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샬롬 가톨릭] 행복가족들의 한 주간 사진과 함께!
토요일 아침!
지나온 한 주를 돌아보며!
우리들 신앙과 일상 사이!
행복한 쉼표를 찍어봅니다, <샬롬! 가톨릭>~!
9월, 순교자 성월이 절반이 지났는데요.
이분은 이달의 절반을 무엇으로 채우셨을까요?
가슴을 울리는 시 한수? 허를 찌르는 아재개그? 구성진 한 자락의 노래?
<행복을 여는 아침>의 대체불가~ 낭만담당이시죠?
한국 주교회의 배봉한 부장님과 함께 한 샬롬 가톨릭입니다!
* 한 주 동안의 행복가족들의 사진도 함께 감상해주세요~
샬롬, 가톨릭 2018.9.15.(41회)
이제 완연한 가을날이죠. 일교차가 커지만, 덥다 소리가 쑥 들어가고 요 며칠은 아침저녁은 서늘하고 밤이면 춥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 네. 저는 봄과 가을이면, 알러지로 콧물과 재채기가 심해 고생을 하는데요. 아침 방송 때문에 새벽같이 출근하는 지디나 청취자분들도 감기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 우리 고유어로 ‘윤슬’이라고 하죠. 낮에는 따가운 가을햇살에 반짝이는 잔물결이 장관인데, 아침저녁으로는 한강물도 서늘해 보이더군요.
▶ 네. 지난주 일 때문에 인사드릴 신부님이 있어 한강을 건너가 주일 미사에 참석하고 돌아오다 친구랑 잠실대교를 걸어서 건너보았는데요. 참 좋더군요.
연인끼리였다면 가을에 관한 시 한 구절 읊을 듯한 맑은 날이었죠?
▶ 네. 여자 사람 친구와 함께 걸은 것도 아니고, 반듯한 도시의 강이었지만, 안도현 시인의 ‘구월의 강가에서’라는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사랑하는 형과 함께 걸으니 참 좋다고 낮술 먹는 듯 고백한 가톨릭 독서 콘서트 사무국장 이시도로 형제한테 이 시구를 전하고 싶습니다.
9월도 중반이네요. 작가 이외수 씨가 쓴 시 가운데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라는 시가 있던데요. 가을엔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과 강변의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 맑은 인연이라고 하니, 저는 며칠 전 맑은 술을 마시며 새로 인연을 맺은 분이 생각나네요. 노회찬 의원 49재라며 노 의원 친구인 선배가 술자리를 마련하고는, 히딩크 감독 시절 축구협회 기술이사를 지냈고 KBS 축구해설가로도 활동한 이용수 교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축구를 하며 인생을 배웠다는데, 신앙인으로서도 한 수 배운 즐거운 가을밤이었습니다.
이 가을에도 좋은 인연을 늘려 가시는군요. 새벽 출근길에 거리를 지나다 보면 청소를 하시는 분들을 비롯해 새벽을 깨우는 분들이 새삼 눈에 띄더군요.
▶ 저는 해가 저무는 저녁 퇴근길에서 고령화 사회의 익숙한 풍경을 만납니다. 연탄재 시인으로 알려진 안도현 시인이 ‘할머니의 유모차’란 시로 묘사하기도 했는데요. “할머니가/ 유모차를 밀고 가고 있다/ 허리 굽은 할머니가/ 아기도 젖병도 없이/ 손가방 하나 달랑 태우고 가고 있다/ 이 유모차를 타던 아기는/ 올 봄에 벌써 1학년이 되었다/ 아기 손목이 굵어지는 동안/ 할머니 손등은 더 쪼글쪼글해지고/ 아기 종아리가 통통해지는 동안/ 할머니의 키는 더 작아졌다// 오늘은 유모차가/ 할머니를 모시고 가고 있다.” 거리에서 한 번쯤 본 모습이죠? 박스를 실은 유모차를 밀고 가시는 어르신들도 볼 수가 있고요.
월요일부터 토요일인 오늘까지 천주교 서울 순례길 교황청 승인 국제순례지 기념 한국순례주간 행사가 열렸는데요. 큰길에서 만나는 풍경들도 있지만, 골목길에 들어서야 보이는 풍경들도 있죠.
▶ 네. 남쪽에서는 ‘2018 한일 탈핵평화 순례’도 열리고 있는데, ‘말씀의 길, 생명의 길, 일치의 길’로 명명한 서울 순례길을 저도 걸어보았습니다. 차를 타면 그냥 스쳐가던 풍경들도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죠. 사회의 변두리로 나가라는 교황님 말씀대로 골목길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지나쳐 가던 사회적 약자들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오늘 미사의 복음처럼 예수님께서 유모차 할머니와 우리를 보고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시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상상도 해 보게 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죠.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내일 주일 제2독서인 야고보서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군요.
▶ “자신과 주님과의 관계에만 몰두하여 이웃과 사회를 잊어버리는 사람은 가짜 그리스도인의 첫 번째 유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님 강론 말씀인데요. 내일 주일 제2독서 말씀대로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날 먹을 양식조차 없는데,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은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이 녹이고 배불리 먹으시오.’ 하고 말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는 말씀도 울림이 큽니다. 야고보 사도의 무덤까지 이르는 스페인의 세계적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지 않아도 서울 순례길을 걸으면서 순교자의 얼을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는 내일 복음 말씀대로 사랑을 실천하며 사셨던 우리 순교자들을 본받는 9월 순교자 성월이 되면 좋겠습니다.
▶ 네. 대학수능 시험일이 11월 15일이니까 딱 두 달 남았는데, 부모님들이 더 애가 타 기도하시겠죠. 입시에 필요한 자기 소개서에 천주교 신자로 밝히고 봉사활동을 쓸 게 얼마나 있는지, 배금주의, 성공주의 사회에서 순교자의 후손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하면 부담스럽겠지요.
부장님은 고3 때 신학대학을 가려고 열심히 공부하셨을 텐데, 당시 어떻게 기도하며 지내셨나요?
▶ 본고사가 있던 때라 불안했지만, 친구들과 합숙하며 공부하다가 저녁마다 대구교구청 옆 성모당을 찾아가 기도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장사 나가 늦게 오시고 혼자 저녁을 챙겨 먹던 저의 십대 시절을 그린 듯한 시가 있는데요. 따뜻한 붕어빵이 생각나기 시작하는 때라 소개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역세권이 아닌 붕세권 이야기를 하셨죠. 근처에 붕어빵을 파는 좋은 동네, 붕세권에 사신다고요. 어떤 시인가요?
▶ 역세권 아파트 시세도 잘 모르고, 어려웠던 시절을 지내신 분들이라면 복효근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이란 이 시에 공감하실 겁니다.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가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세상에/ 가장 따뜻했던 저녁.”
어려운 친구를 위해서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붕어빵을 넣어 준 친구의 우정이 눈물겹군요. 부장님은 그런 좋은 친구가 있으신가요?
▶ 다들 신부님이 되셨죠. 신학교 시절 집에다 용돈 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힘들었는데, 책상 서랍 속에 몰래 돈을 넣어 주는 고마운 선배가 있었습니다. 저랑 같은 성을 가진 주교님이라고 하시면 아시겠죠?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님이셨군요? 얼마 전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 노동자 빈소를 찾아가 노동자들을 격려하기도 하셨지요.
▶ 맞습니다. 시를 좋아하셔서 첫 사목교서에서 박노해 시인의 시를 인용하기도 하셔서 저하고 감성이 통한다고 봅니다. 제가 정년퇴직하고 마산교구 관할인 산청으로 내려가면 소주 한잔 나누는 맑은 인연으로 뵐 수 있을 듯합니다.
이번 주 가톨릭평화신문 1면에 연평도 본당 복음화 100주년 기사가 실렸는데,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이산가족들에게는 추석이 아픔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 한 주 뒤가 추석이네요. 18일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 회담에서 이산가족들을 위한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바랍니다. 연평도는 저도 2000년 12월호 경향잡지에 “해지는 서쪽 섬마을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연평도성당을 취재한 적이 있어 반가웠는데요. 연평도는 100년 전, 해주의 유력한 선자였던 김영석 아우구스티노 회장 소유인 임야를 관리하려고 파견된 전응택 바오로 일가가 섬에 들어오면서부터 복음의 씨가 뿌려졌습니다. 섬사람 대부분이 신자가 되었는데, 저와 같은 해에 태어난 기형도 그레고리오 시인도 연평도 출신입니다.
서른 살에 요절해 첫 시집이 유고 시집이 되어버렸죠. 언젠가 소개해 주신 기형도 그레고리오 시인의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라는 시도 떠오르네요.
▶ 네.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이던 서늘했던 유년의 윗목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이들은 내 이야기야 하실 시죠. 요즘은 사무실 창문을 열고 근무를 하는데, “싱싱한 오징어! 물 좋은 오징어가 한 마리에 천 원입니다.” 하는 행상 트럭의 방송이 들리던데요. 열심히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에게 폭염을 견디고 맞은 이 가을이 희망의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저녁 7시 서울 도림동성당에서 가톨릭 독서 콘서트가 있던데, 청계천과 상계동 철거민 등 가난한 이웃들과 평생을 함께하셨던 미국인 선교사제 정일우 신부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영화를 상영한다고 하죠?
▶ 네. 지난 5월 가톨릭 매스컴 상 특별상을 수상한 ‘내 친구 정일우’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를 만든 김동원 프란치스코 감독님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고 영화도 봅니다. “저녁은 모든 희망을 치료해 준다.”는 이영광이란 시인의 시에,
“바깥은 문제야/
하지만 안이 더 문제야 보이지도 않아/
병들지 않으면 낫지도 못해.”라는 구절이 있던데, 가난한 이들을 잊고 사는 부유한 교회는 병든 교회이고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오늘 토요일 저녁 6시 도림동성당에는 주일 미사가 있다니까 미사도 드리고 강연도 듣고 영화도 보고 일석삼조네요. 봉부장님이 사회를 보신다죠?
▶ 네. 일석사조인가요? “가을바람이 내 옆에 와 살을 천천히 쓰다듬는 게 느껴집니다.” “바람이 분다, 떠나고 싶다.”는 분들은 도림동성당으로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