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나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라이더들이 많아졌다. 이 도전은 지금까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전기자전거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장거리 자전거여행을 이제는 아무나(?)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전기자전거로 떠나는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장비선택과 팁을 소개한다.
전기자전거로 장거리 라이딩에 도전해 보자. 필자 주변에는 70대 이상의 라이더가 하루 100㎞ 이상 라이딩을 즐기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자전거는 라이더의 엔진 성능에 따라서 최대 주행거리가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가볍고 좋은 자전거라도 사람이 나이를 들어가면 라이딩 거리가 단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전기자전거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최고의 친환경 이동수단… 운동은 덤
이미지 목록 독일을 여행중인 터키 라이더들의 자전거 | 유로바이크쇼를 관람 온 유럽 자전거 여행자 |
자전거는 최고의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일반 자전거는 단거리 위주로 이용되었다. 전기자전거는 좀 더 먼 거리를 체력의 한계를 넘어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덤으로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면 페달링 부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재미있고 멋진 운동기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라이더의 다리에서 낼 수 있는 지속적인 출력은 약 150Wh 수준이다. 한 시간 내내 150W 정도의 페달링은 상당한 운동량이다. 그런데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라이딩을 해야 한다면 훈련받지 않은 라이더에게는 어려운 일이 된다.
교통수단이나 운동수단도 좋지만 체력의 과부하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그런데, 전기자전거는 이 운동의 강도를 모터와 엔진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라이더가 조율할 수 있어 이동거리에서 오는 과부하로 인한 체력적인 부담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래서 장거리를 원한다면, 일반 자전거보다 전기자전거가 체력부담도 덜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것이다.
전기자전거로 먼 길을 한번 떠나볼까요?
제주도 환상자전거길, 동해안 자전거길, 섬진강길, 화천의 산소길….
대한민국에는 자전거로 달려볼만한 멋진 자전거길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 모두를 가보려면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단체 라이딩의 경우 같이 가고 싶어도 체력이 비슷하지 않을 경우 민폐를 끼치게 된다. 실제로 국토종주길 이화령에서 지옥의 페달링과 ‘끌바’를 경험하고 다시는 떠날 엄두를 못내는 라이더들도 있다.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다. 실제로 필자가 활동하는 전기자전거 동호회에서 20대에서 70대의 라이더가 같이 서울에서 미시령을 넘어 속초를 왕복한 적도 있었다. 일반자전거는 체력과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타야 재미있다. 그런데 전기자전거는 체력에서 생기는 편차를 모터의 파워로 커버할 수 있다. 약한 체력을 모터와 배터리 용량으로 극복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독일 고스트의 트레킹웨이브 자전거에 벨로스타 센터드라이브가 장착된 여행용전기자전거. 제주도에서 렌탈이 가능한 모델로 여행용 전기자전거로 최적화 되어 있다
오지여행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많은 포스팅 글을 보면 대부분 일반 여행용 자전거로 떠난 라이더들의 이야기이다. 전기자전거로 초장거리를 여행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지만, 머지않아서 자전거 여행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대부분 양산 전기자전거는 시티형이나 산악용이 많다. 여행용 전기자전거는 사용목적에 따라 조금 다르게 세팅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전기자전거가 장거리에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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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자전거의 대명사 셜리의 투어링 모델을 크랭크 구동방식의 커스텀 전기자전거로 개조해서 여행하는 라이더가 많다 |
여행용 자전거는 휠의 크기와 타이어폭 선택이 중요하다
1. 튼튼한 프레임과 휠, 타이어의 선택
짐을 많이 실어야 하고, 장거리 여행시 생기는 피로도 등을 생각해서 튼튼한 프레임과 휠세트를 갖춰야 한다. 타이어 역시 펑크에 강하고 구름성이 좋은 튼튼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타이어의 폭과 트레드형태, 공기압은 주행성능에 많은 영향을 준다. 여행목적에 맞는 타이어를 선택해야 전력과 체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기존의 양산 전기자전거는 이런 조건을 갖춘 것이 많지 않다. 여행용 자전거로 유명한 모델에 검증된 전기자전거 키트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양산된 전기자전거 중에 여행에 적합한 전기자전거는 찾기 어려웠다. 많은 자전거 여행가들이 선택하는 여행용 자전거에 자신의 사용목적에 맞는 모터를 커스텀으로 장착하는 방법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센터드라이브(중앙구동) 키트가 장착된 자전거
2. 충분한 배터리 용량과 모터 출력은 필수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속도도 중요하지만 파워도 중요하다. 무거운 짐과 함께 긴 오르막을 올라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용 전기자전거는 고정토크보다는 변속에 의해서 토크와 속도를 라이더가 선택할 수 있는 센터드라이브(중앙구동) 방식이 유리하다. 또 배터리의 호환성이 좋아야 한다. 전용배터리만 사용가능한 제품은우 여러 개의 배터리를 갖춰서 여행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과 부피가 문제다.
필자가 속한 카페에서 서울에서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향하는 라이딩 때 평균 36V 14.5Ah 배터리(500Wh급) 2개와 고속충전기를 휴대해서 점심식사와 휴식시간에 충전을 했다. 물론 라이더의 체력과 전기자전거 효율에 따라 휴대할 배터리의 용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무작정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보다는 무게를 늘리지 않아도 되는 체력 향상이 중요하다. 같은 거리를 달려도 체력이 좋으면 모터출력과 배터리 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3. 배터리 충전용 발전기를 휴대하고 달리면 어떨까?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오지탐험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말리고 싶다. 10kg이 넘는 무게의 발전기가 용량 1Kw급이면 고속충전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렇게 발전된 전기(AC)를 자전거 모터 구동용(DC 36 V급)으로 변환시키면 전기자전거 구동이 가능하다. 몇 년 전 안양천에서 H사 전기자전거 짐받이에 Y사 엔진 발전기를 달아서 민폐를 끼치며 달리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엔진 힘으로 그냥 바퀴를 바로 굴리는 것이 효율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엔진 회전력으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 때 효율이 떨어지고 다시 그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돌려서 주행하려면 또 한 번 효율감소로 실제 에너지가 주행용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반토막 나게 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국내·외 오지탐험이 아니라면 10kg이 넘는 엔진 발전기를 휴대해서 충전하는 방식은 자전거여행용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오지여행이라면 차라리 스쿠터나 오토바이를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국내·외 전기자전거 여행시 TIP
1. 국내여행
전기자전거는 국내여행시 별 문제가 없지만 딱 한 곳, 제주도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 거의 모든 항공사가 비슷한 조건을 걸고 있어서 실제로 노트북 배터리 이상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휴대는 물론 화물로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 니다.
먼저 택배를 이용해서 숙소나 지인의 집 혹은 우체국으로 보내고 현지에서 찾아 사용하거나 현지에서 전기자전거 렌탈 업체를 찾아서 전기자전거나 배터리를 대여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항공기가 아닌 배나 버스, 기차에서는 배터리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그 외 국내에서는 라이딩중 휴식시간에 식당이나 카페에서 양해를 구하고 고속충전기를 이용해서 충전시키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다.
2. 해외여행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자전거는 가능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를 가져갈 수가 없다. 실제로 전기자전거용 배터리는 스마트폰 배터리보다 30~100배의 용량이다. 국내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화물편으로 해외숙소나 지인에게 먼저 보내놓고 가서 찾는 방법이 있는데, 해외 화물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받아 주지 않아 배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선박을 이용한 여행에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 참고하자.
2-1. 그 외 방법
해외 현지에서 전기자전거를 구입해서 여행을 하고 여행 후에 다시 중고로 판매하는 방법과 선박편 화물로 보내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라면 리튬이온 셀을 가져가서 현지에서 팩을 조립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일정수량 이상의 리튬이온 셀을 휴대하기도 쉽지 않고 현지에서 팩을 만들기도 어렵다. 해외에서 배터리팩을 주문해서 업체를 통해 여행지 주소로 배송요청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배터리의 항공기 이동문제를 해결했다고 해도 전기자전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정비 방법을 알고 가야 한다. 최악의 사태(전기모터나 배터리 고장, 배터리 방전 시)에 일반자전거로 운행할 때 페달링 저항이 적고 내구성이 검증된 전기자전거나 키트를 골라야 한다.
3. 장거리주행에는 페달링을 충분히 활용한다
무작정 배터리 힘에만 의존하면 배터리 용량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 하루 종일 편하고 충분한 라이딩을 위해서는 배터리 무게만 10kg 정도 필요하다. 거리를 감안해서 배터리 용량을 선택하고 페달링을 병행해서 라이딩의 보조수단으로 전기의 힘을 활용해 배터리 사용량을 최소화해서 무게를 줄여야 한다. 순수하게 전기의 힘으로만 긴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현지에서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여행을 마치고 중고로 판매하고 오는 것이 현실적이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의 연장이지 오토바이가 아니다.
여행목적에 맞는 배터리 용량을 잘 선택해야 한다. 베이스를 호텔에 두고 먼 거리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현지에서 가벼운 투어용으로 활용한다면 큰 용량이 필요 없다. 작은 미니벨로에 하루 50㎞ 정도를 운행할 경우 2㎏의 배터리로 가능하다. 전기자전거로 여행한다면 엄청난 무게(자전거 제외 30kg 내외의 여행장비)를 감당해야 하기에 배터리 용량(Wh, 2017년 기술로는 W당 약 5g)이 얼마가 필요한지 여행가방 무게까지 동일하게 실어서 출발 전에 테스트 라이딩을 해보고 배터리 용량과 무게를 정해야 한다. 또 고속충전이 가능한 배터리와 고속충전기를 준비해야 한다.
4.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는?
일반적인 장거리 자전거 여행기를 살펴보면 하루 주행거리는 100㎞ 내외이다. 전기자전거는 하루 150~200㎞ 주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생애 처음 전기자전거를 타본 아가씨도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하루 120㎞를 무리 없이 완주했다. 부하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라도 전문 라이더가 아니라면 하루에 200㎞ 이상은 체력적인 부담이 생긴다. 특히 엉덩이가 못 견딜 수 있다.
장거리 여행용으로 트레일러를 사용하면 배터리와 짐의 부피, 무게의 부하를 줄일 수 있다
- 글·사진
-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yesu65@naver.com)
발행2017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