지게 된다. 근래에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방사능이 있는 보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였는데 그 중심에 있는 보석은 토파즈였다. 무색의 토파즈를 코발트 60, 선형가속기, 중성자가속기를 이용하여 조사하면 갈색과 청색이 혼재되어 나타나며 조사 후에 열을 가하면 갈색은 사라지고 청색만 남게 된다. 시장에 유통되는 거의 대부분의 아름다운 청색 토파즈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이중 중성자가속기에 의해 조사된 토파즈는 방사능이 존재하지만 일정 기간 반감기를 거치며 안정된 상태에 도달 후 시장에 나오게 되므로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반감기를 거치지 않고 시장에 나오는 경우인데, 아직까지 그러한 경우는 보고된 바 없다. 한미감정원에서도 방사능 잔류량을 검사하는 장비인 가이거 계수기를 이용하여 의뢰되는 토파즈를 모두 검사한 결과 아직까지는 인체에 안전함을 확인하였다. ※가이거(Geiger) 계수기= 방사능의 세기를 측정하는 장비로서 우주선이나 원자핵의 연구를 비롯한 방사선 연구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 귀금속업계에서는 한미감정원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지속적인 확인 필요 현재 시장에 방사선 조사로 인해 위험한 보석이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에 중국 후베이성(Hubei) 지역의 터키석에서 우라늄 광물이 발견되는 사례가 보고되는 등 지난 수 년 동안 잠재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방사능을 함유한 보석들에 대한 보고가 잦아지고 있다. 국민의 안정과 그린 건강을 위해서라도 보석의 방사능에 대해 지속적인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영출/ (주)한미보석감정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