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피가로의 결혼’과 이어보는 재미
예전에 <오스카>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갑자기 오페라 무대가 등장하는데 막이 오르기 전 막 앞으로 한 가수가 등장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었다. 무대도 조그맣게 만든 미니어처였던 것이다. 인형은 스톱모션이라는 기법으로 움직이며 노래를 부른다.
아주 사실감 있는 표정, 도중에 손수건을 꺼내어 땀을 닦는 장면 등이 진짜 오페라 가수와 다를 바 없었다. 그가 부른 노래는 어디선가 많이 듣던 노래였으며 도중에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라고 점점 빠르게 외쳤다. 그래! 아주 재밌는 이 노래는 오페라의 아리아였다. 당연히, 난 이 노래가 ‘피가로의 결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노래가 들어 있는 오페라는 <피가로의 결혼>도, 모차르트의 작품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박수치기 좋아하는 행진곡이 들어 있는 ‘윌리엄텔 서곡’의 작곡가 로시니의 작품이었고, 그 유명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초반에 등장하는 아리아였다. 이발사인 피가로가 한껏 잘난 체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도중에 연속해서 나오는 ‘피가로’라는 이름은 자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내용이다.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피가로’라는 이름을 계속 부르는 이 노래를 우리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노래는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 등장하는 아리아다.
로시니의 최고의 히트작인 <세비야의 이발사>는 어느 오페라나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남녀가 등장한다. 당연히 배경은 세비야라는 마을이며, 주인공처럼 보이는 알마비바 백작은 로지나라는 여인에게 반하게 된다. 물론 방해꾼이 있다. 바르톨로라는 의사인데 그는 로지나와 결혼하고 싶어하고 놓아주지 않는다. 백작은 어떻게 하면 로지나를 그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녀를 쟁취할까 고민하다 마을의 재주꾼이자 진짜 이 오페라의 주인공인 이발사 피가로에게 부탁한다. 천재적이고 익살맞은 이 재주꾼이 그를 도와서 재밌는 계획들을 세우고, 결국은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로시니는 이 오페라에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되는 서곡(overture)은 오케스트라 콘서트의 단골 오프닝 곡이다. 느리게 시작하지만 곧 아주 경쾌하고 빠른 바이올린이 돋보이는 음악으로 변하며 관객을 기대에 차게 만드는 곡이다. 막이 오르면 백작이 그녀에게 얼마나 반했는지를 잠시 보여주고 곧 피가로가 등장해서 영화 <오스카>의 인형이 부르던 ‘나는 이 고장의 팔방미인(Largo al factotum della citta)’이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이 오페라의 대본으로 사용된 원작은 보마르셰라는 사람의 작품이다. 그는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속편도 만들어냈는데 알마비바나 로지나, 피가로가 다시 등장한다. 이번엔 피가로가 백작의 하인이 된 상태로 직접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모차르트의 오페라인 <피가로의 결혼>이다. 그러니 ‘피가로’라는 이름을 계속 부르는 노래를 우리는 ‘피가로의 결혼’ 아리아인 줄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재밌는 사실은 먼저 태어난 모차르트가 그 후편을 먼저 만들었고, 나중에 태어난 로시니가 전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두 오페라를 순서대로 다시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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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010-08-26 포스코신문