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인천마라톤
상급자 대리에 3월 22일 행사 준비에
작년에 하던 아침 연습도 막내 놈 학교 데려다 주기에 못했고
포기 할까, 그래도 해볼까 갈등을 하다가
한번 해보자,
체력이 아닌 정신력으로 해보자 3월초에 이르 바득바득 갈며 갔다 온
지리산 원단 종주보다 더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도중에 안 되면 과감히 돌아오자 중간에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라며
택시비, 비상금 2만원을 챙겨 담고.
엠피쓰리 왼쪽 어깨에 달고
알사탕 네 개에
멘소래담 한병
머리띠에 썬 그라스, 모자
다섯 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간다는 것이 가다보니 4시간 40분짜리네
따라 가다가 힘들면 다섯 시간 짜리 따라가자.
고재봉 님의 리드에 따라 손뼉치기, 자원 봉사자들에게 손 흔들어 주기,
이런 저런 마라톤 경험담들
팔꿈치를 뒤로 빼고 양손이 허리를 스치듯 앞뒤로 흔들어라.
손은 가슴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
25키로 지나 40분짜리 패이스 메이커가 멀어지기 시작 하네
36키로 지점에서 5섯 시간 짜리 페이스 메이커가 또 앞질러 가네
따라 가자해도 다리가 말을 안 듣네
다섯 시간 지났다고 경찰 아자씨들은 차도로 뛰지 말고 인도로 올라가라고 하네
이젠 보행자 신호가 떨어져야 뛸 수 있네(아니 걷나?)
뛰는지 걷는지 구분도 안 되지만.....
오가는 차안에서 신기한 듯 구경을 하네
그래 많이 보시라 공짭니다.
쳐진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서 가네
혼자 가는 것 보다는 덜 쪽 팔리려고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좀 안다고
박수를 쳐 주네... 고생 한다고
문학 경기장 마지막 오르막길
사진 잘나온다고 폼을 잡으라고 하네
폼은 뭔 폼 썬 그라스 큰 거 써서
표정 관리하기에는 좋네
다왔네 싶었는데
운동장을 한바퀴 더 돌리네...이런 새이발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같이 뛰어주시네
헛둘! 헛둘! 회장님 구령에 맞춰
폭신한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삐릭대는 골인 지점을 통과 하네
골인 지점에는 또 추미애(아니 최미애) 님이 기다리고 계시네
기념사진까지 찍어주네.
그 외에도 다 끝날 때 까지 3시간을 기다려 주신 고마운 분들
밥을 먹으라는데 도대체 배가 고프질 않네
된장국 한통에 물 두퉁 마시고
풋고추 하나에 김치 몇 쪼가리로 절반만 먹고 그만 뒀네.
집에 왔네
마음의 안식처, 몸의 쉼터 집안 분위기가 이상하네
40대 공무원이 마라톤 뛰다가 죽었다고 하네
제발 낼모레 오십인 사람이 평범하게 좀 살라고 하네.
살살 뛰지 얼마나 열심히 뛰다가 죽기 까지 했다냐
고생했다....아픈데 없냐고 좀 물어봐주면 좋을 텐데..
냉동실에서 얼음봉지 꺼내 찜질을 하고 맨소래담 바르고
막내가 껴안고 자는 쿠션 빌려다가 양다리에 끼우고
무릎 양손으로 끌어 올려놓고 끙끙거리면 잤네
아침에 일어나니 이건 로보캅이 따로 없네
끼이끽! 끼이끽!.....아엠 로보캅....
첫댓글 대단하네. 축하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